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내 땅에 모르는 산소가?' 2021 분묘 분쟁 천태만상

조상님 앞에 두고 멱살잡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우리나라는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분묘’를 만들어 땅에 매장했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진 관습이자 전통이다. 과거와 다르게 최근 화장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탓에 땅 주인과 분묘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명절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벌초를 하며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춘다. A씨도 추석 전 벌초를 하려고 고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게 어렵게 되자 일부만 모여 벌초라도 하자는 마음에 아버지를 모신 분묘에 방문한 것이다.

전통이냐 
재산이냐

아버지를 모신 선산에는 여전히 녹음이 우거졌다. 바쁜 생활로 자주 오지 못한 탓에 아버지의 묘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A씨는 자녀와 함께 묘의 풀을 베어내고, 근처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낯선 사람이 A씨에게 찾아와 말을 걸었다. A씨에게 찾아온 사람은 얼마 전 아버지 묘가 있는 토지를 구입한 새로운 소유자였다. 소유자는 A씨에게 토지 주인이 바뀌었으니 이장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오래전부터 아버지와 조상들을 모신 곳이라 이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유자는 이장이 불가하면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전 까지 그런 경우가 없다며 소유자와 말다툼을 벌였다. 


2019년 제주도에서는 세입자와 벌초를 하려고 찾아온 가족에게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건 당일 B씨와 가족은 고조할머니 산소를 벌초하기 위해 세입자의 집 인근을 찾았다. 당시 고조할머니의 산소는 세입자의 집 옆에 마련됐다.

B씨의 고조할머니 묘는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B씨 가족에 따르면 세입자는 B씨 고조할머니 산소를 무연고 산소로 면사무소에 신고했다.

세입자는 B씨 가족이 1년 전 벌초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입자는 신고 뒤 나무를 잘라 고조할머니 산소가 보이지 않도록 덮어놨다.

B씨 아버지는 산소의 모습을 보고 세입자에게 따졌다. 이에 세입자 B씨 아버지와 세입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B씨 가족은 산소에 쌓인 나무를 치우겠다며 트럭을 몰고, 집 안마당까지 들어와 주차 시비로도 이어졌다. 격분한 세입자는 창고에서 ‘전기톱’을 들고 와 B씨에게 휘둘렀다. 

B씨는 전기톱을 든 세입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톱은 B씨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그 결과 B씨의 오른쪽 다리의 신경과 근육이 절단돼 전치 20주의 부상을 입었다.

분묘를 둘러싼 갈등은 또 있다. C씨는 2014년 본인이 소유했던 땅에 조상 분묘를 한 관리자에게 토지 사용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했다. 당시 C씨는 경매를 통해 토지를 샀다. 하지만 해당 토지에는 관리자의 조부와 부친 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남 땅에 조상묘’ 분묘기지권 갈등 빈번
“돈 내” “못 내”…대법 “사용료 내야”

C씨는 자신이 토지의 소유권을 갖게 돼 관리인이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자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분묘를 관리해 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선 사례들의 공통적인 갈등 원인은 ‘분묘기지권’에 있다. 분묘기지권이란 묘지를 보호, 관리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 위에 묘를 설치하는 게 가능한 관습법상 권리다. 

우리나라는 과거 부모가 사망해도 자신이 소요한 토지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소유한 토지에 묘를 설치하곤 했다. 이 때문에 조상을 섬기는 한국인의 관습이 인정돼 생긴 권리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토지 소유자가 바뀌어도 분묘를 개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사실상 지상권(남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유사한 물권인 셈이다. 몇 가지 요건만 충족된다면 타인의 토지에 분묘가 존재해도 개장할 필요가 없다.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묘를 설치한 사람과 약속을 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경우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마찰 등이 없이 점유한 경우와 같은 조건이 충족할 때 발휘된다.

다만 분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부에 실제로 시신이 안장돼있어야 한다. 만일 시신이 안장돼있는 경우라도 분묘라는 게 인식되지 않으면 분묘기지권 획득이 불가하다. 이에 새로운 분묘 설치, 합장 등을 할 수 없다.  

분묘의 존속 기간은 토지 소유자와 분묘 설치자 사이의 약정을 통해 정할 수 있다.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자가 분묘를 관리하는 기간 동안 해당 권리가 유지된다. 

바뀐 판례 
어떻게?

이 같은 이유로 분묘의 처분은 쉽지 않다. 토지 소유자는 분묘 개장(이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전 분묘 설치자나 권리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무연고 분묘로 분류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최소 3개월 전 2개 이상의 일간 신문(중앙 일간 신문 하나 이상 포함)에 공고를 내야 한다. 

비슷한 방법으로는 관할시·도 등의 홈페이지와 일간 신문 1개에 공고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공고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토지 소유자는 분묘 권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개장한 뒤 유골을 10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또 이런 사실을 관할 시청 등에 통보해야 한다.


이런 탓에 토지 소유자와 분묘 권리자 사이에 분쟁이 심화되자 법적인 장치가 마련됐다.  2001년 1월13일 이후 설치된 분묘에 대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 시행됐다. 장사법은 신설된 묘지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골자다.

장사법이 시행됐음에도 문제가 되는 점은 그 이전에 설치된 분묘다. 소유자의 토지에서 2001년 이전 설치된 남의 분묘를 뒤늦게 발견한 경우가 생겨서다. 이 때문에 토지 소유자들은 분묘 시효 완성 전 분묘의 권리자를 찾아 시효를 중단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분묘 권리자들이 토지 소유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대법원에서도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문제가 끊이지 않자 관습법인 분묘기지권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봤다. 절차적 측면에서는 관습법이 헌법소원이 가능한지 여부와 내용적 측면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헌법재판소는 법률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 아니라 법률 효력을 가진 조약 등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알아서∼ 
대책 없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적 효력을 가진 관습법도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분묘기지권이 조상을 섬기는 관습으로 인해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 공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판결이 내려진 데는 화장을 하는 등의 장묘 문화가 변화했지만, 여전히 매장문화가 존재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대목이다. 

당시에는 재산권보다는 관습을 따라야 한다고 보는 기류가 강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 관리에 따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돼있다는 게 이유다. 

이는 분묘기지권으로 인해 소유주가 재산권 침해나 제한을 받는 게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효 취득(권리가 없는 자가 일정 기간 점유하면 재산을 취득하는 행위)한 경우 때문이다.

또 해당 헌법소원에 대한 소수의견도 위헌이 아닌 ‘각하’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당시 한 재판관은 “관습법은 헌법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소유주와 분묘의 권리자간 분쟁이 더욱 발생했다. 소유자들이 당시 결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던 건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해 해당 토지를 이용해서라는 게 이유다. 소유자들이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침해가 우려되고, 장례문화의 변경을 고려했을 때 관습법이 재검토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분묘기지권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은 반대된다. 분묘의 안정성과 조상의 존엄성이 재산권에 앞선다는 것. 전통적인 측면에서의 관점과 재산권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관습·전통 때문에 불거져
법원 판결 ‘이랬다 저랬다’

결국 분묘기지권은 소유자와 권리자 중 누구의 권리를 우선시할 것인지가 주요 화두다. 이런 문제로 최근 대법원 판결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 4월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땅값)를 요구하면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판결에 따르면 구체적인 비용은 당사자 간 협의로 정할 수 있다. 지료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며, 땅값에 따라서 증감도 가능하다. 분묘 권리자가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하게 되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료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권리자가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면 토지 소유자는 소멸청구가 불가하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등 규정의 취지를 종합했을 때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사용 대가를 청구하면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시효 취득을 인정해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토지 소유자의 권리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지 않아도 지료가 발생한다거나 무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판결은 2001년 1월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최근 판결은 앞으로 분묘에 대한 법적 절차 처리가 가능해 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판결 역시 논쟁이 불거질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토지 소유자와 분묘기지권을 획득한 권리자 사이에 법적인 분쟁이 많이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분묘 대부분이 사유지 곳곳에 조성된 경우가 많아서다. 

객관적인
기준 필요

전문가들은 판결이 달라졌어도 지료 지급을 둔 분쟁이 잦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전문가는 “오랜 기간 묘지를 무상으로 이용해오다가 지료를 지주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을 수용하기 힘들 수 있다”며 “지료 지급을 둘러싼 저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부가 지료 산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고자 있어도 무연고 시신, 왜?
마지막 길도 홀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장례 없이 시신만 처리되기도 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일 발행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2947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820건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나 기피하는 건수는 2091건이다.
기준하 입법조사관은 “장례 없이 시신만 처리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사법에서는 사망자의 유언이 아닌 경우, 장례를 치룰 수 있는 연고자를 배우자 자녀 부모 직계비속 등의 순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혈연이나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애도를 원하는 사람이 연고자가 돼 장례를 치르게 하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가족 있어도 인수 거부 빈번
장례 치르게 하는 제도 필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행정처리지침 ‘장사업무안내’를 제작했다. 장사업무안내에 따르면 장례주관을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장례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처리나 조례에서 따를 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상 시신 처리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 입법조사관은 “장례를 사망자의 의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과 권리가 장례 절차 처리에서 반영돼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