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등친' 농업용 드론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2.01.25 00:00:00
  • 호수 1359호
  • 댓글 0개

애물단지 들고 논밭만 멍하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땐 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농민들이 농사 일을 편하게 하고자 고가의 농업용 드론을 구매했지만 비용이 비싼 데다 사후처리 서비스도 원활하지 않아 피해 목소리가 늘고 있다.

드론 활용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드론이 제일 처음 쓰인 군사용 무기에서부터 건설, 에너지, 물류, 재난 구조, 교통 관측, 과학 연구, 농업, 환경 오염물 제거, 촬영, 취재, 취미 등 각종 분야로 활동 영역이 사실상 무한대로 넓어졌다.

파종 농약
일손 해소

최근 농촌의 인력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을 해소하고 농업환경을 크게 개선하고자 농업용 드론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전문기업인 DJIsms도 농업용 드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다국적 회계 감사 기업 PWC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드론 시장의 25%를 농업용 드론이 차지한다. 오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육박하면 식품 소비량이 늘면서 농업 생산성 유지를 위해 드론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용 드론으로 한 자리에 앉아서 3D 매핑을 통한 토양 상태 측정부터 파종·농약 등 살포, 작물 모니터링, 생육 상태 파악 등이 가능하다.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농현장에는 드론을 통해 인력난 해소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벼농사의 경우 이미 농약살포에 드론을 활용해 농업인이 농약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고 작업 능률도 향상시키고 있다.

드론을 이용하면 논 위를 2~3m 높이로 낮게 날면서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바람(하향풍)을 이용해 약제가 벼 아랫부분까지 골고루 침투가 가능해 방제효과가 높다. 

일반 유인 항공방제의 경우 광범위한 면적을 대상으로 하고 살포 고도가 높아 주변 지역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드론 방제는 낮은 고도에서 목표 지역만 집중적으로 살포할 수 있어 항공방제의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표 말 믿고 1964만원 선입금
구입 후 환불 요구에 묵묵부답

트랙터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력체에 다양한 부착기구를 붙여 트랙터를 다양한 농작업에 활용하는 것처럼 드론도 추진체 역할을 하는 본체에 다양한 임무장비(RS 카메라, 방제 장치, 파종 장치, 조수 퇴치 장치)를 붙이면 농업적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하지만 트랙터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트랙터의 등장으로 생긴 관련 문제도 많다. 트랙터의 고장·사고, 구매를 위한 고액의 부채, 토질의 압축 등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장벽들이 농업인 앞에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가축과 달리 분뇨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비료를 농장 밖에서 구매하게 돼 농장 내 자원순환을 단절시키기는 결과도 초래했다.

최근 광주에서 농업용 드론 구매를 위해 거액의 돈을 입금했지만 드론을 받지도 못하고 환불처리도 되지 않아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광주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 지난해 3월 농업용 드론 구입을 고민했다. A씨는 농업용 드론 조종 자격증(1종) 취득을 위해 광주 소재의 교육기관인 아시아항공드론 교육원(이하 교육원)을 방문했다. 


A씨는 교육원 대표와 면담하면서 교육 비용과 이수 시간에 대해 문의했다. A씨는 “국토교통부가 지정해준 전문교육기관에서 300만원짜리 드론을 구입할 경우 교육비를 50% 할인해준다는 말을 믿었다. 또 교육을 20시간 모두 채워야 필기시험이 면제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약 두 달 뒤 A씨는 사전에 구입하기로 한 T16 모델에서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T20 모델을 주문했다. 해당 모델은 중량이 25㎏가 초과돼 항공안전기술원에서 안전성 인증검사가 필요했다. 

A씨는 “(교육원)대표는 방제할 수 있는 기간인 ‘7~8월에 드론을 받으려면 계약금을 얼른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과도한
수리비용

A씨는 교육원 계좌로 1964만원을 입금했지만 이후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A씨가 지인을 통해 해당 교육원에선 드론을 받지 못하거나 교육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교육원에서 들었던 내용과 달리 드론 수입 업체와 교육원은 계약한 사실이 없다는 게 드러났고 거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게 됐다. 이후 계약금 환불 진행 요청을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교육원 대표는 거짓말을 계속하며 시간을 보냈고 결국 광주 광산경찰서에 신고했다. 또 추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다고도 했다.

교육원 대표는 “A씨가 기체를 산다고 해서 교육비를 할인해 준다고 한 것”이라며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당시 회사가 좀 어려워서 선입금을 요구했고 A씨가 이를 이행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원이 (재정적으로)어렵다 보니 기체 납품을 못하게 됐다. 우리가 발주해야 하는데 회사가 어려워 발주를 못했다. A씨가 조금만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리지 못해서 이렇게까지 된 것이다. 현재 신용거래정보로 넘어간 상황이고 한 달 안으로 환불 처리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A씨는 자신이 본 금전적 피해를 드론 관련 카페에 게시했고 게시글에는 “판매 사기를 하거나 판매 후에도 사후 관리가 잘 안되는 업체를 공유할 수 있는 글이 많아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동” 등 상당수 위로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고령
핸들링 미숙

과거 농업용 드론은 농민들에게 애물단지가 되기도 했다. 경북 시군이 임대용으로 사들인 농업용 드론의 경우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도 잦았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에서 기계 조작 미숙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군은 지난 2017년 2억100만원을 투입해 방역 약제 약 8ℓ가 탑재되는 임대용 드론 7대와 장비 등을 구입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농가에서 방역을 위해 드론을 임대한 횟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심지어 예천에는 공군 비행장이 있어 비행이 제한되는 구역이 많고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승인 절차까지 필요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인근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봉화군은 2018년 12월 약 2000만원을 들여 농업용(임대용) 드론 1대를 구입했지만 단 한 차례도 임대해간 농가가 없었다.

봉화군에 있는 민간단체 ‘블루스카이’가 군의 위탁을 받아 지역주민 11명에게 자격증반 위탁교육을 한 게 활용 사례의 전부다. 찾는 이가 없다 보니 농업용 드론 대부분은 시군 농기계임대사업소 창고에 그대로 방치돼있다. 작은 프로펠러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드론은 조작 시 충분한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기계로 꼽힌다.

드론이 워낙 고가다 보니 보험에 가입돼있더라도 사고 시 사용자가 내야 할 자부담금도 만만치 않다. 대당 2000만원을 호가하는 드론을 빌려 쓰다 추락이라도 하면 농민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배터리 문제…고작 10~15분 비행
조작미숙으로 타작물 피해 주기도


일각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방제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 방제는 전문가가 아니면 집중적인 농약 살포가 어렵고 대량살포를 하려면 차라리 무인헬기 등 다른 장비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농업용 드론이 활용이 저조한 이유로 배터리 용량 부족에 따른 비행 시간 제한도 꼽힌다.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살포기, 파종기 등을 부착한 드론이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15분이다. 드론 구매 비용도 부담이다. 농업용 드론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이르는 데다 고장 시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농가에서 자체 도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드론 방제 시 농약이 날아가 인접 포장 및 타작물에 피해를 주는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또 조작 미숙으로 다치거나 정밀한 작업을 하지 못해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드론 활용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민원 및 문제점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개선, 기술·매뉴얼 개발, 교육 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농민은 “이번에 보조로 받은 농업용 드론이 바람과 기후에 따라 배터리 사용시간이 다르고 방역에 사용되는 시간이 적어 농지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용 시간은 적고 충전 시간은 길어 방제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날 잡고 방역을 하기 위해 인근 영동군의 농가에서 배터리를 빌려와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도 수명 기간과 충전 횟수가 있어 빌려오기 미안한 마음에 배터리를 추가 구매하려 했는데 제일 저렴한 가격이 50만원으로 책정돼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농가들 입장에선 구매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드론 구매 전에 업체가 사용시간 등을 농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추가 구매 같은 민원 내용은 제기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후처리
나몰라라

드론을 실제 사용을 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사용시간 문제보단 방역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과수 등의 농장 시설물의 경우 그물로 가지를 고정하고 있어 그물에 걸릴 위험이 있는 드론은 사용자체가 어려워 과수보단 벼농사 같은 걸림이 적은 농사에만 적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9d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