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여행 ⑤통영밤바다야경투어

통영 밤바다의 감미로운 유혹

▲ 낮보다 아름다운 통영의 밤을 책임지는 ‘통영밤바다야경투어’

미항(美港) 통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경 여행지다. 노을 속으로 멀어지는 섬과 화려한 조명을 담아낸 호수 같은 바다가, 답답한 도시에서 온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멋진 보트를 타고 밤바다를 돌아보는 통영밤바다야경투어는 낮보다 아름다운 통영의 밤을 책임지는 최고의 선택이다.

▲ 달아공원에서 본 일몰

야경 여행은 통영 남쪽 끝에 자리한 달아공원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달아공원은 통영을 대표하는 일몰 감상 포인트다. 달아공원에 이르는 산양관광일주도로도 매력적이다. 달아공원에서 통영밤바다야경투어가 출발하는 통영해양스포츠센터 앞 전용 계류장까지 차로 20분이면 넉넉히 닿는다.

▲ LED 전구로 멋을 낸 통영관광해상택시

화려한 조명

통영밤바다야경투어는 지난해 열린 58회 통영한산대첩축제 때 처음 선보였다. 섬과 섬을 오가던 통영관광해상택시를 야경투어에 투입한 것. 축제 기간에 한시적으로 운영한 투어인데, 반응이 좋아 같은 해 10월부터 정기 운항을 시작했다.

금·토요일 각 3회(오후 6시30분, 7시30분, 8시30분) 운항하다가 최근에 일요일과 공휴일까지 확대했다. 10인 이상 예약하면 평일에도 야경투어를 즐길 수 있다. 최대 탑승 인원 20명, 승선료는 1인 2만원이다. 통영케이블카 탑승권 소지자는 10% 할인해준다.

▲ 통영운하를 따라가는 통영밤바다야경투어. 멀리 통영국제음악당이 보인다.

통영밤바다야경투어는 통영 야경의 백미로 꼽히는 통영운하를 따라간다. 통영해양스포츠센터가 있는 도남항에서 출발해 강구안과 충무교, 통영대교를 지나 도남항으로 돌아온다. 투어에 걸리는 시간은 50분 남짓. 입담 좋은 항해사가 들려주는 통영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 통영밤바다야경투어 전용 계류장

통영밤바다야경투어 전용 계류장에 들어서면 LED 전구로 한껏 멋을 낸 통영관광해상택시가 여행자를 맞는다. 섬과 섬 사이를 오갈 때 최고 속도 50kn(노트, 1kn=1.852km/h)에 이르는 쾌속선이지만, 야경투어에서는 7~8kn를 유지한다.

스릴보다 밤바다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투어 전에 구명동의 착용과 발열 체크는 필수. 탑승자 명단에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도 꼼꼼히 적어야 한다.

▲ 호수처럼 잔잔한 강구안

계류장을 떠난 보트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간다. 얼음을 지치는 썰매처럼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570개 섬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통영 앞바다는 이처럼 고요하다. 통영은 신안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고장이다.

▲ 충무교 아래 방파제에 몽당연필을 본뜬 빨간 등대가 있다.

도남항 동방파제에는 연필 모양의 등대가 있다. 크리스털로 한껏 멋을 낸 연필등대는 청마 유치환과 소설가 박경리 등 우리나라 대표 문인을 배출한 예향 통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도남항에서 3km 정도 떨어진 충무교 아래 방파제에도 몽당연필을 본뜬 빨간 등대가 있다.

▲ 통영 땅이 임금을 상징하는 용을 닮았다는 항해사의 말이 실감 나는 통영 고지도

강구안으로 들어서면 바다는 한층 잔잔하다. 호수에서 오리배를 탄 것처럼 편안하다. 내륙에 움푹 들어선 강구안은 조선 시대 군항으로, 통영 세병관(국보 305호)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위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야경 여행지
여행자 마음 사로잡는 매력적인 곳 

현존하는 목조건물 가운데 경복궁 경회루(국보 224호), 여수 진남관(국보 304호)과 함께 바닥 면적이 가장 넓은 세병관은 삼도 수군을 지휘한 본부이자, 매달 왕에게 망궐례를 올린 장소다. 세병관이 통영에 자리한 건 통영 땅이 임금을 상징하는 용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항해사의 이야기도 그럴듯하다.

▲ 미수동 식당가 네온사인도 야경이 된다.

강구안을 돌아 나온 보트는 본격적으로 통영운하를 따라 길을 잡는다. 운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미수동 식당가 네온사인과 도로변 경관 조명이 활주로의 불빛처럼 수면에 반짝인다.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는 형형색색 불빛이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과 ‘운하교’를 본뜬 벽화가 설치된 충무교 교각

충무교 교각에는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전혁림 화백의 작품 ‘통영항’과 ‘운하교’를 본뜬 벽화를 설치했다. 전혁림 화백은 ‘바다의 화가’라는 애칭처럼 고향인 통영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충무교의 멋진 벽화만큼 놓치지 말고 찾아봐야 할 곳이 통영 착량묘(경남기념물 13호)다.

착량묘는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통영 주민들이 지은 사당으로, 이순신 장군 사당의 효시가 된 곳이다. ‘좁은 여울’을 가리키는 착량을 현지인들은 폰데라고도 부른다.

▲ 통영밤바다야경투어의 화룡점정, 통영대교

충무교를 지나면 통영대교가 성큼 다가선다. 통영대교는 통영밤바다야경투어를 완성하는 화룡점정 같은 존재로, 통영시 당동과 미륵도 미수동을 잇는 591m 다리다. 중앙 아치에 설치한 190여개 투광등에서 초록, 빨강, 노랑, 보라 등 알록달록한 빛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통영대교는 통영을 대한민국 대표 야경 여행지로 우뚝 세운 일등 공신이다. 통영대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순간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다. 멋진 사진을 위해 선미의 서치라이트를 켜주는 센스가 돋보인다. 야경투어는 통영대교에서 선수를 돌려 도남항으로 돌아간다.

▲ 통영케이블카 상부역사에 스카이워크가 있다.

통영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면 지난밤 온몸으로 마주한 통영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상부역사에는 옥상전망대와 스카이워크가 있고, 미륵산 정상까지 200m 남짓한 산책로가 조성됐다. 산책로에 있는 한산대첩전망대, 통영상륙작전전망대, 당포해전전망대 등에서 각기 다른 통영의 풍경을 만난다.

인공폭포와 포토존 같은 휴게시설도 갖췄다. 탑승장 입구에 마련된 무균 소독실과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해야 케이블카 탑승이 가능하다. 통영삼도수군통제영, 조선군선, 통영수산과학관 관람권을 제시하면 케이블카 이용료가 500원 할인된다.

▲ 통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최신 가상현실 콘텐츠로 만나는 통영 VR ZONE

지난 5월 개장한 통영 VR ZONE은 통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최신 가상현실 콘텐츠로 만나는 공간이다. 서핑 시뮬레이터로 통영 앞바다에서 서핑을 즐기고, 갈매기가 되어 소매물도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다. 검술 훈련, 격투 훈련처럼 한산대첩을 테마로 꾸민 콘텐츠도 흥미진진하다.

통영의 대표 관광지를 가상현실에서 만나는 자유 이동형 VR ‘통영시간여행’은 국내 최고 기술로 구현한 통영 VR ZONE의 대표 콘텐츠다. 통영케이블카, 통영삼도수군통제영 등 통영 관내 주요 관광지 입장권 소지자는 통영 VR ZONE 이용료 20%가 할인된다.

▲ 동항마을과 천왕산 대기봉을 오가는 통영욕지섬모노레일

통영욕지섬모노레일은 통영 삼덕항에서 뱃길로 50분이면 닿는 욕지도에 있다. 욕지항여객터미널에서 550m 떨어진 매표소까지 마을버스를 타거나 걸어간다. 동항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보 코스는 조금 가파른 구간이 있어 어린이나 노약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통영욕지섬모노레일

통영욕지섬모노레일은 동항마을과 천왕산 대기봉(355m)을 오간다. 총연장 2.1km로 정상까지 16분 정도 걸린다. 전망대에서는 비상도, 우도, 연화도 등 남해의 보석 같은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모노레일 왕복 이용자에게는 욕지도 내 식당과 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사랑쿠폰(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을 준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통영욕지섬모노레일→통영케이블카→달아공원→통영밤바다야경투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통영욕지섬모노레일→통영케이블카→달아공원→통영밤바다야경투어
둘째 날: 서피랑→통영 세병관→통영 VR ZONE→동피랑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utour.web
- 통영밤바다야경투어 www.hanbada.or.kr
- 통영케이블카 http://cablecar.ttdc.kr
- 통영 VR ZONE http://vr.ttdc.kr
- 통영욕지섬모노레일 http://yokjido.ttdc.kr/main/main.php

문의 전화
- 통영관광안내소 055)650-0580
- 통영밤바다야경투어 055)644-8082
- 통영케이블카 1544-3303
- 통영 VR ZONE 055)643-9450
- 통영욕지섬모노레일 055)648-9861~2

대중교통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9회(06:20~23: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3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1번 일반버스 이용, 유람선터미널 정류장 하차. 통영해양스포츠센터 앞 전용 계류장까지 도보 약 23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IC→남해안대로 2.2km 직진→중앙로 미륵도관광특구·통영 방면 좌회전→무전대로 우회전, 1.4km 직진→통영터널 좌회전, 2.7km 직진→여황로 통영항여객선터미널 방면 좌회전, 209m 직진→도남로 충무교 방면 우회전, 2.7km 직진→유람선터미널 방면 좌회전, 107m 직진→통영해양스포츠센터 앞 통영밤바다야경투어 전용 계류장


숙박 정보
- 스탠포드호텔&리조트 통영: 통영시 도남로, 055)725-0000, http://stanfordtongyeong.com
- 통영관광호텔: 통영시 항북길, 055)641-1000
-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 통영시 큰발개1길, 055)643-8000, www.kumhoresort.co.kr 
- CLUB ES 통영리조트: 산양읍 척포길, 055)644-4600, http://clubes.co.kr/app/tongyeong

식당 정보
- 뚱보할매김밥집(충무김밥):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5-2619 
- 해원횟집(도다리쑥국·활어회): 통영시 미수해안로, 055)648-2580, www.haewonfish.co.k
- 심가네해물짬뽕(해물짬뽕): 통영시 새터길, 055)649-8215
- 원조시락국(시락국밥): 통영시 새터길, 055)646-5973 
- 통영오미사꿀빵(오미사꿀빵): 통영시 도남로, 055)646-3230, www.omisa.co.kr

주변 볼거리
통영 충렬사, 박경리기념관, 해저터널, 소매물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