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몰이' 검찰 세 장의 카드

‘2022 대선’ 칼잡이가 요리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돌고 돌아 검찰의 시간이다. 여야 유력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검찰 손에 떨어졌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검찰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있다. 검찰총장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그에게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검찰은 역대 대선 정국에서 늘 주인공이었다. 대선 구도가 어떻게 짜였든 마지막에는 결국 후보에 대한 의혹 수사로 귀결됐기 때문. 검찰 수사 결과는 누군가에겐 ‘면죄부’가 되기도 했고, 누군가에겐 ‘쐐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지막엔
의혹 수사

여야는 대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진통 끝에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경선 2위를 기록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무효표 문제를 들어 불복 의사를 밝히는 듯했으나 사흘 만에 수용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봉합 단계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2차 컷오프에서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를 확정했다. 후보들은 내달 5일, 최종 경선을 앞두고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는 윤석열‧홍준표 2강, 유승민 1중, 원희룡 1약의 구도로 짜여있다. 최종 경선은 당원과 국민 여론을 50%씩 조사한다. 현재 당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윤 후보가 타 후보에 비해 유리한 국면이다.

공교로운 점은 여야 가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검찰의 굴레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윤 후보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사건이 검찰에 넘어가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이 불거진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업체들이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 후보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4040억원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4000억원이 넘는 개발 수익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이, 수천억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윤, 고발 사주에 부인 주가 조작 의혹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에 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성남의뜰이 지난 3년 동안 전체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은 5903억원. 이 중 68%인 4040억원이 화천대유로 흘러 들어갔다.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의 개인투자자 7명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돈은 3억5000만원으로, 8개사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다.

이들이 전체 배당금의 70%에 가까운 돈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관련자들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사건은 게이트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법조계 인사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언급되는 중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여기에 지난 12일 해당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공식입장이 나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2일 “김 총장이 김창룡 경찰청장과 연락해 검경간 보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실체를 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현재도 검경  간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이미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에 김태훈 4차장 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린 것을 시작으로 화천대유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유력 주자
연루 의혹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의 신병 확보가 이뤄졌다. 검찰의 칼끝은 이제 ‘그분’으로 통칭되는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야당에서는 해당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명명하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28%)가 이낙연 후보(62%)에 크게 밀린 원인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꼽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 후보는 연일 이 후보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이낙연 후보의 승복 선언으로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며 “이 지사는 대장동의 몸통, 김만배가 말하는 ‘그분’이라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가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드러나고 있는 여러 정황은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의 공동정범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상황도 그리 녹록치는 않다.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기간인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측근 검사를 통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등이 고소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결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이로 지목되고 있는 손준성(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관여 사실과 정황을 확인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죽였다
살렸다

당초 검찰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찰청 감찰부가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검찰은 검사 9명 규모로 수사팀을 꾸려 대검 진상조사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제보자 조성은씨 등도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손 검사의 관여 사실을 확인하고 공수처에 넘긴 것.

검사 비위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 입장에서 고발 사주 의혹보다 더 큰 문제는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다. 검찰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 2011년 주가 조작꾼과 공모해 회사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김건희씨는 이 과정에서 돈을 대주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13년 도이치모터스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판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주가 조작 혐의로 김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중 이모씨가 지난 6일 구속됐고, 이번에 김씨도 구속됐다. 나머지 한 명은 연락두절 상태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김건희씨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김건희씨에 대한 조사가 혐의 입증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윤 후보 입장에서는 악재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김건희씨 소환조사를 시작으로 윤 후보에 대한 총공세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여야 상관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행보는 대선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실제 역대 대선 정국에서 검찰이 미친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수사에 속도 붙어
대선 영향 미칠까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이다. 당시 대선 전초전 격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과 자동차 시트 납품업체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대통령이 땅과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다스가 190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문회사 BBK의 주가조작 사건에 공모했다는 주장이 더해졌다. 

검찰은 2007년 7월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8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면서 도곡동 땅에 대해서는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후 대선을 2주 앞두고 “도곡동 땅과 다스, BBK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는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역대 최대 표차로 압도하고 당선됐다. 당선 이후 진행된 특검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다스, BBK 관련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과 특검이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꼬리표가 끊임없이 따라 다녔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지난해 10월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회삿돈 252억원가량을 횡령했다고 적시했다. 검찰과 특검의 판단이 12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검찰의 수사 진행 과정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총장님
역할론

일각에서는 결국 수사 주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김오수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김 총장이 여야 후보를 둘러싼 사건 수사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이 뒤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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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