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민이 아빠' 손현 애끊는 부정

사고? 사건? 이대로 묻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한강변에서 술을 마시다 실종된 고 손정민군(이하 손군)이 주검으로 발견된 지 한달이 지났다. 사건은 명확히 밝혀진 사항 없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이하 손씨)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경찰수사에 미흡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강 실종 대학생 손정민 아버지 손현씨

손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의혹들에 대한 글을 올리고,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의혹에 대해 공론화 시키며 아들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블랙아웃
친구 A씨

손씨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직장을 다니며 16년 동안 블로그 활동을 통해 일상을 공유해왔다. 여행을 좋아해 가족과 함께 한 여행 사진을 게시하며 손군과 함께한 추억을 쌓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아들이 실종됐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이후부터 더 이상 아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릴 수 없게 됐다. 현재 손씨의 블로그에는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손씨는 언론과 접촉해 인터뷰하며 직접 경찰수사의 미흡함에 대해 지적하고, 블로그를 통해 경찰이 발표한 내용들에 대해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사건 발생일은 지난달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군과 A씨는 오후 10시30분경 한강 공원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영상 속 손군과 A씨는 술을 마신 뒤 춤추는 영상까지 찍으며 자리를 즐겼다. 

친구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2~3시 사이에 술이 오르자 손군이 일어나 혼자 뛰어다니고 넘어져 손군을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이후 친구 A씨는 자신의 핸드폰을 이용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손군을 깨운 뒤 집으로 오라는 대화를 했다. 

A씨는 오전 4시30분경 택시를 타고 귀가했고, CCTV에 친구 혼자 한강공원을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같은 날 오전 5시20분경에는 옷을 갈아입고, 가족과 한강 공원에서 손군을 찾기 위해 한강공원에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손군을 찾지 못하자 A씨 부모는 손군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손군의 부모가 손군의 핸드폰에 전화를 3차례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고, 다시 전화를 걸자 친구 A씨가 전화를 받았다.

손군의 부모는 오전 7시경 서로의 휴대폰이 바뀐 점을 인지해 A씨 번호로 전화를 계속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핸드폰은 7시에 휴대폰 전원이 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손씨는 곧바로 실종신고를 했으나 손군은 돌아오지 않았다. 실종 5일 뒤 민간구조사의 도움으로 손군은 지난달 30일 잠수교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손군의 시신 발견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는 부검을 진행했고,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판명났다.

한강 사건 발생 한달 지나
경찰 발표에 “미흡” 반발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단순 익사 사건인지 익사 사고인지 경찰은 명확하게 결론 짓지 못하고 있다. 언론과 네티즌은 친구 A씨에 대해 연일 의혹을 제기했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친구 A씨는 변호인을 통해 지난 17일이 돼서야 입장을 밝혔다. 

현재 변호인은 A씨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 없고, 둘은 해외여행을 갔을 만큼 친한 사이였다며 관련 의혹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A씨가 만취해 어떤 술을 어느 정도로 마셨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며,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점 등 일부 단편적인 것들 밖에 없다고 했다. 

구체적 경위를 숨겨왔다는 지적에는 A씨와 가족은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며 의혹들을 부인했다.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는 게 별로 없고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객관적 증거가 최대한 확보되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강 실종 대학생 손정민씨 친구 휴대폰을 수색 중인 경찰 병력

신발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신발이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A씨 어머니가 실종 다음 날인 지난 26일 집 정리 후 다른 가족과 함께 모아뒀던 쓰레기들과 같이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A씨 어머니가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는 게 A씨 변호인의 설명이다.

변호인은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A씨에 대해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입장 발표 후에도 여전히 미궁에 빠진 상황이다. 

직접 발로… 
고군분투

경찰은 사고와 사건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로 지난 27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손군 부검 결과를 토대로 타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내놨다. 

손군의 몸과 옷가지 등에서 타인의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고, 친구 A씨가 착용한 옷과 가방에서도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소견이 나온 만큼 익사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손군의 사망 전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손군과 A씨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통해 소명했다. A씨도 한강에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택시기사의 진술을 근거로 내세웠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집으로 귀가할 때 탑승했던 택시기사는 운행 뒤 세차할 때 차량 뒷좌석이 젖지 않았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낚시 중이던 5명이 이날 오전 4시40분경 한강으로 들어간 남성을 포착했다는 진술도 공개했다. 다만 이들이 본 남성과 손군이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입수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지난달 24~25일 서울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사안을 조사한 결과 입수자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르면 손군의 양말에 묻은 흙과 강가에서 10m 거리에서 채취한 토양의 원소 조성비는 표준편차 범위 내에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 A씨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지연됐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A씨와 가족들은 경찰이 요구한 부분에 대해 핸드폰, 노트북 등을 포렌식하고 주거지 주변 CCTV 분석, 집안 수색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수사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미궁에?


실종 접수 이후 손군을 찾기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했고, 분석한 CCTV만 126대였다. 

목격자 진술조사 또한 16명을 확보해 현장조사, 법최면, 디지털포렌식 등을 진행했다. A씨와 그의 가족 역시 총 10차례 조사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군 사망과 관련한 의혹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목격자 진술에 치중한 점이 있고, 경찰이 실종에 무게를 둬 티셔츠 등을 직접적인 증거를 수사하지 않아 의혹이 짙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씨 역시 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건 초기에 손군이 술을 마시면 잠이 드는 성향을 알아 손씨는 사고로 보고 수사를 부탁했지만 함께 있던 A씨에 대한 조사가 늦었다는 점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A씨에 대해 실종 당일 아침 A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확인하지 않았고, A씨 몸의 상처 등에 대해 조사된 바가 없고,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관련자인 A씨와 가족보다 지나가는 증인 확보에 주력하는 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경찰의 중간 발표 이후에도 블로그에 새로운 글을 올리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이 발표한 과거 손군이 물에서 놀았다는 사진에 대해 손씨는 손군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과거 물놀이를 했다고 해서 당시 13도의 차가운 한강물에 들어간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상인도 걷기 힘든 곳을 상처 없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 힘들다며 스스로 걸어갔을 가능성은 낮다고도 주장했다. 양말과 관련해서도 강 상류와 하류의 토사성분이 다르다고 하면 논리가 성립되지만 좁은 곳에서 10m 떨어진 곳이 같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의혹·진실 쫓는 아버지 
도대체 진실이 뭐길래…

물속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는지가 궁금한데 동문서답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A씨가 티셔츠를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도 경찰은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손씨는 사건 당시 A씨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요구하고 나섰다. A씨가 물속에 들어간 것을 확인해줄 신발을 버렸는데 택시기사가 세차를 했다는 점에만 치중했다며 너무 간단한 설명이라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입었던 옷들 중 일부만 임의제출됐고, 그마저도 세탁돼 토양검출이 전혀 불가하다는 점도 의문이라고 했다. 또 낚시꾼이 목격했다면 물에 들어간 사람을 왜 구조하지 않았고, 몇 분간 목격했는지, 정말 소리가 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손씨는 A씨가 신발과 티셔츠는 사건이 지난 뒤 이틀 만에 버렸는데 경찰이 의혹을 가지고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A씨가 사전에 의혹이 될만한 증거는 이미 버렸고 충분히 경찰조사에 대비할 시간도 있었다며, 정작 중요한 부분들을 술을 마시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게 경찰수사에 협조적인 태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A씨가 어떤 죄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며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인 그가 솔직하게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건의 의혹을 해결하려면 A씨와 A씨 가족이 답할 문제라는 게 손씨의 설명이다. 

손군의 사망 원인은 아직까지 특정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정황이 아닌 수사에 열중한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경찰이 증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A씨가 행동을 완전히 못하는 상태였는지 아니면 단순 블랙아웃인지 아직 판단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씨가 말한 대로 A씨가 슬리퍼를 신고 펜스를 넘어가는 과정이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술을 마시고 블랙아웃을 경험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기대행동이 있는데 A씨가 하는 행동은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손군의 가족들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만하다고 밝혔다.

답답한 국민
선물과 응원

아들이 실종된 이후부터 수차례 실종 장소를 방문하고 있는 손씨는 관련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족들은 경찰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수사가 종결돼 실족사로 처리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로 전해진다. 손씨는 “어떤 진실이든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전문가인 경찰이 잘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프로파일러가 보는 정민이 사건은?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A씨 측의 입장문이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문점들에 대해 하나씩 짚어 해명하는 방식이었다며 핵심적인 부분은 블랙아웃 되어 기억이 안 난다는 게 가장 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정민군과 함께 술을 마셨던 A씨의 당시 대응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A씨의 행동이 현장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손군을 찾는다거나 최소한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가 보이지 않는데 자기 집에 돌아가고 이후에 부모님이랑 찾는 다는 점에서 사건과 사고가 결합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씨가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하지만, 너무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프로파일러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손군의 사망 원인으로 타살, 실족사 등을 꼽으며 “제3자가 개입했다면 늦은 시간까지 범행 장소 근처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 중 한 명중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알코올을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과잉행동을 하게 되고 감정도 격해진다”며 “조절 능력도 상실하게 돼 비틀거리거나 헛디디게 되고 심지어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군의 사건은 음주 상태에서 상호 간 어떤 행동들이 있었는지 밝히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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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