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떠나는 신인 작가들의 속사정

“힘겨운 영화판, 미련 없이 떠난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의 태초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시나리오의 바탕에서 좋은 영화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공감 가는 캐릭터와 현실성 있는 사건, 가슴에 와닿는 대사,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은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작품의 미덕이 분명한 시나리오를 쓰는 능력 있는 작가가 많을수록 이야기 업계가 성장하며, 따라서 새로운 스타 발굴이 필수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는 좋은 작가가 유입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영화판에 좋은 신인 작가가 없어요.” 한 영화 제작자의 말이다. 영화 <쉬리> 이후 한국 영화계가 몸집을 불릴 때부터 ‘좋은 작가가 없다’는 말은 늘 있었지만, 최근에는 좋은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를 찾는 게 정말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는 대중 예술 콘텐츠 중 가장 명예로운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인들이 시를 가장 높은 수준의 예술로 칭하는 것처럼, 2시간 사이에 이야기를 전달해서다. 또 하나는 관객이 직접 돈을 내고 영화관까지 찾는 수고를 감당하는 콘텐츠라는 것도 가점 요소다.

그 관객의 수가 때로는 1000만명이 넘어갈 때는 매우 큰 수익과 함께 한국 영화사에 남을 명예를 얻는다. 

“열 개 시나리오 중 개봉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시나리오가 아홉 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박성이 짙은 산업이지만, 그만큼 과실이 달고 크기 때문에 영화에 도전한 창작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화에 대한 메리트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유튜브와 웹드라마 등 뉴미디어가 활성화될 뿐 아니라 집에서 얼마든지 높은 수준의 작품을 시청할 수 있는 OTT가 대중화되면서 비교적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영화관까지 찾아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영화는 올드미디어로 전락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부터 한국 영화계는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52시간 근로제 적용에 예외 산업이었던 영화 산업이 제외됨에 따라 한국 영화계는 막대한 제작비 상승을 겪으면서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0년도판 한국영화연감’(이하 연감)에 따르면 2019년 3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 영화는 총 45편으로, 이 영화에 투입된 총제작비는 약 4559억원이다. 이는 2016년 기준 2956억원(33편)보다 무려 1600억원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2017년에는 3618억원, 2018년에는 4101억원으로, 제작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 매출 규모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2016년 총매출은 4530억원, 2017년에는 4947억원, 2018년에는 4584억원이다. 일반적으로 4500억원을 전후한 매출을 기록했다.

2019년은 약 5664억원의 총 매출을 기록했다. 이전보다 갑작스럽게 매출이 늘어난 이유는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등 1000만을 넘겼거나 육박한 영화가 세 편이나 된 덕분이다. 

2019년 평균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남겼지만, 실제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8편에 해당한다. 이는 27편의 영화는 손실을 봤다는 것을 말한다. 


100억 넣으면 8억 손해 보는 산업
웹소설·드라마로 떠나는 작가들

연감에 따르면 매출액 1위 영화인 <극한직업>을 제외하면, 44편 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8.1%까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100억원을 투입하면 약 8억원의 손해를 보는 산업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영화 자체에서 얻어지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집필료는 더 적을 수밖에 없다. 또 영화는 정산이 매우 늦는 산업이다. 작가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일반적으로 신인 작가의 경우 한 작품에 약 2000만원가량의 계약금을 받고 2년에서 3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한다. 온 힘을 다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캐스팅에 실패하거나 투자를 받지 못해 제작에 돌입하지 못하면 그간의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 

혹여 시나리오가 영화화돼 흥행에 성공한다고 해도 수익의 약 1%의 수익만 얻는다. 대부분 개봉 후 정산을 마친 다음에 수익금을 얻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개최한 업계현안인식포럼에서 작가조합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크레딧을 보유하지 못한 작가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시나리오 계약을 체결하고 집필한 7건의 집필료 실수령액 평균은 1143만원이다.

영화 시나리오에만 매진하면 연봉 500만원에 그칠 수 있다. 

김병인 작가조합 대표는 “배우나 감독이 수억원의 출연료와 연출료를 받는 것에 비해 작가의 노력은 너무 터무니없이 책정되고 있다”며 “2년 동안 1000만원가량의 집필료를 받는 현실이다 보니 생활고에 지치는 시나리오 작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제작자가 악의적이어서는 아니다. 영화계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구조를 띠고 있어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영화는 R&D(연구·개발, Reaserch&Develop)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이 개봉까지 가기 너무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 

빚을 내서 시나리오를 개발하다 수십억원가량의 빚더미에 오른 제작자들도 수도 없이 많다. 

아울러 제작비 상승으로 리스크가 더욱 커지면서 경제적 책임이 커진 투자사는 이미 능력을 증명한 기성 감독과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려 한다. 이미 티켓 파워를 증명한 배우가 아니면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빚더미에
놓인 현실


영화계는 사실상 배우나 작가, 감독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한 영화 배급사의 본부장은 “2016년만 하더라도 30억원 제작비로 작가주의 색채가 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제 그런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50억원이 넘게 든다. 그럼 200만 관객을 넘겨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작가주의 색감이 강한 영화로 200만 관객을 동원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한 특별한 열망이 있지 않은 신인 작가들은 영화가 아닌 다른 채널을 찾는 게 요즘 현실이다. 특히 10~20대를 겨냥한 포털사이트 웹소설에 많은 신예 작가가 투입되고 있다. 비록 집필의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이 힘들기는 하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감독보다 더 작가를 대우해준다.

흥행에 따른 수익도 드라마가 훨씬 좋은 편이다. 

김병인 대표는 “요즘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만나서 물어보면, 다 웹소설을 쓴다고 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고 했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매월 정산이 되기 때문이다. 웹소설도 대박을 터뜨리면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다”며 “대부분 작가들도 영화보다도 드라마를 선호한다. 그만큼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역시 작가들이 드라마에 유입되면서 드라마 시장이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크레딧 여부다.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적폐 중 하나가 감독들이 작가의 크레딧을 뺏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영화 <마이웨이>의 원작을 쓴 김병인 작가조합 대표도 강제규 감독과 크레딧 문제로 큰 싸움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내가 작가조합 대표를 맡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서는 정의를 운운하면서 뒤에서는 부조리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영화감독들이 너무 많다. 이미 부와 명예를 얻은 자들이 가진 것 없는 작가들의 작은 결실마저 뺏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수많은 작가들이 감독으로부터 크레딧을 뺏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많은 감독과 제작자들마저 크레딧을 악용한 사례가 정말 많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데뷔 영화에서 엄청난 흥행을 거둔 A 감독은 신인 작가의 원고를 뺏어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를 뺏긴 작가는 비토하는 심정으로 영화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은 5고까지 쓴 작가진의 크레딧을 뺏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요구에 분개한 작가 B는 소송을 준비했으나, 그 과정에서 꼬리를 내린 제작자와 감독으로 인해 별 무리 없이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제작자의
흔한 갑질

익명을 요구한 작가 B는 “당시 그 영화의 감독이 제작자에게 크레딧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안다. 그렇게 되면 작가료와 감독료를 동시에 받을 뿐 아니라, 모든 명예와 스포트라이트가 감독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며 “그 감독과 재계약하고 싶었던 제작자가 내게 악의적인 요구를 했다. 영화계에서는 흔한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국내에서 명작을 다수 남긴 유명 작가 C는 감독 D와 지겨운 신경전을 벌였다고 토로했다. C에 따르면 D는 영화 개봉까지 원작자인 C와 단 한 번도 회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후 촬영이 끝나고 편집 과정에서 D 감독은 C 작가 몰래 각본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을 앞에 두려고 했다.

개봉을 앞두고 C 작가가 편집 스태프에 확인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C 작가는 “각본 크레딧에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시나리오에 누가 더 많이 기여했냐는 의미다. D 감독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나온 뒤 대사만 고쳤다. 그럼에도 편집 때 몰래 그의 이름을 앞에 넣으려 한 것”이라며 “내가 그야말로 노발대발을 해서 원래대로 고쳤는데, 개봉 전에 또 바꾸려고 하다가 또 걸렸다. 다시는 그 사람과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작가 조합에서 취합한 사례 87건 중 40%의 작가가 개봉한 영화의 크레딧을 불인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본에 해당하는 원고를 쓰고도 각색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거나, 각본 크레딧에서도 순서가 후 순위로 밀리는 것이 그 예다. 

김 대표는 “굉장히 많은 작가가 크레딧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대다수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문제제기조차 안 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한 사람이 각본에 이름을 올리고, 대사를 바꾸거나 몇 가지 상황을 고친 사람은 각색에 이름을 올리는 게 불문율이다. 작가 조합의 주장에 제작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은 시나리오에 대한 기여도의 해석이 각기 다른 상황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나리오가 고쳐지고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나 대사에 대한 해석이 작가나 감독, 제작자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크레딧을 두고 다툼이 벌어진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과거에는 감독이 작가의 크레딧을 뺏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이를 악용한 제작자도 많았다. 지금도 모두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표준계약서가 나온 이후에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 크레딧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감독이 직접 글을 쓰고 연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찬욱, 봉준호, 최동훈, 나홍진, 이준익, 류승완, 한재림, 윤종빈, 이병헌 감독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감독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도맡는다. 직접 각본을 쓰지 않더라도 파트너 작가를 두고 기획단계부터 함께 시나리오를 개발한다. 

“2년에 1100만원 번 경우도 있어”
“신인에 부와 명예, 기회가 없다” 

신인급 감독들 역시 직접 시나리오를 써야만 데뷔할 기회가 생긴다. 작가와 연출의 기능을 구분하지 않는 점이 한국 영화계의 특수성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 대표는 “할리우드 영화의 크레딧을 살펴보면 감독이 시나리오 크레딧을 겸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한국은 크레딧상 감독이 시나리오 크레딧을 갖는 경우가 70~80%에 달한다. 연출의 기술과 작법의 기술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두 영역을 모두 섭렵한 감독도 자연스레 있는 것이지만, 과연 한국의 감독들만 유독 80%나 되는 감독이 그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업 영화의 경우 화자가 아닌 청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돼야 한다. 그렇다면 기획개발단계에서 제작자, 작가, 감독 간 치열한 논쟁을 통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작가의 포지션이 없어지면서 오히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구조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OTT로 대변되는 온라인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똑똑한 전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년에 제작되는 한국 영화가 약 40편이라고 하면 절반 이상의 작품이 유명 작가나, 직접 시나리오를 쓴 기성 감독의 것이다. 한 감독당 약 3년에 한 번씩 작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120편 중 약 40편 이내의 작품만이 신인 작가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이마저도 신인 감독과 경쟁을 해야하는 수준이다.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다. 

신인의 이름으로 부와 명예를 얻기에 너무 높은 장벽이 된 영화계는 신인 작가가 메마른 상황에 이르렀다. 신인 작가가 부나 명예를 노력에 비해 얻기 힘든 영화계에 굳이 노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영화계가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작과 유통 등 모든 부분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영화계가 다시 성장을 도모하려면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가 발굴돼야 하는데, 현시점에서는 위기에 대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신인 작가가 많다는 것은 스포츠 선수로 치면 기초체력이 좋다는 얘기다. 체력이 좋아야 기술도 좋아지는 법인데, 한국 영화계는 기초체력이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다”며 “OTT의 힘이 세지는 악조건 속에서 한국 영화계의 미래는 너무 어두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허약해진
기초체력

한 영화 감독 역시 “실제로 영화를 두고 감독의 예술로 칭하다 보니, 작가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이야기를 쓰는 좋은 작가가 적어지면서 한국 영화계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 동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