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그렇게 떠나간 조동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2.06 14:46:16
  • 호수 13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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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도 꼭…출발부터 삐걱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의 외부 ‘인재 영입 1호’ 인사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30대 워킹맘으로 화제가 된 조동연 서경대학교 교수가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지 이틀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숱한 의혹 제기를 버티지 못한 조 교수는 결국 짐을 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인재 영입 1호였던 조동연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이다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항공우주계
“누구냐 넌”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지난 3일 “조 교수가 아침에 전화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제발 아이들에 대한 공격은 멈춰달라 전해왔다”면서도 일부 언론을 통한 조 교수 가족에 대한 신상이 유포되는 데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전날 조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짊어지고 갈 테니 죄 없는 가족들은 그만 힘들게 해달라”며 “그간 진심으로 감사했고 죄송하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누굴 원망하고 탓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다는 것도 잘 안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중심을 잡았는데, 이번에는 진심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것이 아닌 조 교수와 페이스북상 ‘친구’ 관계인 사람만 보이도록 처리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교수는 자신의 사생활 의혹을 인정한 후 잠적에 들어갔고 민주당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조 교수를 찾아낸 경찰 관계자는 “실종 신고를 받고 조 교수 자택으로 출동했고, 집에 안전하게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철수했다”며 “수색 방법과 투입 인원 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제20대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거대 양당은 외부 인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방·과학 전문가인 조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국민의힘도 스트류커바 디나 라파보 대표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양당이 최근 영입한 외부 인사는 여성들로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들로 여야 모두 ‘젊은 여성층’을 잡기 위한 포석이었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선후보는 민주당 영입 발표식에서 “조 교수는 우주항공 분야의 전문가”라며 “우리는 앞으로 성장하는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그 핵심은 미래 산업인데 그 중심에 항공우주 산업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제가 페이스북 본인 소개 글을 읽어봤는데 ‘조금이라도 나누며 살기’라는 표현을 해놨더라”면서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의 사람을 잊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나누며 살기를 실천하려 노력하시는 점에 대해 저 역시 많은 공감이 갔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조 교수에게 “민주당의 뉴페이스가 돼주시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캠프 영입 1호 우주 전문가 
임명 이틀 만에 자진 사퇴

민주당은 조 교수에 대해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지만 ‘항공우주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우주에 관한 서적을 출간한 바 있는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를 보고 우주에 관련된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KBS에 출연한 조씨는 “통상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이 육군 장교가 어떻게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느냐”라고 언급했다. 그는 “육군 정책실에 근무하면서 ‘육군 비전 2050 개념안’을 작성했다”며 “30년 후에 대한민국 육군이 어떤 방향을 보고 뭘 준비해야 되는지 방향성을 고민하는 숙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일론 머스크가 참여한 토론을 봤다는 게 조 교수 설명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공군과 우주 관련 스타트업이 다 모인 행사가 열렸고, 사비를 들여 이틀간 행사에 참석했다”며 “3·4성 장군과 머스크가 참석했는데, 미래에 전쟁은 어떻게 수행하고 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생각을 2년 전부터 했으며 2년간 준비해서 책을 썼다. 혼자서 다 쓴 것은 아니며  군 관계자를 만나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교수의 이력 중 우주와 관련된 것은 고작 책 한 권 쓴 것이 전부였다. 조 교수를 두고 ‘우주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데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생겼다. 

관련학계에선 “(조 교수에 대해)전혀 모르는 분”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지난 2일 항공우주학계에 따르면 해당 업계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우주산업·국방 전문가로 발탁한 조 교수에 대해 금시초문이란 반응이 나왔다. 

우주항공 분야는 기술적 난도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연구 개발 활동과 현장경험이 있어야 전문가로 인정받는 분야다. 실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사이언스온을 통해 검색한 결과 조 교수 이름으로 낸 논문이나 보고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복무 시절
겸직 의혹

사이언스온은 논문·특허·보고서 등 과학기술정보 1억5000만건을 데이터베이스화한 국가 정보 인프라다.

지난해 육군을 전역한 조 교수는 서경대 군사학과에 임용됐으나 학생들은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과 내에서 군인 출신 교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는 대조된다. 조 교수는 채용 당시 산학협력 중점 추진 교수로 임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군사학과 소속으로 산학협력단 내 미래국방기술창업센터장을 맡고 있다. 


군 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한 육군 우주 분야 전문가는 ”육군 내부에선 현재도 우주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없다”며 “심지어 조 교수는 정보병과였고 미래혁신연구센터에서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적은 있지만 군에서 우주나 항공 분야 경력을 쌓은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주 분야 연구개발이나 현장 경력 없이 서적 1권으로 전문성을 평가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다수다. 한 연구계 관계자는 “항공우주 분야 석사 학위가 있거나 연구개발 경력 10년 이상이 있어야 전문가 그룹으로 분류된다”며 “조 교수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안민석 의원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금 그분이 30대지 않느냐”며 “전문가들 내에서도 또 진짜 전문가들이 있고, 아직 젊은 전문가들이 있는데 조금 관대한 시선으로 보고 앞으로 그분이 30~50대 전문가로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 않나. 그렇게 보면 그런 것들은 크게 개의치 않을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5년 전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 바 있다. 앞서 2016년 6월 <시사인> 리더십 포럼에 초대돼 강사로 나섰던 그는 순탄치 않았던 자신의 삶을 청년들에게 들려줬다. 

이날 조 교수는 힘들었던 시절을 공개했다. 중학생 때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학업을 그만두기를 권했고 당시 그는 수긍해야 했다. 조 교수 가족은 빚쟁이의 협박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했다.

조 교수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의기소침해졌다. 그럴수록 참고서와 문제집을 독학으로 깊이 파면서 공부에 몰두했다. 조 교수의 경제적인 상황을 알게 된 한 교사가 그에게 학비가 지원되는 고등학교를 찾아다녔다.


이혼 사유
한방에… 

해당 교사 덕분에 조 교수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우울했던 그에게 희망이 생겼고 ‘억지로라도 웃자’라는 생각으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계획을 정하고 실천하다 보니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조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든지 해보지 않으면 후회한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해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만의 인생지도를 만들고 전문성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흙수저 마케팅으로 청년들에게 어필하나 싶었지만, 강용석 변호사가 가로세로연구소을 통해 조 교수에 대한 사생활 의혹을 제기하면서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강 변호사는 “조 교수에 대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워낙 육사 출신들 사이에 알려진 내용이라 네다섯 군데를 통해 크로스체크했는데 거의 비슷하게 알고 있더라”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이와 함께 조 교수의 이혼 사유가 담긴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글을 공유했다.

민주당은 조 교수와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김진욱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조 교수와 관련한)강 변호사 페이스북 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선대위 총괄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안 의원도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강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혹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법원 사건검색을 통해 조 교수 사생활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며 “민주당은 조 교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결국 거짓 해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층 잡기·흙수저 마케팅
사생활 논란에 결국 집으로

민주당 선대위 측이 정확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법적 대응 운운하다 체면만 구긴 셈이다. 조 교수 영입이 일주일 만에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제대로 된 인사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난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조 교수는 지난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사생활로 인해서 많은 분이 불편함을 분명 느꼈을 것이고 분노를 느꼈을 텐데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사생활이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부터 좀 기울어진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양쪽 다 상처만 남은 채로 결혼생활이 깨졌다”며 “그리고 약 10년이 지났다. 개인적으로 군이라는 굉장히 좁은 집단에서 그 이후에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저 같은 사람은 20년, 30년이 지난 이후에 아이들에게 좀 더 당당하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를 허락받지 못하는 것인지, 저 같은 사람은 그 시간을 보내고도 꿈에 도전할 기회조차 허락받지 못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조 교수에 대한 논란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조 교수는 군 복무 시절 미국 법인의 한국 지부 임원을 맡았다는 기록이 확인돼 겸직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3일 미국 예일대 월드 펠로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기록된 조 교수 소개에는 그가 미국 A사의 한국지부의 임원(Director)으로 근무했으며 “한국과 그 너머 지역에서 A사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적혀있다.

조 교수는 육군 정책실에서 근무하던 2018년 예일대 월드 펠로에 선정돼 예일대 잭슨 국제문제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수학했다. 월드 펠로는 예일대가 전 세계 인재를 초청해 강연과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일대는 조 교수의 신분을 A사 한국지부 임원으로 소개했지만 당시 그는 현역 군인 신분이었다. 군인의 경우 군인복무규율에 따라 겸직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군인복무규율 제16조(영리행위 및 겸직금지)는 ‘군인은 군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거나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돼있다. 다만 직무가 ‘정치적·반사회적 또는 영리적이 아니고 겸직해도 군무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겸직이 가능하다.

A사는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영리활동을 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조 교수가 2018년 당시 해당 회사를 위해 근무한 것이 사실이라면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 될 수 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법인 설립 전 회사에 자문을 해준 것일 뿐”이라며 실제 취직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조씨에 대해 ‘전투복에 달린 예쁜 브로치’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 발언에 “군인과 전문직 여성의 명예를 훼손한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나 같은 사람
기회도 없냐”

김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된 조 교수에 대해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적절한 비유는 아닌데, 전투복 비슷한 거 입고서는 거기에 아주 예쁜 브로치 하나를 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액세서리?’라고 되묻자 김 위원장은 “액세서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이분이 지금 보기는 좋은데 그동안 대규모 조직을 운영한 경험도 없고 학자로서 자기 역량을 다 보여주신 분도 아직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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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