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트렌드' 방송가 장악한 우먼파워

드라마도 예능도 여주인공 중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여자가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은 비로소 옛말이 됐다. 드라마도 예능도 여성의 땀과 대립, 경쟁, 연대를 담아내는 데 여념이 없다. 능동적인 여성이 일궈내는 서사에 모두가 감동한다. 한 번 반짝이고 마는 게 아닌, 꾸준히 지속하는 메가 트렌드다. 

수년 전만 해도 여배우들의 볼멘소리가 많았다. 멋있고 능동적이며 어떤 사건이든 핵심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매력적인 인물이 대부분 남성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TV 속 여성은 밋밋하고, 우유부단하며 수동적으로 움직이기 바빴다.

노골적인
우유부단

이른바 ‘민폐 캐릭터’는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갈등이 해결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릇된 판단으로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거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저지르는 것은 여성의 몫이었다. 

때론 노골적으로 ‘여자의 적은 여자’를 드러낸 작품도 많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 고부간의 갈등을 극대화한 ‘막장 드라마’에서 순진한 남자를 두고 모함과 음모를 꾸미는 건 대부분 여자였다. 

드라마 초반부에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려내도, 막바지에 치달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남자의 말에 휘둘리는 답답한 얼굴이 그려지기도 했다. 여성이 남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대장금>, JTBC <스카이 캐슬>, 영화 <암살> 등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능동적인 여성이 나왔지만, 거대한 물결처럼 흐르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1~2년 사이에 여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늘어났다. 남성 대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성보다 더 현명하고 올바르며 행동력이 있는 여성이 대거 보이기 시작했다. 미디어의 주인공이 여성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이야기의 주제의식도 여성 중심으로 흐른다. 대표적인 흥행작으로는 JTBC <부부의 세계>가 있다. 남편을 뺏긴 지선우(김희애 분)를 중심으로 그려진 <부부의 세계>는 기존의 남녀 구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작품이다.

남성은 지질하고 이기적이었고, 여성은 똑똑하고 현명했다. 실수나 갈등에 대한 대처를 할 때 남성 캐릭터보다 여성 캐릭터의 판단이 더 스마트해졌다.

지난 5월 방송된 tvN <마인>은 여성의 연대를 다뤘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전투구를 벌였던 여자들이 서로 힘을 합친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 놓인 서희수(이보영 분)와 정서현(김서형 분)은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위기를 헤쳐나간다. 

특히 성소수자였던 정서현이 자신의 목소리를 멋있게 내는 지점은 새로운 카타르시스가 됐다. 또 <마인>은 우정과 협업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

민폐 캐릭터서 슈퍼우먼이 되기까지
전지현 한소희 이영애…원톱 드라마


<마인>의 성공 이후 여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물밀 듯 밀려왔다. 조여정을 중심으로 상위 0.5%의 민낯을 드러낸 tvN <하이클래스>, 전도연이 우울한 가운데서도 힘겨운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JTBC <인간실격>, 맨몸으로 마약조직을 부수는 한소희가 나온 넷플릭스 <마이네임>, 이하늬의 1인 2역이 눈부신 SBS <원더우먼>이 좋은 예다.

이 외에도 호쾌한 레인저로 변신한 전지현의 tvN <지리산>, 고현정과 신현빈의 치정 복수극 JTBC <너를 닮은 사람>, 산소 같은 이영애가 180도 변신한 JTBC <구경이>, 송혜교 원톱의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술에 미친 세 여자의 일상과 우정을 다룬 TVING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등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여성 서사는 거대한 물결처럼 다가오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과거에도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았다. 최근의 변화는 여성이 동일시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마인>이나 <원더우먼> <마이네임>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틀을 깨는 여성이 나오는데, 많은 여성이 쉽게 이입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형태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남성 중심의 서사로 지겨워진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여성 서사 드라마가 대두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전까지만 해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제외하고 스릴러나 공포 등 강력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여성의 역할은 대부분 장치적으로 활용됐다.

갈등을 키우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는 임무는 여성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이 조력하고 여성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작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원더우먼>이나 최근 주목받는 <구경이>가 그 예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로 너무 많은 남성 서사로 인해 생긴 결핍과 공백을 여성 서사로 메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같은 구도더라도 여성이 중심이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와 반응이 나온다. 예전에는 남자 주인공에 여성을 조연으로 세웠다면, 지금은 반대 구도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가 도출된다”며 “여성 서사 자체가 새롭고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여성 연대

여성 서사가 늘어나면서 톱스타급 남자 배우들은 드라마에 출연이 저조해졌다. 인지도가 높은 여배우와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남배우가 투톱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송혜교와 장기용 커플, <인간실격>의 전도연과 류준열 커플, <너를 닮은 사람>의 고현정과 김재영은 나이 차이가 꽤 크다. 이전에는 자주 보기 힘들었던 연상연하 구도가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심지어 <구경이>는 이영애, 김혜준, 김해숙, 곽선영 등 네 명의 여배우가 주축이 돼 작품을 끌고 간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대본을 볼 때 여성 서사면 S급 남자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한다. 이 배역을 탐낼 만한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배우들이 자리를 채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드라마 소비층이 대부분 여성인데, 최근 여성 사이에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에 대한 반응이 좋다. 메가 트렌드가 된 여성 서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거대한 변화 속에 있는 가운데, 예능계 역시 여성이 중심이 되는 흐름이다. 최근 메가톤급 흥행을 거둔 작품은 대부분 여성이 앞에 서 있다. 예능계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그우먼에게 기회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예능에서의 여성 출연자들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강했다.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밋밋한 캐릭터로 소모되는 경향이 있었다. <개그콘서트>만 하더라도 강하고 센 역할은 주로 남자의 몫이었다. 여성이 두각을 나타낸 캐릭터는 손에 꼽았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남성이 예능계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포츠 선수 출신의 여성 출연자가 방송에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점차 여성 출연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MBC <나혼자 산다>나 <전지적 참견 시점> 등 관찰 예능에 출연한 여성 스타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특히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경과 박세리다. 

멋진 언니
전성 시대

두 사람은 남자보다도 더 멋있게 자신의 영역에서 이른바 플렉스를 발휘하면서 많은 여성의 워너비가 됐다. 최선의 노력으로 주어진 일을 잘 해낼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도 가미돼있으며, 옳지 않은 것에 분명히 옳지 않다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매료시켰다.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여성 서사 예능의 정점을 찍은 건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다. 

방송 전 <스우파>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작품이다. <프로듀스 101> 조작 사건의 잔상이 여전히 각인돼있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우려먹은 서바이벌 방식의 오디션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다. 더구나 가수의 무대를 뒤에서 돕는 댄서를 앞세우는 점 역시 가산점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대목이다.

아울러 <스우파> 제작진은 ‘노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과 같은 노골적인 대결 구도로 여성 댄서를 몰아세웠다. 이른바 ‘여자의 적은 여자’의 구도로 자극적인 경쟁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댄스 크루들은 인터뷰부터 진짜 싸움을 하듯 으르렁댔고, 그 모습은 마치 M.net <언프리트 랩스타>의 댄스 버전과 같은 이미지였다. 성공 요인보다는 패배 요소가 더 많은 방송으로 여겨지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제작진이 세워 놓은 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건 댄서들이다. 제작진이 준 미션을 놀라운 실력과 리더십, 절실함으로 바꿔냈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최선을 넘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악을 쓰면서도, 승패가 결정 나면 다른 댄스 크루를 분명히 인정하고 존중했다. 패배 자체에 흔들리지 않았고, 보완할 점을 찾아 다음 무대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냈다. 

참가자들을 존중할 줄 모르는 M.net 제작진은 과거부터 그래왔듯 <스우파> 참가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어를 방송에 내보내며 경쟁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그 과정을 멋있게 만들어낸 건 댄서들의 동료애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하는 댄서들에 대중은 감동했다. 

강인해 보이기만 하는 <스우파> 댄서들은 눈물을 자주 흘렸다. 승자가 돼서도 패자가 돼서도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 눈물에는 기존 방송에서 보인 연민이나 동정이 담겨있지 않다. 결과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감동이나, 아직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절실함만이 있다. 

<스우파> <골때녀> 도전기 인기
피와 땀 및 눈물에 남성들도 환호

그 진심이 모두 전해진 덕분에 우승 크루인 홀리뱅을 비롯해 8팀의 크루 모두 승자로 인식된다. 도전하는 여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스우파>가 보여줬다.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 외에도 모니카, 립제이, 아이키, 리정, 가비, 노제 등 대다수 스타가 생겨났다. 

<스우파> 참가자들이 보인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다. 어쩌다 참가한 축구에 모든 여성이 빠져들고 있다. 각 직업군을 대표해 모인 여성들은 점차 승리에 목말라 하며, 골을 넣었을 때 환희를 경험하고 패배했을 때의 아픔에 눈물을 쏟는다. 

대부분 축구 동호회가 남성으로 이뤄진 현실에서 팀 스포츠를 하는 여성 자체가 생경했던 가운데 골대에도 슛을 쏘는 여성들의 협동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혹자는 ‘그깟 공놀이’라고 폄훼할 수 있지만, 공놀이에 진심을 다하는 여성들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누구 하나 설렁설렁 뛰지 않고,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승리를 향해 달려든다.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경쟁과 승패가 결정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눈물은 안타깝거나 측은함과는 거리가 멀다. 

얼마나 오랜 연습과 노력이 있었는지가 성장한 모습을 통해 느껴지기에, 이들의 눈물 자체가 멋있게 여겨진다. 

도전하는 여성들에게 뜨겁게 반응하는 건 여성만이 아니다. <골때녀>는 남성 커뮤니티에서 더 뜨겁게 타오른다. 남성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던 축구 분야에서 피, 땀, 눈물을 흘리는 여성에게 마음을 열고 응원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예능 역시 기존의 구도에 남녀의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스우파>나 <골때녀>나 경쟁구도는 같다. 하지만 여성이 주인공이 되자 서사가 완전히 달라지고, 그 안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도 새롭다. 그래서 더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주도적인 여성이 방송에 많이 나오고 있다. 각종 관찰 예능의 패널은 남녀가 고루 분배하고 있으며, 메인 MC도 남성의 전유물로만 볼 수 없다. 특히 연애나 사랑을 주제로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홍진경, 장도연, 김숙, 곽정은, 유라, 김윤주 등 여성이 두각을 나타낸다.

여성이 주체가 된 예능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블루오션이자 경쟁력을 갖는다. 기존과는 다른 서사와 재미가 나온다. 남성만이 웃기고 재밌다는 편견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젠더 갈등이 더욱 첨예하게 가속화되는 작금의 시대에 <스우파>나 <골때녀> 등은 남녀가 화합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만큼은 남녀의 우열 따윈 없기 때문이다.

여성 중심
카타르시스

따라서 페미니스트들이 줄곧 주장했던 ‘기울어진 운동장’이 도전하는 여성들로 인해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변화가 오랫동안 곪은 젠더 갈등을 모두 씻어내기엔 아직 미흡하지만, 점차 멋있는 여성이 늘어난다면 남녀 간의 지겨운 대립조차 좀 더 완만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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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