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 생명 주고 떠난 소율이

기적처럼 찾아와 천사처럼 떠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어 2년간 투병하다 뇌사에 빠진 다섯 살 아이 전소율양. 어린이 환자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 생명을 선물한 뒤 짧은 생을 마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소아 장기기증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인 상황에서 보여준 소율이와 가족의 숭고한 선택이 안타까움과 감동을 주고 있다.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전소율(5)양이 지난달 28일 서울대병원에서 심장과 좌우 신장을 환자 3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3명 살리고 
엄마 곁으로

소율이는 임신이 어려웠던 전기섭(43)씨 부부에게 결혼 3년 만에 찾아온 기적이었다. 부부는 기적처럼 찾아온 소율이를 애지중지 키웠다. 평소 놀이터를 좋아했던 소율이는 그곳에서 2~3시간을 놀 정도로 활동적이었고 특히 그네를 타면서 까르르 웃어대던 명랑한 아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소율이가 3살이던 2019년 키즈 카페에서 놀다가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뇌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됐다. 이후 소율이는 2년간 코를 통해 음식을 먹으며 투병생활을 이어갔다.

앞서 폐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던 소율이 엄마에게 딸의 사고는 큰 충격이었다. 


아픈 가족 두 명을 돌보던 전씨는 하루하루 고된 삶의 연속이었다. 아내는 아이를 돌보기 힘들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딸 곁에는 누군가 24시간 있어야 했다. 

다행히 전씨가 다니던 회사 대표의 배려로 직장을 잃지 않으면서도 딸을 돌볼 수 있었다. 어린 딸이 아픈 것도 힘겨운 일인데, 아버지 전씨에게는 더 큰 시련이 있었다. 6개월 전 소율이 엄마가 암 투병 끝에 그만 세상을 뜬 것이다.

소율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최근 기능 개선을 위해 위로 직접 튜브를 연결하는 위루관 수술을 계획했다. 그러나 미처 수술을 하기도 전 심정지가 왔고, 뇌의 기능이 멈추면서 뇌사로 판정됐다.

모든 것을 내려놨을 무렵,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며 수없이 봐왔던 환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픈 아이를 안고 흐느끼는 부모의 마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씨는 그 길로 소율이의 심장과 신장 2개의 기증을 결심했다.

심장·좌우 신장 기증…3명 살리고 하늘로
2년간 투병생활…암으로 떠난 엄마 곁으로

전씨는 “소율이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 얘기를 듣고 이대로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보다는, 심장을 기증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소율이의 심장도 살아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많은 위안이 된다”고 기증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장기이식은 체중, 혈액형 등 주는 사람의 신체조건이 중요해 소아는 소아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아의 기증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해 전체 뇌사 장기기증자 478명 중 9세 이하는 6명에 불과했다.


19세 이하로 연령대를 넓혀도 20명이다. 9세 이하가 2016년, 2017년엔 23명, 15명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기증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 등의 영향으로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수백명의 소아가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꾸준히 장기기증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뇌사에 빠졌던 17세 이학준군이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군은 집에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심정지가 왔다. 함께 있던 동생이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후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어렸을 때부터 아팠던 이 군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했다. 이군은 4세 경 열성경련을 앓았다.

꾸준한 기증
용기내는 가족

하지만 수 차례 실시한 검사에서도 뇌파가 전혀 기록되지 않았고, 결국 이군의 부모는 가족회의를 거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군은 지난 10월 21일 분당차병원에서 심장,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해 5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전달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학준이가 어려서부터 많이 아팠기 때문에 무엇보다 아픈 가족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며 “학준이의 일부가 환우에게 가서 다시 살아난다면 우리 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선 9월에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25년간 기자로 활동한 고 여기봉씨가 장기 및 조직 기증을 통해 3명에게 새 생명을 전달했다.

추석이 끝난 연휴 마지막 날, 뇌출혈로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던 여씨는 급히 응급실에 내원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여씨가 평소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보였으며, 아내와도 장기기증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눴던 만큼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여씨는 9월24일 전북대병원에서 간장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에게 새 생명을 전달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여씨의 아내 이희경씨는 “생명 나눔은 누군가가 타인을 위해 기증을 결심할 때부터 선순환의 고리가 시작된다고 믿는다”며 “우리 가족이 결정한 이 일이 다른 분들이 용기를 내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측은 기증을 결정한 유가족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경숙 장기기증원 홍보교육전략부장은 “소율이의 기증은 어린아이 3명의 생명을 꽃피워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소아 장기기증이 워낙 적어 기증이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가 제공하는
지원 못 받아

문인성 장기기증원장은 기증을 결정한 전씨 부모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소율이 이야기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층을 구제할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전씨가 국가에서 지원하는 돌봄서비스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서비스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으로 만 18세 미만 중증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일정 소득기준(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을 충족하면 본인부담금 없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전씨는 지원 요건을 갖춰 지난해 7월 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돌보미 매칭을 받지 못했다. 중증장애아동 가정인 데다 보호자가 남성이라 여성 돌보미들이 꺼린 것으로 파악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사업시행기관 돌보미가 여성들이라서 남성(보호자)과 집에서 서비스 제공을 꺼려해 돌보미를 매칭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활동지원사(돌보미) 두세 명이 양육서비스 제공을 신청했으나, 가정 상황을 들은 뒤 거부했다고 한다.

소율이의 장기기증을 알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측도 “소율이가 6세 이하고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였기 때문에 돌보미와 매칭이 힘들었다고 들었다”며 “아버지가 답답해서 인터넷 카페에도 가입하셨는데 그렇게 매칭이 안 돼서 대기하는 가족이 많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돌보미 없었다?…복지부 “보호자가 꺼려”
수혜자와 교류 불가…규제 개선 목소리도

현재로선 지원받는 가정이나 돌보미 측에서 서비스를 거부하면 지원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남성 돌보미 인력은 전체의 2%대에 불과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돌보미 인력 2750명 중 남성은 76명, 서울은 304명 중 남성이 9명이다.

돌봄서비스가 시급한 가정이었던 만큼 사업시행기관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씨는 “이식받은 소율이의 심장이 잘 뛰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서신 교환은 할 수 있게 해 준다고는 했는데, 꼭 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장기기증자와 수혜자의 교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1조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금지되고 있다. 장기거래를 두고 경제적 뒷거래가 형성될 것을 우려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1990년대 장기 불법거래가 횡행하던 시절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성숙해진 시민의식에 맞게 ‘장기기증 비밀유지 조항’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조항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김동엽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은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직접적 서신 교류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본부와 같은 기관의 중재 하에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소식만 전하자는 건데 법 개정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학계의 견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타주의와 사회복지의 관계에 대해 다년간 연구해온 강철희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증자는 내 가족이 타인의 삶에 들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 며 “기관 등 중간 매개자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뒷거래 
부작용

우리보다 장기기증문화가 활성화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장기기증 유가족과 수혜자 간의 기관을 통한 서신 교환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중간 기관 중재를 통해 장기기증 뒷거래 등 부작용을 줄이고 있는 것. 김 사무처장은 “2016년 미국 유학 중 사고로 현지에서 장기기증을 한 고 김유나양 유가족이 미국인 수혜자를 만나 서로의 안위를 확인하며 위로가 됐던 일을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일 기자<ktikt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