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운공원 윤동주시인의언덕

‘서시’와 함께 감상하는 야경

서울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다. 도심 가득한 마천루와 한강을 따라 성냥갑처럼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밤이면 형형색색 불빛을 내뿜으며 화려한 풍경을 연출한다. 서울에 야경 명소가 많지만, 큰 발품 들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뜻깊은 장소를 꼽으라면 청운공원 윤동주시인의언덕이 떠오른다. 서울 도심에서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자하문고개 정상에 자리하는데, 언덕에 오르면 경복궁과 시청, 종로 일대와 N서울타워까지 보인다.

▲ 청운공원 윤동주시인의언덕에서 본 서울의 야경

윤동주는 김소월과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하는 ‘서시’는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쯤 외웠을 법하다.

1917년 만주 북간도의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1941년에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한다. 도시샤대학 영문과로 옮긴 그는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경에 체포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45년 2월에 생을 마감한다.

윤동주소나무

윤동주의 첫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유고 시집으로 발간됐다. 생전에 이 시집을 펴내고자 한 그는 서문으로 서시를 쓰고, 3부를 필사해 이양하와 정병욱에게 증정했다. 윤동주 사후 정병욱이 보관하던 필사본을 공개하면서 그의 시가 세상에 알려졌다.

초판 서문에는 윤동주가 늘 동경하던 시인 정지용이 쓴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고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이 없이!”라는 구절이 있다.

▲ 윤동주시인의언덕 표석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1941년,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후배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했다. 그는 이때 청운동과 누상동 일대를 산책하며 시상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청운동에 윤동주시인의언덕이 들어선 것도 이 때문이다. 김송의 집에 머문 약 4개월은 윤동주의 짧은 생에 가장 행복한 시기로 여겨진다.

깊은 속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후배와 함께 차 마시며 음악을 즐기고, 문학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성악가인 김송 부인의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하기도 했다. 저녁 무렵 하숙집 근처로 나온 그는 언덕에서 해 지는 서울 풍경을 보며 조국의 어두운 현실에 가슴 아파하고, 시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 저녁 무렵에 만난 윤동주소나무

윤동주시인의언덕에 특별한 것은 없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 소나무가 있고, 짤막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언덕으로 한양도성길이 지나가는데, 성곽 앞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부암동과 평창동을 내려다본다. ‘윤동주소나무’라고 불리는 이 나무 앞에 서면 멀리 북한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의연한 듯 고독한 듯 서 있는 소나무가 마치 시인의 뒷모습 같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누구나 갈 수 있는 뜻깊은 장소

언덕에 ‘윤동주시인의언덕’ 표석이 있고, 그 앞으로 서시 시비가 있다. 시비 앞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한 윤동주는 고국 땅에도 묻히지 못했다. 간도 용정에 있는 그의 무덤에서 가져온 흙 한 줌을 이 언덕에 뿌렸다.

▲ 윤동주시인의언덕에 있는 ‘서시’ 시비

야경을 보기 좋은 곳이 시비 앞이다. 서울의 야경 사진이 들어간 ‘윤동주시인의언덕 서울 밤 풍경’ 표지판도 있다. 하늘이 서서히 보랏빛과 주홍빛으로 물들 때쯤이면 도심의 빌딩에도 하나둘 불이 켜지고, 사위가 금세 어두워진다. 저녁이 되면 바람이 불어와 소나무 가지를 흔든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멀리 N서울타워의 불빛이 선명해진다.

▲ 용도 폐기된 청운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한 윤동주문학관

윤동주시인의언덕은 윤동주문학관과 이어진다. 종로구는 용도 폐기된 청운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해 윤동주문학관을 조성하고, 2012년 7월에 문을 열었다. 수도가압장은 산 중턱에 있는 청운아파트에 수돗물을 보내기 위해 만들었는데, 아파트가 철거된 뒤 버려지다시피 했다.

문학관에는 시인의 유품과 자필 서신, 생애 사진 등이 전시된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나오는 우물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문학관을 꾸민 점이 흥미롭다. 아쉽게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당분간 입장객을 받지 않는다.

문학관은 건축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 2013년 대한민국공공건축상 국무총리상, 2014년 서울시건축상 대상을 받았고, ‘한국의 현대건축 Best 20’에도 선정됐다. 건축가 이소진에게는 2012년 젊은건축가상을 안기기도 했다.

문학관 건너편은 창의문이다. 이곳에서 한양도성길 백악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다. 창의문에서 시작해 혜화문에 이르는 백악구간은 등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의문 터에서 인왕산 정상을 지나 창의문까지 이어지는 인왕산구간을 걸은 뒤 윤동주시인의언덕에서 저녁을 맞아도 좋다.

▲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부암동 골목

부암동 골목

부암동 골목도 함께 걸어보자. 옛 골목의 정취가 아직 남아 있는 곳이다. 가파른 시멘트 계단을 따라 좁은 골목을 걸어가다 보면 방앗간도 만나고, 조그마한 갤러리도 만난다. 여기저기 고개를 기웃거리다 쉴 만한 카페와 식당이 많으니 산책 삼아 걸어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한양도성길 백악구간→청운공원 윤동주시인의언덕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양도성길 인왕산구간→한양도성길 백악구간→청운공원 윤동주시인의언덕 
둘째 날: 부암동 골목→서촌→경복궁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종로구 역사문화관광 https://tour.jongno.go.kr
- 윤동주문학관(종로문화재단) http://www.jfac.or.kr/site/main/content/yoondj01
- 한양도성길 https://seoulcitywall.seoul.go.kr 

문의 전화
- 종로구청 문화관광과 02)2148-1114
- 윤동주문학관 02)2148-4175
- 한양도성길 02)2133-2657 

대중교통
[버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경복궁역 정류장에서 7022번 지선버스 이용,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 하차, 청운공원까지 도보 3분. 경복궁역 3번 출구 경복궁역 정류장에서 1711번 지선버스 이용, 자하문터널입구·석파정 정류장 하차, 청운공원까지 도보 10분.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

자가운전
삼청로→창의문로 방면→자하문로35길 방면→청운공원

숙박 정보
- 한옥게스트하우스 동촌재(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종로구 자하문로11길, 010)8561-5227
- 하은재(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종로구 자하문로, 010)5474-8545 
- 스테이 데이오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종로구 자하문로1다길, 010)3113-3722 
- 락고재 서울(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종로구 계동길, 02)742-3410 
- 신라스테이 광화문: 종로구 삼봉로, 02)6060-9000 
- 나인트리프리미어호텔 인사동: 종로구 인사동길, 02)6917-3099 
- 서머셋팰리스 서울: 종로구 율곡로2길, 02)6730-8888

식당 정보
- 계열사(치킨): 종로구 백석동길, 02)391-3566 
- 자하손만두(만둣국): 종로구 백석동길, 02)379-2648 
- 레이지버거클럽(햄버거): 종로구 창의문로, 02)394-2547

주변 볼거리
환기미술관, 옥인동 박노수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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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