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스타PD 김영희 “이재명은 유재석 윤석열은 강호동”

김영희가 본 예능판과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본부장급 회의에 그동안 여의도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이 참석했다. 어딘가 친숙하면서 어딘가 어색해 보이기도 한 그는 ‘쌀집 아저씨’로 널리 알려진 김영희 PD였다.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줄 알았던 그가 무슨 일로 민주당 간부회의에 참석해있을까. 그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일요시사>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소통본부가 꾸려진 용산빌딩에 낯이 익은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기자님이신가요? 반갑습니다.” 그의 악수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언론사에서 정치권으로 넘어온 지 고작 1개월. 정치인과 정치부 기자가 즐비한 여의도에서 ‘민주당 김영희’는 아직 적응 중이었다. 

키워드는 
소통이다

인사 후 건네받은 그의 명함에는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본부장 김영희’라고 적혀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MBC 콘텐츠총괄 부사장이었던 그가 어떤 연유로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위원회의 홍보소통본부장직을 맡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정치권이 김 본부장을 영입하려는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가 처음 정치권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25년 전이다. 지금은 정치인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일상화된 시대지만, 1996년도만 해도 정치와 예능은 철저히 분리돼있었다.

정치권에서 예능을 보는 시선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정치인들에게 예능은 그저 ‘웃음거리’였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싶어 했다. 정치와 예능은 모두 국민을 즐겁게 해주는 게 목표인데, 왜 굳이 격을 나눠야 하냐는 생각이었다. ‘정치인은 예능에 출연하면 안 된다’는 편견을 한 방에 깨기 위해서는 거물 정치인의 출연이 필요했다.

거물 정치인 여럿을 캐스팅 물망에 올려놓고 있었던 김 본부장이 고심 끝에 선택한 사람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방송 출연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과거 정부들로부터 꾸준히 미움을 받아온 존재기도 했고, 북한 내통설 루머가 퍼져 이른바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인물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장애물들은 김 전 대통령을 섭외가 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들어놨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오히려 그런 점에 그가 더 끌렸다고 했다. 편견을 깨려면 베일에 감춰진 김 전 대통령만한 인물이 출연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김 본부장은 결국 실행에 옮겼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국민들은 김 본부장의 시도 덕분에 김 전 대통령의 소탈한 모습, 유머 있는 모습 등 동네 아저씨 같은 면모를 볼 수 있었고, 그동안 그에게 쌓여있던 오해를 한 방에 풀 수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시청률 40%가 넘으며 대중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방송이 나가고 김 전 대통령이 저를 따로 불렀어요. 같이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 자리에서 저에게 ‘김 PD 너무 고맙소’ 하더군요. 30년간 정치하면서 근엄한 표정, 정치하는 표정, 어디 잡혀 가는 모습만 뉴스에 보도됐지 당신의 웃는 얼굴이 TV로 송출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해요.”

김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 번의 예능 출연으로 확 바뀐 것을 보고, 정계는 분주해졌다. ‘김영희 영입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DJ의 예능 출연 이후 홍보의 중요성은 더 부각됐고,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통한 이미지 쇄신은 선거운동의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김 본부장이 전문가’라는 소문도 함께 퍼졌다. 선거철마다 그의 전화기는 정치권의 영입 제안으로 울려대기 바빴다.

국힘 먼저 제안
민주가 더 원해

그러나, 그는 그간 단 한 번도 영입 제안을 수락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정치권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DJ정부 때부터 정치권에서 제안을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에요. 노무현정부, 박근혜정부 등 꾸준히 러브콜을 받았지만 다 거절했어요.(정치에)전혀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도 그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지난달 몇몇 언론이 “국민의힘, 김영희 PD 영입 위해 노력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를 접한 그의 주변인들은 ‘또 시작이군’이라고 반응했다고 전해진다. 정치권의 이 같은 시도가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때마다 김 본부장이 거절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일 김 본부장은 그들의 예상을 깨고 민주당에 합류했다. 정치권에 관심이 없다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이유에서 러브콜을 거절하지 못한 걸까. 그는 이번 대선이 특별한 선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삶을 바꿀 중요한 선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년은 21세기형 정부가 들어서는 해라고 생각해요”라며 “그동안은 20세기형 정부와 20세기형 정치가 주를 이뤄왔다면, 지금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서 새로운 정치가 열리는 시대에요. 거기에 일조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죠.”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진심이 통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먼저 제안이 왔던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저는 민주당 쪽에서 저를 더 절실하게 원한다고 느꼈어요. 민주당 쪽 인사들이 저를 영입하기 위해 계속 찾아왔고, 어느 날은 송영길 대표께서 직접 찾아와 제 집 앞에서 몇 시간째 기다렸어요.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떻게 마음이 안 움직일 수 있겠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돈도 권력도 아닌 진심이에요.”

둘은 이날 근처 호프집으로 가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번 대선에 함께 일할 것을 논의했다. 후에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도 술자리를 가지며 셋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후보와 시간을 보낸 후, 김 본부장은 민주당에 합류할 마음을 더욱 굳혔다.

이 후보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습을 대중에 전달하는 게 내 일이겠다’고 생각했다. 

쌀집아저씨! 왜 거기 있어요? 
DJ정부 때부터 정치권 러브콜
거절하다 이 후보 진심에 결심


“실제로 만나보니 그간의 이미지와 딴판이었어요. 미디어에 비춰지는 모습은 강하고 센 이미지였는데, 실제 만난 이 후보님은 굉장히 소탈하고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그동안 왜 이런 모습이 대중에게 보여지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죠.”

이 후보는 실제로 대중들에게 ‘타협 없는’ ‘강한’ ‘불도저형’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 사람들 뇌리에 그가 계곡 불법 시설물 철거를 강행하던 모습, 토론회에서 자극적인 말을 뱉던 모습, 각종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던 모습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이때마다 쌓여온 오해들을 자신이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때처럼 말이다. “자신 있어요. 후보에 대한 강한 믿음도 있고, 이것을 어떻게 전달하겠다라는 전략도 제 머릿속에 있어요.”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예능 MC에 비유해 달라는 요청에 김 본부장은 단번에 ‘유재석’과 ‘강호동’을 떠올렸다. “이 후보님은 유재석씨에 가까워요. 이 후보님이 스마트하고 용모 준수하시잖아요?(웃음) 그리고, 말도 굉장히 잘하셔요. 자신의 생각을 언변으로 잘 표현한다는 점이 유재석씨와 많이 닮아 있어요. 성격도 알려진 것과 달리 굉장히 유하시다”라며 “또 유머감각이 생각보다 뛰어나시더라고요. 제가 예능 PD인데 저를 웃기더라니까요?”

PD의 눈으로도 이 후보를 평가했다.

“제가 연출한 프로그램 중 하나에 이 후보님을 출연시킬 기회가 생긴다면 <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이 적당할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이 시각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각막을 이식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이 후보님이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굉장히 많으셔요. 실제로 약자를 위한 변호사를 하셨고. 해당 프로그램에는 주로 소외된 계층이 주인공으로 많이 나왔어요. 아마 거기에 출연하셨다면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고 공감하며 프로그램을 이끄셨을 거에요.”


“자신 있다”
강한 믿음

윤 후보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윤 후보님은 강호동씨와 흡사하셔요. 의리 있고 저돌적인 모습, 그리고 보스 기질 있는 모습 등이 강호동씨를 많이 떠올리게 해요. 풍채도 좋으시고”라며 “유재석 닮은 이재명과 강호동 닮은 윤석열의 대결이랄까요?(웃음) 대선이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할 거에요.”

그는 PD로서 두 MC와 일하는 것을 모두 좋아하듯이 유권자로서도 두 후보 모두를 좋아한다고 했다. 

“윤 후보님도 장점이 있고, 도와드릴 마음이 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후보님이 대통령으로서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되어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힘써주실 분들이에요. 두 분의 성향이 완전히 다른 건 사실이에요. 유재석씨와 강호동씨도 사실 성향이 다르거든요? 그럼에도 둘이 친한 사이가 됐듯이 두 분도 마음을 열고 서로를 대하면 친구가 될 수 있을만한 분들이죠.”

김 본부장은 PD로 일할 당시 유독 최초로 시도한 일이 많았다. 최초로 예능프로그램에 자막을 도입했고, 최초로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연출하기도 했다. <눈을 떠요> 같은 장기 이식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것도 그였다.

최초의 시도들은 늘 대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새로운 시도 이면에는 항상 반대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의 경우를 겪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치열한 홍보전 이번엔 내가 있다”
“이재명 소탈한 모습 그대로 전달”

“<나는 가수다>나 <느낌표>를 기획해 (상부의)결재를 받았던 때가 생각나요. 반대와 다른 의견들을 수렴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힘을 내보려고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린 그는 “제가 일하던 방식과 여기(정치권)의 방식이 많이 달라요. 여기는 수십 군데의 채널을 소통하고 설득시킨 다음에 일을 진행해야 해요. 아무래도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니까 같은 건에 대해서도 결재를 여러 번 받아 진행하더라고요. 마치 촘촘한 그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기분이랄까. 지금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요. 실제로 딴죽도 많이 걸리고(웃음), 너무 복잡해요.”

그는 최근 기획한 제작물이 연기된 일을 한 예로 들었다. 

“<오징어 게임> 패러디물을 제작하려 했어요. 이 후보와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후보팀’과 일반인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팀’이 대결하는 구도로 행하려 했는데, 코로나19 시기라고 조금 미루자고 하더라고요. 미뤄진 게 저는 너무 아쉬워요. 대선까지의 시간이 80일도 안 남았잖아요. 더 미뤄지다가 결국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요.”

해당 프로그램은 양 팀이 국회 운동장에 모여 줄다리기, 구슬치기를 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미뤄진 일정에 맞춰 해당 영상은 이달 말쯤에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거리두기 격상 방침에 따라 올해 안에 공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고충 이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오던 사람이 정치권의 일을 하는 것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었다. 이른바 ‘미움 받을 용기’다. 그래서 “정치권에 들어오고 비난이 많지 않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말도 마세요. 이런 거센 비난은 처음 들어본다니까요. 제가 PD로 있을 때는 국민의 90%가 저를 좋아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여기(민주당)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니까 전 국민의 50%가 저를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악플은 말도 못하고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 각종 비난을 들었어요. 뭐 예상했던 거였지만 막상 겪으니까 힘들더라고요.”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잘라 말했다.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저는 딱 3개월만 욕먹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려고요.(웃음) 정치색이 강해지기 전에 이 후보님 당선에 일조하고 방송국으로 돌아가려 해요. 앞으로도 정계에 돌아올 생각은 없어요.”

정치 계속?
“딱 3개월만”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승을 거둔 바 있다. 이를 두고 정계 전문가들은 홍보전에서의 승리가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이번엔 우리가 홍보전에서 압승할 거예요. 그땐 제가 없었고, 이번엔 제가 있잖아요. 저는 황금 시간대의 시청률 경쟁에서 항상 승리해온 사람이에요. 이번엔 다를 겁니다”라고 말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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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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