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떠나는 신인 작가들의 속사정

“힘겨운 영화판, 미련 없이 떠난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의 태초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시나리오의 바탕에서 좋은 영화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공감 가는 캐릭터와 현실성 있는 사건, 가슴에 와닿는 대사,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은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작품의 미덕이 분명한 시나리오를 쓰는 능력 있는 작가가 많을수록 이야기 업계가 성장하며, 따라서 새로운 스타 발굴이 필수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는 좋은 작가가 유입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영화판에 좋은 신인 작가가 없어요.” 한 영화 제작자의 말이다. 영화 <쉬리> 이후 한국 영화계가 몸집을 불릴 때부터 ‘좋은 작가가 없다’는 말은 늘 있었지만, 최근에는 좋은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를 찾는 게 정말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는 대중 예술 콘텐츠 중 가장 명예로운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인들이 시를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로 칭하는 것처럼, 2시간 사이에 이야기를 전달해서다. 또 하나는 관객이 직접 돈을 내고 영화관까지 찾는 수고를 감당하는 콘텐츠라는 것도 가점 요소다.

그 관객의 수가 때로는 1000만명이 넘어갈 때는 매우 큰 수익과 함께 한국 영화사에 남을 명예를 얻는다. 

“열 개 시나리오 중 개봉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시나리오가 아홉 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박성이 짙은 산업이지만, 그만큼 과실이 달고 크기 때문에 영화에 도전한 창작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에 대한 메리트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유튜브와 웹드라마 등 뉴미디어가 활성화될 뿐 아니라 집에서 얼마든지 높은 수준의 작품을 시청할 수 있는 OTT가 대중화되면서 비교적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영화관까지 찾아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영화는 올드미디어로 전락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부터 한국 영화계는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52시간 근로제 적용에 예외 산업이었던 영화 산업이 제외됨에 따라 한국 영화계는 막대한 제작비 상승을 겪으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0년도판 한국영화연감’(이하 연감)에 따르면 2019년 3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 영화는 총 45편으로, 이 영화에 투입된 총제작비는 약 4559억원이다. 이는 2016년 기준 2956억원(33편)보다 무려 1600억원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2017년에는 3618억원, 2018년에는 4101억원으로,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 매출 규모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2016년 총매출은 4530억원, 2017년에는 4947억원, 2018년에는 4584억원이다. 일반적으로 4500억원을 전후한 매출을 기록했다.

2019년은 약 5664억원의 총 매출을 기록했다. 이전보다 갑작스럽게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등 1000만을 넘겼거나 육박한 영화가 세 편이나 된 덕분이다. 

2019년 평균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남겼지만, 실제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8편에 해당한다. 이는 27편의 영화는 손실을 봤다는 것을 말한다. 


100억 넣으면 8억 손해 보는 산업
웹소설·드라마로 떠나는 작가들

연감에 따르면 매출액 1위 영화인 <극한직업>을 제외하면, 44편 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8.1%까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100억원을 투입하면 약 8억원의 손해를 보는 산업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영화 자체에서 얻어지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집필료는 더 적을 수밖에 없다. 또 영화는 정산이 매우 늦는 산업이다. 작가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일반적으로 신인 작가의 경우 한 작품에 약 2000만원가량의 계약금을 받고 2년에서 3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한다. 온 힘을 다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캐스팅에 실패하거나 투자를 받지 못해 제작에 돌입하지 못하면 그간의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 

혹여 시나리오가 영화화돼 흥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수익의 약 1%의 수익만 얻는다. 대부분 개봉 후 정산을 마친 다음에 수익금을 얻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개최한 업계현안인식포럼에서 작가조합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크레딧을 보유하지 못한 작가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시나리오 계약을 체결하고 집필한 7건의 집필료 실수령액 평균은 1143만원이다.

영화 시나리오에만 매진하면 연봉 500만원에 그칠 수 있다. 

김병인 작가조합 대표는 “배우나 감독이 수억원의 출연료와 연출료를 받는 것에 비해 작가의 노력은 너무 터무니없이 책정되고 있다”며 “2년 동안 1000만원가량의 집필료를 받는 현실이다 보니 생활고에 지치는 시나리오 작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제작자가 악의적이어서는 아니다. 영화계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구조를 띠고 있어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영화는 R&D(연구·개발, Reaserch&Develop)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이 개봉까지 가기 너무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 

빚을 내서 시나리오를 개발하다 수십억원가량의 빚더미에 오른 제작자들도 수도 없이 많다. 

아울러 제작비 상승으로 리스크가 더욱 커지면서 경제적 책임이 커진 투자사는 이미 능력을 증명한 기성 감독과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려 한다. 이미 티켓 파워를 증명한 배우가 아니면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빚더미에
놓인 현실


영화계는 사실상 배우나 작가, 감독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한 영화 배급사의 본부장은 “2016년만 하더라도 30억원 제작비로 작가주의 색채가 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제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50억원이 넘게 든다. 그럼 200만 관객을 넘겨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작가주의 색감이 강한 영화로 200만 관객을 동원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특별한 열망이 있지 않은 신인 작가들은 영화가 아닌 다른 채널을 찾는 게 요즘 현실이다. 특히 10~20대를 겨냥한 포털사이트 웹소설에 많은 신예 작가가 투입되고 있다. 비록 집필의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이 힘들기는 하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감독보다 더 작가를 대우해준다.

흥행에 따른 수익도 드라마가 훨씬 좋은 편이다. 

김병인 대표는 “요즘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만나서 물어보면, 다 웹소설을 쓴다고 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고 했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매월 정산이 되기 때문이다. 웹소설도 대박을 터뜨리면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다”며 “대부분 작가들도 영화보다도 드라마를 선호한다. 그만큼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역시 작가들이 드라마에 유입되면서 드라마 시장이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크레딧 여부다.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적폐 중 하나가 감독들이 작가의 크레딧을 뺏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영화 <마이웨이>의 원작을 쓴 김병인 작가조합 대표도 강제규 감독과 크레딧 문제로 큰 싸움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내가 작가조합 대표를 맡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서는 정의를 운운하면서 뒤에서는 부조리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영화감독들이 너무 많다. 이미 부와 명예를 얻은 자들이 가진 것 없는 작가들의 작은 결실마저 뺏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수많은 작가들이 감독으로부터 크레딧을 뺏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감독과 제작자들마저 크레딧을 악용한 사례가 정말 많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데뷔 영화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둔 A 감독은 신인 작가의 원고를 뺏어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를 뺏긴 작가는 비토하는 심정으로 영화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은 5고까지 쓴 작가진의 크레딧을 뺏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요구에 분개한 작가 B는 소송을 준비했으나, 그 과정에서 꼬리를 내린 제작자와 감독으로 인해 별 무리 없이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제작자의
흔한 갑질

익명을 요구한 작가 B는 “당시 그 영화의 감독이 제작자에게 크레딧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 그렇게 되면 작가료와 감독료를 동시에 받을 뿐 아니라, 모든 명예와 스포트라이트가 감독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며 “그 감독과 재계약하고 싶었던 제작자가 내게 악의적인 요구를 했다. 영화계에서는 흔한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명작을 다수 남긴 유명 작가 C는 감독 D와 지겨운 신경전을 벌였다고 토로했다. C에 따르면 D는 영화 개봉까지 원작자인 C와 단 한 번도 회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후 촬영이 끝나고 편집 과정에서 D 감독은 C 작가 몰래 각본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앞에 두려고 했다.

개봉을 앞두고 C 작가가 편집 스태프에 확인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C 작가는 “각본 크레딧에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시나리오에 누가 더 많이 기여했냐는 의미다. D 감독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나온 뒤 대사만 고쳤다. 그럼에도 편집 때 몰래 그의 이름을 앞에 넣으려 한 것”이라며 “내가 그야말로 노발대발을 해서 원래대로 고쳤는데, 개봉 전에 또 바꾸려고 하다가 또 걸렸다. 다시는 그 사람과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작가 조합에서 취합한 사례 87건 중 40%의 작가가 개봉한 영화의 크레딧을 불인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본에 해당하는 원고를 쓰고도 각색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거나, 각본 크레딧에서도 순서가 후 순위로 밀리는 것이 그 예다. 

김 대표는 “굉장히 많은 작가가 크레딧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대다수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문제제기조차 안 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한 사람이 각본에 이름을 올리고, 대사를 바꾸거나 몇 가지 상황을 고친 사람은 각색에 이름을 올리는 게 불문율이다. 작가 조합의 주장에 제작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은 시나리오에 대한 기여도의 해석이 각기 다른 상황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나리오가 고쳐지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나 대사에 대한 해석이 작가나 감독, 제작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크레딧을 두고 다툼이 벌어진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과거에는 감독이 작가의 크레딧을 뺏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이를 악용한 제작자도 많았다. 지금도 모두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표준계약서가 나온 이후에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 크레딧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감독이 직접 글을 쓰고 연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찬욱, 봉준호, 최동훈, 나홍진, 이준익, 류승완, 한재림, 윤종빈, 이병헌 감독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감독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도맡는다. 직접 각본을 쓰지 않더라도 파트너 작가를 두고 기획단계부터 함께 시나리오를 개발한다. 

“2년에 1100만원 번 경우도 있어”
“신인에 부와 명예, 기회가 없다” 

신인급 감독들 역시 직접 시나리오를 써야만 데뷔할 기회가 생긴다. 작가와 연출의 기능을 구분하지 않는 점이 한국 영화계의 특수성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의 크레딧을 살펴보면 감독이 시나리오 크레딧을 겸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한국은 크레딧상 감독이 시나리오 크레딧을 갖는 경우가 70~80%에 달한다. 연출의 기술과 작법의 기술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두 영역을 모두 섭렵한 감독도 자연스레 있는 것이지만, 과연 한국의 감독들만 유독 80%나 되는 감독이 그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업 영화의 경우 화자가 아닌 청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돼야 한다. 그렇다면 기획개발단계에서 제작자, 작가, 감독 간 치열한 논쟁을 통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작가의 포지션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구조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OTT로 대변되는 온라인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똑똑한 전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년에 제작되는 한국 영화가 약 40편이라고 하면 절반 이상의 작품이 유명 작가나, 직접 시나리오를 쓴 기성 감독의 것이다. 한 감독당 약 3년에 한 번씩 작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120편 중 약 40편 이내의 작품만이 신인 작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이마저도 신인 감독과 경쟁을 해야하는 수준이다.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다. 

신인의 이름으로 부와 명예를 얻기에 너무 높은 장벽이 된 영화계는 신인 작가가 메마른 상황에 이르렀다. 신인 작가가 부나 명예를 노력에 비해 얻기 힘든 영화계에 굳이 노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영화계가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작과 유통 등 모든 부분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영화계가 다시 성장을 도모하려면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가 발굴돼야 하는데, 현시점에서는 위기에 대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신인 작가가 많다는 것은 스포츠 선수로 치면 기초체력이 좋다는 얘기다. 체력이 좋아야 기술도 좋아지는 법인데, 한국 영화계는 기초체력이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다”며 “OTT의 힘이 세지는 악조건 속에서 한국 영화계의 미래는 너무 어두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허약해진
기초체력

한 영화 감독 역시 “실제로 영화를 두고 감독의 예술로 칭하다 보니, 작가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이야기를 쓰는 좋은 작가가 적어지면서 한국 영화계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동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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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