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논란만 던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입맛만 다시다 끝난 ‘벼슬 투어’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어깨는 늘 무거운 법이다. 리더십 뿐 아니라 다양한 덕목을 갖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덕목을 갖추지 못한 수장에게는 ‘지인 찬스’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되면서 일었던 논란이 수습되는 양상이다.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냈던 황씨가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전문성 결여
어떻게 입성?

황씨는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칼럼니스트다. <농민신문> 기자로서 식품 등에 관한 기획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칼럼니스트가 됐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방송계에도 진출해 꾸준히 이름을 알렸다. 

tvN 프로그램 <수요미식회> <알쓸신잡> 등에 출연한 뒤에는 더욱 유명해졌다.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당시 맛 칼럼니스트로서 요식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황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황씨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저격한 데 이어 음식에 대한 배경지식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격한 발언과 행보도 문제가 됐다. 과거 황씨는 혼밥러(혼자 밥 먹는 사람)를 ‘자폐아’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 불고기가 일본에서 유래됐다고 설명해 역사관 비판도 받았다.


현재 그는 <우리가 남이가> 예능방송에 고정출연이라고 전해진다. 황씨는 방송계가 아닌 본업 경력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부위원장 등 방남단이 한국을 찾았을 때 식사 메뉴 선정을 돕기도 했다. 

2019년 평양공동선언 1주년 행사 당시에는 이북음식과 관련된 토크쇼도 진행한 바 있다. 경기도와 지속적으로 일해 온 황씨는 최근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내정됐다.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가 100% 투자한 공기업으로 사장직은 경기도지사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동규 전 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면서 9개월가량 공석인 상태다. 

사장 선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경기관광공사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사장직을 공개 모집했다. 서류전형을 거쳐 4명이 면접을 치렀으며 이 중 3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황씨도 그중 한 명이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 지명
‘이재명 찬스’ 보은 인사 뒷말

경기관광공사는 심사기준에 따라 지원자들에게 점수를 매긴 뒤 고득점자 3명을 선정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채용 심사기준은 ▲전문적 지식 및 경험 ▲조직경영 경험 및 능력 ▲자질 ▲리더십 ▲윤리관 ▲인품 등이 있다. 이는 공기업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이에게 꼭 필요한 자질로 여겨진다. 

경기관광공사의 역대 사장 대부분은 고위 공무원이나 전문 경영인들이 역임했다. 2002년 5월 경기관광공사 김종민 초대사장은 문화체육부 차관 등을 지낸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전문 경영인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 2대 신현태 사장은 오랜 기간 개인사업체를 운영했고, 4대 김명수 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러나 전직 사장들과는 다른 이력을 가진 황씨가 후보로 지명되자 문제가 불거졌다. 황씨는 공사의 조직 및 인사 관리, 사업 기획 및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였다. 그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과거 경기관광공사에 비공직자, 비경영인 출신이 사장직에 임명됐던 사례는 이선명 전 사장이 유일하다. 이 전 사장은 이 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사직했다. 

황씨의 취임은 처음부터 논란을 촉발했다. 인사청문회 야당 패싱 문제가 나와서다. 청문위원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황씨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은 경기도 의원 15명으로 구성돼있었다. 

이 중 14명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나머지 1명은 비교섭단체인 민생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은 청문위원에 들어가지 못해 청문회 자료를 알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민주당이 경기도의회의 유일한 교섭단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교섭단체는 의원 12명 이상이 소속돼있어야 한다. 경기도의회는 전체 142석 중 민주당 132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2명, 민생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있다.

자격 있나?
어떤 기준?

황씨 임명에 동의하는 청문 결과보고서 채택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경기도의회 측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의원 비율로 청문위원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민생당 도의원이 청문위원으로 포함된 이유로는 “공공기관장 인사청문 위원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의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황씨의 내정에 대해 “경기관광공사 이름을 ‘경기맛집공사’로 바꿔야 한다”며 “(황씨 지명은)관광 전문가들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전문성 논란이 커지자 경기관광공사는 “공개모집을 통해 절차대로 진행한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 캠프는 “황씨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중요 만찬도 기획했다”며 “전문성이 있다”고 엄호에 나섰다.
여론도 황씨 임명을 반대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경기도민 청원사이트에 임명 취소하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원에는 황씨가 경영이나 관광에 대한 경력과 지식 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전문성 논란은 보은 인사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앞서 황씨는 과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두고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보은 인사 논란은 황씨의 유튜브 채널에 이 지사가 출연한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문제가 된 이유는 이 지사의 출연 시점 때문이다. 

영상이 공개되고 약 일주일 뒤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황씨가 평소 현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점과 이 지사와의 친분 등을 유튜브를 통해 드러낸 점이 보은 인사 의혹을 촉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커지자 황씨는 “‘황교익 TV’는 다른 정치인에게도 열려 있다”며 “다른 대선 예비후보에게도 이 지사처럼 황교익TV 출연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논란을 회피했다.

경험 없고
자질 부족

한편으로는 친분에 의한 내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황씨와 이 지사는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황씨는 “동문회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단체로 차 한 잔 한 사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는 연이어 황씨를 향해 날을 세웠다. 황씨가 일본음식을 좋게 평가했다고 비판하며 ‘친일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황씨가 일본 관광공사로 적합하다”고 강도 높은 공세도 이어갔다. 


해당 발언을 두고 황씨는 “본인에게 던진 친일 프레임을 이낙연에게 돌려주겠다”며 “이낙연은 일본 총리가 어울린다”고 맞받아쳤다. 황씨는 청문회 전까지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며 결기를 드러냈다.

또 이 지사를 공격하는 극렬 문파를 ‘악마’에 비유했다. 이 전 대표에게는 사과까지 요구했다. 이 지사 캠프는 즉각 황씨 엄호에 나섰다. 논평을 내고 관련 의혹들을 반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지속될 경우 이 지사 행보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TV토론에서도 황씨 내정에 관한 공격을 받았다. 황씨는 보은 인사 등의 의혹을 제기하는 여권 지지율 2위 경쟁주자인 이 전 대표 측과 연일 공방을 벌이며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황씨의 발언들이 선을 넘었다며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황씨의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고 언급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도 황씨를 ‘이재명의 싸움 개’로 비유하며 높은 수위로 비판했다. 이어 “황씨가 자질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협공에도 황씨는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며 입장을 견고히 했다.

이낙연과 붙었다가…
결국 사과하고 자진사퇴

이 지사 캠프 내부서도 ‘철회’와 ‘유지’를 두고 입장이 나뉘었다. 캠프 특보를 맡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황씨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황씨가 핵폭탄을 경선 정국에 투하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제력을 상실한 발언으로 여론을 등 돌리게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내정을 결정한 이 지사 본인만 황씨 지명철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과 공방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해찬 전 대표가 직접 나선 이유는 황씨를 둘러싼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여권의 대선레이스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는 “황씨는 문정부 탄생부터 총선 등 민주당 승리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제가 대신 위로 드린다. 마음을 푸시라”고 말했다. 또 황씨에게 직접 전화해 위로도 건넸다.

이낙연 전 대표도 한 발 물러났다. 이 전 대표는 “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힌 셈이다.

황씨는 이 전 대표의 사과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일 프레임의 막말을 내게 직접 한 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생명’ 등을 언급한 점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격한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연일 수위를 넘나든 발언과 사퇴하지 않는다는 발언과 대비되게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황씨가 심경 변화를 시사하자 여권에서는 “자진사퇴로 사태가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가 황씨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해 ‘황교익 리스크’로 위기에 몰린 이 지사에게 퇴로를 마련해주면서 여권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선 넘은 언행 
여권 리스크 

연이은 사퇴 압박에 황씨는 지난 20일 후보직을 내려놨다. 그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 자리를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다.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정치권에선 “청문회를 통해 검증했으면 됐는데 위기를 자초해 사퇴까지 이어졌다”며 “황씨가 성급했던 탓에 이 지사까지 이미지가 추락하는 계기가 된 셈”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쿠팡물류센터 화재 이재명 대처 논란
황교익과 유튜브 먹방?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쿠팡물류센터 사고 당일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와 촬영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화재는 센터 전체로 번졌을 만큼 대형 사고였다. 또한 고 김동식 소방구조대장이 진화를 위해 현장에 들어갔다가 센터 안에서 고립됐다. 이틀이 지난 뒤 김 구조대장은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소방관이 순직한 화재 현장에 이 지사가 바로 가지 않았다며 비판에 나섰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전 국민이 김 구조대장의 생사에 대한 걱정을 할 때 이재명은 황교익TV에 (출연)한다”고 비판했다. 

남은 일정 취소하고 복귀
다음날 되서야 현장으로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이 지사는 재난 책임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화재가 발생 하자마자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지사는 6월17일 오전 경남 현장에서 ‘대응 1단계 해제’보고를 받고 경남과의 협약식에 참석했다”며 “이천 쿠팡 화재 당시 이 지사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말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