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체가 궁금한 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0.25 15:19:07
  • 호수 13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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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사기꾼? 누구냐 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치인들에게 조폭 꼬리표는 상당히 치명적이다. 특히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직폭력배와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마피아파 출신인 박철민씨는 이 지사가 조직폭력배로부터 20억원의 돈을 건네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직폭력배 연루설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 지사의 ‘조폭 연루설’과 관련해 “대통령 빽 믿고 조폭이 설치는 나라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국제마피아파 
현직 아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가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측근으로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20억원가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의원은 그 근거로 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씨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서와 현금 다발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박씨와 소통하고 있다는 장영하 변호사는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씨가 직접 작성한 5장의 사실 확인서와 그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그는 “박씨가 증언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본인 사진을 공개했다”며 “모자이크할 필요도 없다고 했으며, 박씨가 자신의 증언이 허위사실일 경우 허위사실 유포죄든 명예훼손죄든 얼마든지 처벌받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 이날 이 지사를 상대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가 열린 날이었다. 장 변호사가 박씨 사진을 공개할 때쯤 김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제마피아파가 이 지사 측에 20억원 가까이 지원했다”고 폭로하면서 박씨가 썼다는 사실 확인서와 진술서 등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성남시의회 1, 2, 3대 의원과 부의장을 했던 박승용씨 아들 박씨와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 등은 모두 국제마피아파 소속 핵심 조직원”이라며 “장영하 변호사를 통해 박씨로부터 이 지사에 관한 공익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실 확인서를 통해 박씨는“저는 약 12년간 국제마피아파 핵심 행동대장급 일원이었다”며 “국제마피아파 이재명(경기도 지사), 은수미(성남시장) 의혹과 관련한 명확한 정황은 의혹이 아니고 사실임을 정확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 지사는 2007년 전부터 국제마피아파 원로 선배분들하고 변호사 시절부터 유착관계가 있었고, 수천 개 사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대답을 회피하지만 국제파 조직원들에게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주는 그런 공생관계였다”며 “이재명 시장 선거 때 이태호 국제마피아파 큰 형님이 합류하게 되면서 인연은 더욱 더 깊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준석 형님이 토토(불법 사설 사이트)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사실을 알고 스폰이 돼 달라고 했고 이 지사는 코마트레이드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의 도박 사이트 자금 세탁의 회사인 줄 알면서도 특혜를 줬다”며 “불법 사이트 자금을 이 지사에게 수십차례에 걸쳐 20억원 가까이 지원했다”고 부연했다.

“조직 돈 20억원 건넸다” 일관적인 증언
‘돈다발 폭로’ 이를 보스라고 부른 사이?

진술서에는 특히 “저희끼리 부르는 이 지사의 또 다른 호칭이 ‘이재명 보스’였을 정도로 조직을 잘 챙겨줬다. 이 지사는 도지사가 아니라 국제마피아파 (4조1항) 수괴급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할 만큼 국제마피아파와 유착관계가 긴밀하다. 이 사실이 허위사실일 경우 저 박철민이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받겠으며, 명예훼손죄로 처벌받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이 지사는 “어디서 사진을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야당 의원이) 노력은 많이 한 것 같다”며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명백한 허위사실을 국민 앞에 틀어서 보여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찬대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깡패·조폭 말을 믿는 ‘조폭 대변인’ 김 의원은 비겁하게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입장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이 조폭 대변인을 자처한 이상 국민의힘은 ‘조폭 비호당’ ‘깡패연합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이 지사의 조폭 연루 의혹은 2018년 경찰 조사에서 이미 불기소로 끝난 건”이라며 “김 의원은 국정감사를 이 지사를 향한 마녀사냥식 망신주기, 인신공격의 장으로 전락시켰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거짓을 생산하고 국민을 현혹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자신이 사실 확인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에 대해 “(차기 대선은)5년 동안 국정을 책임질 대한민국 정상을 뽑는 중대한 일”이라면서 “이런 사실을 국민이 전혀 모르고 좋은 이미지로 포장된 이재명만을 보고 표심을 준다면 악의 무리와 결속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보다 더한 국정 농단을 펼치며 자기 영리와 자기 사람만을 위해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음에도 주춤거리는 이유’를 언급하며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든 본인이든 선처해주기로 해서 협조했는데,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정치적 보복은 제가 감수해야 할까 봐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뭉치 사진 
정치권 공방

코마트레이드의 코마는 “코리아의 ‘코’ 마피아의 ‘마’를 줄여 코마로 이름 짓게 됐다”고 이 지사가 만들어준 회사 약칭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는 “조직원을 통해 뇌물을 공여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지사가 이용한 대포통장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회사 코마홀딩스 ▲주식회사 코마트레이드 ▲주식회사 코마 ▲주식회사 코마네트웍스 ▲주식회사 엠포유 ▲주식회사 모바일포유 ▲주식회사 코마리테일 ▲코마 로지스틱스 ▲제이에스 홀딩스 등 법인회사가 토토 사이트 불법자금을 세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박씨가 박정우라는 다른 이름으로 2018년 11월21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보이는 글과 사진을 공개하며 박씨의 주장은 허위라고 반박했다. 해당 사진은 김 의원이 제시한 돈뭉치 사진과 동일하다.

박씨는 해당 글에서 “1년 전. 정장 한 벌 사서 한 분 한 분 뵙고 조언을 얻어 광고회사 창업, 렌터카 동업. 라운지 바 창업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제는 이래저래 업체에서 월 2000만원의 고정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신 멘토분 감사드립니다”라고 게시했다.

이 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박씨가 당일 언론에 공개한 것과 동일하다. 


이 지사의 조폭 연루설 제보자였던 박씨는 실제로 국제마피아파에 몸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본인 주장처럼 ‘행동대장급’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씨는 과거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으로 10여년 정도 활동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현재 활동하는 ‘관리 대상’ 조폭이 아닌 ‘관심 대상’으로 분류돼있다”며 “현직 조폭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도 지난 18일 열린 경기남북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박씨는)경찰 관리대상(조직폭력배)이 아니고 행동대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통상 폭력조직원으로 현재 활동 중인 인물을 ‘관리 대상’으로, 폭력조직원 생활을 하진 않으나 다시 활동할 가능성이 있거나 폭력 조직원을 추종하며 따라다닐 경우 ‘관심 대상’으로 분류한다. 박씨는 몇 년 전 국제마피아파를 탈퇴해 ‘관심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본인 사진 
공개 이유는?

탈퇴 이후에도 조직과 거리를 두고 살았다.


박씨는 지난 2019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지난달 27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1심 판결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매년 폭력조직원들을 관찰해 ‘관리’ ‘관심’ 여부 등을 결정하는데 박씨는 조직을 탈퇴한 이후 전혀 활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공동공갈, 상해, 폭행, 마약류 관리법 위반, 재물손괴, 특수폭행, 업무방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성 공범에게 범행 대상으로 삼은 남성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잠자리를 하도록 한 뒤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며 신고하겠다고 협박, 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201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0명에게서 2억3000여만원을 뜯어냈다.

그뿐만 아니라 박씨는 이른바 ‘공적팔이’로 수감 중 금품을 속여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적팔이는 수사기관에 공무원의 뇌물·성접대 등 비위 사실을 제보하고 구형량을 깎는 이른바 재소자들 사이에서 통하는 은어다. 박씨는 검찰청에 제출할 ‘사건 제보서’를 대신 작성해주고 수억원을 뜯어내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구치소 안에서 ‘공적팔이’로 재소자들의 지인으로부터 금품을 속여 빼앗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사기 등 혐의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2019년 10월 당시 재소자 A씨에게 ‘경찰관 비리, 연예인 마약 관련 범죄를 검찰에 대신 제보해주고 구형에 선처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A씨의 아내로부터 4차례에 걸쳐 합계 1억93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구치소 안에서 호언장담한 공적팔이는 실제로 이뤄졌다. 박씨는 A씨 이름으로 서울북부지검에 경찰관 뇌물과 성접대 사건을 제보한다는 사건제보서를 작성해 보낸 것으로 공판 과정에 드러났다. 구형에 선처받고자 하는 재소자들의 이 같은 행위를 ‘구형 작업’이라고 칭한다.

“2007년부터 유착관계” 주장
‘코마’ 사명 이재명이 작명?

또 박씨는 2019년 3월 성남시 수정구의 한 집합건물에서 필로폰 약 0.08~0.12g을 물에 희석해 복용하고 같은 해 4월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필로폰 희석액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은 또 여자친구와 함께 모텔에서 재차 필로폰 희석액을 복용하는 등 총 3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보다 앞선 2018년 11월 중순경 성남시 중원구의 한 식당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다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옆 테이블의 20대 2명을 마구 때려 다치게 한 혐의(상해)도 받는다. 이때 박씨는 상의를 벗고 문신을 보여주며 피해자를 위협하고 ‘열중쉬어’를 시킨 뒤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지인 B씨가 싸움을 만류하자 그를 칭찬하면서 환심을 샀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이들은 아는 여성과의 술자리에 B씨를 불러내 술을 먹인 뒤 성관계를 유도해, 박씨는 여성과 공모해 B씨를 성폭행범으로 몰아붙이며 ‘강간 피해 보상금’을 요구해 26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성남 국제마피아파 후배 조직원을 폭행한 혐의, 호텔 주차장에서 아무 이유 없이 K5 승용차를 때려 부순 혐의(재물손괴), 횟집에서 술을 마시다 후배를 폭행한 혐의, 일행이 탄 택시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13년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 측은 폭행 혐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을 부인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인수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단독 판사는 “폭력 범행 등으로 다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누범 기간 중에 수회 폭력행위를 저지른 점, 여성과 신체적 접촉을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돈을 갈취하는 방식,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한 공갈 범행으로 갈취한 금액이 거액이라는 점 등 범행 방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필로폰을 여러 차례에 걸쳐 투약하고, 피고인이 2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정지 기간에 도주한 점을 양형 조건에 참작했다”며 “한편 피해자들과 일부 합의한 점, 수사 단계에서 상당수 범행을 인정하며 대체적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친부 둘러싼
배후 의문도 

박씨 아버지가 성남시의회 1~3대 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소속 정당인 박용승씨란 점도 눈길을 끈다. 박씨는 2008년 총선 때 친박연대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고, 지난해 4·15 총선 때 함께 치른 성남시의원 ‘라’ 선거구 보궐선거에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로 공천됐다가 피선거권이 상실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출마하지 못했다.

당시 지역 언론에 따르면 그는 다섯차례에 걸친 무면허운전(도로교통법위반)으로 2017년 12월 실형(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피선거권 제한으로 후보등록이 불가한 데도 미래통합당이 공천했다. 박씨는 지난 4월24일,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회 청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씨와 소통’ 장영하 변호사 누구?

장영하 변호사는 판사(1981년 사법고시 23회) 출신으로, 15년 전인 2006년부터 선거에 출마했다.

2006년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성남시장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맞붙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현직 시장이었던 한나라당 이대엽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장 변호사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당적을 바꿔 국민의당 후보로 성남시 수정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성남시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석패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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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