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이 내린 목소리 조수미

지금도 꿈꾸는 프리마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밤의 여왕 아리아>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소프라노는 한국의 조수미를 포함해 전 세계에 단 세 명뿐이라고 알려져 있다. ‘신이 내린 천상의 목소리’라고 불리는 소프라노 조수미는 최근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로써 조수미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소프라노로 우뚝 섰다.  

2017년 경북 안동에서 열린 조수미 30주년 데뷔 기념 ‘조수미 콘서트’는 관객들의 행진이 이어져 조기 매진됐다. 지난 30년간 오페라, 가곡 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세계 각국을 누비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조수미가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았다.

세계 무대로 
활발한 활동

지난 13일(한국시각)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제17회 2021 아시아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 입회식에서 조수미는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 선정됐다. 한국인이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은 조수미가 최초다.

조수미는 밀라노의 라 스칼라, 파리의 바스티유‧가르니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런던 코벤트 가든 등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을 30세 이전에 휩쓴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인’이다.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조수미는 지난 35년간의 노력으로 개인의 명예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인정받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네스코의 평화예술인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더로서 다음 35년 또한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시아 명예의 전당은 2004년 미국 시애틀을 근간으로 창립된 비영리단체다. 아시아인들이 세계 발전에 끼친 공로를 알리기 위해 매년 다양한 분야의 아시안 리더를 선정, 동시에 아시안들의 권리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각 지역에서 벌어지는 아시안들에 대한 폭력과 편견을 개선한다.

아시안 문화를 비롯해 다른 다양한 문화 간 유대감을 높여 상호 존경심과 존중을 끌어내기 위해 활동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는 소프라노 조수미뿐 아니라 미국과 인도, 자메이카, 홍콩 출신의 인물 10명이 새로 선정됐다. 

10명의 인물 가운데 예술 분야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일본계 미국인 대중음악 프로듀서 스티브 아오키, 중국계 자메이카인 기타리스트 필첸 등 3명이 포함됐다.

과거 아시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홍콩 배우 이소룡과 피겨스케이팅 선수 크리스티 야마구치, 미국 언론인 코니 정,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킴 등이 있고 한국인으로는 조수미가 최초다.

공식적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조수미는 비교적 친숙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지속적인 여러 가지 장르의 국내활동으로 대중들이 쉽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조수미는 평범한 성악가로 남기보다는 노래뿐만 아니라 의상과 세팅 등 아티스트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등 늘 새로운 음악으로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엔터테이너’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정통 성악에서 벗어낫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며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아티스트로 남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 말해왔다. 

실제 조수미는 2006년 국내 성악가 중 최초로 바로크 음반을 냈다. 또 2008년에는 스웨덴 민요를, 2010년에는 독일 가곡 앨범을, 나아가 2011년에는 스페인의 민요를 내는 등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각종 드라마의 음반 작업과 OST 작업 등에도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MBC 드라마 <허준>의 ‘불인별곡’, KBS 드라마 <명성황후>의 주제가인 ‘나 가거든’을 불러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월드컵 응원가로 유명한 ‘Champions’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전에 쓰이며 유명해졌다.   

한국인 최초 ‘아시아 명예의 전당’
유일한 동양인…‘세계를 사로잡다’

조수미는 국내 클래식 연주자 중 단연 독보적인 앨범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실제 조수미는 2000년 발매한 첫 크로스오버 앨범을 100만장 이상 판매하며 클래식 사상 전무후무한 판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1994년 발매한 한국 가곡집 ‘새야새야’가 40만장 이상 판매되는 등 수많은 앨범을 메가 히트시킨 연주자기도 하다.

조수미는 오페라에서 배역을 맡아 무대에 서는 것보다 독창회나 콘서트를 여는 등 관중들과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그가 오페라 출연보다 음반 작업을 선호해 독창회 등 콘서트를 통한 전 세계 연주 여행을 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수미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소프라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곁에서 든든하게 조력자 역할을 해준 부모 덕분이다. 어린 조수미의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처음 알아본 사람이 바로 그의 부모다. 

네 살 무렵 한 번 들은 노래를 피아노로 거의 완벽하게 따라서 연주하는 어린 딸의 모습을 본 모친은 딸이 재능을 펼 수 있도록 마음껏 연습할 수 있게 지원했다. 더불어 자신도 딸과 같이 연습을 병행하고 피아노 학원까지 함께 다니는 등의 열정을 보였다. 

조수미의 부친도 미래에 세계 무대를 누빌 딸을 위해 일찍부터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극장에 직접 찾아가 10년 뒤에 열 공연을 미리 예약할 정도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부모의 이 같은 무한한 신뢰와 칭찬은 어린 조수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영향으로 조수미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고 씩씩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든든한 부모의 지원 아래 조수미는 선화예술중학교에 진학했고 본격적인 성악 전공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후 조수미는 타고난 재능을 위기의 순간마다 발휘해 당당히 실력을 입증했다. 조수미가 서울대학교 성악과 입학 실기 시험을 보러 갔을 당시 일화는 매 학기 후배들에게 회자될 만큼 유명하다. 

예술을 전공하려면 대학교의 실기시험을 따로 봐야 한다. 서울대학교 입학을 결정짓는 실기 시험 당일에 피아노 반주 연주자가 도착하지 않아 모두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당시 심사를 담당했던 교수들은 피아노 반주가 가능한 학생을 찾았고 엄숙한 시험장에서 조수미는 용기 있게 손을 들어 지원했다. 

천부적인 
음악 재능

의심의 눈초리로 조수미를 바라보던 교수들을 향해 조수미는 어렵지 않게 지원자 60명의 곡을 전부 반주해냈다. 마지막 자신의 차례가 오자 반주에 직접 노래까지 부른 교수들은 조수미의 실력에 감탄해 역대 최고점수를 줬다.


이후 조수미는 서울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한 그는 진학 후 각종 노래 시험에서 1등을 하는 게 시시하게 느껴질만큼 자만에 이르렀다. 자유로운 대학 분위기에 한껏 매료됨은 물론 각종 유흥문화에 재미를 붙여 연습에 소홀하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서 조수미는 “학교(서울대)에 들어가자마자 연애를 진하게 해, 공부를 안 했다. 졸업 정원제도가 있었는데 꼴등했다. 수업을 안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학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하지만 조수미의 방황을 눈치 챈 부모와 교수가 해외에서 공부하길 권유해 유학길에 오른 그는 낯선 이탈리아 땅에서 홀로 생활하게 된다.

조수미는 “혼자 눈물을 머금고 이탈리아 유학을 가게 됐다. 어버지가 딱 300불을 줬던 시절, 집안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짧게 공부하고 빨리 오려고 했다”며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고 노래해서 뭐하나 생각했는데 3개월 후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 그때 결심했다. 내가 꼭 성공해서 돌아가겠다는 결심, 마음을 다잡고 독하게 성악 공부를 하게 됐다”며 성악에 올인한 계기도 설명했다.  


다잡은 마음과 달리 유학 생활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1983년 당시엔 실제 동양인 유학생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오페라 배역을 맡으려면 금발머리를 가진 유럽형 외모가 필요했다. 조수미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캐스팅에서 제외하며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조수미는 1986년 공연을 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때부터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기 위해 나부터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국가를 대표하는 국제 행사가 있으면 다른 스케줄을 뒤로하고 우선적으로 참석했다.

등 떠밀리듯 
유학길 올라

조수미가 종종 “자기 나라의 색깔을 풍기는 사람이 진정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소위 ‘오페라의 나라’다. 일찍부터 타지에서 홀로 생활한 조수미는 ‘과연 동양인이 성악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에서 프리마돈나로 설 수 있을까’라는 시선을 견디기가 가장 힘들었다. 조수미는 최근 <유퀴즈>에 출연해서도 이와 관련한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유학 당시 ‘수미 조, 얼마나 잘하나 보자’란 시선에 견디기 힘들었다며 “하루에도 백번은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테스트 하는 심정으로 악으로, 매일매일 답을 찾았다”고 토로했다.

악으로 버틴 조수미는 그 후 핀란드에서 열린 콩쿠르에서 첫 국제발표회를 가졌다. 마침내 조수미는 1986년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주인공 ‘질다’역을 맡으며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게 됐다.

당시 수많은 관객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질다의 모습을 연기한 조수미의 노래에 눈물을 흘렸고 질다를 연기한 조수미는 박수갈채와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로써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조수미는 세계적인 지휘자인 카라얀으로부터 오디션 제의까지 받게 됐다. 이 후 카라얀이 조수미에게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찬사를 내린 후 세계적인 스타 소프라노가 됐다.

조수미의 첫 앨범은 아델레 백작 부인 역을 맡은 오페라 오리백작에서 부른 곡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조수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고난도의 곡을 완벽히 불러내면서다. 그중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912년에 작곡한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체르비네타의 노래’를 부른 건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최고음을 20분가량 쉬지 않고 불러야 하는 고난도 곡으로 작곡가 슈트라우스는 이 곡을 부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악보의 일부를 수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조수미는 세계 최초로 수정본이 아닌 원본 악보를 보고 완벽하게 부르는 기록을 남겼다. 당시 조수미는 프랑스 리옹에서 일본계 미국 지휘자 켄트 나가노와 녹음해 음반을 냈는데, 가장 힘든 녹음이었다고 회상했다.

피, 땀, 눈물…진화하는 연습 벌레
<밤의 여왕 아리아> 소화 단 세 명 뿐

특히 지금의 조수미를 만든 건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곡으로 이뤄진 음반이다. 이 음반은 3년간 3개가 녹음되어 나왔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보통 한 회사는 오페라 전곡을 녹음한 가수와 3~5년간 타사의 같은 오페라를 녹음할 수 없는 것이 계약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지휘자 였던 ‘게오르그 솔티’가 조수미에게 <마술피리> 작품에 대한 오디션을 요청했고 조수미가 오디션 후 조수미의 목소리가 탐난 솔티가 녹음사인 에라토사를 적극적으로 설득시켜 이 같은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당시 솔티는 “75세인 자신의 마지막 <마술피리>가 될지도 모르는 녹음에 그토록 원했던 목소리를 가진 밤의 여왕과 함께하고 싶다”는 편지를 에라토사에 보냈다.

결국 완강하던 에라토사의 허락을 맡았고 그렇게 데카와 에라토 레이블로 1991년 1992년 1993년에 각각 게오르그 솔티의 지휘로 3개의 <마술피리> 음반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후 솔티는 조수미에게 “내가 만난 최고의 밤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된 조수미는 동양인 최초로 국제 콩쿠르 6개를 석권했다.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주연으로 공연한 동양인 최초의 프리마돈나가 됐고 동양인 최초 이탈리아 황금 기러기상도 수상했다.

당시 세계적인 최고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그녀의 목소리는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찬사를 보내면서 “한국에서 배웠다니 놀랍다. 한국에도 그렇게 뛰어난 선생들이 있단 말인가? 한국은 대단한 나라”라며 감탄했다.

또 공연을 보도한 뉴욕 메트로 폴리탄 극장 오페라 뉴스는 “그의 노래는 이미 비평을 넘어섰다”고 극찬했으며 프랑스 <르 몽드>는 “요정도 그녀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고 평가했다. 

조수미는 지난 2008년엔 르네 플레밍, 안젤라 게오르기우와 함께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선정돼 베이징올림픽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수미는 1993년 이탈리아 최고 소프라노에게만 준다는 황금 기러기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이탈리아인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 푸치니상을 수상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 초빙 석학 교수로 임용된 조수미는 내년 1학기부터 학부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생의 전반전이 전문 성악인으로서 혼신의 힘을 쏟은 시간이었다면 ‘후반전’은 후학 양성에 더 집중하는 시간이 될 테다.

조수미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젊고 재능 있는 음악인들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면서 한국의 대학 강단에 서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2023년에는 프랑스에서 조수미의 이름을 딴 성악 전문 국제콩쿠르도 창설될 예정이다.

고난도의 곡
완벽히 불러

이 또한 조수미가 오랫동안 구상한 인생 후반전의 최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이미 설립 준비위원회가 구성됐고 제반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한 지역에서 열릴 이 국제콩쿠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젊은 성악가가 세계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등용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수미는 이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lyricki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럽 코로나19 재확산
조수미 데뷔 35주년 공연 취소

소프라노 조수미의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 기념공연이 유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취소됐다.

조수미는 지난 19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무지크페라인에서 세계 무대 데뷔 35주년 기념공연을 열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난 17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현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상황이 악화되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방역 조치를 강화했고, 공연은 취소됐다. 

이와 관련해 조수미 콘서트를 준비한 공연 기획사 SBU의 유소방 대표는 “코로나19 확산과 오스트리아 정부의 강화된 방역 조치에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연 기획사 측은 “추후 공연을 다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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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