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사극 열풍' 속으로…

전파 타면 장타 ‘방송사 구세주’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사극이 방송사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멜로나 학원물, 장르물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지만, 끊임없이 실패하다 못해 OTT 플랫폼에 주도권을 내줬다. 그런 가운데 방송사들은 사극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익숙한 소재를 트렌드에 맞게 변형을 준 점이 사극 열풍의 요인으로 점쳐진다. 

올 하반기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키워드는 단연 사극이다. 전반적인 드라마 시청률이 저조했던 상반기와 달리, 방송사마다 내놓는 사극들이 잇달아 히트하며 드라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드 플랫폼
방송사 활기

최근 시청자의 주도권은 OTT로 완전히 넘어간 모양새였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마이 네임>과 <지옥>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쳤으며, 신진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의 <어느날>과 웨이브(wavve)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등 신선하고 트렌디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 사이 방송사는 올드 플랫폼으로 전락했다. 2040의 젊은 층 대다수는 OTT 플랫폼으로 자유롭게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시청률 무용론’이 나오고 있으며, 올드 플랫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청률 집계는 점점 의미가 퇴색됐다.

위기의 지상파가 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를 타개한 건 사극이다. MBC 드라마국의 위상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 3일 방송분 시청률이 10.2%(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MBC가 드라마로 10%를 넘긴 작품은 <나쁜형사>로 2018년 12월4일 방영분이 10.6%를 기록했는데,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무려 3년만에 마의 10%를 넘긴 것. 

<옷소매 붉은 끝동>은 궁녀 성덕임(이세영 분)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 이산(이준호 분)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다룬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옷소매> <연모> <이방원> 넘긴 ‘마의 10%’
방송사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사극의 계보’

이산과 의빈 성씨의 이야기는 MBC <이산>을 비롯해 다큐멘터리나 역사 방송에서도 다뤄진 소재지만, 성덕임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멜로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서사가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적으로 보면 일과 사랑에 있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여성의 모습에 다수의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KBS2의 <연모> 역시 침체기를 겪는 KBS를 살리는 드라마다. 남장여자 콘셉트를 가져온 <연모>는 쌍둥이 여아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버려진 아이가 세손인 오라비의 죽음을 대신하면서 남장 세자가 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진짜 성별을 숨긴 채 만들어지는 로맨스가 애틋함과 더불어 언제 정체가 탄로 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만든다. 

이세영과 박은빈 등 젊은 여배우들이 원톱 주연에 가까운 롤을 훌륭히 수행하면서 인기는 점점 치솟고 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송혜교와 맞붙은 상황에서 일궈낸 결과여서 더 유의미하다.


두 드라마는 조연들의 호연까지 시너지를 내면서 올 연말 최고의 관심작으로 대두되는 중이다. MBC와 KBS2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최신작이라는 점에서 연말 연기대상에서 싹쓸이 수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돌아온
전성기

한 방송 관계자는 “<옷소매 붉은 끝동>이나 <연모>는 기대 이상으로 높은 성적을 거둔 고마운 작품이라 분명한 보상이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며 “박은빈의 경우에는 대상도 받을만하다”고 내다봤다.

사극이 지상파의 해답이라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을 무렵 KBS1에서는 오랫동안 묵혀두고 있었던 정통 사극을 부활시켰다. 이미 수많은 드라마에서 활용된 태종 이방원의 삶을 그린 <태종 이방원>이다. 

<태종 이방원>은 첫 회 시청률 8.7%로 순조로운 출발을 한 뒤 단 2회 만에 9.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10%는 손쉽게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시청률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두 대변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KBS 대하드라마에 대한 갈증이 깊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태종 이방원>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 사극이 지상파를 살릴 마지막 보루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권력을 잡기 위해 혈육을 죽이는 등 형제의 난을 거쳐 왕위에 오를 뿐 아니라, 아버지 이성계와 끊임없이 갈등을 이어나간다.

신하들을 막강한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대목, 세자를 위해 아내의 동생들을 참수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이방원의 이야기는 요즘 같은 대선 정국에서는 시선을 확 잡아끈다. 

후반부에는 이방원의 아내 민씨(박진희 분)와 계모 강씨(예지원 분)의 막후 활약도 드러날 전망이라 <태종 이방원>이 가진 기대감은 매우 높다. 강씨는 타고난 정치 감각과 결단력으로 조선의 초대 왕비가 되는 인물이고, 민씨는 이방원을 왕으로 만드는 여장부다.

스토리 변주
다양한 기록

다른 채널에서도 사극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배우로 전향한 소녀시대 유리가 주연을 맡은 MBN <보쌈 - 운명을 훔치다>는 MBN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인 9.75%를 기록하며, 방송사의 역사를 다시 썼다. 

판타지 사극 SBS <홍천기>는 마지막 회가 10%를 넘기며 종영했을 뿐 아니라 판타지 사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tvN <어사와 조이>는 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마니아 층을 확보하며 드라마 팬들에게는 호평을 받고 있다. 

사극 장르만 보면 타석에 설 때마다 최소 안타에서 장타를 꾸준히 치고 있던 셈이다. 2021년만 봤을 때 실패한 사극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가운데 지상파는 또 하나의 사극을 내놓는다. <연모> 차기작 역시 사극이다. 배우 유승호와 이혜리의 신작 <꽃 피면 달 생각하고>다. 금주령이 내려진 조선 시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과 술을 빚어 인생을 바꿔보려는 밀주꾼 여인의 추격 로맨스다.

다른 작품에서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는 금주령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시청자의 기대를 받고 있다. 궁중 사극이 아닌 서민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후에도 KBS2는 판타지 사극 <붉은 단심>을 방영할 예정이며, tvN도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한 <청춘이여 월담하라>를 제작한다.

OTT에 넘어간 주도권 다시 되찾나
너무 같은 소재…게으른 기획 오점

이처럼 렌즈를 어디에 갔다 대느냐에 따라 충분히 새로운 소재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이 사극의 강점으로 꼽힌다. 사극이 지상파 부활이 화두가 된 이유는 익숙한 스토리에서 변주하기 좋은 소재가 다양해서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인물도 많을 뿐 아니라 실록과 야사 등 해당 사건에 대한 기록도 많아 영상화했을 때 보여주기 좋은 이야기가 많다. 

아울러 PPL이 없어 최근 시청자들이 불을 켜고 찾고 있는 PPL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동북공정을 내세운 중국식 역사관이나 뉴라이트의 친일 사관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역사 왜곡 논란도 피해간다. 특히 조선의 경우에는 해당 논란과는 거리가 있고, 대부분 소재를 어떻게 해석할지 분분해 논란을 벗어나기에도 용이하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부분 작품이 기시감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색다른 소재를 잡을 수 있음에도, 기획 단계부터 너무 게으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태종 이방원>의 이방원에 대한 소재는 KBS1 <용의 눈물>이나 KB1 <정도전>, SBS <육룡이 나르샤>와 겹치며,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산>과 일맥상통한다. <연모>는 KBS2 <성균관 스캔들>이나 <구르미 그린 달빛>이 떠오른다. 유사한 소재와 설정을 다시 재현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

현재적인 관점에서 변형을 주고 있지만, 익숙한 것을 또 보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특히 정통 사극인 <태종 이방원>은 오래전에 방영된 <용의 눈물>과 장르적 특성이나, 인물의 구도 등이 너무 일치해 베끼어 썼다고 해도 무방하다. 

경험
노하우

한 방송 관계자는 “사극이 인기가 있는 점에는 익숙한 스토리가 한몫할 것이다. 이미 성공사례가 있는 소재를 갖고 오는 것은 좋으나 현대적인 재구성은 꼭 필요하다. 사극이 인기 있다고 해서 게으른 행태를 보이면 마지막 보루마저 사라질 것”이라며 “OTT가 장르물은 더 뛰어날지라도, 사극의 전통만큼은 지상파가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사극으로서 과거의 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 것에 고무적인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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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