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코로나 초비상' 총수들의 한가위 플랜

과거 영광 버리고 새판 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4대 그룹 총수들이 추석 연휴 동안 국내에 머물며 미래 사업 구상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일정 대신 차분히 시간을 갖고 그룹의 신규 사업 및 사업전략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불러온 신풍속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재계 총수들은 조용히 안살림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차지 못한 탓이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은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코로나 시대 경영 전략 구상에 전념하기 바빴다.

자택서
밑그림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국내외 출장 등 별다른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연휴 기간 동안 해외 주요 사업장을 찾아 시장을 점검하거나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다지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이처럼 지난해 추석에 국내에서 조용히 경영구상을 가졌던 재계 총수들이 올해는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재계의 시선이 쏠렸다. 일단 지난해와 큰 변화는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간 행보를 비춰볼 때 추석 연휴에 맞춰 해외출장을 재개할 거란 관측이 나왔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껏 설립 지역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오스틴시가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지만 올해 초 해당 지역이 폭설로 인한 생산중단으로 수천억원대 피해를 겪으면서 새로운 후보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ISD(테일러 독립교육구)에 10년간 3억1400만달러(한화 약 3600억원)의 세제 혜택 등을 요청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해 ISD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오스틴시에도 향후 20년간 8억550만달러(한화 약 9000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추석 연휴에 해외 출장을 결정하고, 이를 계기 삼아 부지 선정 작업이 구체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투자가 주춤할 동안 TSMC와 인텔 등 경쟁사들은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장악에 속도를 낸다는 점을 이 부회장이 간과할 리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전에서 이 부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활용에 대한 기대감도 이 부회장의 해외 행보를 예상케 한 배경이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 반도체뿐만 아니라 백신에서도 민간 특사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에도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부 협상단과 화이자 고위 경영진간 소통을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백신 도입이 급진전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의 예상과 달리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에는 별다른 해외 스케줄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자택에서 미래 사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세부적으로는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 투자 현안을 챙기는 동시에 사업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인수합병(M&A) 계획 점검 등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대적으로 변화 폭이 적었던 임원 인사에 대한 구상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한
미래 구상

정의선 회장도 가족과 연휴를 보내며 하반기 사업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공급망을 점검하고 해외 주요 권역별 판매 현황, 수소 인프라 구축도 정 회장이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올해 들어 비행기 탑승만 3차례에 달할 만큼 숨가쁜 해외 일정을 소화한 상태다. 지난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대차 미국판매법인과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을 찾은 것은 게 첫 해외 일정이었고, 두 달 뒤인 6월에는 미국 동부로 향했다.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50대 50 비율로 투자해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 최근 인수 작업을 완료한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본사를 찾아 기술 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사업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한 달 만에 또 한 번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 시장 판매와 전기차 진출 전략을 가다듬고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일정에 제약이 생긴 상태에서도 미국 현지 판매·투자를 직접 챙기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정 회장은 3차례 출장을 통해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낸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판매 전략을 직접 점검하고 투자 계획을 한층 구체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5년간 74억달러(약 8조141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기차 생산 설비 확충을 비롯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혁신기술 투자계획이 총망라된 금액이다.

명절 연휴 국제선 탑승은 옛말
국내서 현안 점검에 시간 할애

최태원 SK 회장은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그룹 내 현안을 챙기기로 했다. 신사업 구상, 그룹 쇄신 방안 등 오는 10월 예정된 ‘CEO 세미나’에 화두로 던질 아이디어를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는 방침이다. 평소 사회적 가치를 중시해온 최 회장은 넷제로(탄소중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모색해왔다.

앞서 최 회장은 올해 들어 2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은 그는 앞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동행해 지나 러만도 미 상무부 장관 등 미국 재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한국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7월에는 전용기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은 SK 워싱턴 지사를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만나는 등 네트워크 강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하이닉스 미주 사업장 등을 방문해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인 등과도 면담을 진행했다.

구광모 LG 회장 역시 미래 준비를 위한 구상에 연휴를 할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 회장은 지난해 추석 연휴에 앞서 화상으로 주재한 사장단 회의에서 “고객에 대한 ‘집요함’으로 지금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신 내달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밴 플리트 상’ 시상식을 계기로 미국 출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와 제너럴모터스(GM)는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플리트상'을 공동 수상한다. 구 대표와 메리 배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각각 회사를 대표해 시상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스’를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GM과 2개의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 독자 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버스 제조사 프로테라와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닮은 듯
다른 행보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4대 그룹 총수들의 해외 일정도 영향을 받는 형국”이라며 “해외 일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재계 총수들은 연휴를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가다듬는 데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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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