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국정 벼락치기' 윤석열의 한계

‘1일1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잇따른 실언,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불화설 등으로 민심이 떠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3개월 대권 벼락치기에 나섰던 정치 신인에게 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총장까지 올라가면 도장만 찍지, 세상 공부 안 해요. 깡통이란 말이에요.”

이는 법조계 출신이었던 야권 전직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한 평가다. 그의 평가대로 윤 전 총장은 현실과 떨어진 각종 발언으로 연일 하락세다. 일각에서는 한 우물만 팠던 윤 전 총장에게 각 분야를 총망라해야 하는 ‘대권 공부’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장만 
찍다가…

윤 전 총장은 지난해 반문(반 문재인)의 상징으로 부상하면서, 대권주자 물망에 올랐다. 검찰총장직 사퇴 직후인 올해 3월부터는 여권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지지율을 맞붙었다. 그는 사퇴 후 3개월간 ‘대권 벼락치기’에 매진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은 변곡점이 됐다. 각종 구설로 자질론 논란을 빚으면서다. 특히 윤 전 총장의 ‘주 120시간’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등 실언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각에서는 정치인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의 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발언은 윤 전 총장의 월성 원전 수사의 정당성마저 의심들게 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진과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한 것은 아니니 기본적으로 방사능 유출은 안 됐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려다 생긴 ‘악수’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잇따른 실언은 검찰총장 시절의 달변가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눌리지 않는 기세, 적재적소에 날리는 사이다 화법을 보였고, 이는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쉽게 기를 펴기 어려운 국감장에서도 그에게는 위압감과 카리스마가 공존했다. 

말만 하면 논란 “정치 쉽지 않네”
3개월 공부하고…토론회 열리면 끝?

하지만 대권 선언 이후 윤 전 총장의 기세가 맥없이 꺾이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고지에 오른 전문가들도 정치판에만 들어오면 바보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 윤 전 총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외교·사회·경제 정책 등 각종 이슈 앞에서 ‘초짜’에 불과했다.

말만 꺼냈다 하면 구설이라, 캠프 내에서는 인터뷰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윤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내에선 1강을 기록했지만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10%대(19%)를 기록해, 2위와의 격차가 좁혀진 상태다. 지난 3월 총장직 사퇴 이후 최저점이다.


특히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리는 60대, 영남권 지지층에서 하락폭이 컸고, 중도층이 많이 빠져 나갔다는 분석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정책 이해 부족과 철학의 부재에 따른 실언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에게 어필됐던 상식과 공정의 어젠다를 잃었다는 평가다. 정권교체를 위해 출마한 대권 유력주자의 컨텐츠가 빈약할뿐더러, 반문 메시지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비전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정치를 처음 시작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앞으로 그런 부분은 좀 많이 유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사실상 정치인의 화법에 서투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철학 부재
떠나는 중도

다만 인식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화법에서 생긴 불상사라는 것이다. 단순히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드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거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식이다. 특히 ‘페미니즘’ 발언에 대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소개한 것 뿐”이라는 식의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신인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당 지도부와의 갈등설로 고초를 겪고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 신지호 총괄부실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 대표의 결정이라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니냐”며 이준석 대표의 탄핵을 공식 거론했다. 

이 대표는 격분했고,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내에선 콧대 높은 야권 1강과 유승민계 출신의 당 대표라는 태생적 갈등 요인 때문에 불협화음이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윤 전 총장과 당 지도부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부터 “경선버스는 8월 예정대로 출발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고, 윤 전 총장은 신중론을 펼쳤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지난 7월 말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캠프를 확대하자, 이 대표는 캠프 합류 인사들에게 징계를 경고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맥주 회동’을 통해 화합하는 듯했지만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없는 사이 전격 입당하며 갈등은 재점화됐다. 

입이 문제
잇단 자책골

다음 고비는 토론회다. 오는 18일 예정된 대선후보 1차 정책토론회를 두고 양측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토론회 참석을 압박하고 있고, 윤 전 총장은 토론 참석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토론회에 불참할 경우는 지지율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토론회 불참은 지도부와의 불화설을 물론, 토론회를 회피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윤 전 총장으로서도 토론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았고, 공개토론 경험도 전무하다.


야권 1강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검증 토론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윤 전 총장의 말투·제스처·표정에는 어설픈 부분이 많다. ‘쩍벌’이 대표적이다. 윤 전 총장은 그간 공식 석상에서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앉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국민들 앞에서만큼은 바짝 엎드리는 정치인과 달리 거만하게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다.

‘도리도리(좌중을 이리저리 계속 바라보며 말하는 행동에서 비롯된 별명)’ 논란도 있다. 대권 선언 기자회견 당시 윤 전 총장은 무려 740회가량 고개를 흔들어 ‘윤도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에~”와 같은 군소리를 남발 역시 거슬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잇단 실언 도마, 초짜의 정책·철학 부재?
신인 리스크, 이대로면 ‘야권’ 흔들린다

최근 윤 전 총장은 이미지 트레이닝 전문가들을 만나 수업을 받고 있다.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광고전문가 유현석씨가 캠프에 홍보실장으로 합류하면서 기여하고 있다. 다만 이는 윤 전 총장의 습관인 만큼 쉽게 고쳐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쏟아지는 논란 때문에 윤 전 총장 캠프는 레드팀을 운영하고 있다. 대외 메시지의 모범답안을 미리 준비하고, 발언 현장에서 논란 소지와 왜곡이 있을 때 즉시 개입해 본래 취지로 바로잡기 위함이다. 아울러 전문가와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 간담회를 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비판 여론이 큰 현안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의 근본적인 인식과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당장 급한 것은 윤 전 총장의 철학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윤 전 총장이 대외적으로 정책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은 반문 메시지가 전부다. 

야권으로서도 1강인 윤 전 총장의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내년 대선에서 큰 변수가 생길 우려가 크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한 후보들이 지지부진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이들이 국민들에게 어필될 요인이 크게 없다는 분석이다. 

흔들리는 
야권 1강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전략과 비전이 전무하고, 야당 후보들이 여당에 비해 확실히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이 중도층이 매력을 느낄만한 콘텐츠를 가진 인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야권판이 크게 요동칠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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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무죄’ 이재명 “사필귀정⋯재판부에 감사”

‘항소심 무죄’ 이재명 “사필귀정⋯재판부에 감사”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2심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사필귀정”이라며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을 향해선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서울고법에) 모여 있는데 이 순간에도 산불은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2심 무죄 선고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의문을 가졌던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선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행이 좌절되는 만큼, 이 대표에게 있어 매우 치명적인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날 2심서 법원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제1처장에 대한 ‘골프 발언’ 및 백현동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이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내리면서 향후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통상 항소심 판결 이후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인용 시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원심이 뒤집어지면서 민주당은 법원 판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며 “위대한 국민 승리의 날”이라고 자축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한 내란공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억지 기소였음이 판명 났다”고 환영했다. 그는 “정의가 승리한 사필귀정 판결”이라며 “위법부당한 법 해석을 적용해 내란 수괴 윤석열의 구속 취소에 대해 사상 초유의 즉시항고 포기로 탈옥시킨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공정하게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막말과 저주를 퍼부어 온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라”며 “검찰과 국민의힘은 국민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도 입장문을 통해 “원칙과 상식의 승리, 정치 검찰의 완패다.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우리 당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정치 탄압을 이겨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원, 지지자들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대표 무죄 판결은 검찰 권력을 향한 파면 선고로 검찰은 저강도 쿠데타로 윤석열정권을 세운 뒤, 조국 전 (혁신당)대표와 이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 비판 언론을 끊임없이 수사하고 기소했다”며 “법원은 오늘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 보복, 사법 살인 시도였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에선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며 희비가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서 열린 이공계 현장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무죄 사유는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1심서 유죄가 나왔는데 항소심서 무죄가 나온 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허위 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이 정치 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재명(대표)는 같은 사안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법조인으로서 봐도,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검찰이 상고할 것이고, 대법원서 이 부분이 허위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려서 논란을 종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판 결과는 당으로선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마무리)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법원이 정치인에게 ‘거짓말 면허증’을 내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이 대표에게 거짓말 면허증 내준 서울고법 판결을 대법원이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오늘 서울고법 형사6부의 이 대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법에도 반하고, 진실에도 반하며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힘 있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의견’이 돼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다면 정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판결대로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에서 어떤 거짓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며 “정의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