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먹는 천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기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25 11:56:44
  • 호수 1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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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세계가 들썩들썩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이토록 언행이 튀는 부자가 있을까. 세계 부자 3위에 해당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기행이 계속되고 있다. 천재와 괴짜 사이의 줄을 아슬하게 타고 있는 머스크의 기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연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이하 머스크)가 화제다. 머스크의 한마디로 테슬라 주가와 가상화폐 등락이 요동친다. 머스크는 세계 부자 순위 세 손가락에 안에 들어가는 부자 중의 부자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본인이 펼치는 사업 계획과 중대 발표를 가볍게 발설하는 등의 기행을 보인다. 

4일 만에
28조 줄어 

최근 머스크 재산이 4일 만에 28조원이 줄었다.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했다가 이를 다시 중단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인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매체 <마켓 인사이더>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머스크의 순자산 가치가 금주에 250억달러(28조2300억원) 감소했다. 5일 전 순자산 가치는 1840억달러(207조8200억원)였으나 10∼13일 4거래일 연속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재산 규모는 1590억달러(179조5900억원)로 축소됐다. 

<블룸버그>와 집계 방식이 다소 다른 포브스의 억만장자 순위를 봐도 13일 기준 머스크 재산은 1455억달러(164조3000억원)로, 나흘 새 205억달러(23조1500억원) 줄었다. 


머스크는 가상자산에 대한 톡톡 튀는 행동을 이어가면서 들쑥날쑥한 한 주를 보냈다. 머스크는 지난 8일, 미국 NBC 방송의 간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할 때까지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상 자산의 대표 종목 등락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파워를 선보였다.

그는 올초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알리며 급등세를 이끌었다. 다시 테슬라 차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알리며 비트코인의 상종가를 연일 경신했다. 이어 도지코인을 종종 거론해 상승세를 이끌며 자신을 ‘도지파더’(도지코인의 아버지)로 칭하더니 이날 방송에서 관련 질문에 "사기"라는 농담성 발언을 던져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이후 도지코인은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 3월에도 머스크는 기행을 보였다. 자신의 직함을 최고경영자(CEO)에서 '테슬라의 테크노킹(기술왕)'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시한 것이다. 같은 달 15일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에서 이날부터 머스크 CEO의 직함을 '테슬라의 테크노킹(Technoking of Tesla)', 자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스터 오브 코인(Master of Coin)'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는 이들 두 사람의 새로운 공식 직함과는 별개로 CEO와 CFO 명칭과 직무는 유지한고 밝혔다. 해당 문서에서 테슬라 측은 어떤 이유로 머스크와 CFO에 이 같은 직함을 추가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의 논평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세계 부자 3위 톡톡튀는 언행 화제
사업 계획·중대 발표 가볍게 발설

이날 공시 자료가 공개된 후 언론들과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새로운 '기행'을 달갑지 않아 했다. 미국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기술왕, 일론 1세 전하"라며 "세계의 최고 통치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한 머스크의 '영리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며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넘겨준 데다 테슬라 일부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트위터가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그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장난스러운 공시 내용이 머스크에 대한 고소 재판과 향후 SEC의 규제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도지코인의 지지자를 자임해온 머스크의 농담에 급락한 도지코인. 머스크는 지난 10일 스페이스X의 달 탐사 비용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내년 1분기 '도지-1달 탐사'라는 이름의 임무에 착수하면서 전액 도지코인으로 지불할 계획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라는 회사가 발표한 이 탐사 계획은 무게 40㎏의 정육면체 모양 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달로 보내는 임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는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통합통신시스템과 컴퓨터를 통해 달 공간의 정보를 획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가 지구 궤도를 넘어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행성 간 상업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는 게 스페이스X의 입장이다. <CNBC>는 머스크가 만우절인 4월1일 올린 "스페이스X는 말 그대로 도지코인을 달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트윗을 통해 도지코인으로 지불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최초의 SNL 진행자이거나 그것을 인정한 첫 번째 사람이라고도 했다.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화를 원만히 이끌어나가지 못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 관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난 섞인
공시 발표

다만 2003년 SNL을 진행한 코미디언 댄 애크로이드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적 있어 머스크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가끔 이상한 말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트윗으로)기분을 상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전기자동차를 재창조하고, 로켓에 사람들을 태워 화성에 보낼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자화자찬했다.

머스크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SNS에 유명인을 초대하는 등 엉뚱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SNS 앱인 클럽하우스에 초대했다. 그는 암호화폐 닷지코인(DOGE)에 대한 지지 의사도 거듭 천명했다.


당시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SNS 트위터에 크렘린궁 공식 계정에 태그를 붙인 뒤 "저와 클럽하우스에서 얘기를 나누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러시아어로 "당신과 대화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는 게시물도 올렸다.

푸틴 대통령의 공식 계정인 크렘린궁은 머스크의 요청에 회답을 하지 않다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머스크의 제안이 흥미로운 것을 시사하면서 모든 제안을 검토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가수 카니예 웨스트 등을 초대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만약 주요 닷지코인 보유자들이 보유한 코인 대부분을 매각한다면 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내 생각에는 지나친 집중이 유일한 진짜 문제"라는 글도 올렸다. 그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올해 닷지코인을 언급해 시세를 급등 시킨 바 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시세 조작 혐의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머스크는 당시 8월 테슬라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자금도 확보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420달러(47만원)가 실제 주가보다 크게 높았다는 이유로 SEC(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주가조작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미국 투자 회사 트론 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는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공매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기 위해 '거짓 트윗'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머스크와 테슬라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그는 테슬라의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며 자금이 확보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고 테슬라 주가는 11% 상승했다. 이후 2018년 8월13일 테슬라 블로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투자를 제안했다고 설명했으나, 자금 조달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명 인사
SNS 초대

머스크의 이 같은 기행에 의혹의 눈초리가 몰리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뉴욕타임스>의 "믿을 수 없는 사람" 보도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머스크가 SNL에서 언급한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표현처럼 그를 단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당신은 도지코인을 테슬라 자동차 구매에 허용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400만명에 가까운 응답자 중 78.2%가 긍정하는 답변을 내놔 마치 곧 결제 서비스를 허용할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후 비트코인을 활용한 테슬라 구매 허용 방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화석 연료 사용의 급증을 초래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암호 화폐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머스크는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기질을 선보였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모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머니가 영국과 독일계 혈통이며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12세 때에는 게임을 동생과 함께 만들고 이를 게임 잡지에 500달러(56만6000원)에 판매했다.

그는 특히 판타지나 공상과학 소설에 심취했다. 본인의 언급으론 가장 좋아했던 책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반지의 제왕>이었다. 또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자랐다. 또 모형 로켓 만드는 데도 취미가 있어 가솔린과 각종 화학 약품을 혼합해 로켓 연료를 만들곤 그걸 자작 로켓에 넣어 시험 발사한 적도 있었다.

대학을 자퇴한 이후 1995년 ZIP2 창업을 시작으로 X.com(페이팔 전신회사)를 설립한 후 매각해 젊은 나이에 2000억원대의 억만장자가 된다. 이후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테슬라의 경영에 뛰어들면서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한다. 

하지만 설립 후 많은 문제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2000년대 중후반 테슬라 로드스터의 배터리와 변속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변속기를 처음부터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로인해 정식 출시 날짜를 지키지 못해 고객과 언론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코인판서 변덕 대중의 뭇매
비트코인 테슬라 구매 논란

또 스페이스X의 팰컨 1의 1~3차 발사가 모두 실패하면서 막대한 재정난을 겪었다. 이 시기에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겹쳐서 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테슬라 모터스도 2007~2009년 사이 테슬라 로드스터의 생산 차질로 파산 직전까지 갔었다. 

2008년 중순 스페이스X 팰컨1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나사(NASA)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2012년 테슬라 로드스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이후 모델S, X, 3 라인업의 출시가 성공하면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무책임한 언행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렸다. 2018년 6월 태국 유소년 축구팀이 동굴에 갇혔을 때 자신이 직접 설계한 구명정을 보냈다. 하지만 동굴이 워낙 좁고, 꼬불꼬불해서 쓸모가 없었다. 

이에 영국인 잠수사 버넌 언즈워스가 머스크를 맹비난하자 언즈워스를 '페도파일(소아성애자를 뜻하는 말)'이라며 욕하는 트윗을 올렸다.

특히 서구권에서 아동 성범죄는 미국에선 아동 포르노를 소지만 하고 있어도 실형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범죄다. 이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선 최악의 욕이다. 머스크는 전 세계로부터 욕을 얻어 먹으며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늦게나마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3개월 뒤 버넌 언즈워스를 아동 강간범으로 지칭한 이메일이 알려지며 대중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결국 언즈워스로부터 9월17일에 7만5000달러(84만93만원)짜리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2019년 12월6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 법원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 패닉은 바보 같다" "아이들은 면역 걱정 없다" 등의 망언으로 비판받았다. 뉴욕시 등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지역에 기부하겠다던 인공호흡기가 양압기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금 당장 미국을 (지역 봉쇄로부터) 해방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파시즘"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5월9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봉쇄령으로 인해 공장이 가동되지 않자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이라며, 공장이 위치한 앨러미더 카운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전 노동부 장관이자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가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으며 생계와 건강의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며 비판하자 '지루한 멍청이'라며 인신공격을 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국내 자동차 직원에게도 트윗을 통해 비판한 적이 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 사업부장의 인터뷰 내용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멍청하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연료전지는 바보들이나 파는 것"이라며 조롱했다.

논란 외에도 트위터를 통해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을 일으키거나 도지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을 요동치게 만드는 등 그의 트위터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머스크의 회사들의 실적과 별개로, 일론 머스크의 사업 방식도 비판을 받았다. 머스크는 항상 3D 렌더링 및 SNS를 활용해 자신 회사들의 세일즈를 하는데, 실제로 출시된 물건이나 시행하는 거의 모든 사업은 스케일을 축소하거나 지연된 적이 있다.

타고난
사업가?

아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굴착 회사인 보링 컴퍼니는 시공 비용이 머스크 주장과 다르게 기존 시공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계산 결과가 있으며, 솔라시티의 경우 사실상 실적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억지로 붙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테슬라의 경우 겨우 흑자 전환하기는 했지만 유격 등 차량 자체의 QC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이미지로 인한 소비자 충성도와 계약상 독소조항 등 은폐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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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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