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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26일 15시51분

사회

'원나잇 노리는' 최음제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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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줄 놓게 하는 유혹의 한 방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여성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음료수를 받아 먹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음료수나 술에 몰래 최음제를 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에 악용되는 ‘최음제’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달 3일, 고양시 소재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이트클럽에서 돼지발정제를 탄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나이트클럽에서 이뤄지는 남녀 간 교제 상황을 설명하면서 ‘돼지발정제’와 ‘마약’을 거론한 것이다.

보내는
‘칵테일’

지난해 7월에는 고등학교 1학년 남녀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시간에 나이트클럽에서 이뤄지는 부킹에 대해 설명했다. 또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이 조심해야 할 점을 언급하면서 “클럽에서 술에다가 돼지발정제를 타는 애들이 있다”며 “얘(돼지)들이 (발정제를) 맞으면 맞은 순간부터 막 서로 하려고 붙어서 난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 그거 타서 먹고 난 다음에 여자애들이 더 뭐랄까? 정신을 놓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 사람들이 다 데리고 나가서 다시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따라주는 술 아무나 함부로 막 먹으면 안 돼”라고 발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엔 돼지발정제를 성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개그맨 노홍철씨 역시 돼지발정제를 섞은 소위 ‘칵테일’을 만들어 여자친구에게 주려 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논란이 일자 노씨는 “화끈한 술자리 얘기를 해달라는 친한 기자의 얘기를 듣고 농담 분위기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남성이 여성을 흥분시켜 성적욕구를 풀기 위해 돼지발정제를 최음제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최음제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마약의 일종인 ‘엑스터시’를 최음제로 복용하는 연예인이 존재했다. 이들은 마약 복용으로 검거된 뒤 “마약이 아니라 최음제인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이때부터 대중에게 최음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관심이 증폭돼 판매상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돼지발정제 옛말 GHB 등 종류 많아져
제조법? 데이트 강간 등 성범죄에 악용

노점상이나 뒷골목에서 은밀하게 판매하지 않고 행인에게 노골적으로 권하는 호객행위도 했다. 이들이 취급하는 최음제는 여러 가지였다. 술이나 음료수에 타서 마시는 액체로 된 제품부터 알약, 가루약 등 다양한 형태의 최음제가 존재한다. 원산지도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다양했다. 

이때만 해도 가격이 저렴했던 ‘총알약’이 인기가 많았다. 총알약은 3㎝ 길이의 플라스틱 앰플통에 액체 상태 최음제가 들어있었다. 그 모양이 마치 총알과 비슷하게 생겨서 붙여진 총알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총알약에 돼지발정제 성분이 들어 있어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음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페니시 플라이’는 청계천 판매상들을 통해 유통됐다. 곤충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최음제는 정체불명의 약물로 원료, 제조 방법은 물론 스페인과의 연관성도 알려지지 않았다. 청계천에서는 2∼3회 사용량인 10cc 한 병에 1만5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스페니시 플라이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 최음제 ‘요힘빈’도 청계천에서 1회분 1만원대에 유통됐다. 요힘빈은 아프리카에 있는 ‘요힘브’라는 나무의 속껍질로 만든 가루로 원주민들에게 흥분제로 사용되는 것이 서방 세계에 알려지면서 상품화됐다.

그러나 스페니시 플라이나 요힘빈의 경우 의학적인 약효는 미미하다는 게 의료계 정설이다. 미국 FDA에서는 이미 1970년대에 두 최음제는 효과가 없다고 공표했다. 최음 효과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심리적인 ‘위약 효과’ 때문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은 최음제는 독일제 ‘프로코밀 크림’이다. 이 최음제는 1회분 가격이 2만5000원으로 고가였지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하기도 어려워 단골들만 거래할 수 있었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유흥업계 종사자들이, 유명 나이트클럽에서는 단골들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은밀히 건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최음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쉽게 노출됐다. 스팸 메일이나 인터넷 카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남성들을 유혹했다. 

업소 매니저
서비스 제공

이메일 영업과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물뽕’은 무색무취의 액체 상태로 판매되며 음료수나 술에 타서 복용하면 당시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로 알려져 있다. 

이 물뽕은 24시간 이내에 체내에서 빠져나가 사후 증거를 찾기가 힘들고 가해자를 찾더라고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2010년 국회 국정감사 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은 엄격하게 단속되고 있지만 최음제 성분이 담긴 돼지발정제나 말발정제는 어느 부처도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돼지발정제는 개체 수 증가나 우량종자 관리를 위해 쓰이는데 농어촌 가축병원 수의사나 동물의약품 유통업소에서 2만~50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표적인 최음제로 인식되면서 전국 곳곳의 성인용품 전문점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유통돼 유흥가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손쉽게 매매되고 광범위하게 오용되고 있다.

양 의원은 돼지발정제가 섭취량에 따라 간질이나 내분비계 교란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청·농림부·국립수의과학검역원 어느 곳도 소관이 아니거나 별도 관리대상이 아니라고 답해 문제가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중에 유통 중인 돼지발정유도제나 발정촉진제·시기조절제·성선호르몬자극제 등은 모두 전혀 다른 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뒤 불법적으로 전용되고 있던 셈이라고 양 의원은 강조했다.

이후에도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물뽕’을 판매하는 게시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5분도 채 되지 않아 답이 왔다. 효과에 대한 질문에 “운영 5년 차로 많은 단골을 갖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단골로 모시려 하지, 돈 몇 푼 벌고 문 닫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격은 3회용 한 병이 30만원, 6회용 한 병이 55만원이었다. 기자가 물뽕 검색부터 계좌번호를 받아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5분 남짓이었다. 다음 판매자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으며 질문에 대해 금세 답이 왔다. 그는 일본 수입 제품으로 효과가 확실하다며 절대 들킬 일 없다고 자신했다. 이번 판매업자는 25만원으로 조금 더 저렴했다.  

SNS·포털 등
구하기 쉬워

기자가 한 시간 동안 찾은 판매자는 총 7명이었는데 그중 6명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일본산, 유럽산, 미국산이라며 저마다 효과를 확실히 보장한다고 구매를 부추겼다. 

그룹 빅뱅 승리가 운영해 유명했던 클럽 버닝썬이 흔히 물뽕이라 불리는 마약 GHB(Gamma-Hydroxy Butrate)를 이용해 성폭력 방조 의혹으로 강간약물에 대한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일요시사>에 첫 제보(<단독> ‘승리 클럽 버닝썬’ 성추행 막다 수갑 찬 사연)했던 김상교씨는 SNS에 “버닝썬 고액 테이블 관계자들, 대표들이 술에 물뽕을 타서 성폭행당한 여자들 제보도 받고 방송사 촬영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외국의 유명 포르노 사이트에 해당 클럽 VIP룸 화장실을 배경으로 약물 강간을 당하는 듯한 여성의 동영상이 게재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유엔 마약위원회는 2001년 GHB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했고, 우리나라도 같은 해 GHB를 마약류로 지정했다. 그러나 원재료를 구하기 쉽고 제조 방법도 쉬워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심지어 포털사이트에 제조 방법까지 올라와 있다. 

국내서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증가 추세다. <약학회지>에 실린 ‘약물 관련 성범죄 사건 유형 분석 및 검출 약물 경향’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국과수 본원에 약물감정이 의뢰된 성범죄 관련 건은 총 555건이었으며, 연도별 분포는 ▲2006년 28건(5%) ▲2007년 10건 ▲2008년 38건 ▲2009년 75건 ▲2010년 91건 ▲2011년 133건 ▲2012년 18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관세청을 통해 제출받은 ‘신종 마약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신종 마약 적발량은 9만4532g으로 전년인 2만1378g보다 4.4배 증가했다. 

관세청은 신종 마약 가운데 성범죄에 자주 사용되는 약물 6종(MDMA·LSD·GHB·케타민·러쉬·기타)을 추출해 장 의원에게 보고했다. 올 한 해를 기준으로 하면 이들 적발량과 전년 대비 증가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물뽕’이라 불리는 GHB 적발량이 급증했다. 지난해 적발량은 469g이었지만 올해는 61배에 달하는 2만8800g이 적발됐다. 이는 96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이다.

흔히 ‘엑스터시’라 불리는 MDMA는 지난해 3328g에서 6060g, LSD는 487g에서 931g, 러쉬(RUSH)는 1만1454g에서 1만7947g으로 늘었다. 졸피뎀 등 기타 신종 마약 적발량도 전년도 4572g에서 3만6234g으로 크게 늘었다.

세관별로는 인천에서 전체 88%(8만3421g)에 달하는 신종 마약이 적발됐으며, 부산(6.9%·6604g)이 뒤를 이었다. 불과 5년 전인 2016년 신종 마약 적발 건수가 ‘0’건이었던 광주세관서도 올해 3097g의 신종 마약이 적발됐다. 이는 유입 경로가 ‘개발’되고 있다는 얘기다.

나이트·클럽 판매상 활개
‘비쌀수록 효능 좋다’ 광고

데이트 강간에 주로 쓰이는 약물이 매년 더 많이, 더 다양한 지역에서 적발되고 있는데도 약물 사용 성범죄 처벌 규정과 적발 역량 모두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내에선 약물 사용 성범죄를 처벌할 별도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형법 299조(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간음은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을 동시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마약류 관리법은 마약류의 자가 복용·유통·거래·소지를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타인에 대한 사용 규제, 데이트 강간 등 성범죄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선 관련 범죄 현황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 범죄 통계인 경찰 ‘통계 연보’나 대검찰청 ‘범죄분석’에서도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관련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 전윤정 입법조사관은 보고서에서 “데이트 강간 등 성범죄에 오남용되는 약물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성폭력 범죄에 연루된 현황을 조사하고 통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나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5년 <약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으로 약물 사용 성범죄 증가 양상을 짐작할 수 있다. 2006~2012년 국과수 본원에 약물 감정이 의뢰된 성범죄 사건은 총 555건(2006년 28건, 2007년 10건, 2008년 38건, 2009년 75건, 2010년 91건, 2011년 133건, 2012년 180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버닝썬 사건’이 터지기 7년 전 자료에 불과했다.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마약 조사에 투입된 인력은 인천·부산·서울·김해공항 세관 등 총 4개 기관 61명이다. 인천세관에 전체 인력의 77%(47명)가 집중됐다. 부산·서울세관은 전담 인력이 없어 일반 직원이 투입돼 마약 조사 업무를 겸하고 있다. 게다가 관세청이 보유한 마약 탐지기 82대 중 13대(15%)는 사용연한이 이미 지났다. 

장 의원은 “버닝썬 사건 뒤 여성들의 물뽕 등 데이트 강간 약물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급증하는 마약 적발률, 변화하는 마약 보급 경로 등을 분석해 적절한 곳에 인적·물적 인프라를 보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거래
단속 어려워”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간 약물의 무분별한 사용 배경에는 성의 상품화라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물뽕은 관리감독 제재가 쉬운 다른 약물, 프로포폴 등과 달리 장소와 경로가 특정되지 않는다. 온라인이나 우편 거래 모두를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일부 유흥업소에 대량 유포된 것으로 보이는데, 준강간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문화를 바꾸고 사건이 일어나는 유흥업소 현장을 단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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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면 사라지는 서울 택시 미스터리

해지면 사라지는 서울 택시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도시의 ‘밤’이 다시 길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도 어느덧 한 달째. 시간에 쫓기는 술자리 풍경도 이젠 옛말이다. 대중교통 운행이 대부분 끝난 자정 즈음이 되면, 대로변은 택시를 찾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택시 잡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회식이 돌아온 요즘, 부쩍 택시 탈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택시를 잡는 데 짧아도 30분, 길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지나가는 택시뿐만 아니라 전화·앱 등을 총동원해도 마찬가지다. 회식은 부활 택시는 실종? A씨는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맞지만, 택시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며 “돈을 좀 더 줘야 하는 콜택시, 호출 앱 등을 써도 잡히질 않는다. 종로나 건대입구 같은 번화가에서 택시를 타려면 길 위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A씨 말대로, 최근 불거진 심야 택시 ‘대란’은 공급이 급감한 탓이 크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 불황 때 업계를 떠난 인력은 돌아올 기미조차 없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택시 기사 수는 지난 2월 기준 23만9434명이다. 2년 전 26만1634명에 비해 8.4% 줄었다. 이 중 법인 택시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9만6709명에서 7만4754명으로 22.7%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는 2020년 2월 2만9203명에서 지난 2월 2만709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2년 만에 3분의 1이 줄어든 셈이다. 경기도청 역시 지난 2년간 관내 법인택시 기사가 26.5%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택시 법인들은 인력난 때문에 차량은 남아돌지만 ‘몰 사람’이 없는 웃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다. 법인택시를 정상 운행하기 위해서는 1대에 최소 1.5~2명 이상의 인원이 배치돼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의 택시 법인들은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차량당 평균 1.03명의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차량당 1.4명 이상의 기사를 확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서울시 내 법인택시 가동률은 30%대, 경기도는 40%대로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야 택시 운행의 주축인 법인택시가 줄어든 것이 심야 교통난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법인택시 기사의 이탈이 가속화된 표면적 원인은 코로나 유행에 따른 수입 감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기사들의 대규모 이탈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택시 기사는 “단순히 코로나가 문제였다면, 어느 정도 수습된 지금 돌아오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리두기가 풀린 지 한 달째에, 택시가 부족하다는 말이 많은데도 복귀자가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수입은 노동 강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제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일명 ‘사납금’ 제도와 그 잔재 때문이다. 심야 택시 ‘대란’…발 묶인 시민들 변변찮은 수입에 택배·배달로 이탈 사납금은 기사가 운행이 끝나면 회사에 가져다줘야 하는 돈이다. 주간 운행 시 12만~14만원, 야간은 15만~1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납금을 다 채워주지 못하면 임금이 깎인다. 다 채운다고 해서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실제 근로시간을 따져보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인택시 기사의 처우 문제가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르자, 공공 주도로 ‘전액관리제’라는 개선책이 등장했다. 하지만 개선 효과는 미미했고, “이름만 바꿨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개악’이라고 혹평했다. 전액관리제는 일 단위 납부가 원칙인 사납금을 월 단위 목표액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목표액을 채운 기사는 일정 월급과 유류부가세 등을 받아간다’는 큰 틀은 유지됐다. 대신 기본급이 이전보다 소폭 올랐다. 대신 목표액이 기존 사납금보다 높은 경우도 빈번했고, 초과금은 회사와 6대4로 나누게 됐다. “수입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코로나발 불황까지 겹쳐지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배달·택배 등 수입이 더 높은 업종으로 이탈했다. 법인택시를 거쳐 개인택시를 5년째 몰고 있다는 B씨는 “노동강도는 배달이나 택배가 더 높을 수도 있겠지만, 벌이 차이가 그 이상”이라며 “남은 기사들은 대부분 고령이라 떠나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이다. 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다 갔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급한 대로 개인택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는 운행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심야 운행 선호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여러 곳이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당근’을 내걸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운행하는 근무조 ‘심야9조’를 모집했다. 유가보조금 지원, 서울시 인센티브 제공 등 각종 혜택도 내세웠다. 당근 걸어도 묵묵부답 그럼에도 서울시는 당초 목표인 5000대 모집에 실패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다시 기사들에게 안내문을 보내는 등 참여 독려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서울시는 지난 12일부터 ‘해피존’을 운영하고 있다. 해피존이란 매주 목·금요일 저녁 10시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시민들의 택시 승차를 돕는 임시 택시 승차대다. 해피존에서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는 1만원 안팎의 추가 운임을 제공받는다. 서울시는 다음달 3일까지 종로·신촌·강남 등 택시 수요가 몰리는 주요 지역에 해피존을 설치하고 택시 운행을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교통난을 호소하는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B씨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며 “큰 병에 걸린 환자한테 진통제만 주면 환자가 낫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B씨 설명에 따르면 개인택시가 심야 운행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기사 대부분이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야 운행에 따른 체력적 부담이 더 심할뿐더러, 사고 위험 역시 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부산의 대형마트 주차장 5층에서 벌어진 택시 추락 사고도 70대 운전자의 조작 과실로 벌어진 일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택시 사고 중 65세 이상의 기사가 낸 사고 비중은 46%였다. 2015년 수치의 두 배에 달한다. 취객 등으로 심야 운행 도중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도 이들이 심야 운행을 꺼리는 이유다. 취객의 택시 기사 폭행은 잊을 만하면 다시 반복되고 있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령의 기사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젊은 여성 1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달 22일 오후 9시15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서 60대로 추정되는 택시 기사에게 발길질을 하고 멱살을 잡아 업어치기를 시도하는 등 폭행했다. 그는 당시 만취 상태였다. 본질 빼먹고 사후 약방문 B씨는 “기사 고령화 부추기고, 젊은 기사들 유입 막은 게 서울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그러고는 이제 와 저런 미봉책이나 남발하고 있다”며 “사고 날까 두렵고, 혹시 맞진 않을까 무서워서 안 한다는 사람들이 돈 몇 푼 더 준다고 잘도 나서겠다”고 비꼬았다. B씨 주장을 종합하면, 개인택시 고령화 현상 역시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서울시의 과도한 규제와 역차별이 고령화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개인택시는 서울시 방침에 따라 부제 시행, 택시 총량제, 번호판 판매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더 나아가 기사들은 기본요금·심야 할증 요금 규정도 사실상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내 개인택시는 가~다 및 라(일요일)·9조(야간)으로 나뉘어 운행 중이다. 개인택시들은 부제에 따라 이틀 운행 후 하루를 무조건 휴식해야 한다. 서울시는 “과도한 운행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높진 않다. 일관성이 없는 탓이다. 부제는 지자체별로 시행 여부가 천차만별인데다 법인·플랫폼 택시는 적용 대상도 아니다. B씨는 “서울 택시는 안 쉬면 사고 나고, 경기도 구리 택시는 안 나느냐”며 “엄연히 따지자면 우리는 1억원 주고 번호판 사서 사업하는 개인사업자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자의적으로 휴무일을 정하고 이를 강요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개인택시를 시작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택시 대수의 상한선을 정해두는 ‘택시 총량제’ 때문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이 ‘자리’를 얻기 위해 1억여원을 들여 번호판을 구매한다. 하지만 플랫폼 택시는 국토교통부에 40만원 가량의 기여금만 내면 영업면허를 받을 수 있고, 택시 총량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개인택시, 역차별·탁상공론에 몸살 지자체, 업계 고질병 해결책 고심 또한 서울시에는 ‘60세 미만은 번호판을 산 뒤 5년 이내에 다시 팔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큰 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데 목돈까지 5년 동안 꼼짝없이 묶이는 상황. “서울시가 젊은 기사 유입을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택시도 법인택시처럼 젊은 기사들은 다른 업종으로 빠져나가고, 비교적 고령으로 다른 일을 하기 힘든 사람들만 남는 추세다. 현재 서울 내 개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은 64.5세를 넘어선다. 이렇듯 택시업계는 개인·법인 가릴 것 없이 낮은 수입·인력 이탈과 고령화·플랫폼 택시와의 경쟁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자체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대구·양양 등 일부 지자체는 기사 수입 증대를 위해 기본요금 인상을 검토·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형 택시의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을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심야 할증 제도 정비는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기본요금은 2019년부터 동결된 상태다. 반면 플랫폼 택시는 이미 수익성 제고에 성공했다. 탄력요금제 적용 등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들이 운행하는 대형택시·프리미엄 택시 등은 수요에 따라 요금을 3배까지 할증해 받을 수 있다. 일반 택시는 ‘심야에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시외로 나간다’는 억지 가정에도 최대 40% 할증까지만 가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가고, 그 자리를 플랫폼 택시가 빠르게 메워나가는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여파가 승객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승객은 이들의 선의의 경쟁을 응원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야 합리적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택시 산업이 무력하게 패퇴하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플랫폼들이 택시 시장을 쥐고 흔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게 된다면 교통난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는 지난해 여름 호출비를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며 “강한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긴 했지만, 언제 다시 시도해도 이상하지 않다. 업계 내 경쟁이 사라진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웃는 자는 플랫폼뿐? 이어 “숱한 논란으로 기존 택시에 대한 시민들 시선이 부정적인 것은 안다”면서도 “그래도 이들이 대항마로 남아줘야 시민 입장에서도 좋은 거다. 시민들이 기사 처우 개선과 제도 정비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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