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큰 그림 접은 최재형의 새 도전과 남은 과제

“당연한 것이 당연한 나라 꿈꿨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정치 도전이 ‘일단 멈춤’ 상태로 접어들었다. 문재인정부의 고위 관료에서 야당 대선 예비후보라는 드라마틱한 변신에도 국민의 선택은 그를 비껴갔다.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꼬리표를 끝내 떼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요시사>가 최 전 원장의 3개월을 되돌아봤다. 

지난 8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2차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 4명의 후보가 통과했다. 최재형, 황교안,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탈락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4위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컷오프 문턱을 넘지 못했다.

4위 노렸지만
문턱서 고배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선거 때 두드러진다. 특히 대선 때는 후보의 자질과 비전에 대한 검증이 국민의 주요 관심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에서는 ‘경제’가, 바로 지난 대선에서는 ‘도덕성’이 대선판을 관통한 키워드였다.

변화무쌍한 국민의 선택 기준은 그동안 정치와는 인연이 없던 인물을 대선주자로 만들었다.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이 최 전 원장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였다. 

최 전 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평생 걷지 않은 길, 왜 두렵지 않았겠나. 그러나 정권교체에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평생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았다”고 대선 출마 배경에 대해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감사원장을 지낸 그로서는 정치 입문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7월15일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6월26일 감사원장직 사퇴 후 17일 만이었다. 이날 그는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입당 배경을 밝혔다. 

윤석열 대항마로 주목
초반 지지율 못 지켜

그러면서 “정권교체 이후에 우리 국민의 삶이 이전보다는 더 나아지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이 이제는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앞으로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문재인정부는 나라의 근본인 법치를 붕괴시켰고, 헌법정신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었다. 이념에 치우친 실험적인 경제정책을 거듭해 벼락거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며 “비합리적인 방역대책으로 수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일으켜야 할 책무가 제게 있다고 생각하고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법관, 감사원장 등 평생 공직자로 살아온 최 전 원장이 ‘정치’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로 한 순간이었다.

최 전 원장은 ‘변화와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이제 공존을 바탕으로 번영으로 나가야 한다”며 “오늘의 대한민국은 경제와 이념적 측면에서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도 많이 심화되면서 국민 통합이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정부 관료서
야당 대선후보


그러면서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공존’과 ‘번영’은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기반을 닦고 함께 선진화의 길, 번영의 길로 나가야 한다”며 “갈등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은 1956년 경남 진해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86년 사법고시(23회)에 합격한 후 같은 해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다.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최 전 원장의 공직 생활은 문재인정부 초대 감사원장으로 지명되면서 큰 변곡점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2월 감사원장 후보자로 최 전 원장(당시 사법연수원장)을 지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최 후보자는 판사 임용 후 30여년간 민‧형사, 헌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관으로서의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 온 법조인”이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이어 “감사원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면서 헌법상 부여된 회계 감사와 직무 감찰을 엄정히 수행해 감사 운영의 독립성·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고 공공 부문 내의 불합리한 부분을 걷어내 깨끗하고 바른 공직사회와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나갈 적임자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걸출한 정치인 사이서
유의미한 선전 펼쳤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와 감사위원 제청 등을 두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당시 그는 김오수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하라는 청와대 요구를 연이어 거부하면서 문재인정부와 대척점에 섰다. 

이 과정에서 두 아들을 입양한 가족사와 고등학교 때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친구(강명훈 변호사)를 매일 업어 등하교시킨 일화 등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미담제조기’라는 별명이 생겼다. 최 전 원장은 부인 이소연씨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낳은 뒤 2000년과 2006년 각각 작은 아들과 큰아들을 입양했다. 

최 전 원장은 정치 입문 초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항마’로 불렸다.

그는 “윤석열 후보는 작년부터 문재인정부의 탄압에 외롭게 맞서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개인적 문제를 넘어 조국으로 상징되는 위선과 ‘내로남불’을 밝혀낸 수사를 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적폐 청산 수사를 주도하면서 많은 분에게 상처를 입힌 것도 사실이다. 무리한 검찰권 행사로 여권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최 전 원장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컸다. 실제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그는 “정신없이 달려온 3개월이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정치 현장에 적응해가고 있다. 후회스런 일들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정치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재인정부 고위 공직자
야당 대선후보로 탈바꿈


경선 기간 동안 최 전 원장이 보여준 정치 행보는 독특한 구석이 있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강조하고, 불필요한 논란에 말 얹기를 자제했다. 한 번이라도 더 국민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대선 예비후보로선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선 도중 후보의 전초기지나 다름없는 캠프를 해체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최 전 원장은 “오늘부터 최재형 캠프를 해체한다”며 “대선 레이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 레이스에서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주변에 있던 기성 정치인들에게 많이 의존하게 됐다”며 “그런 과정에서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는 점점 식어갔고,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 모든 원인은 후보인 저 자신에게 있고, 다른 사람을 탓해서 될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큰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됐다. 이대로 사라져버리느냐, 아니면 또 한 번 새로운 출발을 하느냐는 기로에 섰다”며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의 길을 가려고 한다. 이 시간부터 최재형 캠프를 해체한다. 홀로 서겠다”고 강조했다.

도덕성 우위
스킨십 약점

최 전 원장의 깜짝 행보는 기성 정치와 차별화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깨끗하고 진솔하면서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해 다른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다른 후보들에 대한 의혹이 대대적으로 불거지고 ‘도덕성’이 화두로 떠오르자 그 부분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 ‘미담제조기’ ‘선비’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최 전 원장의 행보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됐다.

그는 “나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후보다. 또 깨끗하고 진솔하며 과거에 대한 빚이 없는 유일한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도덕성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덕성이 없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의 승부수가 지지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정치 입문 초기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다 2차 컷오프를 앞두고서는 정체기를 보였다. 윤 전 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4위 자리를 두고 다른 후보들과 피 말리는 싸움을 한 것도 정치 입문 초기였다면 예상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도덕성’이라는 국민이 정치인에 요구하는 만고불변의 덕목을 충족시키는 대신 스킨십 부분에서 약점을 보인 것이다. 실제 선거운동 과정에서 친근감 부족, 전투력 부족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그리고 그 약점이 이번 2차 컷오프에서 최 전 원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친근감·전투력 부족 지적
“다시 진가 드러날 것” 자신

최 전 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국민과의 대면 접촉이 어려운 점이 아쉽다. 저는 국민과 만나서 환담하는 자체가 즐겁고, 그분들의 애환을 들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어떻게 그려 드려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제가 마음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 국민 목소리를 너무 경청만 하다 보니 친근감 부족 얘기가 나온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전투력은 평소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정말 싸워야 할 때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정말 싸워야 할 때 싸웠다. 전투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정부와 싸워서 성과를 낸 후보 이 중에 누가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강성노조의 횡포에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택배 대리점주의 비극, 자신이 살던 원룸까지 처분하면서 직원들을 살리려 했지만 절망한 마포 맥주집 사장 등을 보면서 대한민국을 살려야겠다는 신념이 더욱 강해졌다고 했다.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의 모습에서 변화에 대한 갈망을 읽은 것이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꿈꿨다. 불공정과 불의가 득세하는 세상,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는 사회를 정직하고 공정하게, 배려하고 이해하도록,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려 했다. 그는 “당연한 것이 다시 당연하게 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며 “그게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라고 전한 바 있다.

3개월 경력
앞으로는?

최 전 원장의 대망은 2차 컷오프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대선 경선으로 최 전 원장은 많은 것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경선에서 유력 후보들 못지않은 선전을 보여줬고, 2차 컷오프 결과가 나올 때까지 4위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인지도와 지지세를 확인했다. 최 전 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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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