<이슈&인물> 불명예 퇴장한 김원웅 전 광복회장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2.21 12:33:34
  • 호수 13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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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나갔나 무서워서 피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21대 광복회장의 마지막 모습은 아름답지 못했다. 정치 편향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김원웅 광복회장이 수익금 횡령 의혹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수익금 횡령 의혹을 받아온 김원웅 광복회장이 결국 자진 사퇴를 표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초
자진 사퇴

이에 따라 김 회장은 2019년 6월 취임 후 2년8개월 만에 불명예로 물러났다. 광복회장의 자진 사퇴는 1965년 이 단체가 설립되고 57년 만에 처음이다. 김 회장은 “운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민족 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TV조선은 해당 간부를 인용해 김 회장이 지난 1년간 광복회의 국회 카페 운영 수익금을 유용했다고 처음 의혹을 제기했다. 보훈처는 김 회장 관련 비리가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지난달 27일 특정감사에 들어갔다. 이후 설 연휴 기간을 빼고 일주일 만에 감사 결과를 내놨다.

이처럼 빠른 감사에 보훈처 직원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롯해 송영길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 상당수가 평소 김 회장과 친분을 자랑하며 친일 청산을 주장하지 않았느냐”며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김 회장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정부 내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다수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전날(14일) 김 회장이 카페 수익금으로 조성한 비자금 6100여만원에 대한 감사 개요를 보고했다.

김 회장이 국회에서 카페를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수차례 방문했고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에도 수천만원의 자금을 활용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장학사업을 위해 국회에서 운영하던 카페는 김 회장의 비자금 마련 통로가 됐고, 비자금의 40%를 김 회장은 사적으로 활용했다.

내역을 살펴보면 김 회장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 한 가정집에 차려진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여섯 차례 이용했다. 업소 이용료는 1회에 10만원으로 총 6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복·양복 구입비로 440만원, 이발비로는 33만원을 썼다.

김 회장은 이를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 약초학교’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갔다.

인테리어 업체 통해 비자금 조성 포착
옷 사고 무허가 마사지 업소 방문 의혹

학교 공사비 1486만원, 묘목과 화초 구입 300만원, 강사비 및 인부 대금 80만원, 안중근 권총 모형 구입에 220만원, 파라솔 설치 대금 300만원 등 총 2380만원이 활용됐다. 비자금은 카페에 쓰일 재료 구입비를 부풀려 기재하는 형식으로 조성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카페인 ‘헤리티지 815’가 커피 재료상에 구매한 내역을 과다 계산해 보고하고 매출은 허위로 작성했다. 이같이 확보한 비자금은 김 회장의 개인명의 통장으로 이체하거나, 김 회장이 산 물건을 대납하는 형식으로 흘러갔다.

또 김 회장의 동서가 공동대표로 있는 골재 채취업체 백산미네랄이 광복회관 사무실과 집기 등을 5개월간 무상으로 사용케 한 사실도 감사로 밝혀졌다. 김 회장의 며느리와 처조카 등도 지난 5일까지 백산미네랄의 사내이사를 지냈다.

그간 김 회장은 이 같은 감사 결과에 대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보훈처는 “감사의 한계로 수사로 밝혀져야 할 사항들이 있다”며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김 회장 사퇴와 관련해 “광복회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해 나가겠다”며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회장 직무대행을 지명하고, 이후 총회를 거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내년 5월 중 신임 광복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김 회장에 대해 “사퇴하면서도 몰염치와 남 탓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황규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김씨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이 ‘사람 볼 줄 몰랐다’며 부하직원 탓으로 돌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변인은 “보훈처 감사로 파렴치한 행위가 드러난 마당에 언론 모략인 것처럼 하고 등 떠밀린 사퇴가 대단한 결심인양했다”며 “사퇴의 변이 아니라 국민 우롱의 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그의 사퇴를 촉구해온 단체 회원들은 집행부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원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검은돈 난타 
버티지 못해

김 회장에 반대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광복회개혁모임, 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 광복회재건 비상대책모임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김원웅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김 회장이 임명한)집행부가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광복회의 본래 설립 취지를 되살리고 사업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개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복회는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 계승과 국민통합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 수장이라면 더욱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광복회의 수장을 맡았던 역대 회장들은 이 같은 덕목을 잘 지켰지만, 김 회장의 횡령 의혹과 정치 편향 논란이 발생한 만큼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44년 중국 충칭에서 태어나 대전에 정착한 김 회장의 집에는 항상 많은 애국지사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김 회장은 곁에서 봐왔던 부모님과 애국지사들의 모습에서 ‘당당한 삶’의 필요성을 배웠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학생이던 김 회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서울 서대문 교도소에 투옥됐다. 그때 부친 김근수 선생과 모친 전월선 선생이 아들을 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

당시 정부는 ‘더 이상 학생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반성문을 쓰면 석방을 약속했다. 많은 투옥 인사가 반성문 회유에 응했고, 풀려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교도소를 찾은 김 회장의 부친도 김 회장에게 ‘그냥 각서를 쓰라’고 설득을 시도했지만 김 회장의  뜻은 완강했다. 

김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1년 공화당 사무처에 공채로 합격해 청년국장까지 지냈다. 이후 전두환 대통령 집권기인 1980년대에는 민주정의당 조직국장, 청년국장을 지냈다. 이후 민정당 지구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민정당 소속이던 김 회장은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 당원이 됐지만 곧 탈당해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꼬마 민주당’ 활동을 하며 1992년 총선에서 대전대덕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다 이회창 대세론이 불던 1997년엔 한나라당에 입당해 2000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그 후 2년 만에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 회장은 개혁국민정당을 만들어 노 전 대통령 선거를 도왔고, 2004년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이 됐다.

구입비 불려 
허위로 기재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회장을 향해 “자기 이익에 따라 정당을 바꾸는 철새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생계형’이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이력 논란과 관련해 라디오 방송에서 “40대 초, 노무현 의원 이런 분들과 같이 꼬마 민주당을 창당할 때 같은 또래 동지들한테 ‘비록 생계이기는 하지만 제가 (공화당 등에)몸담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과거(를) 지울 생각이 없지만, 반성하고 그 반성으로 원죄가 있기 때문에 더 충실하게 지난 삼십 몇 년 동안 살아왔다”고도 말했다. 

과거 김 회장은 14대 국회의원 시절인 1993년 10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정감사에서 “6·25(전쟁)의 경우도 당시 남한이 친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었던 정치·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북한에서 주장하는 민족 해방적 성격을 우리가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민족 해방전쟁이라고 미화한 것이다. 

그는 “미국은 한반도 분단에 역사적 부채가 있는 나라로, 분단으로 인한 전쟁 등의 원인을 제공했다”(2014년 8월 새날 희망연대 제61차 포럼) “박근혜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낫다”(2018년 김정은 맞이 서울세미나)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복회장 후보 시절에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 개정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은퇴한 김 회장은 2012년 10월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췄다. 2012년 10월26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선 안중근 의사 의거 103주년을 맞아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시상식이 열렸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계 입문
요리조리 ‘철새 정치인’ 꼬리표

운암 김성숙 선생기념사업회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등 단체가 개최한 행사였다. 이날 김 회장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 전신) 회장 직함을 달고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 발표를 맡았다.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는 여론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2년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민정당 핵심 당직자로 활약했던 김 회장은 첫 번째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완용상을 수상하는 첫 번째 주인공은 전두환씨였다. 전씨는 1만표 중 1106표를 얻으며 첫 번째 이완용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김 회장은 “민중 학살, 민중 탄압의 독재정치뿐 아니라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기며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전씨가 정권을 잡고 있던 8년 내내 김 회장은 집권당 민정당의 핵심 당직자로 활동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수상자 발표를 이어갔다. 권성 전 언론중재위원장, 김완섭 친일 작가,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완용상을 수상했다. 이어 김 회장은 마지막 수상자를 발표했다. 마지막 수상자는 당시 ‘종북 논란’ 중심에 서 있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선정됐다.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해 민족 정체성을 망각하고 “종북보다는 종미가 문제”라는 발언으로 남남분열을 극대화해 혼란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이완용상을 수상했다. 

2019년 10월1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석기 옹호 및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폄훼 발언 등의 이유로 광복회 내부 상벌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한 광복회 지회장 발언을 인용해 “김 회장이 우리나라 정당 역사와 관련한 도표를 그려가면서까지 이석기가 왜 훌륭한지 설명했다”면서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갔고 빨리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김 회장은 2020년 8월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행위는 음악·역사계에서는 이미 상식”이라면서 “친일 반민족 권력이 장악해온 민족 반역의 시대를 종언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애국가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108개국 이상이 국가를 시대에 맞게 교체했지만, 국가를 교체하지 않은 나라 중엔 일본이 있다”면서 “국가를 고치지 않은 것도 일본을 따라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말년에…
씁쓸한 퇴장 

2012년 10월26일 ‘신을사오적-이완용상’ 수상자 중 5번째로 선정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수상 사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를 부정해 민족 정체성을 망각했다’였다. 이완용상을 수상한 이 전 의원 이름을 호명한 것은 다름 아닌 김 회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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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