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궁과 월지, 월정교

신라 천년의 밤을 만나다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18호)는 왕자가 거주한 곳이자,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연회를 베푼 곳이다. 676년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규모가 크고 호화로운 시설을 갖췄다. 674년 월지를 만들고, 5년 뒤인 679년에는 궁궐을 정비하고 동궁을 지었다.

▲ ‘한국관광공사 야간 관광 100선’에 오른 경주 동궁과 월지

<삼국사기>에 “(문무왕 14년) 궁 안에 못을 파고 못 가운데 3개 섬과 못의 북·동쪽으로 12개 봉우리 산을 만들었으며, 화초를 심고 기이한 동물을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발굴한 토기 조각에서 이곳을 월지라 불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동국여지승람>에 “안압지 서편에 임해전이 있다”는 기록이 보인다.

안압지

조선 시대에는 월지를 안압지로, 동궁을 임해전으로 부른 것이다. 신라가 패망한 뒤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폐허가 된 월지에 오리와 기러기만 날아다녔기에, 기러기 안(雁), 오리 압(鴨) 자를 써서 안압지라 했다. 신라가 번성할 때 월지는 화려하고 위엄 있는 곳이었으나, 멸망한 뒤엔 시인 묵객만이 안압지의 본모습을 알아봤다.

월지는 사각형으로 조성했는데, 서남쪽은 직선으로 건물을 들이고, 동북쪽은 곡선으로 3개 섬과 무산12봉을 연상케 하는 언덕을 만들었다. 직선 공간에는 동궁의 화려함이, 곡선 공간에는 자연의 수려함이 돋보인다.

1975년 월지의 물을 빼고 발굴 조사를 했는데, 여기서 유물 3만여점이 쏟아져 나왔다. 월지에 떠다녔을 나무배를 비롯해 금동초심지가위(보물 1844호), 금동삼존판불, 놀이용 주령구(주사위) 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다.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은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에서 볼 수 있다.


동궁과 월지는 첨성대와 함께 ‘한국관광공사 야간 관광 100선’에 오른 명소로, 어둠이 내린 뒤에 진가가 드러난다.

▲ 고대 교량 건축 기술의 백미, 월정교 야경

월정교는 통일신라 때 남천(옛 이름은 문천)에 세운 다리다. 월정교가 있는 남천 주변이 경주 춘양교지와 월정교지(사적 457호)다. <삼국사기>에 “(경덕왕 19년) 궁의 남쪽 문천에 월정과 춘양이라는 두 다리를 놓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1986년 복원에 필요한 발굴 조사 과정에 월정교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월정교의 세굴 방지목이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다리 양쪽 교대와 날개벽, 4개 주형 교각이 있으니 길이가 60m 정도로 추정되며, 교각 사이에서 발견된 기와 조각으로 보아 다리 위는 기와지붕을 인 누각이었을 것으로 알려졌다.

고증을 거쳐 복원한 월정교는 고대 교량 건축 기술의 백미로, 길고 곧게 뻗은 회랑과 웅장한 2층 문루가 장관이다.

▲ 낮에 본 월정교

월정교는 경주 월성(사적 16호) 남쪽을 휘감아 흐르는 남천 위로 조성해 월성과 남산을 이어준다. 월정교 관련 기록이 고려 충렬왕 때인 1280년에도 등장하니, 500년이 훨씬 넘게 남아 있었다. 남천은 원효대사의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신라 관리가 왕의 칙명을 가지고 오자 원효대사는 일부러 남천에 빠졌고, 관리들이 원효를 모시고 요석궁으로 가 옷을 말리게 했다. 원효는 궁에 있던 요석공주와 하룻밤을 보냈고, 이어 설총이 태어났다고 한다.

월정교와 이웃한 곳에는 김유신의 집터로 알려진 재매정(사적 246호)이 있는데, 장군이 천관녀를 만나기 위해 천관사로 갈 때도 월정교를 건너야 했다. 신라에 유리구슬을 전한 아랍인이나 신라군의 출정 대열도 월정교를 건넜으리라.

▲ 굵은 기둥이 늘어선 월정교 회랑

월정교는 주차장 방면이나 교동 방면 어디서든 갈 수 있다. 넓은 진입 공간 너머로 월정교 현판을 단 문루가 우뚝 섰다. 문루를 지나면 남천 너머 기다란 회랑이 이어진다. 굵은 기둥이 늘어선 모습이 인상적이다. 교각 위로는 남천과 어우러진 풍경이 드러난다. 서쪽으로 남천 너머 선도산과 벽도산이, 동쪽으로 월성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야간 관광 100선
화려하고 위엄 있는 신라의 모습

문루 2층은 월정교홍보관으로, 월정교의 역사와 복원 관련 내용을 전시한다. 옛 월정교의 세굴 방지목을 보면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월정교는 최근 야경 명소로 인기다. 월정교를 비추는 빛에 화려한 문루와 단아한 회랑이 돋보인다. 월정교 앞 징검다리나 교촌교에서 바라보는 월정교의 풍경도 일품이다.

▲ 황금빛으로 물든 첨성대

경주 첨성대(국보 31호)는 선덕여왕 때 만든 것으로 보이는 관측대다. 정사각형 기단 위로 술병을 닮은 원통형으로 돌을 27단 쌓고, 정상부에 ‘정(井) 자형’ 석재를 얹었으며, 높이 약 9m에 이른다.

옛 기록에 따르면 사다리를 놓고 원통형 중심의 네모난 창으로 들어간 뒤, 다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하늘을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밤이 되면 첨성대에 경관 조명이 빛을 발한다. 첨성대가 경주의 8색(적·홍·황·녹·청·자·금·흑색)으로 변신한다.

월정교가 있는 곳이 남천이고, 월성 북쪽으로 북천이 있다. 북천 건너편에 자리한 황성공원에 지난해 12월, 빛누리정원이 개장했다. 장미와 수국 꽃을 형상화한 2만여개 LED 조명과 화려한 연꽃 조형물이 눈에 띈다. 잔잔하면서도 웅장한 음악과 함께 천천히 바뀌는 LED 조명이 아름답다.

▲ 파도소리길 주상절리전망대에서 본 부채꼴 주상절리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경주 문무대왕릉(사적 158호) 남쪽에 경북동해안지질공원의 지질 명소 양남 주상절리군(천연기념물 536호)이 있다. 여기서 만나는 부채꼴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용암이 흐르다 둥그런 구덩이에 갇히거나, 둥근 통로를 따라 용암이 솟아오르다 식어 생긴 흔적이라고 한다.

부채꼴 주상절리를 제대로 보려면 파도소리길 주상절리전망대로 가자.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1.7km 해안 산책로인 파도소리길은 지난해 태풍으로 일부 구간이 유실돼, 현재 주상절리전망대에서 하서항까지 출입을 통제한다.

양남 주상절리군

부채꼴 주상절리를 형상화한 주상절리빵도 맛보자. 베이킹파우더와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고, 물 대신 우유와 생크림으로 반죽한다. 구운 호두와 통팥 앙금이 들어가 마들렌 풍의 건강하고 맛 좋은 빵이다. 양남 주상절리군으로 가는 길에 본점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파도소리길→문무대왕릉과 이견대→감은사지→국립경주박물관→대릉원→동궁과 월지→월정교→첨성대→빛누리정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경주박물관→대릉원→황룡사지와 분황사→동궁과 월지→월정교→첨성대→빛누리정원 
둘째 날: 선덕여왕릉→신문왕릉→원성왕릉→장항리 사지→골굴암→감은사지→문무대왕릉과 이견대→파도소리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경주문화관광 https://www.gyeongju.go.kr/tour 

문의 전화
- 경주시청 왕경조성과 054)779-6136~7
- 동궁과 월지 054)750-8655
- 빛누리정원(황성공원) 054)779-8772
- 주상절리전망대 054)775-6366
- 경주역관광안내소 054)772-3843 

대중교통
[버스] 서울-경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8회(08:10〜22:0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08:40〜19:00) 운행, 약 4시간 소요. 경주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 경주고속·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1번·602번·604번·605번·607번 일반버스 이용, 동궁과월지 정류장 하차. 경주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 경주고속·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60번·61번 일반버스 이용, 황남초등학교 정류장 하차, 월정교까지 도보 약 80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경주고속버스터미널 054)741-4000 경주시외버스터미널 1666-5599 
[기차] 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17~20회(05:15~21:3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신경주역 정류장에서 700번 좌석버스 이용, 동궁과 월지 정류장 하차. 신경주역 정류장에서 60번·61번 일반버스 이용, 황남초등학교 정류장 하차, 월정교까지 도보 약 80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동궁과 월지: 경부고속도로 경주 IC→약 5km 직진→배반네거리에서 시청 방면 좌회전→박물관네거리에서 250m 직진, 우회전→동궁과 월지
월정교: 경부고속도로 경주 IC→서라벌대로 약 2.1km 직진→오릉네거리에서 오릉 방면 좌회전→700m 직진, 국립경주박물관 방면 우회전→월정교

숙박 정보
- 리버틴 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경주시 태종로685번길, 054)620-8988 
- 블루보트 게스트하우스(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경주시 원화로, 010)2188-9049 
- 한옥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경주시 포석로1050번길, 054)749-8090 
- 신라가족모텔: 경주시 산업로, 054)743-8288 
- 지지관광호텔: 경주시 태종로699번길, 054)701-0090 
- 토함산자연휴양림: 양북면 불국로, 054)750-8700 
- 라마다호텔&리조트 경주감포: 감포읍 동해안로, 054)741-3000


식당 정보
- 국시집(손국시): 경주시 북문로, 054)773-3050 
- 백리향 황성본점(굴짬뽕): 경주시 황성로69번길, 054)741-0100 
- 고색창연(한우떡갈비정식): 경주시 보불로, 054)748-0952 
- 팔우정해장국(해장국): 경주시 태종로, 054)742-6515

주변 볼거리
경주 김유신묘, 경주 포석정지, 불국사, 석굴암, 황리단길, 경주 남산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