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 '코로나 대공황'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암흑기에 비친 실낱같은 빛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만든 암흑 터널에 갇혔다. 우리나라도 1년 넘게 출구조차 잘 보이지 않는 미로를 헤매고 있다. 경제·사회·문화할 것 없이 모든 분야의 모든 지표가 바닥을 향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이제야 조금씩 터널 끝,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27일 중국 후베이성 의사 장지셴이 중국 보건당국에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보고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2019년 12월31일 중국은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알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창궐의 시작점이다. 

중국서 시작
전 세계 패닉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월20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다. 정부는 ‘신종플루’ 이후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로 격상하고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하는 등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하지만 2월18일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1차 유행이 시작됐다. WHO는 3월11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집중적인 진단검사와 역학조사가 이뤄졌고 대면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됐다. 이태원 클럽이나 물류센터 등에서 소규모·산발적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8월 중순경 종교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2차 유행이 시작됐다.


고령층 감염의 증가로 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한 시기다.

11월 중순부터 3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하루 평균 100명 내외로 유지 중이던 확진자 수가 12월 말에 이르러서는 하루 평균 100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사망자 역시 급증해 누적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현재는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600~700명을 오가면서 4차 유행의 기로에 서있다.

더 이상 방역만으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백신이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화이자·모더나·얀센·노바벡스·아스트라제네카·스푸트니크V 등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에서 백신 개발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협상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가 현재(지난 20일 기준)까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총 9900만명분(1억9200만회분)이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은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 실내외 어디서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최초의 ‘노 마스크’ 선언이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지난해 4월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며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활동이 우리의 일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코로나19 창궐 이후 경제·사회·문화·교육·복지·보건 등 모든 분야에서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났다. 대면접촉이 줄어들고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수준으로 사회가 바뀐 것이다. 모든 지표가 하향 곡선을 그렸고 국민들의 삶은 암흑 속으로 빠져 들었다.


지난해 2월 첫 확진자 이후
1년3개월만 사회 전반 파탄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도 전년보다 줄어든 3만10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당시 1998년(-5.1%) 이후 22년 만이다.

1980년(-1.6%)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역대 3번째 역성장이다. 

경제활동별 GDP 성장률을 보면 건설업(-0.8%) 감소폭은 줄었지만 서비스업(-1.2%)과 제조업(-1.0%)은 감소로 전환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은 각각 1998년(-2.4%)와 2009년(-2.3%)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코로나19 충격이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간다는 방증이다. 

특히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때 아닌 호황기를 맞은 택배나 배달 업계와는 달리 대면 영업을 하는 자영업의 타격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5인 이상 집합금지 등의 시행으로 대면 모임이 대폭 줄어들면서 매출이 90% 이상 감소한 업종이 속출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급한 불을 끄려 했으나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을 막진 못했다. 

지난 1월 통계청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전국 자영업자는 553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7만5000명 감소했다. 창업보다 폐업이 7만5000명 많았다는 뜻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자영업자의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 2·3차 유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른 지역보다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문만 열어둔 채 영업을 제대로 못하는 식당이 적지 않다"며 "임대기간이 남아 있어 폐업을 안 한 것뿐이지 사실상 폐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식당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영업자들 가운데는 빚으로 가게를 지탱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4차 유행 기로
언제까지 갈까

지난해 자영업자들이 받은 신규 대출액은 120조가량을 기록했다. 2019년 증가액의 2배 수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03조5000억원이다. 2019년 말(684조9000억원)보다 118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차주는 238만4000명으로, 1년 전(191만4000명)보다 47만명 늘었다. 잔액 증가율과 차주 증가율 모두 최근 5년새 가장 높았다.


장 의원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버팀목 자금 등을 지원했음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이례적으로 많은 부채를 동원해 코로나19 위기를 견뎌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청년층을 덮쳤다. 코로나19 2차 유행을 앞둔 지난해 7월 청년실업률(15~29세)은 10.7%까지 치솟았다. 21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정식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시기인 20대 후반(25~29세) 실업률도 10.2%로 1999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나빴다. 

잠재적 구직자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은 26.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였다. 4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자인 셈이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1차 유행이 시작된 2월부터 전체 취업자 수 역시 꾸준히 줄어들었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으로 60세 이상 연령층만 선방했을 뿐, 전 연령층에서 타격을 받았다.

고용시장 한파는 혼인율·출산율에도 연쇄작용을 일으켰다. 지난해 혼인 건수(21만4000건)는 전년 대비 10.7%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집합금지 명령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취소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집값 상승과 고용위기 등 경제적 요인의 영향으로 혼인 건수와 혼인율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대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율은 재앙에 가까웠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400명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은 0.8명대로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반면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으로 전년보다 0.08명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3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은 물론 OECD 3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 이 수치가 0.7명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경제부터
연쇄작용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문화예술계는 유례없는 타격을 입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수식이 달릴 정도였다. 특히 공연계는 지난해 괴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때 위기보다 심리적 타격이 더 컸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6일까지 공연 개막 편수는 5216편, 매출은 약 17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개막 편수는 9038편, 매출은 2293억원이었다. 지난해 대비 개막 편수는 40% 이상 감소했고, 매출 역시 25%가량 줄었다.

수기로 표를 발권하는 영세 극단, 극장의 작품은 집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치로 추정된다.

영화계는 ‘붕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극장 관객 수는 5952만명으로 전년 대비 73.7% 감소했다. 2019년 5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하고 전체 극장 관객수 2억2668만명을 동원하며 호황기를 누렸던 극장가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매출액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는 전년 대비 3.22회 감소한 1.15회로 조사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원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매출액은 2019년보다 63.9% 감소한 3504억원으로 집계됐다. 

박스오피스를 살펴보면 지난해 처참했던 영화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0년 박스오피스 1위는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수는 475만명에 그쳤다. 제작사에서 라인업 중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텐트폴 영화’ 중 하나였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436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실업 등 경제적 불안은 커지는 반면 이를 상쇄할 문화생활 등이 제한되면서 ‘코로나 블루’가 증가했다. OECD가 지난 12일 발표한 <코로나19 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이 있는 비중이 36.8%로 조사대상 15개국 중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불과 1년 만에 사회 전반이 망가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백신 공급이 원활한 나라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GDP는 민간소비 증가와 정부 지출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6%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게 이번 분기까지 이어졌다.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글로벌 수요 확대 상황이 생산·수출·투자 등에 영향을 미쳤다. 

바닥 찍었던 지표들 회복세
자영업자 "바닥경제는 아직"

3월 산업생산은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가 호조를 보이면서 0.8% 늘었다. 4월 수출은 511억9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41.1% 증가했다. 10년 3개월 만의 최대치다. 경제 지표가 회복 기미를 보이자 성장률 전망치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올해 성장 목표치인 3.2%를 웃돌 기세다. 

고용시장에서도 미약하게나마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지난달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직장 폐업이나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 수가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 가사·육아·심신장애·정년퇴직·급여 불만족 등 자발적 이유로 일을 그만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이 통계청 고용동향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지 1년 이하인 사람은 170만112명이었다. 1년 전보다 21만9676명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연령별로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줄어들었다.

공연계도 대면 공연 부분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뮤지컬, 연극계 등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시기, 비대면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는 등 활로 모색을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로 대면 공연이 재개되면서 대형 작품을 중심으로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는 중이다.

지난 2월 기준 공연 시장 매출액은 167억7407만원으로 전월(37억3090만원)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전인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회복했다. 공연 건수도 1월 351건에서 2월 431건으로 늘었다. <맨 오브 라만차> <위키드> 등 대형 뮤지컬들의 흥행이 공연 시장의 회복세를 이끌었다. 

대중들의 소비 심리도 폭발하고 있다. 이른바 보복소비의 현실화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최근 경제동향’의 내수 지표를 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8% 늘었다. 같은 달 국내 카드 승인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 또한 18.3%였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지난해 3월부터 두 달 째 기준치(100)를 웃도는 등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 중이다. 

코로나 이전
더이상 없어

다만 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 심리의 폭발은 ‘반짝 특수’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득 계층별로 소비가 양극화되는 양상을 띠는 점도 불안하다. 명품 소비와 백화점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한파에 가깝다. 코로나19 대응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에도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실질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보상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손실 보상은 불쌍해서 은혜를 베푸는 '지원'이 아니라 응당히 해야 할 '의무'"라며 "빚을 내서 창업했고 피해도 일반 직장인들보다 훨씬 큰데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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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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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