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일생일대 도전’ 차인표의 속내

벌거벗은 진짜 차인표를 보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차인표가 벗었다. 겉옷은 물론이며 속옷도 내던졌다. 완전한 알몸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신작 영화 <차인표>에서 차인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다. 그 기저에는 장벽처럼 쌓인 ‘바른생활’ 이미지를 벗어던지겠다는 처절함이 엿보인다. 일생일대의 도전에 나선 차인표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 배우 차인표 ⓒ넷플릭스

배우 차인표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쓴 것인지, 대중이 씌운 건지, 언제부터 쓰고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가면이었다. 그 가면은 여러 단어를 담았다. ‘봉사’ ‘기부’ ‘바른 생활’ ‘신뢰’ 등을 내포하고 있는 가면이다. ‘검지 흔들기’나 ‘분노의 양치질’과 같은 밈도 포함하고 있으나, 전자의 도덕적으로 고결한 이미지가 후자의 흠결을 압도한다. 

직접 쓴 가면
씌워진 가면

차인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이 꼭 싫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신뢰감을 주는 그의 이미지를 광고계에서 마다할 리 없었고, 덕분에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을 테니 나쁠 것도 없었을 것이다. 

19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 1화가 방영된 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았던 27세 차인표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 잔상이 너무 강렬해 ‘벼락스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보수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상체를 노출하는 파격적인 장면을 비롯해 모든 것이 완벽한 강풍호의 이미지가 그대로 덧씌워지면서 방영 기간 내내 인기 절정의 스타로 떠오른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에 입대라는 강수를 둔다. 잊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기고 국민의 의무에 성실히 임한다. 이듬해 11월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 호흡을 맞춘 신애라와 결혼한다. 기존 연예인과는 다른 행보에 대중은 열렬히 지지한다. 


제대 후 10여년간 배우 활동에 매진한다. 이 시기 흥행작도 적지 않다.

MBC <그 여자네 집> <별은 내 가슴에> <영웅반란> <왕초> <황금시대> <영웅시대> <하얀거탑>, SBS <불꽃> <완전한 사랑> <대물> 등. 그가 주요 배역을 맡은 작품 대다수가 성공했다. <그 여자네 집>으로는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타성은 최고였지만, 연기자로서는 인기만큼 평가받진 못했다. 최민식·송강호·설경구·이병헌처럼 극찬을 받는 연기자는 아니었다.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예술성이 짙은 작품과는 인연이 없었다.

SBS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에서의 악역 연기는 대중으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했다. 지나치게 과한 설정 탓이었다.

스펙트럼이 넓은 편도 아니었다. <왕초>의 김춘삼 역이나 영화 <목포는 항구다>의 건달 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재벌 또는 엘리트 이미지가 강했다. 

넷플릭스 신작 <차인표> 색다른 도전
굳어진 이미지 깨기 위한 파격적 결심

2010년 전후로 작품 활동보다는 배우 외적인 일에 치중한다.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 ‘한국 컴패션’을 통해 어린이 구호 활동에 힘쓴다. 2012년 출연한 SBS <힐링캠프>에서 보여준 ‘양심을 실천하는’ 이미지는 ‘바른 생활 사나이’의 가면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5~6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2016년 무렵부터 차인표는 다시 배우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 조금씩 작품 활동을 늘려 나갈 계획이었다. 그때 김동규 감독을 만나게 된다. 입봉도 하지 못한 이름 없는 감독이 <차인표>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를 써왔다. 차인표를 매우 처절하게 희화화한 내용이었다. 차인표는 거절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극 중에서 그려지는 차인표의 처지가 현실의 제 처지와는 큰 괴리감을 보인다고 느꼈어요. 현실의 차인표가 저렇게까지 자발적으로 극 중의 차인표를 묘사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죠.”

지난 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차인표>를 보면 차인표의 거절에 수긍이 간다. 1994년 이후 쌓아 올린 매력적인 이미지를 박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 신애라 역시 “굳이 이 작품을 할 거야?”라고 했단다. 
 

▲ 영화 촬영에 몰두 중인 배우 차인표 ⓒ넷플릭스

영화를 보면 2016년은커녕 2020년의 차인표로서도 ‘굳이 저 영화를 찍을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만큼 영화는 차인표를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이 작품을 거절할 당시에 배우로서 정체된 차인표가 못마땅했어요. 그래서 거절했는데, 막상 4년이 지나고 보니 그 정체가 현실로 이어졌어요. 극 중 차인표나 저나 크게 다름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 영화를 통해 변화해 보겠다고 다짐했죠.”

작품 활동을 다시 하려고 했는데, 그에게 손을 내미는 시나리오가 없었다. 직업이 배우인데 연기를 할 무대가 없었다. 미디어 시장은 커지는데, 오히려 차인표가 설 자리는 없었다. 2016년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배우 차인표의 상황이 극 중 차인표가 겪는 상황보다 더 극한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몇 년째 놀고 있으면 생명이 끝난 배우인 거죠. 배우로서의 제 처지는 건물에 갇혀 있는 극 중 차인표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학생은 공부해야 학생이고, 배우는 연기를 해야 배우인데, 작품은 안 하고 다른 것으로 매체에만 나오면 그건 배우라고 할 수 없잖아요. 제 배우 생명이 극한에 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지 고착
정체된 현실

위기감과 절박함이 그에게 휘몰아쳐서일까, 차인표는 <차인표>에서 그의 굳어진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선다.

현실의 차인표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데 반해 <차인표> 속 차인표는 자기객관화가 전혀 돼있지 않다. 현실의 차인표뿐 아니라 관객이 보기에도 극 중 차인표는 못났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광고 연출 감독의 주문에 ‘진정성’만 외치면서 촌스러운 열정을 내보이고, <사랑을 그대 품 안에> 시절에 머물러 검지만 흔들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착각한다. 연기 결과물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배우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던 영화가 자신을 제외하고 이미 촬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제외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매니저 김아람(조달환 분)이 직언이라도 하면 ‘너는 진정성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다’며 의견을 뭉개기 바쁘다. <차인표> 속 차인표는 현실과 동떨어진 세상에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차인표의 코믹 연기가 눈에 띈다. 온몸에 진흙 물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여자 팬티를 입었다가 벗어던지기도 한다. 이미지를 위해 데뷔 후 단 한 번도 베드신을 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건물 더미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할 뿐 아니라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미지를 먼저 생각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이 영화는 관객에게 낯선 뭔가를 던진다. 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자신을 희화화할 뿐 아니라, 사실과 허구가 혼재한다. M.net에서 히트한 <음악의 신> 시리즈와 일맥상통한다. 

스스로를 처절하게 망가뜨리는 차인표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차인표는 단호하게 답했다.

허구와 실제
온몸 내던져

“이 영화 제목도 <차인표>이고, 저에 관한 내용이에요. 오랜만에 영화를 찍으면서 힘들다고 느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이분들이랑 더불어서 일하는 데 손색이 없는 사람이 되도록 마음을 다잡았어요. 꼰대같이 있지 않으려고 했고, 젊은 친구들한테 함부로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조감독님이 어린 편인데 끝까지 존댓말을 썼어요. 최대한 존칭을 쓰면서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게 제가 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반말하는 사람들도 존칭을 쓰는 분위기가 되더라고요.”
 

▲ ▲배우 차인표 ⓒ넷플릭스

차인표가 온몸을 내던지며 연기하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뉜다. 신선한 도전에 중점을 두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영화적 완성도에 중점을 두는 관객은 혹평을 내린다. 모 아니면 도의 반응이다. 


특히 아쉬운 대목은 차인표가 너무 오랫동안 건물더미에 갇혀 있는다는 점이다. 진흙을 뒤집어쓴 그가 인근 여고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다가 건물이 무너지면서 건물 더미에 갇히게 되는데, 구출되는 결말까지 너무 오랫동안 똑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건물더미에 갇히기 전 다양한 얼굴을 그린 차인표의 코믹 연기가 재밌다는 점에서 반복되는 장면에 대한 아쉬움은 배가 된다. 

“작품을 하면서 비슷한 갈증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김동규라는 신인 감독이 제 초상권에 대한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세계를 만들어놨어요. 허구와 실제가 공존하는 모호한 세계요. 그러고는 대본을 써서 제게 왔죠. 제가 하기로 했는데 ‘이건 맞고 이건 틀려’라면서 고친다면, 결코 영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김동규가 창조한 세상이 대중이 생각하는 차인표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어요.”

자신을 망가뜨리는 차인표는 촬영 중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마냥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모호한 감정이 들었을 거라 예상된다. 마치 모호한 세계의 색감을 가진 영화처럼. 

“4년간 작품 활동 전무…생명 끝난 배우”
“이번 영화 내 배우 인생에 전환점 되길”

“솔직히 구차한 느낌도 들긴 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옷을 다 벗고 샤워장에 갇혀 있는데, 이런 것까지 찍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 설정 자체가 영화 내에서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스스로 추레하다고 느끼다가 깔깔 웃기도 했어요. 구차함과 즐거움이 공존했어요. 찰리 채플린이 그랬잖아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제 마음도 그랬던 것 같아요.”

데뷔 후 24년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올바른 삶을 추구하며 살아왔던 이미지가 단 2시간 만에 무너졌다. 배우로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추락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미지를 변신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차인표는 오랫동안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용단을 내렸다. 

“저 역시 다른 배우들처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미지를 조율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죠. 다재다능한 연기를 하는 배우로요. 저라고 왜 안 그러고 싶었겠어요. 작품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면 좋을 텐데, 저는 이미지가 너무 굳어졌어요.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이미지가 기저에 깔려 있었어요. 나쁜 짓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베드신 한 번 안 한 몸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배우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역할도 그렇게 됐어요. 이미지는 더욱 공고해졌고, 혼자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느낄 때 이 작품을 만난 거죠.”

올해 나이 55세인 차인표는 이번 신작을 통해 20대 관객과 소통하게 됐다. <차인표>가 준 선물 중 하나라고 한다. 
 

▲ ▲ⓒ넷플릭스

“제 나이에 젊은 관객에게 다가갈 방법은 별로 없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게 됐어요. 팬들이 생긴 것도 고맙고요. 오래전부터 저를 좋아해 준 팬분들도 과거 추억이 상기됐다면서 좋아해 주셨어요. 어떤 분은 ‘작품을 보고 나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고 피드백을 주셨어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소감이었어요. 감사한 면이 커요.”

새 건물을 짓기 전에 기존의 건물을 무너뜨리듯 차인표는 배우로서의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과거처럼 영광스럽게 주인공을 맡는 것이 아닌, 어떤 역할로든 작품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이 작품이 배우 차인표의 인생에 ‘비포(Before)’와 ‘에프터(After)’를 가르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 형태가 꼭 배우가 아니어도 된다고.

비포
에프터

“평생 연기자가 되기보단 평생 연예계에서 같이 일을 하고 싶어요. 창작이든 제작이든 어떤 형태로든요.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하고요. 연기하면서 소질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분들이 일할 기회를 작품으로 창출하고 싶기도 해요. 다시 한 번 잘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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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