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진퇴양난' 위드 코로나 갈림길

풀면 늘고 조이면 죽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일상회복의 길목마다 발목을 잡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등으로 코로나19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는 취지의 ‘위드 코로나’ 역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같은 해 3월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상태)으로 규정했다. 한국  역시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백약이 무효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여 만에 백신이 등장했다. 각 나라는 앞다퉈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섰고 접종을 시작했다.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던 백신의 보급은 코로나19 극복의 시발점으로 여겨졌다.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다다른 나라들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행했다. 한국도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에 이르면서부터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피로가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한국은 지난 1일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651일 만에 일상회복을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11월1일 1단계, 12월13일 2단계, 내년 1월23일 3단계 등 6주 간격으로 단계를 밟아 진행될 예정이었다.


3단계에 이르면 시설 운영과 행사, 사적 모임 관련 제한이 모두 사라지고 실내 마스크 착용과 전자출입명부 등 기본 수칙만 남는다. 

정부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방식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 및 일상회복으로 방역의 초점을 옮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매 단계는 4주 동안의 이행기간과 2주의 평가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접종 완료율, 중환자실‧병상 여력, 주간 중증환자‧사망자 발생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단계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651일 만에 일상회복 첫발
확진자 수 3000명대 폭증

위드 코로나는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됐다. 한국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 시행 후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다시 봉쇄 체제에 돌입한 나라들이 여럿 있었지만, 자영업자의 고통이 극한에 달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후로 위드 코로나 시행 4주째로 접어들었다. 이번 주가 지나면 1단계 이행기간이 끝난다. 2주의 평가기간을 거쳐 위드 코로나 2단계 돌입 여부가 결정되는데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위드 코로나 시행 여부를 두고 제기됐던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는 중이다. 

먼저 확진자 수가 폭증했다. 지난 17일 확진자 수가 3187명을 기록한 데 이어 18일 3292명으로 치솟았다. 종전 최대였던 9월25일 3270명을 넘어선 수치다. 확진자 수는 그동안 2000명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다가 위드 코로나 이후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증가하는 모양새다.

또 올해 상반기부터 백신을 접종한 60대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접종 효과가 떨어지면서 돌파감염마저 일어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역시 늘어나는 중이다. 백신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위‧중증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일종의 억제제다. 하지만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면서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정부가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제시했던 기준인 위중증 환자 500명은 이미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자 덩달아 사망자 수도 많아지는 추세다. 누적 사망자 수는 3000명을 넘어섰고, 치명률도 치솟고 있다. 

문제는 위‧중증 환자 비율이 병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다 보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고위험군 환자일수록 적시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데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부스터샷(추가 접종) 권고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상반기에 백신을 맞은 고령층에 좀 더 빨리 부스터샷을 접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돌파 감염이 늘어나자 정부는 그제야 접종 간격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고령층과 요양병원 입원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간격을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인 것이다. 50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간격도 5개월로 단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돌파감염을 막기 위한 추가접종이 시급하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병상은 줄어가는데
정부 “아직 괜찮아”

그러면서도 정부는 ‘비상계획’은 아직 없다고 못 박았다. 비상계획은 위드 코로나를 잠시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 수준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발동 가능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8일 “현재 상황은 비상계획을 발동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비상계획은 전국 단위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조치가 필요하다면 지역적 대응도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지역적 대응이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과거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조치가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위험도 평가는 평가 주기를 기준으로 직전 주 일요일에서 토요일까지 1주간 모니터링 한 주간평가와 지난 4주간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단계평가로 나뉜다.

이와 별개로 유행 위험도가 높아지면 긴급평가를 진행해 비상계획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긴급평가는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었을 경우 ▲주간 위험도 평가 결과가 ‘높음’이나 ‘매우 높음’인 경우 ▲4주간의 단계 평가 결과가 ‘높음’ 또는 ‘매우 높음’인 경우 ▲그 밖에 정부가 방역의료분과위원회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비상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등이다. 


의료·방역 대응지표, 코로나19 발생지표, 예방접종지표 등 크게 3개 영역, 17개 세부 지표로 나눈 위험도 기준에 따라 11월 2주차 코로나19 위험도는 ‘낮음’ 수준이라는 것. 세부적으로 수도권은 ‘중간’ 비수도권은 ‘매우 낮음’으로 평가됐다. 

다음 단계는?

일각에서는 정부의 위험도 평가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대응이 늦어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까지 삽시간에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위드 코로나로 한 번 고삐가 풀린 상태에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강화를 국민에게 요구하긴 힘든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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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