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시 서는 '봉달이' 이봉주

달리고 싶은 국민 마라토너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이봉주는 지난해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병을 진단받았다. 1년8개월간 투병 생활을 한 그는 성공 확률이 낮다는 수술을 결정했고, 지난 7일 7시간에 가까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수술을 마친 이봉주는 근황을 알리며 다시 달리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봉주의 쾌유를 기원하며 동료 스포츠 선수들과 팬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섰다. 응원에 힘입은 이봉주는 “꿋꿋하게 이겨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봉주는 한국 마라톤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수많은 마라톤 대회들에 출전하며 큰 족적을 남긴 그는 예능 방송에도 출연하며 순수한 매력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근육 이상
투병 생활

지난해에 그는 고정 예능 <뭉쳐야 찬다> 출연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봉출귀몰’ ‘무한체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예능에서도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직 야구선수 양준혁은 “경기를 뛰는 40분 동안 자신은 정말 조금 뛰는데 이봉주는 10km를 뛴다”며 “카메라가 어디를 잡아도 항상 앵글에 잡혀 이봉주가 언제나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 마라토너답게 근성 축구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봉주는 지난해 2월 훈련을 위해 떠난 사이판에서 출연자들과 폐타이어를 허리에 끼고 하는 훈련을 진행한 뒤 몸에 무리가 생겼다. 처음에는 가벼운 부상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부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프로그램을 쉬면서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봉주는 복귀할 수 없었다. 좀처럼 회복에 차도가 없어서다.

이후 <뭉쳐야 찬다> 마지막 회에서 지팡이를 짚고 나와 근황을 알렸다. 그의 투병 소식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가 밝힌 병명은 ‘근육긴장이상증’이다. 근육긴장이상증은 뇌신경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명령 체계에 문제가 생겨 의지와 무관하게 근육이 스스로 긴장, 수축하는 질환을 말한다. 몸을 펼 수 없고, 근육이 비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주로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세다.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이봉주의 경우 증세가 심해 치료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의 몸에는 몸을 지지하기 위해 압박 붕대가 감겨 있었다.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 한방, 경락 마사지 등까지 시행했다.

그러나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일어설 수도, 제대로 걷기도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는 결국 휠체어에 앉아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일상생활은 중단됐고, 활동을 중단하면서 수입도 끊기는 어려움에 처했다. 오랜 기간 치료한 탓에 심신장애까지 겪게 됐다. 

길어진 투병 생활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위축돼 사람들을 피해서 숨어 다녔다는 이봉주는 방송 출연을 결심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병을 알려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은 물론, 자신처럼 병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근육긴장 이상증 진단…고통의 나날
어려운 수술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복

1년이 넘게 병을 앓던 이봉주는 전과는 다르게 살이 5kg 빠진 채 스틱을 짚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방송에 출연한 이봉주는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했지만, 여전히 부축을 받거나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통증은 줄었지만 여전히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봉주는 한 예능에 출연해 “현재 제일 중요한 고비인 것 같다”며 “고비를 현명하게 잘 넘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기간을 정말 잘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마라톤을 해왔듯이 마라톤처럼 하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늘 그렇듯 정신력으로 버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상황과 반드시 완치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특히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서는 “아프게 되니 육상의 기본을 가르쳐 준 코치님 생각이 많이 났다”며 “성공적인 마라토너 인생의 토대를 만들어 준 코치님을 만나면 큰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방송을 통해 근황을 전하며 전해지자, 팬들은 이봉주를 위해 모금운동을 하고, 천안시는 이봉주를 응원하는 마라톤대회까지 개최하는 등 주변에서도 그를 지속적으로 응원했다. 이런 가운데 희소식이 전해졌다.

유튜브를 통해 근육긴장이상증의 발병 원인을 찾았다는 것. 

고민 끝에
수술 결정

척추 6, 7번 쪽에 낭종이 생겨 신경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다만 당시에는 원인 자체를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비치료와 수술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봉주는 수술을 마지막 선택으로 여겼다. 수술을 하게 되면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따르면 낭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척추에 1.5cm에 달하는 구멍을 뚫어 현미경으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또 척추에 바늘만 넣어서 하는 수술이 아니라 살을 열어서 하는 수술이다. 

이봉주는 “저보다도 안사람이 수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며 “수술이든 일반 치료든 고칠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 상태에 대해서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완치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발병 초기에는 누워서 잠을 자기도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잠도 충분히 자고 허리가 조금은 펴진 느낌이라는 것.

신경이 눌리지 않을 때 한 번씩 허리가 펴져 과거 허리를 바르게 세웠던 느낌이 있다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후 이봉주는 CT촬영을 진행한 뒤 낭종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수술을 앞둔 이봉주는 다시 봉주르 라이프를 외치고 싶고, 반드시 일어나 자신의 발로 뛰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약 7시간의 수술을 마친 이봉주는 수술 후 전처럼 머리와 배가 뛰지 않는다며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수술이 성공적이었음을 알렸다. 수술 당일 배 쪽에 미세한 경련이 남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복근 경련도 멈췄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도 경과가 좋지만, 앞으로 회복·관리를 잘 할 필요가 있다며 이봉주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을 시사했다.

쾌유 기원
모두 응원

이봉주는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고 응원해줬기 때문에 수술을 잘 받았다”며 “반드시 달리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봉주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있는 사진을 게시하며 한층 더 회복된 상태의 이봉주의 근황을 알렸다.

앞서 천안시체육회는 이봉주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되자, 지난 4월 이봉주의 고향을 방문해 시민과 공무원 등으로부터 모금한 성금을 그에게 전달한 바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과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은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이봉주 선수의 고향 집을 찾아가 격려했다.

박 시장은 “이봉주가 병마와 싸워 이기고 다시 일어나 힘차게 다시 뛸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봉주가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곳은 자신의 고향인 천안이다.

명실상부 한국 마라톤 레전드로 평가받는 그는 한국 마라톤의 역사를 다시 쓴 주역 중 하나다. 어려서부터 달리기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왕복 12km의 거리를 오가며 평소에도 스스로를 단련했다.

평발과 짝발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노력과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날씨가 궂은 날에도 굴하지 않고 새벽 4시면 일어나 개인훈련을 했다. 한창 연습할 시기에는 6개월 동안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2.195km를 40번 완주해냈다. 

평균 하루 반에 한 꼴로 풀코스를 완주한 셈이다. 당시에도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 육상부가 해체되는 아픔을 겪는 중에도 이봉주는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이봉주의 재능을 알아본 팀에서 스카웃 뒤, 전국체전에 출전해 2위를 달성해 승승장구하는 듯싶었으나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부상까지 겹쳐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며 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기록 역시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봉주는 평소처럼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아파도 이웃 위해 봉사
주변서 많은 도움 손길

그 결과 1993년 호놀룰루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침체기에서 벗어났다. 1995년 동아마라톤대회 우승을 하며 통해 이름도 알려졌다. 

자신감을 되찾은 그는 국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마라톤은 이봉주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만큼의 업적들을 달성하는 등 이봉주 시대의 문을 열었다.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분류되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1위와는 불과 3초밖에 차이나지 않았을 만큼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올림픽 마라톤 사상 최소 차이의 격차다. 

이봉주는 2001년 출전한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많은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2009년에 전국체전에 출전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봉주는 40세에 은퇴하기까지 국제대회에서 44번 도전해 41번 완주를 했다. 훈련을 통해 완주한 거리까지 합치면 그가 뛴 거리는 지구 4바퀴에 이를 만큼 많은 시간을 달렸다. 현재까지도 이봉주가 세운 한국 신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은퇴 이후에는 지도자 생활 제의도 받았으나 거절하고 치킨집, 홍보대사 등을 하며 마라톤 꿈나무를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는 제2, 제3의 이봉주 탄생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소 해오던 봉사활동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수술을 받기 전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통해 이봉주의 인간적인 면모가 주목받았다.

전설의 귀환
“기다릴게요”

이봉주는 자신이 아픈 것은 방송국 탓이 아니라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뜻을 밝혔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원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7월부터 시작 예정인 재활 프로그램을 충실히 수행하고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육상 발전을 위해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봉주의 예능 도전
순수한 매력으로 시청자 사로잡다

이봉주의 첫 예능 도전은 2011년 출연했던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다. 봉달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이봉주는 의외의 댄스 실력과 입담을 뽐냈다. 

당시 봉달이 아저씨의 반란이라며 시청자들에게도 예능인으로써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출발 드림팀>에서는 조커 분장으로 분장만으로 스태프를 폭소시키는 가하면, <무한도전>에 출연해서도 ‘순수함’으로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자기야 백년손님> 출연을 통해서도 장인어른과의 케미를 보이며 주목받았다. 이봉주의 어눌한 말투가 시청자들과 한층 더 교감할 수 있었던 정겨움의 상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뭉쳐야 찬다> 고정 출연을 통해 스포츠 스타 특유의 진솔함과 순수함을 뽐내며 예능 대세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관측이 있다. 또 마라토너 특유의 ‘근성’과 ‘열정’을 뽐내며 역시 마라톤 레전드답다는 평가도 있다.

<뭉쳐야 찬다>를 통해 동네 초등학생까지 알아보며 이봉주에게 싸인 요구를 한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확실한 예능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에 나오는 이봉주의 성격과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며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성격으로 앞으로도 많은 예능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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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