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용균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또 다른 용균이를 살려주세요”

“2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위로받아야 할 피해자가 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아들 얼굴을 못 본 지 꼬박 2년째 되는 날. 엄마는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영하 17도의 강추위. 여의도의 칼바람에 살이 에일 듯했지만, 엄마는 “밥 먹는 것조차 미안하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21일 단식 중인 고 김용균씨의 모친,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만났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김용균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성준 기자

지난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용균씨(당시 24세)가 끔찍한 사고로 숨진 지 어느 덧 2년이 지났다. 김용균씨는 한국서부발전의 도급업체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세상을 떠났다. 몸이 두 동강 난 처참한 죽음.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여론이 들끓었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거리로

그럼에도 김용균법은 또 다른 ‘용균이들’을 막지 못했다. 개정안은 김용균씨 산재의 원인으로 꼽혔던 ‘위험의 외주화’에 해당하는 금지 대상을 협소하게 규정했다. 김용균씨가 일했던 발전소를 비롯해 철도, 조선업, 지하철 등이 위험 업무에 대한 도급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에 하한선이 없는 ‘솜방망이’ 규정에는 산재 예방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 이사장은 개정안을 두고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며 “아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 했다. 

“달라진 게 전혀 없다. 법안을 만들 때 용균이처럼 사고가 나면 책임자 모두 처벌할 수 있고, 용균이 같은 사람들을 모두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외주화 금지 대상에)다 빠져 있었다. 구의역 김군 같은 경우도 제외됐다. 이렇게 해서는 이 죽음들을 막을 수 없겠단 생각을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났는데 산재 사망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8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올렸다. 해당 법안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시 안전관리의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청원은 한 달도 되지 않아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산업재해로 날마다 7명, 한 해에 2000명이 죽는 나라,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 ‘기업 살인’을 막아 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2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다”

국회 역시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듯했다.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21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174석의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유사 법안을 내놓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었던 노동계의 ‘염원’이 이번 정기 국회에서 실현될 것이란 희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지난 9일 끝난 정기국회에서 본회의 상정은커녕 소위원회 안건으로조차 채택되지 못했다. 지난 22일을 시점을 기준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에서 단 15분 논의된 것이 전부였다.
 

▲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의 인터뷰 도중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 이사장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성준 기자

김 이사장은 산재로 가족을 잃은 다른 유족들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단식에 나섰다. 정의당도 함께했다. 만약 강은미 원내대표가 단식으로 쓰러지면 김종철 대표가 릴레이 단식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위해 10만명이 입법 발의 운동을 했다. 산재 사고로 사망한 유족들, 시민사회들이 모두 모여 법 제정을 논의했다. 자살이든, 사회적 타살이든 하나도 빠지지 않도록 논의했다. 이후 여야 할 것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발의했다. 그런데 누구 하나 나서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안 보였다. 내년에는 재보궐선거도 있어 새로운 정치적 이슈가 터지면 이 사안이 묻힐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법이 제정된다고 보기가 어렵다. 연내에 꼭 통과시키기 위해 단식을 결심했다.”

모든 사람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 법 제정의 당위성은 이미 확보됐다. 하지만 법안마다 핵심 쟁점에 대한 괴리가 있어 조율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 처벌 4년 유예’를 두고 민주당과 정의당의 입장 차가 큰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중대 재해의 85%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처벌을 4년간 유예하면 사실상 실효성이 없어, 또 다른 용균이들을 막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
“국회가 응답할 차례”

“지금 재계의 반대가 심하다. 사람의 가치가 기업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법으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 법안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법안이 아니다. 억울하게 죽는 사람을 막기 위해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산재로 인해 1년에 11만명이나 죽거나 다친다. 산재 사망은 기업들이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난 사고다. 노동자들은 계속 죽어 나가는데 새해만 되면 다들 경제성장률만 운운한다. 우린 허망하게 자식까지 잃었다. 또 다른 억울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

인터뷰는 김 이사장의 단식농성이 11일째 되는 날 국회 본청 앞에서 진행됐다. 긴 단식으로 김 이사장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인터뷰는 최대한 짧게 진행하기로 했다. 인터뷰 내내 김 이사장의 목소리는 작게 떨렸고, 무척 수척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도중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본청을 지나가자 김 이사장은 말을 끊고 그를 붙잡았다.
 

▲ ▲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답변 도중 눈물 훔치는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성준 기자

법안 통과에 힘써달라는 부탁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끼리만 할 수가 없다”며 야당이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공정경제 3법’을 밀어붙였던 민주당의 모습과 사뭇 다른 태도였다. 법사위 논의 날짜라도 정해 달라는 김 이사장의 말에 김 원내대표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답만 남긴 채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지금 힘이 많이 빠진다. 용균이한테 항상 미안하다. 그때 그 사고가 나고 투쟁하면서 밥 먹고 살고 있다는 게 용군이한테 너무 미안했다. 살아 있을 때 못 지켜준 것에 대해 가슴에 한이 맺혔다. 하늘에서 엄마가 이러는 거 보고 있으면 많이 힘들겠지만….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국회가 달라질 수 있다. 제발 많이 도와달라.”

억울한 죽음

이번 임시국회 임기는 내년 8일까지로 조율할 부분에 비해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후 거대양당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노동자의 산재 사망은 멈추지 않았다. 인터뷰가 진행됐던 날 국회는 경기 평택시 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3명의 또 다른 용균이들을 추모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취지 무색’ 공회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9일 처음으로 여야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법안심사 제1소위를 열고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심사했다.

하지만 각 부처의 의견을 모은 정부안이 오히려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과 책임 수준을 낮춰 법안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정부안을 봤는데 어처구니없고 억장이 무너져 잠을 설쳤다”며 “취지에 안 맞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취지를 무색케 하는 누더기 정부안도 문제인데, 심지어 단일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니 어이가 없다.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이미 상정된 5개 법안에 대한 밀도 있는 병합심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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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