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서 돌아오세요” 김홍빈 대장

대장님의 무사귀환 기원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장애인 최초로 브로드피크 정상에 올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하산 도중 실종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은 김 대장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계속되는 기상악화로 수색은 지지부진한 상태. 김 대장의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국민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김 대장의 구출 소식을 기다린다.  

열 손가락이 없는 불편함을 딛고 세계에서 12번째로 높은 해발 8047m급 브로드피크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하산 도중 실종됐다. 광주시와 광주장애인체육회 등에 따르면 김 대장은 이날 정상에서 내려오던 중 조난을 당했다.

파란만장
대장의 삶

김 대장은 지난 18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 3고봉인 브로드피크 등정에 성공했다. 이후 하산 도중 실종돼 현지 캠프4에 대기 중이던 러시아 구조팀에 의해서 발견됐다. 당시 러시아 구조팀은 김 대장이 손을 흔들며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1명의 대원이 내려가 물을 제공한 뒤 구조활동을 펼쳐 15m 정도를 끌어 올렸으며 이후 김 대장이 암벽 등강기(주마)를 이용해 올라오던 중 줄이 헐거워지면서 등선 아래쪽으로 추락했다. 김 대장이 추락한 지점은 파키스탄이 아닌 중국 쪽이며, 8000m 급 정상 부근이라 구조대 파견도 어려운 여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원정대는 관련 사항을 현지에 있는 한국 연락관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계 등반사에 역사적 기록을 남기자마자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전해지면서 인간 김홍빈, 산악인 김 대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홍빈 대장은 1964년생으로 벌교중학교, 매산고등학교를 거쳐 1983년 송원대학교 재학 중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산과 인연을 맺었다. 광주대에 진학하고 나서는 공부와 등반을 병행하며 국외 원정에 뽑힐 정도로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1991년에는 북미 매킨리산(6194m)을 단독 경량 등반하다 손에 동상을 입어 조난을 당했다. 사고 16시간 만에 겨우 구조돼 10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7차례의 수술 끝에 10개의 손가락을 모두 절단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손가락을 잃은 이후 등반을 포기했지만 사고 6년 만에 할 수 있는 것은 등반 밖에 없다고 생각을 바꾸고 다시 고산지역 등반에 나섰다.

열 손가락 없이 8000m급 14좌 완등
마지막 도전 성공 뒤 하산 도중 실종

그는 1997년 유럽 엘브루즈(5642m)를 시작으로 2006년 가셔브룸2(8035m), 2007년 에베레스트(8849m), 2012년 케이2(8611m), 2014년 마나슬루(8163m), 2018년 안나푸르나1봉(8091m) 등정에 성공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한 차례 미룬 마지막 봉우리 브로드피크 완등을 위해 지난달 1일, 6명의 원정대를 구성하고 현지로 떠났다.

현지에서 2주 동안 고소 적응을 마친 김 대장과 원정대는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인 등반에 나섰으며 16일께 7200m 지점에 도착했다. 정상 도착 시기를 17일 오전으로 잡았지만 기상 등의 영향으로 같은날 오후 11시30분께 캠프4에서 출발해 18일 오후 4시58분 완등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장애인 최초 8000m급 봉우리 14좌 완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9년에는 남극 빈슨매시프(4897m)등정에 성공하면서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 기록도 갖고 있다. 김 대장은 열 손가락을 대신하고자 하체 근력을 키웠고, 스키와 사이클 훈련을 하면서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1999년 장애인스키 국가대표로 발탁돼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했다. 2013년 전국 장애인 동계대회에서 회전, 대회전, 콤바인 3관왕, 지난해에도 2관왕에 올랐다. 전국 장애인 도로 사이클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순위권에 드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광주시와 광주장애인체육회, 산악연맹은 지난 20일 광주전남등산학교·김홍빈과 희망만들기 등과 함께 대책위 구성, 본격적인 사고수습 체계를 가동했다. 대책위 사무실은 월드컵경기장 내 광주산악연맹에 마련됐다. 사고수습대책위는 조인철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피길연 광주시 산악연맹 회장을 본부장으로, 김준영 광주시 문화관광체육실장을 실무지원반장으로 구성했다.

대책위는 코로나19로 구조대 파견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현지에 있는 원정대와 연락을 통해 구조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고 현장에 있는 원정대원들과 현지인(셀파)들의 도움을 받아 구조활동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브로드피크에는 김 대장과 함께 등반했던 대원들이 기상 여건 등으로 인해 하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다른 나라 원정대원들과 구조대 구성 등을 협의하고, 실종지점 수색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구성
본격 사고수습

대책위는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동시에 현지에서 활동하는 구조대 지원을 위해 추가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브로드피크 정상 부근 기상이 나빠져 캠프4에 남아있던 대원들도 하산하고 있다”며 “이들이 5000m 지점에 있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정확한 상황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실종지점이 브로드피크 7900m 정상 부근이어서 국내에서 구조인력을 파견하면 고산지대 적응훈련 등으로 시간이 소요되고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광주대책위는 최대한 현지원정대가 움직일 수 있도록 예산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장은 열 손가락이 없는 장애에도 14좌 완등에 성공한 불굴의 산악인”이라며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조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인사가 김 대장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마지막까지 희망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김 대장의 구조와 무사귀환 소식을 국민들과 함께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참으로 황망하다. 어제 저녁, 김 대장의 히말라야 14봉우리 완등 축하 메시지를 (SNS에) 올렸었는데, 하산길에 실종되어 현재 김 대장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문 대통령은 “등정 성공 후 하산 중에 연락이 두절됐다는 소식에 가슴을 졸이다, 구조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기쁜 나머지 글을 올렸는데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며 “외교부의 요청으로 오늘 파키스탄의 구조 헬기가 현장으로 출발할 예정이고, 또 중국 대사관에서도 구조활동에 필요한 가용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사망 추정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 정보가 분명하지 않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께서도 그의 안전을 함께 빌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홍빈 대장님은 등반에서 사고를 당해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그러나 그분은 포기하지 않고 산악인으로서 커다란 업적을 세웠다”며 “이번에도 코로나로 지친 우리 국민들께 희망을 주기 위해 히말라야 8000m봉 마지막 14번째 등정길에 나섰다.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온마음으로 김홍빈 대장님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완등 성공 소식에 온 국민이 축하를 보낸지 몇 시간 만에 들려온 실종 소식에 가슴이 내려앉았다”며 “장애를 이겨내고 14좌를 모두 오르셨던 그 힘을 한 번만 더 모아주십시오. 김홍빈 대장님, 어디에 계시든 꼭 무사히 돌아와주십시오”라고 희망했다.

“살아있을 것”
응원 목소리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히말라야 14좌 등반 성공 소식을 전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하산하던 김홍빈 대장의 실종 소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다”며 “일상을 견뎌내기 힘든 요즘 세상, 김홍빈 대장은 우리에게 도전정신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부디 환한 웃음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전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장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애인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을 완등한 불굴의 의지를 가진 분으로 알고 있다. 그 투혼으로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시기를 많은 국민과 함께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김홍빈’이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도전과 희망의 상징이었다”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을 가족들과 하나 된 마음으로, 국민의힘은 김 대장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열 손가락이 절단되고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완등 직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국민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며 “이제는 우리가 김 대장의 귀환을 위해 힘이 되어야 할 때”라고 썼다. 그는 “국민의힘은 모든 국민과 함께 김 대장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어떠한 협조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대장에 대한 수색이 진척이 없는 가운데 부인이 헬기가 뜰 수 있도록 중국정부가 조속히 비행 허가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김 대장의 부인은 지난 22일 광주 서구 광주장애인국민체육센터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전했다.

국민들 한마음 한뜻으로 구조 기원
기상악화로 지지부진…생존 확률은?

부인은 “현재 김 대장의 실종 위치는 중국 쪽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그런데 중국 정부의 허가가 늦어지고 있어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와 파키스탄 정부도 중국 정부의 헬기 비행 허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김 대장은 난관을 이겨낸 강한 사람이다”며 “가족들은 김 대장이 살아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만큼 시간이 흐르기 전에 조속히 수색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광주김홍빈사고수습대책위 관계자는 “외교부와 파키스탄 대사관, 중국 대사관이 화상회의를 통해 수색에 대해 협조를 하기로 협의했다”며 “다만 파키스탄 정부에서 비행 허가를 위한 관련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김 대장의 위성전화 신호가 중국 영토 내에서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수색 당국에 따르면 파키스탄군은 K2(8611m) 남동쪽 9㎞ 지점에서 김 대장이 갖고 있던 위성전화 신호를 확인했다. 김 대장이 조난된 브로드피크는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걸쳐있다.

K2와는 8㎞가량 떨어진 곳이다. 김 대장은 파키스탄 쪽에서 브로드피크를 등정한 후 조난됐고 구조 과정에서 중국 쪽 절벽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위성전화 위치의 세부 위도와 경도까지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광주시사고수습대책위원회 등이 김 대장의 위성전화 신호가 잡혔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더 구체적인 위치가 파악된 것이다. 처음 위성전화 신호가 포착된 시간은 파키스탄 현지시각으로 지난 19일 오전 10시37분이다.

위성전화가 있는 곳은 해발 7000m가량이다. 김 대장의 조난 지점이 해발 7800~7900m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성전화는 800~900m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위성전화 근처에 김 대장이 함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색 당국은 위성전화 신호가 확인된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일 계획이다. 다만 추락 추정 지점이 경사 80도의 직벽에 가까운 빙벽이라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현지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조난 후 나흘째인 이날도 구조 헬기가 뜨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부 요청으로 파키스탄 육군 항공구조대 헬기 2대가 브로드피크 인근 도시 스카르두에서 대기 중이다. 전문 등산 대원과 의료진이 포함된 중국 연합 구조팀도 전날 사고 현장 인근 지역에 도착했다.

계속되는 수색
기상악화 고전

한국 외교부 요청으로 파키스탄 육군 항공구조대 헬기 2대가 브로드피크 인근 도시 스카르두에서 대기 중이다. 전문 등산 대원과 의료진이 포함된 중국 연합 구조팀도 전날 사고 현장 인근 지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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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