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논란만 던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입맛만 다시다 끝난 ‘벼슬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어깨는 늘 무거운 법이다. 리더십 뿐 아니라 다양한 덕목을 갖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덕목을 갖추지 못한 수장에게는 ‘지인 찬스’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면서 일었던 논란이 수습되는 양상이다.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냈던 황씨가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전문성 결여
어떻게 입성?

황씨는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칼럼니스트다. <농민신문> 기자로서 식품 등에 관한 기획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칼럼니스트가 됐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방송계에도 진출해 꾸준히 이름을 알렸다. 

tvN 프로그램 <수요미식회> <알쓸신잡> 등에 출연한 뒤에는 더욱 유명해졌다.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당시 맛 칼럼니스트로서 요식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황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황씨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저격한 데 이어 음식에 대한 배경지식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격한 발언과 행보도 문제가 됐다. 과거 황씨는 혼밥러(혼자 밥 먹는 사람)를 ‘자폐아’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 불고기가 일본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해 역사관 비판도 받았다.


현재 그는 <우리가 남이가> 예능방송에 고정출연이라고 전해진다. 황씨는 방송계가 아닌 본업 경력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부위원장 등 방남단이 한국을 찾았을 때 식사 메뉴 선정을 돕기도 했다. 

2019년 평양공동선언 1주년 행사 당시에는 이북음식과 관련된 토크쇼도 진행한 바 있다. 경기도와 지속적으로 일해 온 황씨는 최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내정됐다.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가 100% 투자한 공기업으로 사장직은 경기도지사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동규 전 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면서 9개월가량 공석인 상태다. 

사장 선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경기관광공사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사장직을 공개 모집했다. 서류전형을 거쳐 4명이 면접을 치렀으며 이 중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황씨도 그중 한 명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 지명
‘이재명 찬스’ 보은 인사 뒷말

경기관광공사는 심사기준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점수를 매긴 뒤 고득점자 3명을 선정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채용 심사기준은 ▲전문적 지식 및 경험 ▲조직경영 경험 및 능력 ▲자질 ▲리더십 ▲윤리관 ▲인품 등이 있다. 이는 공기업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이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여겨진다. 

경기관광공사의 역대 사장 대부분은 고위 공무원이나 전문 경영인들이 역임했다. 2002년 5월 경기관광공사 김종민 초대사장은 문화체육부 차관 등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전문 경영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 2대 신현태 사장은 오랜 기간 개인사업체를 운영했고, 4대 김명수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러나 전직 사장들과는 다른 이력을 가진 황씨가 후보로 지명되자 문제가 불거졌다. 황씨는 공사의 조직 및 인사 관리, 사업 기획 및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였다. 그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과거 경기관광공사에 비공직자, 비경영인 출신이 사장직에 임명됐던 사례는 이선명 전 사장이 유일하다. 이 전 사장은 이 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사직했다. 

황씨의 취임은 처음부터 논란을 촉발했다. 인사청문회 야당 패싱 문제가 나와서다. 청문위원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황씨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은 경기도 의원 15명으로 구성돼있었다. 

이 중 14명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나머지 1명은 비교섭단체인 민생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은 청문위원에 들어가지 못해 청문회 자료를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민주당이 경기도의회의 유일한 교섭단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교섭단체는 의원 12명 이상이 소속돼있어야 한다. 경기도의회는 전체 142석 중 민주당 132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2명, 민생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있다.

자격 있나?
어떤 기준?

황씨 임명에 동의하는 청문 결과보고서 채택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경기도의회 측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의원 비율로 청문위원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민생당 도의원이 청문위원으로 포함된 이유로는 “공공기관장 인사청문 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의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황씨의 내정에 대해 “경기관광공사 이름을 ‘경기맛집공사’로 바꿔야 한다”며 “(황씨 지명은)관광 전문가들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전문성 논란이 커지자 경기관광공사는 “공개모집을 통해 절차대로 진행한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 캠프는 “황씨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중요 만찬도 기획했다”며 “전문성이 있다”고 엄호에 나섰다.
여론도 황씨 임명을 반대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경기도민 청원사이트에 임명 취소하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원에는 황씨가 경영이나 관광에 대한 경력과 지식 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문성 논란은 보은 인사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앞서 황씨는 과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두고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보은 인사 논란은 황씨의 유튜브 채널에 이 지사가 출연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문제가 된 이유는 이 지사의 출연 시점 때문이다. 

영상이 공개되고 약 일주일 뒤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황씨가 평소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점과 이 지사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를 통해 드러낸 점이 보은 인사 의혹을 촉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커지자 황씨는 “‘황교익 TV’는 다른 정치인에게도 열려 있다”며 “다른 대선 예비후보에게도 이 지사처럼 황교익TV 출연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논란을 회피했다.

경험 없고
자질 부족

한편으로는 친분에 의한 내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황씨와 이 지사는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황씨는 “동문회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단체로 차 한 잔 한 사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연이어 황씨를 향해 날을 세웠다. 황씨가 일본음식을 좋게 평가했다고 비판하며 ‘친일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황씨가 일본 관광공사로 적합하다”고 강도 높은 공세도 이어갔다. 


해당 발언을 두고 황씨는 “본인에게 던진 친일 프레임을 이낙연에게 돌려주겠다”며 “이낙연은 일본 총리가 어울린다”고 맞받아쳤다. 황씨는 청문회 전까지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며 결기를 드러냈다.

또 이 지사를 공격하는 극렬 문파를 ‘악마’에 비유했다. 이 전 대표에게는 사과까지 요구했다. 이 지사 캠프는 즉각 황씨 엄호에 나섰다. 논평을 내고 관련 의혹들을 반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지속될 경우 이 지사 행보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TV토론에서도 황씨 내정에 관한 공격을 받았다. 황씨는 보은 인사 등의 의혹을 제기하는 여권 지지율 2위 경쟁주자인 이 전 대표 측과 연일 공방을 벌이며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황씨의 발언들이 선을 넘었다며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황씨의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도 황씨를 ‘이재명의 싸움 개’로 비유하며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이어 “황씨가 자질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협공에도 황씨는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며 입장을 견고히 했다.

이낙연과 붙었다가…
결국 사과하고 자진사퇴

이 지사 캠프 내부서도 ‘철회’와 ‘유지’를 두고 입장이 나뉘었다. 캠프 특보를 맡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황씨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황씨가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제력을 상실한 발언으로 여론을 등 돌리게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내정을 결정한 이 지사 본인만 황씨 지명철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과 공방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해찬 전 대표가 직접 나선 이유는 황씨를 둘러싼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여권의 대선레이스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황씨는 문정부 탄생부터 총선 등 민주당 승리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제가 대신 위로 드린다. 마음을 푸시라”고 말했다. 또 황씨에게 직접 전화해 위로도 건넸다.

이낙연 전 대표도 한 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힌 셈이다.

황씨는 이 전 대표의 사과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일 프레임의 막말을 내게 직접 한 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생명’ 등을 언급한 점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격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연일 수위를 넘나든 발언과 사퇴하지 않는다는 발언과 대비되게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황씨가 심경 변화를 시사하자 여권에서는 “자진사퇴로 사태가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가 황씨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해 ‘황교익 리스크’로 위기에 몰린 이 지사에게 퇴로를 마련해주면서 여권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선 넘은 언행 
여권 리스크 

연이은 사퇴 압박에 황씨는 지난 20일 후보직을 내려놨다. 그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선 “청문회를 통해 검증했으면 됐는데 위기를 자초해 사퇴까지 이어졌다”며 “황씨가 성급했던 탓에 이 지사까지 이미지가 추락하는 계기가 된 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쿠팡물류센터 화재 이재명 대처 논란
황교익과 유튜브 먹방?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쿠팡물류센터 사고 당일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와 촬영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화재는 센터 전체로 번졌을 만큼 대형 사고였다. 또한 고 김동식 소방구조대장이 진화를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센터 안에서 고립됐다. 이틀이 지난 뒤 김 구조대장은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소방관이 순직한 화재 현장에 이 지사가 바로 가지 않았다며 비판에 나섰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전 국민이 김 구조대장의 생사에 대한 걱정을 할 때 이재명은 황교익TV에 (출연)한다”고 비판했다. 

남은 일정 취소하고 복귀
다음날 되서야 현장으로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이 지사는 재난 책임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화재가 발생 하자마자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지사는 6월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 1단계 해제’보고를 받고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다”며 “이천 쿠팡 화재 당시 이 지사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말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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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