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빤' 보디빌더 벌크업 딜레마 

약으로 키운 근육 ‘멋있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서정 기자 = 끊이지 않는 보디빌딩계의 금지약물 문제는 고질적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보디빌딩은 시범종목으로 전환됐고, 많은 실업팀이 해체되고 있다. 건전하게 경기에 임하던 선수들은 갈 곳을 잃게 됐다. 이들은 ‘약쟁이’ 이미지가 억울하기만 하다.

전체 보디빌딩 업계의 이미지가 노력, 테크닉 등 긍정적인 면모가 아닌 오로지 ‘금지약물 사용’이라는 부정적인 면모로 쏠리면서 피해를 보는 보디빌더가 늘고 있다. 보디빌딩계의 약물 사용 논란은 이른바 ‘약투운동’으로 인해 시작됐다. 약투운동이란 금지약물과 미투 운동의 합성어로, 전직 보디빌더 출신 유투버들이 개인방송을 통해 보디빌딩 업계에 만연한 금지약물 사용 문제를 폭로하며 등장한 신조어다. 

약투 운동

보디빌딩 업계의 스테로이드 남용 및 치부에 대한 폭로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초래했다. 문제는 일부 약물을 사용하는 보디빌더들이 보디빌더업계 전체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2019년 보디빌더 박승현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보디빌딩과 피트니스계의 불법 약물 사용을 폭로하는 영상을 올렸다. 주창자인 박승현에 따르면 본격적인 약투 운동 시작 전에는 보디빌더들이 활동하는 피트니스 업계에서는 비교적 약물 사용이 공공연히 묵인돼왔다.

비교적 스테로이드 등에 대한 금지약물 사용이 허용됐던 보디빌딩 업계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수많은 보디빌더의 금지약물 사용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유명 연예인들까지 합류하며 설전으로 번졌다. 방송 출연등 유명가도를 달리던 보디빌더 황철순이 가세해 자신은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을 하지 않았다며 박승현의 약투 운동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결국 약물을 사용했다고 시인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문제는 일부 약물을 사용하는 보디빌더들로 인해 기존 전체의 보디빌딩 업계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선수권대회에 출전하던 보디빌더들은 실업난 등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실질적 대안을 강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중들의 시선은 보디빌더, 피트니스 선수의 이미지를 테크닉, 노력이 아닌 ‘약’에 집중돼있다. 이로 인해 땀 흘려 노력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선수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을 하지 않는 선수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지는 정도”라고 했다.

그들은 대회 출전을 위해 흘린 땀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통해 얻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보디빌더 A씨는 과거와는 달리 최근 몇 년 동안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근육이 순수한 운동에 의한 것이라 해명하기 바빴다.

그의 몸을 본 사람들의 질문에는 빠짐없이 약의 이름을 묻는 질문이 포함돼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물론 각종 근육을 키우고 단기간의 체력증진을 위한 약물 등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보디빌더들이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 또한 운동선수이자 보디빌더로서 힘겨운 길을 걷고 있는 와중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힘이 쭉 빠진다”고 푸념했다.

2019년 대한체육회는 대한보디빌딩협회 측 전국체전으로부터 개최한 보디빌딩 종목을 시범경기로 전환했다. 전국체전에서 치러지는 시범종목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전체 메달 집계에서도 제외된다. 정부에서 부여하는 메달 획득에 대한 혜택 역시 없다.


사실상 전국체전 정식종목서 강등된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이 같은 결정에는 사회적 공분을 야기한 이른바 ‘약투’ 논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대한체육회가 보디빌딩 종목에 강력한 제재를 취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도핑 문제 때문이다. 현재까지 어떤 선수가 도핑 검사에 적발된다 하더라도 해당 종목이 시범경기로 강등되는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보디빌딩의 경우 역대 전국체전에서 무더기로 도핑 적발자가 쏟아졌고 현재까지도 많은 보디빌딩 선수들이 도핑으로 적발되고 있다.

금지약물 적발 고질적 문제 부상
‘내추럴’ 선수들 도매금 취급 억울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년간 자리를 지켜오던 보디빌딩 종목을 단지 금지약물 적발로 인해 강등시킨 것은 금지약물 적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디빌딩계의 금지약물 사용 등으로 인한 불건전한 이미지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정보에는 약물을 사용하는 보디빌더를 명확하게 구분이 없다. 이로 인해 기존의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보디빌더들이 피해를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투 운동’을 시작한 박승현은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약물 피해자 증가를 막고 건전한 피트니스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약투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약물의 부작용을 설명해 금지약물 복용 시 초래될 위험을 방지하는 데 일조하고자 노력했다.

또 그는 같은 맥락으로 2차 피해자 양성을 막고자 보디빌딩 업계의 어두운 면을 알리고자 폭로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시 그의 폭로 내용에는 단순히 금지약물을 사용한 것 외에도 일부 보디빌더들이 운동을 배우는 회원들에게 금지약물이 든 음료를 몰래 건네고 이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등 그 심각성이 상당해 파장이 일었다. 

스포츠에서 약물을 금지하는 데에는 공정한 경쟁 외에도 운동인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대표되는 수많은 금지약물들은 빠른 회복과 근육 성장을 돕지만, 동시에 수많은 부작용들을 신체에 안겨준다.

남성의 경우 성 기능의 급격한 저하, 여성의 경우 수염이 나고 목소리가 남성화되는 등의 부작용들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질병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금지약물의 위험성은 우습게 볼 수 없다.

도핑 적발로 인해 전국체전에서 강등된 보디빌딩계는 몇 년째 '약투' 논란과 직면 하는 중이다. 


실제 2021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금지약물 위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금지약물 위반 횟수는 총 254건이며 그 중 보디빌딩 종목은 151건을 차지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보디빌딩계의 금지약물 사용은 고질적 문제가 됐다. 대한체육회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나 도핑 관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진행 중이라 대한체육회에서는 사전 조치만 이뤄진다. 현재 대한체육회는 선수등록 시 교육을 진행하고 금지된 약물 적발 시의 징계조치만 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재 다양하게 나눠진 보디빌딩 업계에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전담 부서로서 세분화된 인력이 부서 간 협력과 연계는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조건이다. 부서 간 협력을 통해 실효성이 있는 실질적 타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도핑 관리는?

이 의원은 “현재 도핑 관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하고 있으나 여전히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한체육회와 대한보디빌딩협회가 연계해 공격적인 반도핑 홍보를 진행하고, 한국도핑방지위원회와 식약처, 경찰청이 함께 상시 약물검사를 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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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