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죽방멸치쌈밥·멸치회

봄봄봄봄, 멸치 왔어요~!

여기저기서 터지는 꽃이 봄소식을 전한다. 봄의 전령은 또 있다. 추위를 이겨내고 새 생명의 기운을 담뿍 담아낸 음식이다. 겨우내 잃은 입맛을 돋우고 몸에 활력을 줄 제철 음식이 전국 각지에서 유혹한다. 모든 유혹을 떨치고 따뜻한 남쪽으로 달려간다. 은빛 반짝거리는 죽방멸치가 봄을 머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지 않은가.

한려수도의 비경을 품은 남해는 태생적으로 섬이지만, 후천적으로 뭍과 연결됐다. 노량대교와 남해대교가 남해와 하동을, 창선·삼천포대교가 남해와 사천을 잇는다. 죽방멸치로 유명한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명승 71호)으로 가기 위해선 창선·삼천포대교를 이용하는 게 빠르다.

창선·삼천포대교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가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연결하는 명물로,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대상에 선정됐다.

수려한 풍광

바다와 섬이 빚어내는 수려한 풍광을 눈에 담고 다리를 건너면 남해 창선도다. 남해는 크게 본섬인 남해도와 창선도로 나뉘는데, 두 섬은 다시 창선교로 연결된다. 창선도는 북쪽이 사천과 창선대교로, 남쪽이 남해도와 창선교로 이어진다. 창선교 아래, 즉 창선도의 창선면 지족리와 남해도의 삼동면 지족리 사이로 지족해협이 지난다.

지족해협은 좁은 물목이라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물살이 거세다. 게다가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수심이 얕아, 죽방렴을 설치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죽방렴은 문자 그대로 대나무 발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일이며, 조선 시대 문헌에도 기록이 있는 전통 어로 방식이다.

지족해협 죽방렴은 물길을 따라 나무 말뚝을 ‘V 자형’으로 박고, 그 꼭짓점에 원형 통발을 설치한 형태다. 빠른 물살을 따라 이동하던 물고기가 죽방렴의 넓은 입구로 들어가면 통발에 갇힌다. 통발은 촘촘히 엮은 대나무 발로 둘러싸여, 물은 빠져나가도 물고기는 빠져나갈 수 없다.

어민들은 썰물 때 통발에 모인 물고기를 뜰채로 건진다.

단순한 조업 방식이지만 생태 환경과 물고기의 습성, 물때 등 자연의 섭리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죽방렴을 포함한 ‘전통 어로 방식-어살’이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138-1호로 지정됐다. 죽방렴홍보관에서 죽방렴의 역사와 원리를 자세히 볼 수 있다.

홍보관에서 해안로를 따라 약 1km 거리에 죽방렴을 가까이 보는 죽방렴관람대도 있다. 단 죽방렴홍보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죽방렴관람대는 기상 상황에 따라 개방 여부가 달라지므로 방문 전에 확인해야 한다.

죽방렴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종 가운데 대표 주자는 단연 멸치다. 물살이 빠른 지족해협을 헤엄치던 멸치는 탄성이 좋아 살이 탱글탱글하고, 죽방렴에서 소량씩 건져 올린 덕에 비늘이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싱싱하다. 죽방멸치가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다.

특히 봄멸(봄에 잡히는 멸치)은 오동통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많아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하며 뼈는 연하다. 회, 구이, 찌개 등 어떤 요리로 즐겨도 맛있다.

살이 올라 씹는 맛 좋고 고소해
회·찌개 등 어떤 요리든 맛있어

봄에 많이 잡히는 대멸은 어른 손가락만큼 길고 굵직해 제법 생선다운 모습이다. 싱싱한 대멸은 회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마른 멸치가 워낙 익숙해서 멸치회라는 메뉴가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영롱한 은빛을 빛내는 죽방멸치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멸치회는 주로 매콤하고 새콤한 양념에 무쳐 먹는다. 대가리와 내장을 없앤 멸치를 각종 채소와 함께 무치는데, 막걸리 식초로 비린내를 잡는다. 굵은소금 톡톡 뿌려서 구워도 그 맛이 일품이다.

멸치쌈밥은 멸치찌개 속 통통한 멸치를 상추에 싸 먹는다. 멸치찌개는 싱싱한 죽방멸치에 시래기,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인다. 음식점마다 다르지만, 남해의 또 다른 특산물 남해마늘로 담근 장아찌를 함께 내는 곳도 있다.

상추에 멸치와 시래기, 마늘장아찌를 싸 먹으면 더욱 맛깔스럽다. 삼동면 죽방렴 일대에 오래된 멸치쌈밥 음식점과 죽방멸치 판매장이 여러 곳 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식당이 유명하다.

지족해협 죽방렴에서 동부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남해의 다양한 매력을 만끽하자. 지난해 말 개장한 설리스카이워크가 새로운 명소로 인기를 끈다. 설리스카이워크는 캔틸레버(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있는 보) 방식으로 제작돼 이색적이다.

높이 38m 스카이워크 끝에서 타는 대형 그네가 포인트다. 세계적인 명물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그네를 모티프로 제작해 어느새 ‘SNS 성지’로 떠올랐다. 스카이워크 끝에서 세차게 출발한 그네는 바다 위를 날아오른다. 기분이 짜릿하고 사진은 예술이다.

최근 드라마 〈여신강림〉에 등장해 더 유명해졌다.

물미해안전망대라고도 불리는 남해보물섬전망대는 원통형 구조로 이뤄져 파노라마 바다 전망을 자랑한다. 이곳의 백미는 바닥이 유리로 된 길을 와이어에 의지해 걷는 스카이워크 체험이다. 어떤 사람들은 걷는 것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겠지만, 어떤 이들은 와이어를 잡고 공중에서 점프하거나 스카이워크 끝에 발을 대고 바다를 향해 몸을 뻗기도 한다.

이런 체험은 안전 요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

독일마을

이국적인 분위기로 눈길을 사로잡는 독일마을도 놓치기 아쉽다. 독일마을은 1960~1970년대 독일로 파견돼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간호사와 광부들이 고국에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조성된 마을이다. 물건항이 내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오밀조밀 들어선 전통 독일식 건축물이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남해파독전시관, 독일 맥주와 독일식 소시지를 판매하는 가게, 독일마을 전경이 내다보이는 전망대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지족해협 죽방렴(죽방멸치쌈밥과 멸치회)→독일마을→남해보물섬전망대→설리스카이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지족해협 죽방렴(죽방멸치쌈밥과 멸치회)→독일마을→물건리 방조어부림→남해보물섬전망대→설리스카이워크 
둘째 날: 상주은모래비치→보리암→다랭이마을→섬이정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남해문화관광 http://www.namhae.go.kr/tour/main.web
- 남해보물섬전망대 http://www.instagram.com/namhae_cliffhill 
- 독일마을 http://남해독일마을.com 

문의 전화
-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8601
- 남해관광안내 1588-3415
- 설리스카이워크 070-4231-1117
- 독일마을관광안내소 055)867-8897 

대중교통
[버스] 서울-남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회(7:10~19:30) 운행, 4시간30분~5시간 소요. 남해공용터미널 정류장에서 뚜벅이버스(9:00, 14:00) 이용, 지족 죽방렴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남해공용터미널 1668-3506 뚜벅이버스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진주 JC→남해고속도로→사천 IC→사천·사천공항 방면 우회전→사천대로→창선·삼천포대교→동부대로→창선교→지족해협 죽방렴

숙박 정보
- 남해비치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남면 남서대로, 055)862-8880 
- 남해편백자연휴양림: 삼동면 금암로, 055)867-7881
- 쉴가펜션: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010-9411-6363
- 엘림마리나앤리조트: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055)867-6767

식당 정보
- 우리식당(멸치쌈밥):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055)867-0074 
- 단골식당(멸치쌈밥):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055) 867-4673 
- 동천식당(멸치쌈밥세트): 삼동면 동부대로, 055) 867-3560 

주변 볼거리
원예예술촌, 송정솔바람해변, 두모마을, 양모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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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