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진퇴양난' 위드 코로나 갈림길

풀면 늘고 조이면 죽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일상회복의 길목마다 발목을 잡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등으로 코로나19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는 취지의 ‘위드 코로나’ 역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같은 해 3월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상태)으로 규정했다. 한국  역시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백약이 무효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여 만에 백신이 등장했다. 각 나라는 앞다퉈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섰고 접종을 시작했다.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던 백신의 보급은 코로나19 극복의 시발점으로 여겨졌다. 

백신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다다른 나라들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행했다. 한국도 백신 완전 접종률이 70%에 이르면서부터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피로가 극에 달한 시점이었다. 

한국은 지난 1일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651일 만에 일상회복을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11월1일 1단계, 12월13일 2단계, 내년 1월23일 3단계 등 6주 간격으로 단계를 밟아 진행될 예정이었다.


3단계에 이르면 시설 운영과 행사, 사적 모임 관련 제한이 모두 사라지고 실내 마스크 착용과 전자출입명부 등 기본 수칙만 남는다. 

정부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방식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 및 일상회복으로 방역의 초점을 옮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매 단계는 4주 동안의 이행기간과 2주의 평가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접종 완료율, 중환자실‧병상 여력, 주간 중증환자‧사망자 발생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단계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651일 만에 일상회복 첫발
확진자 수 3000명대 폭증

위드 코로나는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됐다. 한국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 시행 후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다시 봉쇄 체제에 돌입한 나라들이 여럿 있었지만, 자영업자의 고통이 극한에 달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후로 위드 코로나 시행 4주째로 접어들었다. 이번 주가 지나면 1단계 이행기간이 끝난다. 2주의 평가기간을 거쳐 위드 코로나 2단계 돌입 여부가 결정되는데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위드 코로나 시행 여부를 두고 제기됐던 우려가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는 중이다. 

먼저 확진자 수가 폭증했다. 지난 17일 확진자 수가 3187명을 기록한 데 이어 18일 3292명으로 치솟았다. 종전 최대였던 9월25일 3270명을 넘어선 수치다. 확진자 수는 그동안 2000명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다가 위드 코로나 이후 방역수칙이 완화되면서 증가하는 모양새다.

또 올해 상반기부터 백신을 접종한 60대 이상 연령층을 중심으로 접종 효과가 떨어지면서 돌파감염마저 일어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역시 늘어나는 중이다. 백신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위‧중증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일종의 억제제다. 하지만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면서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정부가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제시했던 기준인 위중증 환자 500명은 이미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자 덩달아 사망자 수도 많아지는 추세다. 누적 사망자 수는 3000명을 넘어섰고, 치명률도 치솟고 있다. 

문제는 위‧중증 환자 비율이 병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다 보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고위험군 환자일수록 적시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데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부스터샷(추가 접종) 권고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상반기에 백신을 맞은 고령층에 좀 더 빨리 부스터샷을 접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돌파 감염이 늘어나자 정부는 그제야 접종 간격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고령층과 요양병원 입원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간격을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인 것이다. 50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간격도 5개월로 단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돌파감염을 막기 위한 추가접종이 시급하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병상은 줄어가는데
정부 “아직 괜찮아”

그러면서도 정부는 ‘비상계획’은 아직 없다고 못 박았다. 비상계획은 위드 코로나를 잠시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 수준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발동 가능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8일 “현재 상황은 비상계획을 발동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반장은 “비상계획은 전국 단위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조치가 필요하다면 지역적 대응도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지역적 대응이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과거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귀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조치가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기준을 공개했다. 위험도 평가는 평가 주기를 기준으로 직전 주 일요일에서 토요일까지 1주간 모니터링 한 주간평가와 지난 4주간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단계평가로 나뉜다.

이와 별개로 유행 위험도가 높아지면 긴급평가를 진행해 비상계획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긴급평가는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었을 경우 ▲주간 위험도 평가 결과가 ‘높음’이나 ‘매우 높음’인 경우 ▲4주간의 단계 평가 결과가 ‘높음’ 또는 ‘매우 높음’인 경우 ▲그 밖에 정부가 방역의료분과위원회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비상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등이다. 


의료·방역 대응지표, 코로나19 발생지표, 예방접종지표 등 크게 3개 영역, 17개 세부 지표로 나눈 위험도 기준에 따라 11월 2주차 코로나19 위험도는 ‘낮음’ 수준이라는 것. 세부적으로 수도권은 ‘중간’ 비수도권은 ‘매우 낮음’으로 평가됐다. 

다음 단계는?

일각에서는 정부의 위험도 평가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대응이 늦어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까지 삽시간에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위드 코로나로 한 번 고삐가 풀린 상태에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강화를 국민에게 요구하긴 힘든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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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