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어느덧 대세 배우 조병규

JTBC·SBS·OCN…3연타석 홈런 치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조병규를 두고 ‘3연타석 홈런타자’라고 한다. JTBC <SKY캐슬>에 이어 SBS <스토브리그>, OCN <경이로운 소문>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은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탁월하고, 맡은 배역을 준수하게 수행해 낸다. 최근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타이틀 롤을 맡아 흠이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20대 남자 배우 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 배우 조병규 ⓒHB엔터테인먼트

OCN <경이로운 소문>은 방영 전 그렇게 관심을 받은 작품은 아니었다. 악귀를 물리치는 악귀 사냥꾼과 서민 판 히어로라는 설정이 다소 생소할 뿐 아니라, 유준상을 제외하고는 주연급으로 히트한 배우가 없었다. 

<SKY캐슬> 
<스토브리그>

타이틀롤을 맡은 조병규에 대한 의문점도 있었다. JTBC <SKY캐슬>과 SBS <스토브리그>가 대성공을 거뒀지만, 조병규가 성공의 주역으로 불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SKY캐슬>에서는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염정아, 김서형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스토브리그>는 남궁민과 오정세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어쩌면 <경이로운 소문>은 조병규에게 있어 시험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으로 주어진 첫 시험을 만점에 가깝게 풀어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성적을 냈다.

첫 회 2.7%라는 비교적 아쉬운 성적으로 출발한 <경이로운 소문>은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12회에서는 10.6%를 기록하며 OCN 최고 성적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16회는 11.0%, 드라마 내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수치뿐 아니라 작품의 내용도 극찬 일색이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악귀를 잡는 카운터라는 직업의 네 사람이 최고 악귀를 잡아내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서민판 히어로의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몸과 마음이 유약한 소문(조병규 분)이 우연히 융의 위겐(손숙 분)을 받아들이면서 카운터에 합류해, 추 여사(염혜란 분), 가모탁(유준상 분), 도하나(김세정 분), 최장물(안석환 분)과 함께 선량한 사람들을 죽이는 악귀를 퇴치한다는 게 이야기의 줄기다. 

그 과정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는 과격한 액션이 돋보였다. 선명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각 인물 간의 시너지도 눈에 띄었다. 신구 조화가 절묘했을 뿐 아니라 악귀와 형사 등 조연급 배우들의 임팩트도 강렬했다. 주요 순간에 등장하는 CG도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 중심에 조병규가 있다. 조병규가 맡은 소문은 선량한 마음씨를 갖고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우연히 강력한 힘을 얻으면서,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처치할 뿐 아니라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악귀를 찾아 복수한다. 

단숨에 힘을 얻고 정의를 발현하는 1차원적인 구조가 아니다. 고등학생으로서 감정을 가누지 못해 실수도 저지르고, 일부 시행착오도 겪는다. 힘이 세지는 것도 단계를 밟는다. 1회부터 16회까지 꾸준한 성장이 있어, 섬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인물이다. 

<경이로운…> 데뷔 후 첫 ‘타이틀롤’
자체 최고 시청률 “예감이 좋았다”

연출을 맡은 유선동 PD 역시 소문 역할을 고심해 캐스팅했다.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소문의 성장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배우가 필요했다. 고등학생 설정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대 배우이면서 상당한 내공과 경험이 있어야 했다. 


20대 배우 중 이런 조건을 갖춘 인물이 많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제작진은 조병규를 낙점했다. 조병규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최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조병규도 유 PD와의 캐스팅 미팅을 통해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30분 정도 작품에 대해 얘기를 하고, 2시간30분 정도는 다양한 파트의 이야기를 했어요. 재즈에 대해서, 넷플릭스에서 눈여겨본 작품, 인생의 서사 등 다양한 방면의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캐스팅되든 안 되든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독님과 제가 이 작품을 바라보는 방향이 같다고 느꼈어요. 다른 생각은 안 하고 몰두해서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 ⓒOCN

타이틀롤이라는 무게감을 소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정말 중요한 건 소문이 성장하는 단계에서의 감정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하느냐가 작품의 관건이었다. 캐스팅된 후 조병규는 이 부분에 있어 고민이 컸다고 한다. 

“소문이는 트라우마도 깊고, 몸도 성치 않아요. 아픔이 많은 소년인데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겨냈다가 다시 무너지고, 또 일어나고를 반복해요. 결과적으로는 악귀에게 사로잡힌 부모님을 구해내야 하죠. 부모님을 만나서 아이처럼 대화하는 장면이 궁극적인 목표였어요.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생각이 통했죠. 영화 <아바타>에서 링크가 연결되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어요.”

<경이로운 소문>은 초반부터 반응이 좋았다. 유준상과 염혜란, 김세정, 안석환 등 카운터들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 이들 다섯명에게서 한 가족 같은 화목함이 엿보였다. 조병규는 촬영 초반부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다고 한다. 

트라우마
이겨내다

“처음엔 사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어요. 결과는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현시점의 시청자들이 가진 답답함이나 짐을, 우리 드라마를 통해 뚫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기대가 된 이유는 스태프와 배우들 사이에 협업이 잘 이뤄졌고, 분위기가 정말 완벽했기 때문이에요.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고 했지만, 과정이 워낙 좋다 보니까 ‘잘하면 정말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예측하게 됐어요.”

이 드라마의 협업이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은 액션이다. 카운터들이 악귀와 싸우는 장면이 매우 많이 나오는데, 매번 새롭고 강력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액션이 주는 쾌감이 상당한 작품이다.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는 언제나 예민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위험하니까요. 스태프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저도 좀 더 화려한 액션을 하기 위해 각종 보호장비를 샀어요. 그래서 더 화끈한 액션이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앞선 웹 드라마 <독고 리와인드>에서 액션 연기를 펼친 바 있는 조병규는 액션 장르를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했다. 워낙 힘들지만, 막상 촬영하면 멋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딜레마 때문이라고. 
 

▲ ⓒOCN

“액션을 하면 멋있게 잘 나오긴 하지만, 그만큼 힘든 것 같아요. 사실 ‘(액션이)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막상 하게 되면 이 악물고 하긴 하는데, 정말 힘들어요. 그러다가 화면을 보면 정말 멋있게 나오기 때문에 늘 복잡한 생각이 있었어요. 액션물이 또 들어온다면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또 선택할 것 같네요.”


<경이로운 소문>을 보다 보면 ‘저거 애드리브 아냐?’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매우 많다. 대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딘가 완벽하게 준비된 느낌은 아닌 장면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 장면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애드리브가 매우 많았다고 한다.

경이로운 
카운터들

그만큼 배우들 간의 합이 잘 맞았은 덕분이라고. 특히 유준상과의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했다. 

“유준상 선배님은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해요. 가모탁과 소문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 같다는 반응이 꽤 있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건 선배님이 좋은 액션을 보여주셔서인 것 같아요. 선배님이 좋은 액션을 보이면 제가 그에 맞는 리액션을 하고, 또 선배님이 그걸 받아서 리액션해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애드리브가 굉장히 좋았던 적이 많았어요.”

조병규는 안석환에 대해 ‘안석환 키즈’라고 했다. 연극영화과 시절에 안석환의 작품을 접하면서 연기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고 한다. 염혜란은 여러 차례 작품을 함께했지만, 함께 호흡하는 신이 작았는데, 이번에 원 없이 소통하면서 행복했다고 한다. 김세정에 대해서는 ‘경이로운 동료’라고 했다. 

“세정이랑 저랑 동갑인데요. 정말 다재다능한 친구 같아요. 능력치가 한 군데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능력이 다 최고치예요. 천재 같아요. 부럽고 사실 질투도 많이 했어요. 세정이랑 연기에 대해 회의를 많이 했어요. 그 친구의 장점을 체화하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촬영하는 순간마다 학습의 장이 됐던 것 같아요.”


사람을 사냥하는 악귀들과 악귀를 사냥하는 악귀 사냥꾼의 대결구도였던 터라, 작품에서는 러브라인이 보이지 않는다. ‘어쭙잖은 사랑 이야기는 제거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난다. 그러다 막판에 소문과 하나의 러브라인이 슬며시 드러났다. 이 작품의 애청자들은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대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김세정마저도 더 깊은 러브라인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조병규도 마찬가지였다. 

“악귀에게 당하는 인물들을 구해내는 작품이고, 언제나 생사가 달린 장면을 촬영하는 작품에 러브라인은 사실 불필요하게 여겨져요. 생사가 걸린 순간에 멜로의 포인트가 있는 건 맞지 않아요. 사실 노파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너무 무겁기만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실소가 나올 정도로 웃긴 장면을 러브라인을 통해 만든다면,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매우 명확한 선악 구도를 지니는 <경이로운 소문>은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결과를 갖지만,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게 흘러간다. 학교 폭력 가해자인 신혁우(정원창 분)는 오랫동안 가족의 학대를 받아왔다. 애정면에서 심한 결핍을 느낀 인물이다. 어른들로부터 받은 학대를 친구들한테 풀고 있던 셈이다. 

“김세정과 러브라인 반대…웃기는 포인트로만” 
“난 ‘운빨’이 좋은 배우…좋은 어른 되겠다”

카운터의 파트너인 기란(김소라 분)이나 위겐의 경우에는 어느 순간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두 사람이 하는 말이 대체로 옳지만, 선택의 순간에는 자기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문 역시 복수심에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엄청난 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 

악이라고 해서 악하지만도 않고, 선하다고 해서 선한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입체적인 선과 악을 그려내고 있는 부분이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다. 
 

▲ ▲배우 조병규 ⓒHB엔터테인먼트

“작품을 하면서 선과 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윤리적인 선악과 무관하게, 자신의 마음에 들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우 이분법적으로요.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누군가에 대해 쉽게 평가하지 말고, 직접 만나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노력해요.”

인터뷰 내내 조병규는 겸손함을 드러냈다. ‘3연타석 홈런’을 강조하는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능력치를 최소화했다. 주위 동료들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며 공을 돌렸다. 그럼에도 조병규가 좋은 작품을 골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SKY 캐슬>과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 모두 작품적인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좋은 연기자들이 대거 모인 것도 장점이지만, 결국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현재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메시지를 많이 봐요.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의미가 있는가 생각해요. 다음이 사람이에요. 메시지가 좋아도 어떤 사람이 던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같이 하는 사람이 누구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를 봐요.”

깔끔한 인상이기는 하나, 배우 사이에서 외형적으로 특별할 정도는 아닌 조병규는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오디션을 100번 볼 정도로 많은 작품의 문턱에서 떨어졌다. 그때의 실패가 피와 살이 된 듯하다.

무서운 
성장세

“벌써 연기를 하려고 한 지 10년이 된 것 같아요. 16세에 연기하려는 마음을 먹고 다른 곳엔 눈을 돌리지 않았어요. 저는 사실 남들보다 나은 게 별로 없어요. 다만 한 가지 내세울 수 있는 건 연기에 투자한 시간이에요. 잘하는 건 크게 없고요. ‘운빨’도 있는 것 같아요. 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네요. 저는 소문이처럼 그렇게 정의롭지 못해서 작품을 하면서도 매우 부끄러웠어요. 결국 <경이로운 소문>도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전 어린 편이지만, 좋은 어른이 돼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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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