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민이 아빠' 손현 애끊는 부정

사고? 사건? 이대로 묻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한강변에서 술을 마시다 실종된 고 손정민군(이하 손군)이 주검으로 발견된 지 한달이 지났다. 사건은 명확히 밝혀진 사항 없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손군의 아버지 손현씨(이하 손씨)는 지난 26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경찰수사에 미흡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강 실종 대학생 손정민 아버지 손현씨

손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의혹들에 대한 글을 올리고,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의혹에 대해 공론화 시키며 아들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블랙아웃
친구 A씨

손씨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직장을 다니며 16년 동안 블로그 활동을 통해 일상을 공유해왔다. 여행을 좋아해 가족과 함께 한 여행 사진을 게시하며 손군과 함께한 추억을 쌓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아들이 실종됐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이후부터 더 이상 아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릴 수 없게 됐다. 현재 손씨의 블로그에는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손씨는 언론과 접촉해 인터뷰하며 직접 경찰수사의 미흡함에 대해 지적하고, 블로그를 통해 경찰이 발표한 내용들에 대해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사건 발생일은 지난달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군과 A씨는 오후 10시30분경 한강 공원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영상 속 손군과 A씨는 술을 마신 뒤 춤추는 영상까지 찍으며 자리를 즐겼다. 

친구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2~3시 사이에 술이 오르자 손군이 일어나 혼자 뛰어다니고 넘어져 손군을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이후 친구 A씨는 자신의 핸드폰을 이용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손군을 깨운 뒤 집으로 오라는 대화를 했다. 

A씨는 오전 4시30분경 택시를 타고 귀가했고, CCTV에 친구 혼자 한강공원을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같은 날 오전 5시20분경에는 옷을 갈아입고, 가족과 한강 공원에서 손군을 찾기 위해 한강공원에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손군을 찾지 못하자 A씨 부모는 손군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손군의 부모가 손군의 핸드폰에 전화를 3차례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고, 다시 전화를 걸자 친구 A씨가 전화를 받았다.

손군의 부모는 오전 7시경 서로의 휴대폰이 바뀐 점을 인지해 A씨 번호로 전화를 계속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핸드폰은 7시에 휴대폰 전원이 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손씨는 곧바로 실종신고를 했으나 손군은 돌아오지 않았다. 실종 5일 뒤 민간구조사의 도움으로 손군은 지난달 30일 잠수교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손군의 시신 발견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는 부검을 진행했고,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판명났다.

한강 사건 발생 한달 지나
경찰 발표에 “미흡” 반발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단순 익사 사건인지 익사 사고인지 경찰은 명확하게 결론 짓지 못하고 있다. 언론과 네티즌은 친구 A씨에 대해 연일 의혹을 제기했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친구 A씨는 변호인을 통해 지난 17일이 돼서야 입장을 밝혔다. 

현재 변호인은 A씨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 없고, 둘은 해외여행을 갔을 만큼 친한 사이였다며 관련 의혹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A씨가 만취해 어떤 술을 어느 정도로 마셨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며,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점 등 일부 단편적인 것들 밖에 없다고 했다. 

구체적 경위를 숨겨왔다는 지적에는 A씨와 가족은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며 의혹들을 부인했다.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는 게 별로 없고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객관적 증거가 최대한 확보되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강 실종 대학생 손정민씨 친구 휴대폰을 수색 중인 경찰 병력

신발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신발이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A씨 어머니가 실종 다음 날인 지난 26일 집 정리 후 다른 가족과 함께 모아뒀던 쓰레기들과 같이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A씨 어머니가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는 게 A씨 변호인의 설명이다.

변호인은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A씨에 대해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입장 발표 후에도 여전히 미궁에 빠진 상황이다. 

직접 발로… 
고군분투

경찰은 사고와 사건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로 지난 27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손군 부검 결과를 토대로 타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내놨다. 

손군의 몸과 옷가지 등에서 타인의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고, 친구 A씨가 착용한 옷과 가방에서도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소견이 나온 만큼 익사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손군의 사망 전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손군과 A씨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서도 브리핑을 통해 소명했다. A씨도 한강에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택시기사의 진술을 근거로 내세웠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집으로 귀가할 때 탑승했던 택시기사는 운행 뒤 세차할 때 차량 뒷좌석이 젖지 않았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낚시 중이던 5명이 이날 오전 4시40분경 한강으로 들어간 남성을 포착했다는 진술도 공개했다. 다만 이들이 본 남성과 손군이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입수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지난달 24~25일 서울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사안을 조사한 결과 입수자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르면 손군의 양말에 묻은 흙과 강가에서 10m 거리에서 채취한 토양의 원소 조성비는 표준편차 범위 내에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 A씨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지연됐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A씨와 가족들은 경찰이 요구한 부분에 대해 핸드폰, 노트북 등을 포렌식하고 주거지 주변 CCTV 분석, 집안 수색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수사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미궁에?


실종 접수 이후 손군을 찾기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했고, 분석한 CCTV만 126대였다. 

목격자 진술조사 또한 16명을 확보해 현장조사, 법최면, 디지털포렌식 등을 진행했다. A씨와 그의 가족 역시 총 10차례 조사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군 사망과 관련한 의혹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목격자 진술에 치중한 점이 있고, 경찰이 실종에 무게를 둬 티셔츠 등을 직접적인 증거를 수사하지 않아 의혹이 짙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씨 역시 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건 초기에 손군이 술을 마시면 잠이 드는 성향을 알아 손씨는 사고로 보고 수사를 부탁했지만 함께 있던 A씨에 대한 조사가 늦었다는 점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A씨에 대해 실종 당일 아침 A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확인하지 않았고, A씨 몸의 상처 등에 대해 조사된 바가 없고,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관련자인 A씨와 가족보다 지나가는 증인 확보에 주력하는 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경찰의 중간 발표 이후에도 블로그에 새로운 글을 올리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이 발표한 과거 손군이 물에서 놀았다는 사진에 대해 손씨는 손군이 스스로 물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과거 물놀이를 했다고 해서 당시 13도의 차가운 한강물에 들어간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정상인도 걷기 힘든 곳을 상처 없이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 힘들다며 스스로 걸어갔을 가능성은 낮다고도 주장했다. 양말과 관련해서도 강 상류와 하류의 토사성분이 다르다고 하면 논리가 성립되지만 좁은 곳에서 10m 떨어진 곳이 같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의혹·진실 쫓는 아버지 
도대체 진실이 뭐길래…

물속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는지가 궁금한데 동문서답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A씨가 티셔츠를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도 경찰은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손씨는 사건 당시 A씨가 함께 물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요구하고 나섰다. A씨가 물속에 들어간 것을 확인해줄 신발을 버렸는데 택시기사가 세차를 했다는 점에만 치중했다며 너무 간단한 설명이라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입었던 옷들 중 일부만 임의제출됐고, 그마저도 세탁돼 토양검출이 전혀 불가하다는 점도 의문이라고 했다. 또 낚시꾼이 목격했다면 물에 들어간 사람을 왜 구조하지 않았고, 몇 분간 목격했는지, 정말 소리가 났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손씨는 A씨가 신발과 티셔츠는 사건이 지난 뒤 이틀 만에 버렸는데 경찰이 의혹을 가지고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A씨가 사전에 의혹이 될만한 증거는 이미 버렸고 충분히 경찰조사에 대비할 시간도 있었다며, 정작 중요한 부분들을 술을 마시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게 경찰수사에 협조적인 태도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A씨가 어떤 죄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며 유일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인 그가 솔직하게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건의 의혹을 해결하려면 A씨와 A씨 가족이 답할 문제라는 게 손씨의 설명이다. 

손군의 사망 원인은 아직까지 특정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정황이 아닌 수사에 열중한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경찰이 증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A씨가 행동을 완전히 못하는 상태였는지 아니면 단순 블랙아웃인지 아직 판단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씨가 말한 대로 A씨가 슬리퍼를 신고 펜스를 넘어가는 과정이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는 술을 마시고 블랙아웃을 경험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기대행동이 있는데 A씨가 하는 행동은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손군의 가족들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만하다고 밝혔다.

답답한 국민
선물과 응원

아들이 실종된 이후부터 수차례 실종 장소를 방문하고 있는 손씨는 관련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유족들은 경찰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수사가 종결돼 실족사로 처리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로 전해진다. 손씨는 “어떤 진실이든 아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전문가인 경찰이 잘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프로파일러가 보는 정민이 사건은?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A씨 측의 입장문이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문점들에 대해 하나씩 짚어 해명하는 방식이었다며 핵심적인 부분은 블랙아웃 되어 기억이 안 난다는 게 가장 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정민군과 함께 술을 마셨던 A씨의 당시 대응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A씨의 행동이 현장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손군을 찾는다거나 최소한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가 보이지 않는데 자기 집에 돌아가고 이후에 부모님이랑 찾는 다는 점에서 사건과 사고가 결합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씨가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하지만, 너무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프로파일러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손군의 사망 원인으로 타살, 실족사 등을 꼽으며 “제3자가 개입했다면 늦은 시간까지 범행 장소 근처에서 술을 마신 사람들 중 한 명중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알코올을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과잉행동을 하게 되고 감정도 격해진다”며 “조절 능력도 상실하게 돼 비틀거리거나 헛디디게 되고 심지어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군의 사건은 음주 상태에서 상호 간 어떤 행동들이 있었는지 밝히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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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