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먹는 천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기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5.25 11:56:44
  • 호수 1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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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세계가 들썩들썩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이토록 언행이 튀는 부자가 있을까. 세계 부자 3위에 해당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기행이 계속되고 있다. 천재와 괴짜 사이의 줄을 아슬하게 타고 있는 머스크의 기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연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이하 머스크)가 화제다. 머스크의 한마디로 테슬라 주가와 가상화폐 등락이 요동친다. 머스크는 세계 부자 순위 세 손가락에 안에 들어가는 부자 중의 부자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본인이 펼치는 사업 계획과 중대 발표를 가볍게 발설하는 등의 기행을 보인다. 

4일 만에
28조 줄어 

최근 머스크 재산이 4일 만에 28조원이 줄었다. 테슬라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했다가 이를 다시 중단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인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전문매체 <마켓 인사이더>에 따르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를 인용해 머스크의 순자산 가치가 금주에 250억달러(28조2300억원) 감소했다. 5일 전 순자산 가치는 1840억달러(207조8200억원)였으나 10∼13일 4거래일 연속 테슬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재산 규모는 1590억달러(179조5900억원)로 축소됐다. 

<블룸버그>와 집계 방식이 다소 다른 포브스의 억만장자 순위를 봐도 13일 기준 머스크 재산은 1455억달러(164조3000억원)로, 나흘 새 205억달러(23조1500억원) 줄었다. 


머스크는 가상자산에 대한 톡톡 튀는 행동을 이어가면서 들쑥날쑥한 한 주를 보냈다. 머스크는 지난 8일, 미국 NBC 방송의 간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할 때까지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상 자산의 대표 종목 등락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파워를 선보였다.

그는 올초 비트코인 매입 사실을 알리며 급등세를 이끌었다. 다시 테슬라 차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알리며 비트코인의 상종가를 연일 경신했다. 이어 도지코인을 종종 거론해 상승세를 이끌며 자신을 ‘도지파더’(도지코인의 아버지)로 칭하더니 이날 방송에서 관련 질문에 "사기"라는 농담성 발언을 던져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이후 도지코인은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 3월에도 머스크는 기행을 보였다. 자신의 직함을 최고경영자(CEO)에서 '테슬라의 테크노킹(기술왕)'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시한 것이다. 같은 달 15일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에서 이날부터 머스크 CEO의 직함을 '테슬라의 테크노킹(Technoking of Tesla)', 자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스터 오브 코인(Master of Coin)'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는 이들 두 사람의 새로운 공식 직함과는 별개로 CEO와 CFO 명칭과 직무는 유지한고 밝혔다. 해당 문서에서 테슬라 측은 어떤 이유로 머스크와 CFO에 이 같은 직함을 추가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의 논평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세계 부자 3위 톡톡튀는 언행 화제
사업 계획·중대 발표 가볍게 발설

이날 공시 자료가 공개된 후 언론들과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새로운 '기행'을 달갑지 않아 했다. 미국 IT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기술왕, 일론 1세 전하"라며 "세계의 최고 통치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한 머스크의 '영리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며 세계 최고 부자의 자리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넘겨준 데다 테슬라 일부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트위터가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그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테크크런치>는 테슬라의 장난스러운 공시 내용이 머스크에 대한 고소 재판과 향후 SEC의 규제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도지코인의 지지자를 자임해온 머스크의 농담에 급락한 도지코인. 머스크는 지난 10일 스페이스X의 달 탐사 비용을 도지코인으로 지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내년 1분기 '도지-1달 탐사'라는 이름의 임무에 착수하면서 전액 도지코인으로 지불할 계획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라는 회사가 발표한 이 탐사 계획은 무게 40㎏의 정육면체 모양 위성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달로 보내는 임무다. 지오메트릭에너지는 "내장된 카메라와 센서, 통합통신시스템과 컴퓨터를 통해 달 공간의 정보를 획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가 지구 궤도를 넘어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행성 간 상업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는 게 스페이스X의 입장이다. <CNBC>는 머스크가 만우절인 4월1일 올린 "스페이스X는 말 그대로 도지코인을 달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트윗을 통해 도지코인으로 지불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방송에서 자신이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최초의 SNL 진행자이거나 그것을 인정한 첫 번째 사람이라고도 했다.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화를 원만히 이끌어나가지 못하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 관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난 섞인
공시 발표

다만 2003년 SNL을 진행한 코미디언 댄 애크로이드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적 있어 머스크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가끔 이상한 말을 하거나 글을 올리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트윗으로)기분을 상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전기자동차를 재창조하고, 로켓에 사람들을 태워 화성에 보낼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자화자찬했다.

머스크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SNS에 유명인을 초대하는 등 엉뚱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SNS 앱인 클럽하우스에 초대했다. 그는 암호화폐 닷지코인(DOGE)에 대한 지지 의사도 거듭 천명했다.


당시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SNS 트위터에 크렘린궁 공식 계정에 태그를 붙인 뒤 "저와 클럽하우스에서 얘기를 나누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러시아어로 "당신과 대화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일 것"이라는 게시물도 올렸다.

푸틴 대통령의 공식 계정인 크렘린궁은 머스크의 요청에 회답을 하지 않다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머스크의 제안이 흥미로운 것을 시사하면서 모든 제안을 검토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가수 카니예 웨스트 등을 초대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만약 주요 닷지코인 보유자들이 보유한 코인 대부분을 매각한다면 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내 생각에는 지나친 집중이 유일한 진짜 문제"라는 글도 올렸다. 그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올해 닷지코인을 언급해 시세를 급등 시킨 바 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시세 조작 혐의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머스크는 당시 8월 테슬라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자금도 확보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420달러(47만원)가 실제 주가보다 크게 높았다는 이유로 SEC(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주가조작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미국 투자 회사 트론 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는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공매도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히기 위해 '거짓 트윗'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머스크와 테슬라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혐의였다.

당시 그는 테슬라의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며 자금이 확보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고 테슬라 주가는 11% 상승했다. 이후 2018년 8월13일 테슬라 블로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투자를 제안했다고 설명했으나, 자금 조달 계획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유명 인사
SNS 초대

머스크의 이 같은 기행에 의혹의 눈초리가 몰리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뉴욕타임스>의 "믿을 수 없는 사람" 보도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머스크가 SNL에서 언급한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표현처럼 그를 단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당신은 도지코인을 테슬라 자동차 구매에 허용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400만명에 가까운 응답자 중 78.2%가 긍정하는 답변을 내놔 마치 곧 결제 서비스를 허용할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후 비트코인을 활용한 테슬라 구매 허용 방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를 대규모로 소비하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화석 연료 사용의 급증을 초래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였다.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암호 화폐를 대안으로 찾고 있다고 머스크는 밝혔다. 

머스크는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기질을 선보였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모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머니가 영국과 독일계 혈통이며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12세 때에는 게임을 동생과 함께 만들고 이를 게임 잡지에 500달러(56만6000원)에 판매했다.

그는 특히 판타지나 공상과학 소설에 심취했다. 본인의 언급으론 가장 좋아했던 책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반지의 제왕>이었다. 또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자랐다. 또 모형 로켓 만드는 데도 취미가 있어 가솔린과 각종 화학 약품을 혼합해 로켓 연료를 만들곤 그걸 자작 로켓에 넣어 시험 발사한 적도 있었다.

대학을 자퇴한 이후 1995년 ZIP2 창업을 시작으로 X.com(페이팔 전신회사)를 설립한 후 매각해 젊은 나이에 2000억원대의 억만장자가 된다. 이후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테슬라의 경영에 뛰어들면서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한다. 

하지만 설립 후 많은 문제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2000년대 중후반 테슬라 로드스터의 배터리와 변속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변속기를 처음부터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로인해 정식 출시 날짜를 지키지 못해 고객과 언론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코인판서 변덕 대중의 뭇매
비트코인 테슬라 구매 논란

또 스페이스X의 팰컨 1의 1~3차 발사가 모두 실패하면서 막대한 재정난을 겪었다. 이 시기에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겹쳐서 자금 조달이 매우 어려웠다. 마찬가지로 테슬라 모터스도 2007~2009년 사이 테슬라 로드스터의 생산 차질로 파산 직전까지 갔었다. 

2008년 중순 스페이스X 팰컨1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나사(NASA)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2012년 테슬라 로드스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이후 모델S, X, 3 라인업의 출시가 성공하면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무책임한 언행 때문에 구설수에 휘말렸다. 2018년 6월 태국 유소년 축구팀이 동굴에 갇혔을 때 자신이 직접 설계한 구명정을 보냈다. 하지만 동굴이 워낙 좁고, 꼬불꼬불해서 쓸모가 없었다. 

이에 영국인 잠수사 버넌 언즈워스가 머스크를 맹비난하자 언즈워스를 '페도파일(소아성애자를 뜻하는 말)'이라며 욕하는 트윗을 올렸다.

특히 서구권에서 아동 성범죄는 미국에선 아동 포르노를 소지만 하고 있어도 실형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범죄다. 이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에선 최악의 욕이다. 머스크는 전 세계로부터 욕을 얻어 먹으며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뒤늦게나마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3개월 뒤 버넌 언즈워스를 아동 강간범으로 지칭한 이메일이 알려지며 대중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결국 언즈워스로부터 9월17일에 7만5000달러(84만93만원)짜리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2019년 12월6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 법원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 패닉은 바보 같다" "아이들은 면역 걱정 없다" 등의 망언으로 비판받았다. 뉴욕시 등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지역에 기부하겠다던 인공호흡기가 양압기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금 당장 미국을 (지역 봉쇄로부터) 해방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파시즘"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5월9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봉쇄령으로 인해 공장이 가동되지 않자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이라며, 공장이 위치한 앨러미더 카운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전 노동부 장관이자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가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으며 생계와 건강의 양자택일을 강요한다며 비판하자 '지루한 멍청이'라며 인신공격을 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국내 자동차 직원에게도 트윗을 통해 비판한 적이 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 사업부장의 인터뷰 내용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멍청하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연료전지는 바보들이나 파는 것"이라며 조롱했다.

논란 외에도 트위터를 통해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을 일으키거나 도지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을 요동치게 만드는 등 그의 트위터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머스크의 회사들의 실적과 별개로, 일론 머스크의 사업 방식도 비판을 받았다. 머스크는 항상 3D 렌더링 및 SNS를 활용해 자신 회사들의 세일즈를 하는데, 실제로 출시된 물건이나 시행하는 거의 모든 사업은 스케일을 축소하거나 지연된 적이 있다.

타고난
사업가?

아직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굴착 회사인 보링 컴퍼니는 시공 비용이 머스크 주장과 다르게 기존 시공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계산 결과가 있으며, 솔라시티의 경우 사실상 실적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억지로 붙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테슬라의 경우 겨우 흑자 전환하기는 했지만 유격 등 차량 자체의 QC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브랜드 이미지로 인한 소비자 충성도와 계약상 독소조항 등 은폐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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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