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먹는 천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기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25 11:56:44
  • 호수 1324호
  • 댓글 0개

입만 열면 세계가 들썩들썩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이토록 언행이 튀는 부자가 있을까. 세계 부자 3위에 해당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기행이 계속되고 있다. 천재와 괴짜 사이의 줄을 아슬하게 타고 있는 머스크의 기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연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이하 머스크)가 화제다. 머스크의 한마디로 테슬라 주가와 가상화폐 등락이 요동친다. 머스크는 세계 부자 순위 세 손가락에 안에 들어가는 부자 중의 부자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본인이 펼치는 사업 계획과 중대 발표를 가볍게 발설하는 등의 기행을 보인다. 

4일 만에
28조 줄어 

최근 머스크 재산이 4일 만에 28조원이 줄었다.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했다가 이를 다시 중단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인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매체 <마켓 인사이더>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머스크의 순자산 가치가 금주에 250억달러(28조2300억원) 감소했다. 5일 전 순자산 가치는 1840억달러(207조8200억원)였으나 10∼13일 4거래일 연속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재산 규모는 1590억달러(179조5900억원)로 축소됐다. 

<블룸버그>와 집계 방식이 다소 다른 포브스의 억만장자 순위를 봐도 13일 기준 머스크 재산은 1455억달러(164조3000억원)로, 나흘 새 205억달러(23조1500억원) 줄었다. 


머스크는 가상자산에 대한 톡톡 튀는 행동을 이어가면서 들쑥날쑥한 한 주를 보냈다. 머스크는 지난 8일, 미국 NBC 방송의 간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할 때까지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상 자산의 대표 종목 등락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파워를 선보였다.

그는 올초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알리며 급등세를 이끌었다. 다시 테슬라 차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알리며 비트코인의 상종가를 연일 경신했다. 이어 도지코인을 종종 거론해 상승세를 이끌며 자신을 ‘도지파더’(도지코인의 아버지)로 칭하더니 이날 방송에서 관련 질문에 "사기"라는 농담성 발언을 던져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이후 도지코인은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 3월에도 머스크는 기행을 보였다. 자신의 직함을 최고경영자(CEO)에서 '테슬라의 테크노킹(기술왕)'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시한 것이다. 같은 달 15일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에서 이날부터 머스크 CEO의 직함을 '테슬라의 테크노킹(Technoking of Tesla)', 자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스터 오브 코인(Master of Coin)'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는 이들 두 사람의 새로운 공식 직함과는 별개로 CEO와 CFO 명칭과 직무는 유지한고 밝혔다. 해당 문서에서 테슬라 측은 어떤 이유로 머스크와 CFO에 이 같은 직함을 추가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의 논평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세계 부자 3위 톡톡튀는 언행 화제
사업 계획·중대 발표 가볍게 발설

이날 공시 자료가 공개된 후 언론들과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새로운 '기행'을 달갑지 않아 했다. 미국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기술왕, 일론 1세 전하"라며 "세계의 최고 통치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한 머스크의 '영리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며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넘겨준 데다 테슬라 일부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트위터가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그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장난스러운 공시 내용이 머스크에 대한 고소 재판과 향후 SEC의 규제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도지코인의 지지자를 자임해온 머스크의 농담에 급락한 도지코인. 머스크는 지난 10일 스페이스X의 달 탐사 비용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내년 1분기 '도지-1달 탐사'라는 이름의 임무에 착수하면서 전액 도지코인으로 지불할 계획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라는 회사가 발표한 이 탐사 계획은 무게 40㎏의 정육면체 모양 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달로 보내는 임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는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통합통신시스템과 컴퓨터를 통해 달 공간의 정보를 획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가 지구 궤도를 넘어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행성 간 상업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는 게 스페이스X의 입장이다. <CNBC>는 머스크가 만우절인 4월1일 올린 "스페이스X는 말 그대로 도지코인을 달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트윗을 통해 도지코인으로 지불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최초의 SNL 진행자이거나 그것을 인정한 첫 번째 사람이라고도 했다.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화를 원만히 이끌어나가지 못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 관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난 섞인
공시 발표

다만 2003년 SNL을 진행한 코미디언 댄 애크로이드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적 있어 머스크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가끔 이상한 말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트윗으로)기분을 상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전기자동차를 재창조하고, 로켓에 사람들을 태워 화성에 보낼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자화자찬했다.

머스크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SNS에 유명인을 초대하는 등 엉뚱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SNS 앱인 클럽하우스에 초대했다. 그는 암호화폐 닷지코인(DOGE)에 대한 지지 의사도 거듭 천명했다.


당시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SNS 트위터에 크렘린궁 공식 계정에 태그를 붙인 뒤 "저와 클럽하우스에서 얘기를 나누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러시아어로 "당신과 대화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는 게시물도 올렸다.

푸틴 대통령의 공식 계정인 크렘린궁은 머스크의 요청에 회답을 하지 않다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머스크의 제안이 흥미로운 것을 시사하면서 모든 제안을 검토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가수 카니예 웨스트 등을 초대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만약 주요 닷지코인 보유자들이 보유한 코인 대부분을 매각한다면 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내 생각에는 지나친 집중이 유일한 진짜 문제"라는 글도 올렸다. 그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올해 닷지코인을 언급해 시세를 급등 시킨 바 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시세 조작 혐의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머스크는 당시 8월 테슬라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자금도 확보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420달러(47만원)가 실제 주가보다 크게 높았다는 이유로 SEC(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주가조작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미국 투자 회사 트론 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는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공매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기 위해 '거짓 트윗'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머스크와 테슬라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그는 테슬라의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며 자금이 확보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고 테슬라 주가는 11% 상승했다. 이후 2018년 8월13일 테슬라 블로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투자를 제안했다고 설명했으나, 자금 조달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명 인사
SNS 초대

머스크의 이 같은 기행에 의혹의 눈초리가 몰리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뉴욕타임스>의 "믿을 수 없는 사람" 보도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머스크가 SNL에서 언급한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표현처럼 그를 단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당신은 도지코인을 테슬라 자동차 구매에 허용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400만명에 가까운 응답자 중 78.2%가 긍정하는 답변을 내놔 마치 곧 결제 서비스를 허용할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후 비트코인을 활용한 테슬라 구매 허용 방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화석 연료 사용의 급증을 초래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암호 화폐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머스크는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기질을 선보였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모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머니가 영국과 독일계 혈통이며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12세 때에는 게임을 동생과 함께 만들고 이를 게임 잡지에 500달러(56만6000원)에 판매했다.

그는 특히 판타지나 공상과학 소설에 심취했다. 본인의 언급으론 가장 좋아했던 책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반지의 제왕>이었다. 또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자랐다. 또 모형 로켓 만드는 데도 취미가 있어 가솔린과 각종 화학 약품을 혼합해 로켓 연료를 만들곤 그걸 자작 로켓에 넣어 시험 발사한 적도 있었다.

대학을 자퇴한 이후 1995년 ZIP2 창업을 시작으로 X.com(페이팔 전신회사)를 설립한 후 매각해 젊은 나이에 2000억원대의 억만장자가 된다. 이후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테슬라의 경영에 뛰어들면서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한다. 

하지만 설립 후 많은 문제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2000년대 중후반 테슬라 로드스터의 배터리와 변속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변속기를 처음부터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로인해 정식 출시 날짜를 지키지 못해 고객과 언론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코인판서 변덕 대중의 뭇매
비트코인 테슬라 구매 논란

또 스페이스X의 팰컨 1의 1~3차 발사가 모두 실패하면서 막대한 재정난을 겪었다. 이 시기에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겹쳐서 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테슬라 모터스도 2007~2009년 사이 테슬라 로드스터의 생산 차질로 파산 직전까지 갔었다. 

2008년 중순 스페이스X 팰컨1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나사(NASA)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2012년 테슬라 로드스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이후 모델S, X, 3 라인업의 출시가 성공하면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무책임한 언행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렸다. 2018년 6월 태국 유소년 축구팀이 동굴에 갇혔을 때 자신이 직접 설계한 구명정을 보냈다. 하지만 동굴이 워낙 좁고, 꼬불꼬불해서 쓸모가 없었다. 

이에 영국인 잠수사 버넌 언즈워스가 머스크를 맹비난하자 언즈워스를 '페도파일(소아성애자를 뜻하는 말)'이라며 욕하는 트윗을 올렸다.

특히 서구권에서 아동 성범죄는 미국에선 아동 포르노를 소지만 하고 있어도 실형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범죄다. 이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선 최악의 욕이다. 머스크는 전 세계로부터 욕을 얻어 먹으며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늦게나마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3개월 뒤 버넌 언즈워스를 아동 강간범으로 지칭한 이메일이 알려지며 대중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결국 언즈워스로부터 9월17일에 7만5000달러(84만93만원)짜리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2019년 12월6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 법원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 패닉은 바보 같다" "아이들은 면역 걱정 없다" 등의 망언으로 비판받았다. 뉴욕시 등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지역에 기부하겠다던 인공호흡기가 양압기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금 당장 미국을 (지역 봉쇄로부터) 해방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파시즘"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5월9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봉쇄령으로 인해 공장이 가동되지 않자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이라며, 공장이 위치한 앨러미더 카운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전 노동부 장관이자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가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으며 생계와 건강의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며 비판하자 '지루한 멍청이'라며 인신공격을 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국내 자동차 직원에게도 트윗을 통해 비판한 적이 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 사업부장의 인터뷰 내용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멍청하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연료전지는 바보들이나 파는 것"이라며 조롱했다.

논란 외에도 트위터를 통해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을 일으키거나 도지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을 요동치게 만드는 등 그의 트위터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머스크의 회사들의 실적과 별개로, 일론 머스크의 사업 방식도 비판을 받았다. 머스크는 항상 3D 렌더링 및 SNS를 활용해 자신 회사들의 세일즈를 하는데, 실제로 출시된 물건이나 시행하는 거의 모든 사업은 스케일을 축소하거나 지연된 적이 있다.

타고난
사업가?

아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굴착 회사인 보링 컴퍼니는 시공 비용이 머스크 주장과 다르게 기존 시공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계산 결과가 있으며, 솔라시티의 경우 사실상 실적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억지로 붙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테슬라의 경우 겨우 흑자 전환하기는 했지만 유격 등 차량 자체의 QC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이미지로 인한 소비자 충성도와 계약상 독소조항 등 은폐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