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강타한 '윤석열 X파일' 입체분석

사방이 적… X맨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담긴 ‘X파일’로 정치권이 연일 뜨겁다. 다만 실체와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 수준의 문건들로 인해 혼선만 가중되는 분위기다. X파일은 어디서 만들어졌나. 그리고 왜 지금에서야 터진 걸까.

야권의 정치 평론가 장성철씨가 쏘아올린 ‘윤석열 X파일’ 논란이 연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장씨는 X파일을 본 후 “방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윤 전 총장을 향한 지지 철회의 뜻을 밝혔다. 아군으로부터 나온 폭로라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A4 10장
4가지 버전

윤석열 X파일은 이미 정계에서 소문이 파다했다. 이를 최초로 언급한 이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신지호 전 의원. 그는 지난달 24일 한 칼럼에서 윤 전 총장과 관련된 X파일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생산지를 ‘여권’으로 지목했다.

신 전 의원은 야당 의원실에서 해당 자료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마침 야권에서도 윤석열 때리기의 수요가 발생했다”며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석열을 제쳐야 하는 사람들 또한 윤석열을 무너뜨릴 비책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추측했다.

이후 여권에서도 X파일 대열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파일을 수집하고 있다며 혹독한 검증을 예고했다.


이후 장씨의 ‘내부 수류탄’은 X파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장씨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그가 본 X파일은 올해 4월 말과 6월 초에 작성된 두 가지다. 각각 A4 10장 분량이다. 4월 말에 작성된 문건은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본 정보를 담았다.

반면 6월에 작성된 문건에는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다. 부인 김씨, 장모 최씨 등과 관련된 의혹이 인물별로 분류됐다. 동시 윤 전 총장을 공격할 수 있는 부분,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야 할 점 등의 정무적 판단까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장씨는 해당 X파일 문건의 전달한 이를 “여야 안 가리고 정보 쪽에 상당히 능통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씨는 X파일을 작성한 당사자를 여권과 정부기관으로 지목했다. 장씨에게 X파일을 전달한 이가 4월에 작성된 문건의 출처를 정부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아군 진영서 터진 폭탄…공작 배후 세력은?
실체 없어 오리무중…반윤석열 연대의 작품?

반면 6월 문건은 정무적 판단이 들어간 만큼 장씨는 여권 쪽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을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자료라는 것.

의아한 부분은 장씨가 제기한 X파일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문건들이 돌고 있지만, 모두 장씨가 언급한 문건이 아니다. 현재 정치권에 돌고 있는 문건은 4가지로, 전자파일 형태로 유포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윤석열 X파일(목차)’이란 제목의 PDF 파일이다. 분량은 6쪽. 파일 목차를 보면 윤 전 총장과 그의 아내 김씨, 장모 최씨와 관련된 비리 의혹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친여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 TV’가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열린공감 TV는 방송을 통해 “해당 파일은 취재 내용을 정리한 방송용 대본”이라며 “지난해부터 윤 전 총장 관련 방송을 많이 했고, 이미 방송을 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제 내용이 담긴 분량은 200~300쪽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부인 김씨의 사진과 프로필, SNS 활동 내용 등이 담긴 ‘윤석열 마누라’ 등의 제목으로 된 80개 정도의 문서 압축 파일(97.89MB)과 장모 최씨와 관련된 의혹이 담긴 ‘윤석열 누가 죄인인가’란 제목의 문서 파일(238.82MB)도 함께 돌고 있다.

명중탄?
불발탄?

또 윤 전 총장의 ‘공(公)’과 ‘실(失)’ ‘핵심 리스크’ 등 세 가지 목차로 나뉜 2쪽짜리 문건도 돌고 있다. 이 문건은 윤 전 총장의 과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시 야당 의원실이 청문회 대비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돌고 있는 문건들을 두고 출처가 불분명한 ‘지라시’ 수준으로 평가했다. 대선 국면 때마다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자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기관에서 만든 형태라고 하기에도 조악한 수준으로 보인다.

즉 현재 정가에서 돌고 있는 X파일은 정부에서 조직적으로 자행한 ‘불법 사찰의 결과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씨와 동업자였던 정씨 주장이 담긴 ‘파생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씨는 원래 최씨와 동업자 관계였지만, 둘은 금전 관계로 인해 틀어졌다. 이후 최씨가 정씨를 고소했고, 이 일로 기소된 정씨는 강요죄 등의 혐의로 2년가량 옥살이를 했다.

정씨는 출소 후 최씨의 위증 등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윤 전 총장이 과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둔 시점에 정씨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실을 광범위하게 접촉했다는 후문이다.

실체 없는 X파일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난데없는 ‘배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미경 최고위원은 장씨의 말을 의심하며 “입수하지 않고 한 것처럼 거짓말하면서 나쁜 게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식적으로 10페이지짜리 문건 2개에 윤 전 총장과 관련된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장씨가 여러 언론과의 접촉으로 X파일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배경 역시 미심쩍다. 장씨가 야권 인사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보수 진영 내 ‘반 윤석열’ 세력이 ‘작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배경이다.

배후설
폭로전


일각에서는 논란을 제기한 장씨 배후에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씨는 김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비전전략실 소속으로 일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전혀 무관하다”며 펄쩍 뛰었고, 장씨 역시 “김 전 의원과 교류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밖에도 황교안 전 대표가 배후에 있다는 설도 나온다. 황 전 대표는 후보 경선에서 윤 전 총장과 겨뤄야 한다. 과거에도 두 사람은 특수통과 공안통 검사 출신으로 경쟁 관계에 있었다.

또 윤 전 총장은 황 전 대표의 법무부 장관 시절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윤 전 총장이 검찰의 수장에 오른 이후 특수부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장악하면서, 황 전 대표의 공안부 라인은 몰락을 겪어야 했다.

과거 흐름을 비춰봤을 때 황 전 대표의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공안부 출신인 황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황 전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공안통과 특수통은 서로 돕는 관계”라고 반박했다.

X파일 실체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자 정치권은 서로 책임을 떠밀고 있다. 특히 여당은 이간계 전략을 펼치는 양상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X파일의 근원지를 야당으로 지적하며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이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X파일을 본 일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면서도 “검찰총장은 법의 상징인데 그런 분이 정치판에 등판하기도 전에 20가지에 달하는 의혹이 있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윤 전 총장을 저격했다.

‘누가 만들었나’ 여야 공방에 이간계 의심도
강경 대응하는 ‘윤’…제2의 김대업 사건?

과거부터 홍 의원은 야권 내 ‘윤석열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윤 전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수사 등에 관여한 것을 들어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도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상 야권 내부를 ‘갈라치기’ 하려는 여권의 속셈이 통한 것.

야권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의 이른 홍역으로 혼선이 가중되면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X파일 논란과 관련해서도 대응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또 야당은 ‘정치 공작’이라며 여당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제작·유통 원조”라고 주장했고, 성일종 의원은 “누가 만들었는지 출처가 중요하다”며 여권을 겨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원팀의 정신으로 송영길 대표의 X파일 이간계에 맞서 함께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윤 전 총장은 태세를 전환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2일 이상록 대변인을 통해 “출처불명 괴문서로 정치 공작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X파일로 위기에 몰리자 ‘불법사찰’ 등의 강한 어조로 국면전환을 노린 것이다. ‘전언 정치’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침묵은 국민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 윤 전 총장 측은 이와 관련된 법률대응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X파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의 내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의혹만 남는 X파일은 공작정치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불린다. 실제로 역대 대선 시즌에는 X파일, 허위 증언 등 온갖 네거티브가 정국을 휩쓸었다.

복잡한 야권
정공법 돌파?

일각에서는 과거 ‘김대업 사건’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병무 관련 의정 부사관을 지냈던 김대업씨가 “1997년 15대 대선 직후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의 병역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 회의가 열린 뒤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이는 증거 조작으로 결론났지만, 당시 이 후보는 지지율이 급락했고 결국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