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③강화도 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강화도 서남쪽에 자리한 석모도는 소원 성취 기도처로 유명한 보문사를 품고 있다. 신라 시대에 창건한 보문사는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더불어 국내 3대 해상 관음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는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덕분에 사계절 사람이 끊이지 않으며, 연초에는 새해맞이 기도를 하려는 인파로 북적거린다. 몇 년 전만 해도 석모도에 가려면 배를 타야 했지만, 2017년 석모대교가 개통하면서 보문사에 찾아가기 한결 수월해졌다.

관음 성지가 대부분 바닷가에 있는 것처럼 보문사도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낙가산 중턱에 자리한다. 낙가산은 관세음보살이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인도의 보타낙가산에서 따온 이름이며, 보문사에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마음의 힘이 끝없이 넓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자비로 살피는 관세음보살이 보문사 곳곳에 깃들었다.

석모대교 개통

절 입구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가파른 길을 따라 5분쯤 올라가야 한다. 노약자가 있다면 매표소에 문의해 셔틀 차량을 이용하자.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면 왼쪽에 개축한 용왕전과 새하얗게 빛나는 오백나한상이 보인다. 오백나한 뒤로 열반에 든 석가모니불을 모신 와불전이 있는데, 이곳에도 참배하며 기도하는 이가 많다. 길이가 약 10m에 달하는 와불상은 전각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하고 웅장하다.

나한상을 모신 천연 석굴도 영험이 깃든 기도처다. 설화에 따르면, 고기잡이하던 어부가 꿈에서 계시를 받고 그물에 걸려 올라온 석불을 이곳에 안치했다고 한다. 석굴 안을 흐르는 맑은 기운에 마음이 절로 경건해진다. 이 밖에 삼성각과 범종각 등 여러 전각이 있으며, 중심 전각은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보전이다.

산 중턱 절벽 바위에 모신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인천유형문화재)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도처다. 이곳에 닿으려면 계단 400여개를 올라야 하는데, 한 걸음 뗄 때마다 소원을 담은 마음에 정성을 더한다. 그래서인지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이 깊어진다.


눈썹바위라 불리는 기묘한 암석 아래 있는 마애석불좌상은 높이 920㎝, 너비 330㎝에 달한다. 1928년 보문사와 금강산 표훈사의 주지가 함께 새겼다. 마애석불좌상의 시선을 따르면 보문사 아래 옹기종기 모인 집과 석모도 앞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소원을 빈 뒤에는 보문사 아래 있는 석모도미네랄온천으로 가자. 강화군이 운영하는 시설로, 460m 화강암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를 각 탕에 바로 공급한다. 원탕에서 나는 온천수가 고온이라 데울 필요가 없다.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스트론튬 등 미네랄 성분을 다량 함유해 아토피나 건선 같은 피부 질환, 관절염,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쌓인 피로까지 스르르 풀린다.

실내탕과 노천탕, 황토방, 옥상 전망대, 족욕탕 등 여러 가지 시설을 갖췄으나, 지금은 코로나19 확신 방지를 위해 노천탕만 운영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으로 아쉬움을 달래자. 노천탕에는 크고 작은 15개 탕이 있다. 탕마다 온도가 조금씩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곳을 이용하면 된다. 바람이 찬 날에는 돔 형태로 만든 탕이 인기다. 돔에 가득한 열기가 매서운 추위마저 사르르 녹인다. 야자 매트가 발바닥에 찬 기운이 닿는 것을 막아주며,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벤치에서 여유롭게 쉴 수 있다.

국내 3대 해상 관음 성지로 꼽혀
460m 화강암서 솟아나는 온천수

온천 이용 시 수영복이나 래시가드를 착용해야 입장 가능하며, 매표소에서 온천복을 대여한다(2000원). 환경보호를 위해 비누나 샴푸, 린스 등은 사용을 금한다. 온천욕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젖은 몸을 수건으로 가볍게 닦거나 그대로 말리기를 권한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하루 4회(07:00~09:00, 10:30~12:30, 14:00~16:00, 17:30~19:30), 회당 50명 이용 가능하다(화요일 휴무). 반드시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미완료자는 PCR 음성 확인서(48시간 이내)나 의학적 사유에 따른 예외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온천 이용료는 어른 9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석모도수목원은 소박한 자연 속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기는 여행지다. 잎을 다 떨군 활엽수와 여전히 푸른 기운이 감도는 침엽수가 어우러져 독특한 겨울 정취를 풍긴다. 계곡을 따라 돌탑지, 암석원, 고사리원, 바위솔원 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몄으며, 하룻밤 묵어갈 숙소도 있다. 온실과 생태체험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한 상태다. 수목원 입장료는 없고, 둘러보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석모도를 나서기 전 동남쪽 바닷가에 펼쳐진 칠면초 군락지도 둘러볼 만하다. 잿빛 갯벌을 뒤덮은 붉은 물결이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갯벌이 단단해 칠면초 사이를 거닐 수 있다. 파고라 아래 벤치에 앉아 겨울 풍경을 보며 잠시 쉬기도 적당하다. 이곳에서 석모대교까지 자동차로 10분쯤 걸린다.


아이들이 있다면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를 코스에 넣어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청동기시대 고인돌 유적과 강화역사박물관, 강화자연사박물관을 두루 관람할 수 있다. 부근리 지석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탁자식 고인돌로, 덮개돌 무게만 50t이 넘는다. 강화역사박물관에 고인돌을 세우는 과정을 실감 나게 설명한 디오라마가 있다.

지석묘

햇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 장화리 일몰 조망지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강화도에서 이름난 일몰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붉게 번져가는 노을과 출렁이는 파도가 어우러져 역동적이다.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여행을 마무리하기 좋은 장소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강화 부근리 지석묘→석모도수목원→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화 부근리 지석묘→강화역사박물관→강화자연사박물관→보문사→석모도미네랄온천
둘째 날: 함상공원→도비도→왜목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강화군 문화관광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
- 보문사 www.bomunsa.me
- 석모도미네랄온천 www.ghss.or.kr/user/facilities/tour/sukmo.do
- 강화역사박물관 www.gang hwa.go.kr/open_content/museum_history
- 강화자연사박물관 www.ganghwa.go.kr/open_content/museum_natural  

문의 전화
-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124
- 보문사 032)933-8271
- 석모도미네랄온천 032)930-7051
- 석모도수목원 032)932-5432
- 강화역사박물관 032)934-7887
- 강화자연사박물관 032)930-7090

대중교통
[버스] 신촌-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 지하철 2호선 신촌역 4번 출구 정류장에서 3000번 버스 18분 간격 운행, 약 2시간 소요.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31B번 지선버스 이용, 보문사 정류장 하차, 보문사까지 도보 약 2분.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31B번 지선버스 이용, 석모도미네랄온천 정류장 하차, 석모도미네랄온천까지 도보 약 5분.
*문의: 강화군교통정보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guide/bus_urban.jsp

자가운전
올림픽대로 김포 방면→누산교차로에서 강화 방면 오른쪽→마송지하차도에서 강화 방면 지하차도 진입→10.7㎞ 이동, 교동·인화 방면 오른쪽→8.3㎞ 이동, 부근교차로에서 석모도 방면 좌회전→360m 이동, 부근삼거리에서 우회전→5.7㎞ 이동, 보문사 방면 우회전→2.9㎞ 이동, 오상리 입구에서 우회전→4.7㎞ 이동, 석모대교 방면 좌회전→500m 이동, 석모대교 방면 회전교차로에서 2시 방향→1.5㎞ 이동, 석모도자연휴양림 방면 회전교차로에서 4시 방향→3.1㎞ 이동, 석모교삼거리에서 보문사 방면 좌회전→1.7㎞ 이동, 매음리 방면 좌회전→3.5㎞ 이동, 보문사 방면 좌회전(좌회전 직전 석모도미네랄온천)→보문사

숙박 정보
- 라르고빌리조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화도면 해안남로2845번길, 032)555-8868
- 옛날에금잔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내가면 강화서로225번길, 070-8262-6731
- 노을내리는 아름다운집(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삼산면 삼산남로, 010-8505-9160
- 호텔 에버리치: 강화읍 화성길, 032)934-1688
- 프레시아 호텔: 길상면 전등사로, 032)937-6826
- 라미르리조트 풀빌라&글램핑: 삼산면 삼산북로, 032)934-8200

식당 정보
- 춘하추동(밴댕이무침·꽃게탕): 삼산면 삼산남로, 032)932-3584, http://석모도춘하추동.com
- 뜰안에정원(간장게장): 삼산면 삼산남로, 032)932-3071
- 강화손칼국수 본점(바지락칼국수): 양도면 강화남로, 032)937-8707
- 별천지(밴댕이무침·병어조림): 삼산면 어류정길212번길, 032)932-9936

주변 볼거리
석모도자연휴양림, 상주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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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