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판 봉이 김선달' 돌아온 타짜 회장님 추적

출소하고 또…민통선에 파라다이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민통선 일대에서 거대 테마파크가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업체는 스키장, 골프장, 승마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 대한 의문점이 잇따라 제기됐다. 정확히 10년 전 철원에서 터졌던 부동산 사기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 세부적인 내용 몇 개를 제외하면 판박이 수준이다. 

앞서 지난 2011년 강원도 철원에서 부동산 사기 사건이 터졌다. 당시 A사는 민통선 일대의 개발허가가 나지 않은 임야를 팔아 수백억원대 투자금을 가로챘다. 부산지검은 철원지역에 초대형 승마타운을 건설한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이를 보고 몰려든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A사 회장 김모씨 등 5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11년 구속
그의 정체는?

김씨가 회장으로 있던 A사는 35년 전 보이차 유통기업 및 부동산 개발 전문기업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차를 파는 판매원들을 조합원으로 구성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방문판매 직원만 500여명에 달했다. 대외적으로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씨 일당은 철원군 일대에 승마 사업을 한다는 대대적인 개발계획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는 ‘A사, 최전방 철원서 국내 최대 승마장 설립 박차’ ‘A사, DMZ 보며 스키·골프·관광’ 등의 홍보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유통·부동산개발기업인 A사가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의 개발제한지역에 가칭 ‘철월OO’라는 초대형 승마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특히 홍보기사에는 대표인 김씨가 본인 소유의 토지 약 1320만㎡(412만평)를 500명의 회사 조합원들에게 골고루 매각, 분배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무엇보다도 A사의 개발계획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업계획이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휴전선 인근 테마파크 개발 투자 호객
수백억대 땅 사기 10년 전 사건과 유사

기존 승마장 사업의 경우 CEO가 전권을 쥐고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사의 개발방식은 경영자 주도의 형태가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레저타운을 공동운영하는 식으로 설명됐다. 이는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김씨 일당은 2010년 10월부터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고 언론에 실린 개발사업계획에 관한 기사를 게시판에 올리는 등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이런 와중에 김씨 일당은 2010년 11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전체 부동산 중 800만㎡를 매각한다는 광고를 냈다. 회사에서 취급하는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개발사업계획에 포함된 땅을 나눠주겠다는 광고였다. 

사람들은 국내 최대의 승마장이 입지한다는 지역에 땅을 갖게 된다는 것에 현혹됐다. 보이차만 산다면 개발 후 몇 배의 이익이 기대되는 땅을 준다는 사실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계좌당 165만원씩을 받고 보이차를 다단계 형태로 판매했다.

보이차 구매자들에게는 그 대가로 계좌당 개발지역의 토지 165㎡(50평)를 줬다. 1㎡당 3만3000원에 판 셈이었다.


없는 땅 
팔아서…

하지만 김씨 일당이 판매한 원남면 주파리 일대의 땅은 그만큼의 가치가 없는 땅으로 밝혀졌다. 당시 검찰 조사결과 언론에 ‘김씨 소유’라고 홍보된 땅은 사실은 일당 중 한 명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은 민가조차 없는 오지 중에 오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의 대표적 지형인 적근산(1037m)은 휴전선 남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곳에 있는 군사 전략적 요충지였다. 더군다나 승마 사업이 추진되던 지역도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이었다. A사의 개발사업계획은 군 당국의 동의가 필요했던 셈이다.

그러나 김씨 일당은 국경지대 개발에 대한 군당국의 동의 문제에 대해 “곧 접경지역지원법이 특별법으로 격상되면 이 문제가 해소된다”며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은 군사시설보호법, 국토기본법보다 하위법이어서 군당국의 동의 등을 무시한 채 개발을 진행할 수 없게 돼있다. 따라서 김씨 일당이 판 땅은 애초부터 개발을 할 수 없는 땅이었던 것이다. 

결국 개발제한으로 승마 사업은 좌초됐고, 투자자들은 재산가치 없는 땅만 소유하게 됐다. 김씨 일당의 민통선 지역 부동산 사기 행각은 상품 판매를 위한 전형적인 다단계회사의 사기 수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들 상대
종목만 바꿔

검찰 조사 결과 김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총 3000여명의 투자자에게서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부분이 영세한 사람들로 이번 사건의 피해로 큰 충격에 빠졌다”고 밝혔다.

최근 <일요시사>에는 철원OO에 투자했다가 기만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10년 전 등장했던 철원OO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제보자는 “B사에서 원금 회복 운운하며 140원 하는 C 코인을 1000원에 구매하게 했다”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고, 그것도 기약도 없이 팔지도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또 “B사 관계자는 전국에 2만명이 투자했다고 큰 소리치고 있지만, 사기성이 다분해 보인다. 제2의 조희팔 사건이 될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제보자는 “강원도 철원에 기독교 랜드를 조성한다고 사람에게 현금을 받고 코인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가족 중에 하나가 돈을 회사로 넣었는데 9월에 준다, 12월에 준다며 원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보이차’서 ‘코인’으로… 최신 트렌드 반영? 
수법 거의 판박이 수준…알고 보니 동일 인물


이들의 제보를 통해 의구심이 들었던 부분은 ‘철원’ ‘레저시설’ 등의 키워드가 위에 서술했던 10년 전 사건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구심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A사의 김씨, B사의 김씨가 동일 인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자들의 주장을 취합해보니 10년 전 사건과 다른 것은 ‘보이차’가 ‘코인’으로 대체됐다는 것뿐이었다. 10년 전 김씨는 “보이차를 구매하면 땅을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번에는 “C 코인을 구매하면 철원 일대의 땅을 소유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C 코인은 개인거래소에서 아무 의미 없는 코인이며 발행한 철원랜드 회사도 다단계 사기 이력이 있는 회사”라고 밝혔다. 그는 “코인으로 바뀌었을뿐 10년 전과 똑같은 방식이며 100% 사기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
예의주시

업계 관계자는 “10년 만에 나타난 김씨가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을 상대로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정황이 발견됐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사기 전과가 있는 김씨와 철원랜드에 대해 사정기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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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