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쉬운 위장전입의 세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2.08 09:43:04
  • 호수 13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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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만원이면 주소 바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이사를 위해 과거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봤지만, 최근에는 먼저 희망 지역을 인터넷에 검색한다. 회원 수가 제일 많은 한 부동산 전문 네이버 카페에는 집주인과 직접 거래하기 위해 올린 사람들의 글이 넘쳐난다. 이 중에는 하루에 꼭 2~3개 이상 올라오는 글이 있다. 바로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 구합니다’다.  

비거주 전입신고는 말 그대로 실제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상 주소만 바꾸는 것이다.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한 집을 구한다는 글은 카페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 몇몇 게시글은 왜 이런 방을 구하는지도 자세히 기재해놨다. 

대놓고 거래
흔한 게시글

보통 이런 글에는 ‘청약 목적 혹은 청약 목적 아님’ ‘신용불량으로 추심 방문 또는 실거주하고 있는지 확인 올 수 있다. 찾아오면 살고 있는데 자주 안 온다고 말소 막아줄 곳을 찾는다’ ‘우편물을 모아 달라’ ‘공기업, 공무원 준비 때문에 필요하다’ ‘해외 체류 중’ 등의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1시30분쯤 부동산 카페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 구합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리고 1시간 안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이 있다’는 쪽지를 받고 채팅을 하게 됐다.

이들은 간단하게 거주 기간을 물어보면서 “을지로 월 5만원” “기간에 따라 다르다” “동대문 원룸텔이다. 비거주 기준 월 4만원” “서울 중랑구 보증금 150만원에 월세 25만원이다. 보증금 및 월세 조정할 수 있다” “동작구에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집이 있다. 6개월에 30만원이고 1년에 50만원” 등의 비거주 전입신고 조건을 제시했다.


쪽지와 채팅으로 연락온 사람들에게 A씨는 “부동산이냐”고 물었고, 이들은 대부분 고시원이나 원룸텔 주인이라고 답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쉽게 비거주 전입신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위장전입에 해당한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있다. 주택청약을 목적으로 위장전입했을 경우는 주택법 위반까지 해당한다.

위장전입 등 부정 청약이 적발되면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무효로 하거나 이미 체결된 공급계약을 취소한다.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2020년 3월10일 신규 전입신고 발생 시 주소지의 세대주와 주택 소유자‧임대인에게 전입 사실과 세대주 변경 사실을 휴대전화 문자로 알려주는 전입 사실 통보제도를 도입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24일 해당 지역 거주자의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고 주소지만 옮겨 청약하는 방식의 부정 청약 57건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 주택법 위반 때 형사 처벌과 함께 계약 취소 및 향후 10년간 주택청약 자격 제한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부동산 카페에 ‘비거주 집 구합니다’
공무원 시험부터 추심명령 회피용까지

이런 법적인 규제로 인해 주택청약을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해 8~10월 3개월 동안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한 수사를 통해 위장전입 등의 주택법 또는 부동산중개업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60명을 적발했다.


B씨는 당시 성남 위례자이 더 시티 청약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공급(618대1)보다 경쟁률이 낮은 신혼부부 특별공급분(105대1)에 청약했고, 실거주지를 속인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 B씨는 배우자·자녀와 같이 충남 당진시에 살고 있었으나, 성남시에 있는 모친 주택에 위장 전입해 신혼부부 특별 우선 공급분(30%)을 분양받았다.

경기도는 B씨가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위장전입을 했으며 당첨 뒤 약 7억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봤다.

지난해 11월 울산에서도 주택청약을 위한 위장전입 사건이 있었다. 울산시에 따르면 시 특별사법경찰은 울산시 남구와 동구지역 아파트에 대한 불법 청약 의심 사례를 적발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업 시행사는 수사에 착수한 28건 중 3건에 해당하는 청약당첨자에게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주택청약을 위한 위장전입은 휴대전화 위치 정보 추적이나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 다양한 기법으로 범죄 사실을 밝힌다. 위장전입 사실을 속이기 위해 일주일에 며칠씩 위장전입한 집에 머물거나 카드를 사용해도 법원이 사실을 인정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청약 당첨 후 위장전입으로 취소됐다는 사례가 많다.

위장전입에 관해 부동산 관계자는 “3기 신도시와 하남 교산 신도시 때문에 하남에 미리 거주하려는 분위기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위장전입 검사가 까다로워서 쉽지 않다”며 “그래도 아파트로 워낙 큰돈을 벌 수 있어서 아직도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분위기는 있다. 돈을 주면 전입신고할 수 있게 받아주는 부동산도 있다고 들었다”고설명했다.

청약하려고…
신도시 집중

공무원 시험이나 공기업 수험생들이 응시 기회를 늘리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직 공무원은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 정확하게 공무원 수험생은 시험 당해년도 1월1일 이전부터 최종 시험일(면접시험일)까지는 해당 시·도에 주소지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시험 당해년도 1월1일 전까지 해당 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던 기간을 합산해 총 3년 이상이 돼야 한다. 지방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가직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35대1이었으나, 지방직 공무원은 광주시 14대1, 울산시 15대1, 전라남도 11대1로 확연히 낮은 경쟁률을 보이기 때문에, 공무원·공기업 수험생들은 합격률이 높은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 출신들은 서울에 응시할 수 있지만, 서울 출신들은 지방에 응시할 수 없어서 기회를 넓히는 차원에 주소를 미리 옮겨놔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무원 시험 강사도 있었다.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희망처럼 여겨졌던 위장전입의 끝은 결국 임용 취소다. 서울시 도봉구의 기능직 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했던 C씨는 15점의 가산점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지를 도봉구로 옮겼다.


그가 공무원 기능직 시험에 임했던 해의 경쟁률은 40대1로, 가산점으로 받은 15점이 합격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됐다. C씨의 기쁨은 잠시였다. 도봉구청은 C씨가 위장전입했다가 합격 뒤 주민등록을 다시 전 주소지로 옮긴 사실을 알고 임용을 취소했다. 

계약 취소
임용 취소

C씨는 임용 취소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구청이 처분 전 사전통지 등을 거치지 않았다”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구청이 항소하면서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판결이 확정됐다. 구청은 이후 사전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 같은 사유로 정씨의 임용을 취소했다.

대법원은 정씨가 가산점 제도에 편승해 위장전입을 했고 다른 응시자들은 불합격했기 때문에 임용 취소 자체가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무원 시험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다른 시·도의 공무원 시험을 같은 날 치르게 했다. 

위장전입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는 것 같지만, 신용불량자와 양육비 채무자 등 범죄자들의 위장전입 문제는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신용불량자들을 위한 비거주 셰어하우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셰어하우스는 대부분 ‘계약 기간에는 비상주로 이용 가능’ ‘우편물이 오면 수거·보관’ ‘실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국 13개 시·도에 지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이트에는 전 지점이 마감됐다고 나온다. 이처럼 신용불량자들은 재산 압류를 회피하고, 채권 추심원, 사채업자 등을 상대할 방패로 위장전입을 시도한다.


한 비거주 셰어하우스 관계자는 “신용불량자가 되면 최고장과 독촉장, 압류 등 각종 우편물이 끊임없이 집으로 날아들고, 채권자들이 매일 집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가족의 삶이 피폐해진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소지를 친구 집이나 친척 집으로 옮기는데 이것도 민폐가 되기 때문에 결국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시원·원룸텔 돈 받고 명의 장사
신용불량자 대상으로 셰어하우스도

양육비 채무자의 위장전입은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모두 1만9213건의 양육비 채권이 확정됐고 이 가운데 6997건인 907억원가량이 이행됐다. 그런데도 양육비 이행률은 36.4%에 머물고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가 양육자 4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실거주지와 관련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5%인 305명이 ‘실거주지 불분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 불분명 유형으로는 위장전입이 37.3%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거주지 모름이거나 해외 도피 등이었다.

실거주지가 분명한 양육비 미지급자는 27.6%에 불과했다. 

현재 양육비법은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출국 금지‧명단 공개‧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모든 처벌은 채무자가 감치 처벌을 받은 이후에 시행된다. 감치란 고의로 양육비 채무를 불이행할 경우 가하는 제재로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나 구치소에 머물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양육비 채무자가 주소지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주소에 없는 경우, 감치를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양육비 이행률이 낮은 이유는 양육비 채무자들이 쉽게 위장전입을 해 양육비 지급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육비 채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는가 몰라
엄연히 불법

이 대표는 “감치명령을 현재 방식인 서면 고지가 아니라 공시 송달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 송달이란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상대방의 거주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일부러 받지 않는 경우 등 송달이 불가능할 때 소송 관계 서류를 법원 게시판에 일정 기간 공고해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감치명령이 공시 송달로 바뀐다면 범죄자들의 위장전입도 소용없게 된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룡마을 가면 위장전입?

위장전입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구룡마을 전입신고를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A씨가 강남구 개포1동장을 상대로 낸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거부 처분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8월 서울 강남국 구룡마을에 전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개포1동장은 “구룡마을은 도시개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지형도면 고시 지역으로 전입신고 수리가 제한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A씨 측은 “1994년부터 구룡마을에 거주했다.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전입신고를 했는데, 그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및 증거 등에 비춰보면 원고는 전입신고지에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전입신고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원고가 다른 장소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A씨가 전입 신고한 집엔 가스레인지와 냉장고, 세탁기 등 그의 옷과 이불 여러 가재도구가 있었다. 동장이 평일 밤낮으로 여러 차례 방문했을 때도 A씨는 그 집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 따르면 A씨는 전입신고 전후 수개월에 걸쳐 구룡마을 근처에서 주로 장을 봤다. 휴대전화 통화 발신 지역도 대부분 개포동이거나 가까운 서초구 양재동이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전입 신고지를 생활근거지로 상당한 기간 거주해온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보상 등을 목적으로 위장 전입하려 했다고 단정해 전입신고 수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실제로 거주하지도 않고 위장전입만 하려는 것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구룡마을은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빈민 지역이다.

주위에는 호화로운 고급 아파트나 빌라가 있다. 하지만 구룡마을은 서울에서도 가장 부촌인 강남구에서 유일하게 개발 대상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구룡마을은 2014년 12월 서울시와 강남구의 합의로 개발사업을 재개하기로 결정됐다.

기존에 서울시에서는 비용을 절감하자는 태도를 보였고, 강남구에서는 전면 수용을 해 현금 보상 후 진행하자는 뜻을 내비췄다.

이후 강남구의 의견대로 전면 수용으로 재개발을 결정했다. 구룡마을은 2020년 2600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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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