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로트번호 괴담' 소문과 진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1.17 15:52:52
  • 호수 1358호
  • 댓글 1개

부작용 백신 미리 알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웹사이트에서는 “내가 맞은 코로나 백신 로트번호(Lot Number)로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백신 로트번호에 따른 부작용에는 사망자 수, 피로감, 가슴 두근거림, 호흡 정지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게시글을 확인한 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작용이 많은 백신 유통을 막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반면, 해당 자료에 대한 정확한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26일부터로, 현재는 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난 사람에게 3차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3차 접종자는 3000만명이 넘었다. 백신 접종이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면역력이 약한 65세 미만의 요양시설 노인과 종사자 27만2000명이다.

출처 미확인

이들을 시작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됐고, 정부는 코로나 백신으로 지난해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148만명에 달하는 얀센 접종자들의 돌파감염 비율 상승과 접종자 다수가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청장년층 감염을 막고자 2차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 횟수가 늘어갈수록 단순한 팔 통증부터 시작해 심근염 등의 심각한 부작용까지 언급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지난해 6월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후 가슴 통증, 숨 가쁨,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떨리거나 두근거림이 있으면 곧장 병원을 가라”고 권고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화이자·모더나 백신 3억회분을 접종한 뒤 심장질환에 대한 신고가 1200여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는 생산 과정의 문제로 동일한 로트번호의 백신을 전량 폐기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질병관리청이 주관한 코로나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접종 10만건당 이상반응 의심 신고는 403.2건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병과 백신과의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상반응 신고 접수가 불가능하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느낀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은 백신에 대한 불안감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 백신은 로트번호(Lot Number) 검색으로 백신의 부작용과 부작용이 없는 백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제조번호에 죽음의 리스트 존재?
화이자-모더나 일본-미국 데이터?

여기서 말하는 백신 로트번호란 같은 재료를 써서 제품 특성이 동일하다고 여겨지는 제품에 주어지는 번호다.

‘코로나 백신 로트 번호 부작용’(이하 기록)은 총 56개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로트번호가 설명돼있고 백신의 부작용에 관해 자세하게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제조번호 죽음의 리스트’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기록은 화이자와 모더나, 일본과 미국의 데이터로 나뉘었다. 화이자는 모더나에 비해 부작용이 3배가량 많이 적혀 있다. 모든 로트번호에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록에는 ‘부작용 데이터가 적음’도 종종 눈에 띄지만 ‘다수 사망’의 기록도 있다.

먼저 기록에는 화이자 백신 로트번호 EK9231은 화이자 백신 중 가장 유해하다고 표현한다. 미국의 데이터로 3800건의 부작용 사례가 있다.

EN6201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화이자 백신이다. ET2173은 다수 사망, ET9096은 매우 위험한 번호로 발열, 두통, 혈압증가, 피로, 메스꺼움, 아나필락시스 등의 부작용이 기록돼있다. 

모더나 백신의 로트번호를 살펴보면, 3003607은 207건의 피로, 근육통, 두통, 메스꺼움 등이라고 적혀 있다. 3002338은 부작용 데이터가 적지만, 3004734는 미국에서 16건 일본에서 26건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써 있다.

백신의 로트번호는 질병관리청 쿠브(COOV) 앱에서 확인 가능하다. 쿠브에 접속해서 코로나 예방접종 증명서로 들어간 뒤 상세보기를 클릭하면 로트번호가 나온다.  

인터넷에서 이를 확인한 사람들은 ‘완벽하게 정확하진 않더라도 알아둬서 나쁠 것 없다’ ‘부작용이 정확하게 맞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로트번호라는데 부작용은 없었다’ ‘신기하면서도 무섭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왜 로트번호가 없는지 궁금하다’ ‘3차 백신은 절대 맞으면 안 된다. 생체실험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록 담아?

해당 자료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요시사>는 식약청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해당 기록에 대해서 백신으로 개발도상국에 전염병을 막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는 “연구소에서 관리하고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백신 로트번호에 관해 안 워텔(Ahn Wartel) 국제백신연구소 백신 임상개발 및 규제 부서 사무차장은 “사용이 허가된 모든 백신은 약물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추적한다”며 “약물을 추적하는 데 용이하도록 약물 병에 로트번호가 있다. 이를 통해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 안정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추가 조사한다”고 답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까다로운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

 

코로나 백신을 맞은 뒤 건강 이상을 겪는 사람은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를 받을 수 있지만,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인정받는 것이 힘들다.


방역패스 예외 확인서는 코로나 예방접종 후 중대한 이상반응자(아나필락시스 등), 면역결핍, 항암제·면역치료제 투여, 코로나 백신 구성물질에 중증 알레르기 발생 이력이 있어야 발급 가능하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예외 확인서’를 받급받으려면 보건소에 의료기관에서 받은 진단서를 신분증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백신 미접종자들은 백신 접종 후 통증 악화가 우려된다는 의사 소견서를 들고 보건소로 찾아갔지만 방역패스 예외 대상자가 아니라며 거절당했다.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이 나타났는데도 예외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20대 서모씨는 지난해 7월 화이자 1차 접종 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붓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병원에서는 백신 부작용으로 보인다며 2차 접종 예약까지 취소시켰지만 방역 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 방역패스 예외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모씨는 “의사 선생님이 부작용으로 호흡 곤란이 올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패스 예외자 등록이 안 되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접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