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잡는’ 잔혹한 혈우병 신약, 왜?

치료 실패해야 주사 맞을 기회 준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국내 승인된 혈우병 신약 중 혈우병의 출혈을 예방할 수 있는 최초 피하주사형 예방 요법이 국내에 등장했다. 인슐린 주사처럼 주사하기 쉽고, 효과도 좋아 국·내외적으로 호평받고 있는 약제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요양 급여와 관련해 12세 미만은 면역관용요법(응고인자에 대한 항체를 없애기 위한 치료)이 실패할 경우’라는 나이 제한 조항을 추가하자, 어린 혈우병 환자의 보호자들이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혈우병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혈중 8번과 9번 응고인자가 결핍돼 작은 충격으로 출혈이 발생하는 병이다. 출혈이 반복 발생하면 합병증이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희귀질환으로, 아직까지 뚜렷한 완치법이 없다. 

이러지도 

혈우병의 치료는 보통 항체가 없는 경우 8번과 9번 응고인자제제의 출혈 시 보충요법(응고인자를 보충하는 치료법)이나 평소 치료제를 통한 예방요법을 사용한다.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가 있는 경우 우회요법(응고인자의 존재와 무관하게 작용하는 활성인자를 활용한 치료법)을 사용한다.

국내 혈우병 환자는 2000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혈우병 치료는 치료를 받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A씨의 아이도 혈우병을 앓고 있다.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혈우병을 진단받았고, 작은 접촉에도 몸이 멍울지고, 출혈이 멈추지 않아 지속적으로 병원에 가서 출혈을 예방하는 정맥주사를 맞았다. 그럼에도 차도가 없자 A씨의 아이는 피검사를 했는데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가 생겼다는 중증 A형 혈우병 진단을 받았다.


1년 넘게 우회인고응자를 활용하는 약제를 통해 정맥주사를 주3회 투여했다. 출혈이 멈추지 않아 매일 병원을 찾아간 경험도 있다.

어린 아이는 혈관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주사를 맞는 과정에서 혈관을 여러번 찌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주사를 한 번 맞은 정맥 부위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맞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부위의 정맥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

A씨의 아이 역시 정맥주사를 맞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해 한 번 맞을 때도 쉽지 않았다. 주사의 효과가 오래 가는 것도 아니다. 접종이 이뤄지면 그 주는 주사에 대해 반감기가 생기고 결국 주사를 맞아야 하는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출혈 예방 최초 피하주사형 등장
‘12세 미만…’ 심평원 조항 발목

아이의 고통을 지켜보다 못한 A씨는 혈우재단의 권유로 정맥주사를 맞는 방법이 아니라 면역관용요법을 진행해 항체를 없애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러나 심사기관은 아이의 항체가 생기고 1년 이상 5년 이내의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며 A씨의 아이를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재단에서는 면역관용요법을 시행하자는 제안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는 다시 정맥주사를 맞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A씨의 아이는 한 제약회사의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피하주사형 주사제 신약을 맞을 수 있었다. 일주일에 3회 맞던 주사는 2주~ 4주에 한번으로 횟수가 줄었다.


근육에 놓는 피하주사였기 때문에 아이에게 주사제를 투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주사를 맞은 뒤 빈번하게 생겼던 멍이나 출혈도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월 병원을 찾았을 때 약과 관련된 규정이 개정돼 더 이상 신약을 처방받을 수 없게 됐다. 12세 미만 아이에게는 면역관용요법 실패 시 처방했을 때 요양 급여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신설된 것.

신설된 조항은 만 1세 이상과 만 12세 미만이 면역관용요법에 실패한 경우와 면역관용요법 대상자 기준에 부합하나, 시도할 수 없음이 투여 소견서를 통해 입증되는 경우에 신약의 요양 급여가 적용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A씨의 아이는 신약을 사용하지 못해 다시 몸 이곳 저곳에 멍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
환아들은 고통 속 생활 

A씨는 “신약을 통해 아이의 삶이 많이 개선됐는데 나이 조항 때문에 다시 멍투성이로 돌아가라는 것은 학대와 같다”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글을 올렸다. 심평원에 직접 찾아가 조항의 개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심평원의 담당 공무원을 찾아 약을 맞을 수 있는 요건과 주치의의 소견에 따라 처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조항과 관련해서는 담당 교수와 심의위원에게 호소하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이 같은 조항에 대해 현직 의사는 환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비판했다. 혈우병 환자에게 의사가 면역관용요법을 권했다 해도 실제 선택은 환자와 보호자가 한다.

의사가 마음대로 해당 치료법을 강제로 진행할 수 없음에도 면역관용요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놨다는 점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신약이 없을 때는 예방요법을 하지 못하는 항체 환자들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우회요법을 통해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하지만 신약이 출시된 이후 출혈을 예방할 수 있어 환자와 의사 입장에서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한다. 혈우병의 치료는 환자들이 면역관용요법을 하거나 정맥주사를 맞는 것을 선택하는 데 해당 조항의 삽입으로 환자의 선택 폭을 좁히는 조항은 환자에게 치료법에 있어 선택권이 없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현직 의사는 조항의 주치의 소견서 제출 조항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약의 경우 의사가 소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할 수 없었음을 투여 소견서를 통해 입증을 거쳐 다시 심사하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요시사>와 통화한 심평원 관계자는 “해당 조항들이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보고해 보건복지부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의견이 제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모든 사항을 담지 못한 부분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투여소견서 조항 부분도 이뤄진 것인데, 앞으로 더 개선할 부분에 대해 짚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심평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학회나 보고서, 가이드라인에는 신약의 투여가 면역관용요법의 시작, 중간, 이후 또는 요법을 대신해 시행해야 하는 점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저러지도

한편 세계혈우연맹(WFH)은 지난해 7월 신약을 새로운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으로 권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신약에 대해 약효와 투약 편의성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대폭 개선해줄 예방 치료제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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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