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죽방멸치쌈밥·멸치회

봄봄봄봄, 멸치 왔어요~!

여기저기서 터지는 꽃이 봄소식을 전한다. 봄의 전령은 또 있다. 추위를 이겨내고 새 생명의 기운을 담뿍 담아낸 음식이다. 겨우내 잃은 입맛을 돋우고 몸에 활력을 줄 제철 음식이 전국 각지에서 유혹한다. 모든 유혹을 떨치고 따뜻한 남쪽으로 달려간다. 은빛 반짝거리는 죽방멸치가 봄을 머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지 않은가.

한려수도의 비경을 품은 남해는 태생적으로 섬이지만, 후천적으로 뭍과 연결됐다. 노량대교와 남해대교가 남해와 하동을, 창선·삼천포대교가 남해와 사천을 잇는다. 죽방멸치로 유명한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명승 71호)으로 가기 위해선 창선·삼천포대교를 이용하는 게 빠르다.

창선·삼천포대교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가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연결하는 명물로,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대상에 선정됐다.

수려한 풍광

바다와 섬이 빚어내는 수려한 풍광을 눈에 담고 다리를 건너면 남해 창선도다. 남해는 크게 본섬인 남해도와 창선도로 나뉘는데, 두 섬은 다시 창선교로 연결된다. 창선도는 북쪽이 사천과 창선대교로, 남쪽이 남해도와 창선교로 이어진다. 창선교 아래, 즉 창선도의 창선면 지족리와 남해도의 삼동면 지족리 사이로 지족해협이 지난다.

지족해협은 좁은 물목이라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물살이 거세다. 게다가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수심이 얕아, 죽방렴을 설치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죽방렴은 문자 그대로 대나무 발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일이며, 조선 시대 문헌에도 기록이 있는 전통 어로 방식이다.


지족해협 죽방렴은 물길을 따라 나무 말뚝을 ‘V 자형’으로 박고, 그 꼭짓점에 원형 통발을 설치한 형태다. 빠른 물살을 따라 이동하던 물고기가 죽방렴의 넓은 입구로 들어가면 통발에 갇힌다. 통발은 촘촘히 엮은 대나무 발로 둘러싸여, 물은 빠져나가도 물고기는 빠져나갈 수 없다.

어민들은 썰물 때 통발에 모인 물고기를 뜰채로 건진다.

단순한 조업 방식이지만 생태 환경과 물고기의 습성, 물때 등 자연의 섭리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죽방렴을 포함한 ‘전통 어로 방식-어살’이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138-1호로 지정됐다. 죽방렴홍보관에서 죽방렴의 역사와 원리를 자세히 볼 수 있다.

홍보관에서 해안로를 따라 약 1km 거리에 죽방렴을 가까이 보는 죽방렴관람대도 있다. 단 죽방렴홍보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죽방렴관람대는 기상 상황에 따라 개방 여부가 달라지므로 방문 전에 확인해야 한다.

죽방렴에서 잡히는 다양한 어종 가운데 대표 주자는 단연 멸치다. 물살이 빠른 지족해협을 헤엄치던 멸치는 탄성이 좋아 살이 탱글탱글하고, 죽방렴에서 소량씩 건져 올린 덕에 비늘이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싱싱하다. 죽방멸치가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다.

특히 봄멸(봄에 잡히는 멸치)은 오동통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많아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하며 뼈는 연하다. 회, 구이, 찌개 등 어떤 요리로 즐겨도 맛있다.

살이 올라 씹는 맛 좋고 고소해
회·찌개 등 어떤 요리든 맛있어


봄에 많이 잡히는 대멸은 어른 손가락만큼 길고 굵직해 제법 생선다운 모습이다. 싱싱한 대멸은 회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마른 멸치가 워낙 익숙해서 멸치회라는 메뉴가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영롱한 은빛을 빛내는 죽방멸치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멸치회는 주로 매콤하고 새콤한 양념에 무쳐 먹는다. 대가리와 내장을 없앤 멸치를 각종 채소와 함께 무치는데, 막걸리 식초로 비린내를 잡는다. 굵은소금 톡톡 뿌려서 구워도 그 맛이 일품이다.

멸치쌈밥은 멸치찌개 속 통통한 멸치를 상추에 싸 먹는다. 멸치찌개는 싱싱한 죽방멸치에 시래기,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인다. 음식점마다 다르지만, 남해의 또 다른 특산물 남해마늘로 담근 장아찌를 함께 내는 곳도 있다.

상추에 멸치와 시래기, 마늘장아찌를 싸 먹으면 더욱 맛깔스럽다. 삼동면 죽방렴 일대에 오래된 멸치쌈밥 음식점과 죽방멸치 판매장이 여러 곳 있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식당이 유명하다.

지족해협 죽방렴에서 동부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며 남해의 다양한 매력을 만끽하자. 지난해 말 개장한 설리스카이워크가 새로운 명소로 인기를 끈다. 설리스카이워크는 캔틸레버(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있는 보) 방식으로 제작돼 이색적이다.

높이 38m 스카이워크 끝에서 타는 대형 그네가 포인트다. 세계적인 명물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그네를 모티프로 제작해 어느새 ‘SNS 성지’로 떠올랐다. 스카이워크 끝에서 세차게 출발한 그네는 바다 위를 날아오른다. 기분이 짜릿하고 사진은 예술이다.

최근 드라마 〈여신강림〉에 등장해 더 유명해졌다.

물미해안전망대라고도 불리는 남해보물섬전망대는 원통형 구조로 이뤄져 파노라마 바다 전망을 자랑한다. 이곳의 백미는 바닥이 유리로 된 길을 와이어에 의지해 걷는 스카이워크 체험이다. 어떤 사람들은 걷는 것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리겠지만, 어떤 이들은 와이어를 잡고 공중에서 점프하거나 스카이워크 끝에 발을 대고 바다를 향해 몸을 뻗기도 한다.

이런 체험은 안전 요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

독일마을

이국적인 분위기로 눈길을 사로잡는 독일마을도 놓치기 아쉽다. 독일마을은 1960~1970년대 독일로 파견돼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간호사와 광부들이 고국에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조성된 마을이다. 물건항이 내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오밀조밀 들어선 전통 독일식 건축물이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남해파독전시관, 독일 맥주와 독일식 소시지를 판매하는 가게, 독일마을 전경이 내다보이는 전망대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지족해협 죽방렴(죽방멸치쌈밥과 멸치회)→독일마을→남해보물섬전망대→설리스카이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지족해협 죽방렴(죽방멸치쌈밥과 멸치회)→독일마을→물건리 방조어부림→남해보물섬전망대→설리스카이워크 
둘째 날: 상주은모래비치→보리암→다랭이마을→섬이정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남해문화관광 http://www.namhae.go.kr/tour/main.web
- 남해보물섬전망대 http://www.instagram.com/namhae_cliffhill 
- 독일마을 http://남해독일마을.com 

문의 전화
-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8601
- 남해관광안내 1588-3415
- 설리스카이워크 070-4231-1117
- 독일마을관광안내소 055)867-8897 

대중교통
[버스] 서울-남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회(7:10~19:30) 운행, 4시간30분~5시간 소요. 남해공용터미널 정류장에서 뚜벅이버스(9:00, 14:00) 이용, 지족 죽방렴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남해공용터미널 1668-3506 뚜벅이버스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진주 JC→남해고속도로→사천 IC→사천·사천공항 방면 우회전→사천대로→창선·삼천포대교→동부대로→창선교→지족해협 죽방렴

숙박 정보
- 남해비치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남면 남서대로, 055)862-8880 
- 남해편백자연휴양림: 삼동면 금암로, 055)867-7881
- 쉴가펜션: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010-9411-6363
- 엘림마리나앤리조트: 삼동면 동부대로1122번길, 055)867-6767

식당 정보
- 우리식당(멸치쌈밥):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055)867-0074 
- 단골식당(멸치쌈밥):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055) 867-4673 
- 동천식당(멸치쌈밥세트): 삼동면 동부대로, 055) 867-3560 

주변 볼거리
원예예술촌, 송정솔바람해변, 두모마을, 양모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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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