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인생작 만난 방민아

걸그룹 벗고 배우를 입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걸그룹 걸스데이는 무대만큼 예능에 능한 그룹이었다. 네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그 어느 걸그룹보다 뛰어났다. 그 중심에는 늘 웃는 얼굴의 리더 민아가 있었다. 늘 긍정적이고 쾌활한 활력을 가진 민아가 이미지 변신에 도전한다. 영화 <최선의 삶>를 통해서다.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민아는 친구와의 불화를 겪은 뒤 조금씩 성장해가는 여고생을 연기한다. 그의 연기력을 두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호평 일색이다.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로 SBS 연기대상 우수상을 차지한 방민아는 감격에 벅찬 얼굴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시는 상인 줄 알고 노력하겠습니다.

무서운 집중력

여러 연예인이 시상식 수상 소감으로 자주 하는 단골 멘트지만, 이를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건 다른 의미다. 방민아는 약 5년 동안 적지 않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2016년 <미녀 공심이>로 연기적인 재능을 보여준 방민아는 불과 5년 만에 다른 차원의 연기를 보여준다. 

단편영화 <좋은 말>에서 평범한 직장인의 얼굴을 절제된 표정으로 준수하게 연기하더니, 새 영화 <최선의 삶>에서는 미세한 감정까지도 정확히 짚어내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다. 무대에서 춤추고 예능에서 웃어 보였던 얼굴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차갑고 우울하며 어둡다.

10대들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낸 이 작품은 당초 소설부터 어두운 분위기였다. 궤를 같이하는 영화 <벌새>나 <파수꾼>보다도 더 그늘이 졌다. 늘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민아에게는 연기하는 데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몸이 저릿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강이의 트라우마가 저에게도 있었어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강이의 시선으로 잘 읽히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저릿한 느낌도 받았어요. 예전 제가 했던 실수나 후회들이 복잡 미묘하게 휘몰아쳤어요. 그 지점에서 충격이 컸어요.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하게 들었어요.”

욕심대로 모든 작품에 들어갈 수 있다면 편하겠지만, 여러 가지 질문이 그를 기다렸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강이를 더 잘 표현해줄 배우가 있지 않을까’ ‘강이의 감정을 내 기존 이미지가 깨지는 않을까’ 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대체로 두려움에서 파생된 고민이다.

영화 <최선의 삶> 주연…국내외 호평 일색
“10대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서 표현했어요”

“제 연기 선생님이 냉철한 편이신데, 이 작품 해보자고 응원해주시더라고요. 그 힘을 바탕으로 감독님을 만났어요. 약 3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는데, 감독님께 남한테 하지 않은 속 깊은 얘기까지 다 했어요. 감독님께서 저에게 ‘끝과 끝을 본 사이’라고 해주실 정도로요. 처음에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두려움이 감독님을 만나고 깨졌어요. 해보자는 용기로 바뀌었어요.”

민아가 연기한 강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서열이 가장 낮은 친구다. 사실상 친구 무리에서도 리더가 있고, 서포터가 있기 마련이다. 힘이 약하고 강단이 없는 강이는 사실상 친구들과 동등하게 행동하지 못한다. 체육복을 챙겨주고, 안 갖고 온 교과서를 메워주고, 때로는 심부름도 마다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계가 깨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민아에게도 학창시절 비슷한 잔상이 남아있다. 

“제가 강이 역을 정말 하고 싶었던 건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당시 그 선택을 한 제 자신이 밉기도 하고, 후회되기도 했어요. 아직도 그 잔상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 당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제 천성이 어디 가지 않아서 비슷하게 행동할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분란을 일으키는 게 불편하고, 타인의 의견을 먼저 들으려 하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실수를 덜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그것으로 인해 아프고, 후회했어도 결국 그런 것들이 모여서 지금의 제가 존재하기도 하니까요. 그 10년을 다시 사는 게 더 힘들 것 같아요.”


연기조차 쉽지 않았다. 연기는 대부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거나,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추측으로 구현한다. 하지만 이번 방민아의 연기는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내는 것을 토대로 이뤄졌다. 

“기존에 하던 연기하고는 달랐어요. 저의 아픈 기억을 꺼내와야 하니까요. 기억하는 걸 넘어서서 표현해야 하다 보니까, 당시에 아팠던 만큼 촬영할 때도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는 매우 예민했었어요. 저의 과거를 꺼내면서 제 마음 속에는 아픈 기억들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작업이 고됐지만, 저 역시 위로를 받았어요.”

예민하게 또 섬세하게 촬영을 이어갔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냈다. 어느덧 배우라는 직업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단단한 내공이다. 뉴욕 아시안 영화제는 그에게 “엄청난 집중력과 헌신을 보여줬다”며 국제 라이징 스타상을 수여했다.

전 세계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최선의 삶>은 인간 방민아에게 커다란 성취감과 용기를 안겨줬다. 

성취감과 용기

“영화를 찍기 전에는 평범함이라는 단어를 그냥 쉽게 받아들였어요. 평범함이라는 것이 어떤 누군가의 시선이 만든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무서운 적도 있었어요. 제가 그 기준에 미달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욱더 그렇더라고요. 그러다 영화를 찍으면서 각 사람마다 여러 행태의 삶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상을 보는 시야도 달라졌고, 저 또한 누군가의 시선에 붙잡히는 게 아니라 저만의 삶을 살자는 용기도 얻었어요. 이 영화가 제게 준 큰 선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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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