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00년 살았는데…' 대장동 원주민의 피맺힌 호소

“반값에 뺏긴 땅, 그놈들 주머니로”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장동 사업을 두고 여러 가지 특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원주민들이 받은 토지보상액이 시세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또 약속한 사안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성남의뜰에 지분을 보유한 한 금융 투자업계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은 우계 이씨 가문과 전이 이씨 가문이 모여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원주민들은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을을 일궈왔다. 트랙터 바퀴 자국이 짙은 울퉁불퉁한 길 양옆에는 논과 밭이 펼쳐져 있었다. 원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평범하게 살던 곳이다.

개발서 외면
과거와 딴소리

대장동 원주민인 이씨는 과거 대장동을 자연과 어우러져 살던 곳으로 기억한다. 이씨 집안도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다양한 작물을 키웠다. 밭과 논 사이에 났던 길을 따라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일을 돕기도 했다. 일하는 도중 무더위가 심해지면 하천에 뛰어들어 더위도 식혔다.

그러던 이 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장동에도 개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장동 개발이 추진된 시점은 지난 2009년부터다. 이씨에 따르면 이씨 가문의 A씨가 마을을 개발하자며 ‘씨세븐’이라는 민간개발업체를 원주민들에게 소개시켰다. 해당 개발업체는 원주민들에게 도시화 개발계획을 설명하고 주민들 설득에 나섰다. 


당시 원주민들은 처음부터 개발에 찬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시 규모가 커지고 개발이 되니 좋은 의미로 토지를 내주자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대장동 개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졌다. 

개발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씨세븐이 사업 차질을 빚게 된다. 그 이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안한 공영개발 방식을 성남시가 수용해서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LH가 철수하게 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개발 방식은 민관개발로 재차 바뀌게 된다. 씨세븐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의 인물들이 현재 대장동 개발을 주도하는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로 대거 이동한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돼 일부 단지는 완공이 된 상태다. 마지막 단지는 올해 완공 예정이다. 개발과 함께 이씨 집안이 소유한 토지도 개발 과정에서 수용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영개발 명목 동의 없이 토지수용
평당 600만원, 300만원만 보상받아

과거에는 현황도로가 있어 농사를 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국가에 사용료를 받지 않고 원주민끼리도 합의하에 사용해왔다. 

당초 이씨는 토지가 수용되면서 화천대유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화천대유가 약속한 사항은 이씨 소유 토지에 도로를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공사가 진행되자 약속한 사안과 다르고 도로도 다르게 놓였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대장동 개발지구 끝 쪽에 위치한 이씨 소유 토지 사이에 생태다리와 생태공원이 들어서면서 도로는 단절된 상태다. 

원주민은 화천대유 측에 약속을 지키라며 항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현재 이씨가 소유한 대장동 22번지는 각각 22-1번지, 22-2번지, 22-3번지와 같이 3필지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22-2번지와 22-3번지는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땅)가 됐다. 

해당 필지들이 맹지가 된 이유는 도로에 인접하지 못하고 통행을 할 수 없어서다. 개발 전에는 도로와 인접했으나 현재는 아무 쓸모 없는 땅으로 전락해버렸다. 현행법상 도로로 나갈 수 없게 된 맹지의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용도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명시돼있다. 

따라서 토지주가 원할 경우 ‘주위토지통행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이씨는 주위토지통행권을 행사하기 위해 수차례 성남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건 ‘불가하다’는 답뿐이었다고 한다.

이후 성남시청 측에서 맹지를 처분하라는 통보도 받았지만 이씨는 시세변동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 현재 대장동 일대의 시세차익은 5배 정도 난다. 이에 대해 이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토지수용 당시 잔여지 매수 청구에 대한 설명이 없던 탓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이유다.

주민은
빠져라?

이씨 토지에 도로를 놓을 수 없는 이유를 알기 위해 <일요시사>는 성남시청에 직접 문의했다. 시청 측은 이씨 소유 토지가 택지개발지구에서 벗어나 있고 보존녹지(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건축이 가능한 범위는 초등학교, 창고, 단독주택 등으로 명시)지역으로 지정돼있다고 답했다.

또 도로 건설이 공공의 목적을 가지지 않았고, 건축법에 따라 도로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도로를 놓을 경우 건축이나 개발 가능성에 문제가 있을 우려 때문이었다. 

문제는 비단 이씨의 땅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서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으로 넘어가는 도로도 문제다. 하천 위에 왕복 2차선으로 놓인 다리는 시간과 상관없이 차량으로 가득 차 매일 같이 정체되는 구간이다. 

과거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차가 막히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쳐 사람이 사망하기도 했던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한 기업 소유 부지 근처의 도로 때문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바로 하나자산신탁이 ‘신탁’으로 수탁자(토지 소유자로부터 위탁받아 매각 등의 업무를 대신 처리) 지위로 소유한 임야 때문이다. 임야가 위치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길게 아스팔트가 닦인 길을 지나야 한다. 비록 바로 이어지지 않지만 밭을 두고 임야와 도로의 거리는 멀지 않은 편이다. 

이 지역은 판교 대장지구와 상당히 근접해 있고 대장지구 옆인 낙생공공개발지구와도 인접한 곳이다. 이곳은 하나자산신탁이 관리 중인 임야가 향후 대규모 택지로 개발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나자산신탁은 대장동 개발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지분 5%를 보유한 회사다. 


시행사는
나몰라라

동원동 산42번지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흥관광개발공사가 지분 97%를 소유했고, 하나자산신탁은 같은 해 5월 수탁자 지위를 얻었다. 소유한 임야의 규모는 3만9600㎡를 상회하며 평수로 따지면 1만평이 넘는 규모다. 다만 지목이 임야고, 임야 주변의 지목상 도로라는 점만으로는 개발 행위가 불가하다. 

해당 임야는 보존녹지지역에 있는 공익용 산지로 당장 개발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씨는 동원동과 대장동 일대에 낙생지구가 개발될 예정인데, 주변 길만 확장되면 충분히 건축 가능한 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나자산신탁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성남시 도시균형발전과 관계자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에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산42번지가 의제처리 규정에 따라 산지 전용 협의를 거친다면 허가될 수 있다”며 “이후 공사가 시작되고 준공이 된다면 임야의 지목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특혜 의혹에 대해 하나자산신탁 측에 물었다. 하나자산신탁 측은 “땅의 소유자나 관계자가 아니면 알려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임야의 소유주인 기흥관광개발공사 역시 아무런 답변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지구도 공익용 산지였는데 개발된 만큼 산42번지 역시 개발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낙생지구의 공공사업은 지난 2019년부터 추진돼 오는 2024년에 완공될 계획이다. 분당구 동원동 일대 17만평이 넘는 공공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도로 좁아 터져 진입 못해 사람 죽어
성남의뜰 지분 가진 금융사 특혜 의혹

이에 이씨를 포함한 원주민들은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개발이 시작된 뒤 일부 토지주는 재산상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공영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관련 법에 따라 주민 동의 없이 토지수용이 가능했고, 당시 시세가 평당 600만원(2016년 기준)인데 비해 300만원을 보상받고 성남시에 팔았다. 토지가 많지 않다면 양도소득세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은 올해 말로 개발이 거의 마무리된다. 이씨가 시청과 화천대유에서 추가적인 도로 등을 개설해주지 않는다고 의심하는 이유는 화천대유의 돈이 투입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지구는 성남시가 추후 ‘세금’으로 관리한다. 성남시가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이씨의 맹지 문제, 생태다리 및 공원, 하나자산신탁 임야 부지, 근처 도로 등에 관한 사안들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직접 방문했다. 당시 로비는 불이 꺼진 상태였다. 불이 꺼진 상태로 안에서는 회사 관계자들이 회의실 등을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벨을 눌러도 안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이내 관계자가 나와 “아무것도 모른다”며 “돌아가 달라”는 말만 반복해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이씨는 “원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건 마을의 발전”이라며 “돈보다는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토지수용을 허락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다른 지역의 원주민들도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키맨’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 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분류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4일 기각됐다.

법원은 김씨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피의자 구속의 필요성이 소명되기는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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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