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임신 스캔들 75세 김용건 

구설로 얼룩진 반백년 연기 인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중견배우 김용건(75)이 무려 39세 연하 A씨와의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둘 사이의 진실공방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A씨는 김용건을 ‘낙태 강요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김용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출산·육아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용건의 반백년 연기 인생이 혼전임신 스캔들로 얼룩졌다. 

배우 김용건이 여자친구와 출산 문제로 법적 분쟁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여자친구 A씨는 김용건이 낙태를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갑작스런 논란
폭행 협박 주장

A씨는 지난달 말 김용건을 강요미수 혐의로 서울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 3월 임신 소식을 김용건에게 알렸고, 김용건이 출산에 반대하면서 아이를 낳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최근 경찰에 나와 고소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광야 선종문 변호사는 “강요는 폭행·협박이 바탕에 있다”며 “모든 자료를 갖고 있다”고 했다.

A씨는 39세 연상인 김용건과 2008년부터 교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출산 문제로 대립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한다. A씨가 김용건을 경찰에 고소한 이후 김용건은 출산 관련 모든 지원을 하겠다며 법적 다툼을 끝내자고 했으나 A씨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선 변호사는 “A씨와 김용건씨 사이가 멀어진 뒤 김용건씨가 연락한 적이 없다”며 “(김용건이 연락을 했는데, A씨가 받지 않는다는 건)거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반대로 김용건 측은 김용건이 A씨에게 연락을 했으나 A씨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아리율의 임방글 변호사는 “김용건씨는 4월 초에 임신 사실을 알았고, 본인 나이 등을 고려해 출산에 반대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후 5월부터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상태였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김용건씨는 여전히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법적 분쟁을 끝내고 싶어한다”고 했다.

“낙태 종용하고 양육비 포기 각서도”
39세 연하녀 고소에 사실무근 반박

김용건은 지난 2일, 법무법인 아리율을 통해 “갑작스러운 피소 소식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린다”며 “전혀 예견치 못한 상태로 저와 법적 분쟁에 놓이게 됐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 예비 엄마와 아이에게도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용건은 A씨에 대해 “자식들이 독립하고 난 후 빈 둥지가 된 집에 밝은 모습으로 가끔 들렀고, 혼자 있을 때면 저를 많이 챙겨주고 이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이 늘 있었다”며 “매일 연락을 주고받거나 얼굴 보는 사이는 아니었어도 만날 때마다 반갑고 서로를 챙기며 좋은 관계로 지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21년 4월 초, 상대방으로부터 임신 4주라는 소식을 들었다”며 “서로 미래를 약속하거나 계획했던 상황이 아니었기에 기쁨보다는 놀라움과 걱정부터 앞섰고, 제 나이와 양육 능력, 아들들을 볼 면목, 사회적 시선 등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밝혔다.


김용건은 “그 누구와도 이 상황을 의논할 수 없었던 저는, 상대방에게 제가 처한 상황만을 호소하며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며 “상대방은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고, 2021년 5월21일 자신의 변호사와만 이야기하라며 저의 연락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늦었지만 저는 체면보다 아이가 소중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자각하고, 아들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고, 걱정과 달리 아들들은 새 생명은 축복이라며 반겨줬다”며 “아들들의 응원을 받으며 2021년 5월23일부터 최근까지 상대방과 상대방 변호사에게 ‘순조로운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다”고 덧붙였다.

아이 책임?
허위 입장?

그는 “상대방의 순조로운 출산과 건강회복, 새로 태어날 아이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며 “제 생각보다 상대방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컸던 것 같다. 제 사과와 진심이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고 전했다.

A씨 측은 김용건이 내놓은 입장문을 “허위”로 규정했다. 또 김용건 측이 “A씨와 진흙탕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허위 입장문을 먼저 발표한 게 누구냐”고 따져 물었다.

선 변호사는 “김용건씨가 낙태를 종용하고, 아이를 낳으면 양육비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행과 협박이 있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김용건씨와 대화가 담긴 녹취록도 있다”며 “이 녹취론엔 김용건씨가 A씨에게 한 심한 말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A씨 측은 김용건이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A씨와 관계를 모호하게 규정해 A씨를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건은 입장문에서 A씨를 “매일 연락을 주고받거나 얼굴 보는 사이는 아니었어도 만날 때마다 반갑고 서로를 챙기는 좋은 관계”라고 했다.

이를 두고 선 변호사는 “이것만 보면 A씨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선 변호사는 “A씨는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 낙태와 양육비 포기를 강요하다가 고소한 뒤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것에서 진정성을 느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A씨 측은 김용건이 A씨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앞서 김용건 측은 “지난 5월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은 이후에도 계속 연락해 양육과 출산을 책임지겠다는 뜻을 전하려고 했다”고 했는데, 선 변호사는 이를 “거짓말”이라고 했다.

진정성 논란
가족 재조명

김용건 측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김용건씨가 A씨를 폭행했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때린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김용건씨는 앞서 입장문에서 밝힌 것처럼 태어날 아이와 예비 엄마에게 모든 지원을 할 생각”이라며 “벌을 받으라면 받고, 사과를 하라면 사과를 하고, 시키는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용건이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배우 황신혜와 가상커플로 출연한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용건은 황신혜와 지난해 MBN 관찰 예능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우다사) 시즌 3에 출연했다. <우다사>는 다시 사랑을 찾고 싶은 남녀의 가상 커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중년판 <우리 결혼했어요>(우결)을 표방했다.

가상 커플이지만 리얼리티를 표방함으로써 출연진들은 진실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썼다. 김용건 역시 방송에서 황신혜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김측 “진흙탕 싸움 원하지 않는다”
“아들도 지지…출산·육아 책임질 것”

특히 그는 10월21일 방송에서 “정말 진정성을 갖고 이 프로를 하고 있다. 정말 말 한마디, 눈빛 모두 마음에서 우러나는 거다. 진짜 진지하다”고 고백했다. 황신혜도 “그렇다. 완전 진지하다”며 실제 연인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누리꾼들은 그가 교제 기간 중 <우다사>에 출연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황신혜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군” “방송용이었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 프로그램은 진정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던 <우다사> PD의 과거 발언까지 도마 위에 올라 예능 방송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의 가족관계에 대한 관심도 또한 올라갔다. 김용건은 1967년 문화방송 특채 성우로 데뷔했으며 서구적인 마스크에 두터운 입술 덕에 미스터 입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로 칠순이 다 되어서 예능에도 첫 도전하면서 젊은 층에서도 팬층이 생기는 등 전 세대에게 인지도를 쌓았다.

1977년 결혼 후 하정우와 차현우를 얻었지만, 1996년 결국 이혼했다. 당시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 후 빚더미에 올라 생활고를 겪기도 했으나, 현재는 수십억대의 채무를 모두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 
갑론을박

누리꾼들은 김용건의 소식에 “나이를 생각하면 김용건 입장도 이해가 됨” “불륜도 아니고 서로 좋아서 만난 건데 비난할 건 없지” “태어날 아이와 예비 엄마가 상처받지 않게,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게 우선” 등의 반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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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