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업법인 팜에이트 기막힌 ‘전’ 사용법

버섯재배 신고하고 사무실·홍보관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농업을 근본으로 스마트팜 사업을 하고 있는 농업법인회사 팜에이트는 남극에 있는 세종과학기지까지 진출해 식물공장을 설치했지만 본사 버섯재배시설에는 신고사항과 달리 건물 일부를 사무실과 홍보관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신고사항과 달리 건물을 이용하면 위법이다.

팜에이트는 코스닥 상장이 거론될 만큼 지난해 연매출 590억을 달성한 기업이다. 사업 분야도 지하철 농장, 수직농장 등의 스마트 팜, 채소 납품, 유통 등으로 다양하다. 경기도에서도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해 지원 예정인 기업이다. 

잘나가는
농업회사

스마트팜은 그동안 해오던 농업에 인공지능, 빅데이터, ICT(정보통신기술)를 적용해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동으로 제어해, 최적의 생육환경을 구현한 지능화된 실내 농업시설을 말한다. 

2004년 출발한 농업회사법인 미래원은 2019년 사명을 팜에이트로 바꾸고 자회사 플랜티팜과 미래원 엘름을 설립했다. 구매·가공·유통과 샐러드 채소, 농식품연구소, 메트로팜, 스마트팜 설비, 컨테이너식물공장 제작, 파프리카 농장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농업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남극에 채소 등을 키울 수 있는 인도어 팜(식물공장)을 설치해 여러 매체로부터 주목도 받았다. 경기도는 지역 농가의 스마트팜 기술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스마트팜 기반을 구축하고, 스마트팜 연구·기술 보급 사업 등 23개 국·도비 사업에 80억원을 지원할 계획도 있다고 전해진다.


팜에이트는 관련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매출은 지난해 59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더 증가한 9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에 비해 지난해 11.4배 증가했다.

국순당도 2015년 팜에이트에 투자했다. 중소기업벤처부 역시 팜에이트를 예비 유니콘특별기업(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회사)으로 선정했다.

최근에는 관련 산업 규모 확장과 영업이익의 증가로 코스닥 상장 이야기까지 나온다. 또 인도어 팜을 통해 가공한 채소들을 스타벅스, 버거킹, 서브웨이 등에도 납품하는 파트너십도 맺었다. 

팜에이트에서 생산해 유통하는 채소 종류만 해도 새싹채소, 파프리카, 버섯 등 수십가지다. 또 플랜티 팜이라는 자회사까지 세워 사업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용도와 달리 건물 일부 사용 의혹
법률적 한계로 위반? 암묵적 용인?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팜에이트는 새싹공장, 전처리채소가공공장, 식물공장, 특수채소 재배온실 등 채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시설들이 즐비해 있다. 그중 T·FARM1이라는 이름으로 하북리 214-4번지에 위치한 건물은 버섯 등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회사인 플랜티 팜 주식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면적은 등기부 등록상 1806㎡로 약 546평 정도다. 문제는 해당 지역의 건물 3개 층 전부를 지목인 전으로 사용해 버섯재배를 하겠다는 신고와 달리 일부를 사무실과 홍보관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보통의 농지는 농지법 34조에 따라 농지를 전용(농지를 건물을 세워 돌려쓰는 일)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하 농림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시청 등의 관리청 허가를 통해 농지전용에 대해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

허가받은 농지의 면적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률에 따라 농지전용허가가 필요한 경우 협의를 거쳐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는 허가가 필요하다.

농지를 전용하기 위해서 건물에 대한 허가가 필요한 지역은 도시지역(인구와 산업이 밀집되어 있거나 밀집이 예상되어 그 지역을 체계적으로 개발·정비·관리·보전할 지역) 또는 계획관리지역(과거 비도시 지역의 준 농림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구분한 지역)에 있는 농지다.

정부 및 지자체의 허가를 거친 농지는 협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농지에 건물을 세우는 것은 농지전용신고를 하고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농지전용과 관련해 적용받는 하천법 역시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고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공작물을 설치하기 위해 농지를 전용하는 경우에 사용 가능하다.

신고하면
땡?

해당 부지는 농업진흥지역이지만 버섯재배를 하겠다고 신고했기 때문에 농지전용 허가나 농지전용 협의서가 따로 필요 없다. 

버섯재배시설은 농지 이용대상이기 때문에 별도의 승인이나 허가 없이 신고를 통해 가능하다. 실제로 1층은 버섯을 재배하고 있었지만, 2층 일부와 3층은 사무실과 홍보관이 존재한다.

팜에이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2층과 3층은 버섯 관리를 위해 사무실이 존재한다며 해당 시설을 부속 건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많은 인력이 근무할 장소가 필요하고 재배시설의 일부를 활용해 근무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버섯재배관리의 부속시설과 관련한 법적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버섯재배시설들도 암묵적으로 사무실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버섯 같은 것을 건물형태에서 재배할 때는 부속시설이 반드시 필요한데 농지법이 엄격해 농지에서 할 수 있는 행위만 규정하다 보니 재배 생산시설 위주로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하북리 214-4번지의 2층 사무실과 3층의 홍보관이 버섯재배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실제 2층과 3층이 버섯재배를 위해 사용되지 않는데 버섯재배를 한다고 신고한 점은 인정했다.


이어 과거 팜에이트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들도 농지법에 대해 잘 몰라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현재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위법과 발전
뭐가 우선?

농지법에 따르면 농림부령으로 정하는 부속시설이란 해당 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와 근접해 설치된 시설이다.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의 경작·재배·관리·출하 등 생산과정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설들이다.

현행법상 설치 가능한 시설은 고정식 온실·버섯재배사 및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된 농산물 또는 다년생식물을 판매하기 위한 간이진열시설이다. 해당 고정식온실·버섯재배사 및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의 관리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주거 목적이 아닌 경우로 한정)이 허용된다.

평택시와 진위면사무소 관계자들의 입장은 팜에이트 측과 다르다.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내용을 검토했을 때 3개 층을 버섯재배로 신고한 사항과 다르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의견이다. 

진위면사무소 관계자는 하북리 214-4번지의 건물 사용이 위법에 해당해 직접 점검을 나갈 예정이다. 또 해당 건물의 사안에 실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곳은 원상복구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T·FARM1 건물은 버섯재배시설로 신고했지만 사무실 홍보관 등의 시설은 신고와 다르게 사용돼 불법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 

평택시청 관계자 역시 불법행위라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아 실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불법건축물과 관련해서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고, 건축물 대장 현황과 도면이 같으면 단순 복구하는 절차만 거쳐 건물 자체를 철거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건물의 도면과 신고사항, 토지대장 등을 따져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해당 건물은 철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팜에이트는 과거에도 본사의 다른 건물들도 법규를 위반해 원상복구명령 조치를 받은 이력이 있다.

스마트팜 커지는데…
관련법은 제자리걸음

그렇기 때문에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법규를 위반해 꼼수를 통해 발전을 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팜에이트의 행위가 현행법을 어겼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팜에이트가 법규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스마트팜 사업 규모에 맞는 관련 법규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사업이다. 네덜란드와 미국 등 스마트농업 선진국들의 경우 국가별 농업 구조와 전략품목에 따라 모델과 기술을 개발, 보급 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9년 스마트팜의 관련 법규에 대해 지적한 적 있다.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스마트팜과 관련된 기본계획 수립 및 관련 법률 제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업 혁신은 농업 현장 수요와 지능화, 자동화 기술업계 수요에 맞춘 정책적 균형이 우선 고려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처가 발표한 자료에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르면 스마트팜과 관련해서는 연구개발과 기술표준화만이 명시돼있어 관련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법 개정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률적 근거 미비로 인해 농업계의 생산기술이나 농업 생산유통 체계 변화를 꾀해야할 시점에서 법규가 스마트팜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농업진흥지역, 보호구역이지만 농업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서는 규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매번 뒷북
늦는 정부

스마트팜 사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련 법규의 제정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마트팜 사업은 점점 커지는데 정부가 방관자의 자세로 손을 놓고 있다면 스마트팜 사업이 발전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련법들을 다시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다. 



<기사 속 기사> 태양광 농사의 꼼수
버섯밭에 발전소가?

홍성지역의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10곳 중 7곳이 태양광 발전시설로 편법 운영되고 있다. 지난 3월 한 달 간 관내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등 45개 중 32개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부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 대부분은 태양광 발전소로 운영되고 있다. 버섯재배나 곤충사육사 등으로 허가를 받으면 농지전용부담금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1~5건 정도에 불과했던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 허가가 2019년 33개로 증가했다.

최근 2~3년 사이 곤충사육사와 버섯재배사가 늘어난 이유는 농지이용시설 건물 위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난 2018년에 관련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편법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은 하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농업인 신분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하면 혜택이 있다.

전기 공급의무사들(한국수력원자력 등 전기를 공급하는 공기업)과 장기 계약을 할수 있고, 축사나 재배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면 1.5배 가격으로 전기 판매도 가능하다. 

에너지 관련 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농업인 자격을 지자체나 품질관리원에서 발급하기 때문이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농업인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문제로 삼아야 하는데 당국은 이를 판단할 권한이 없다. <차>

<기사 속 기사> 지자체에 운영비 떠넘기는 정부 주도 스마트팜 밸리 

정부가 상주에 조성중인 국책사업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의 운영비를 상주에 떠넘겼다는 의혹이 있다. 스마트팜 혁신단지는 정부 주도 사업으로서 스마트팜 인재를 발굴하겠다며 시작됐다.

사업 규모는 국비 670억원, 도비 218억원, 시비448억원 등 총 1366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부지는 경상북도 상주 사벌면 엄암리 일대 42.7ha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완공 후 상주시에 운영비와 연구비 등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자 논란이 됐다.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 완공 후 상주시는 매년 40~50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사업 초안에는 운영비 등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사업 선정 후 유지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스마트팜밸리혁신단지 사업은 국가가 조성하지만 운영은 지자체가 맡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상주시는 사업 기반 조성에만 448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상주시는 예산 사정이 불안정해 운영비 15억원만 책정해놨다.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국가 산업의 부실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상주시는 정부에게 국비 지원을 해달라며 요청한 상태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