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여행 ④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백제시대로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야경 여행

▲ 야경이 빛나는 부여 궁남지와 포룡정

여름은 밤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여행지에서 하룻밤 머물면 그곳이 더 잘 보인다. 야경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백제의 세련미와 애잔함이 가득한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로 야경 여행을 떠나보자. 

부여 궁남지(사적 135호)는 백제 왕실의 별궁 연못이다. 지금은 지역민이 사랑하는 공원이 됐다.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고 운동하는 주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 초여름 궁남지에 핀 수련

부여서동연꽃축제

지도에서 궁남지를 찾아보면 가운데 동그란 호수를 중심으로 상형문자처럼 작은 공간이 가득하다. 이는 크고 작게 나뉜 습지다. 궁남지에 들어서자 수많은 수련 꽃봉오리가 반긴다. 6월에 수련이 피고, 7월이면 백련과 홍련 등이 화려하게 장식한다. 해마다 7월에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리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 다리를 건너면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자리한 포룡정을 만난다.

습지를 지나면 둥그런 연못이 나온다.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포룡정이 자리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 섬 안으로 가다 보면 연못에서 잉어들이 다가온다. 먹이를 달라고 뻐금뻐금 재촉하는 모습이 귀엽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포룡정에 앉아 연못을 구경하는 맛이 평화롭다. 연못에서 분수가 하늘 높이 솟구친다.

▲ 드론으로 하늘에서 본 궁남지 전경

궁남지 물은 약 8km 떨어진 능산리 동쪽 산골짜기에서 끌어왔다고 한다. 무왕이 연못에서 뱃놀이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연못 축조 기술은 통일신라로 이어지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 전파된다. <니혼쇼키(日本書紀)>에 궁남지 조경 기술이 일본 조경의 원류가 됐다고 나온다.

▲ 화려한 야경이 아름다운 궁남지

습지를 산책하며 느긋하게 저물 무렵을 기다린다. 여행지에서 이처럼 여유롭게 보낸 적이 있던가. 바람이 곱슬머리 같은 버드나무 가지를 헝클어뜨린다. 시나브로 땅거미가 내려앉자 다시 포룡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리와 포룡정에 들어온 조명이 물에 비쳐 반짝반짝 빛난다. 빛과 어둠을 모두 끌어안은 연못이 더욱 신비롭다.

▲ 적막함과 엄숙함이 감도는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야경

부여 정림사지(사적 301호)로 이동한다. 정림사지 야간 관람 시간은 오후 6~ 10시다. 궁남지에서 걸어가면 10분 남짓, 차를 타면 5분 거리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인적이 뜸하고 엄숙한 정적이 흐른다.

▲ 보름달과 어우러진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우주와 소통하는 듯 신비롭다.

마당 한가운데 조명을 받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이 빛을 뿜는다. 단아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에서 도도한 기품이 느껴진다. 석탑은 멸망한 백제의 애절한 사연을 담고 140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았다. 무슨 깊은 사연이 있기에 무너지지 않고 그리 오랜 시간을 버텼을까.

가까이 다가서자 높이 8.8m 석탑은 생각보다 크고 높다. 석탑 아래서 하늘을 우러르자 허공에 뜬 보름달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석탑이 광활한 우주와 교감을 나누는 것처럼 신비롭다.

▲ 부재가 간결하고 정돈되어 완성미를 드러내는 정림사지 오층석탑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과 함께 2기 남은 백제 시대 석탑이며, 백제 석탑의 완성된 형태로 평가된다. 미륵사지 석탑이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림사지 석탑은 부재가 간결하고 정돈돼 비로소 석탑의 완성미를 드러낸다.

▲ 정림사지박물관에 전시된 정림사지 복원 축소 모형

백제 시대 정림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림사지박물관에 가면 정림사지 복원 축소 모형을 볼 수 있다. 정림사는 회랑이 담장처럼 직사각형으로 둘러쳐졌고, 중문과 오층석탑, 금당, 강당이 차례로 놓인 일탑식 가람 배치다. 중문과 탑 사이에 연못을 파고 다리를 통해 지나가게 한 점이 독특하다.

백제의 세련미·애잔함이 가득
사연 담긴 세월의 흐름 느껴져


지금은 작은 연못만 남았다. 강당 자리에 건물을 복원했고, 그 안에 부여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보물 108호)이 있다. 얼굴과 몸체가 비바람에 씻겨 형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지만, 고려 시대 석불의 푸근한 미소가 보기 좋다.

다음 날은 부여의 명소를 찾아보자. 서동요테마파크는 드라마 〈서동요〉 오픈세트장으로 2005년에 지었다. 이후에도 〈대풍수〉 〈태왕사신기〉 〈계백〉 〈조선 총잡이〉 등 여러 드라마를 촬영했다. 

▲ 복원한 강당 건물에 투박한 맛을 풍기는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 서동요수변둘레길에 자리한 구름다리

저잣거리 골목을 걸어 들어가면 2층 구조로 웅장하게 지은 백제 왕궁이 나온다. 여기서 무왕의 즉위식과 혼례식 장면 등을 촬영했다고 한다. 서동요테마파크는 덕용저수지를 끼고 있고, 서동요수변둘레길이 조성되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 무량사 극락전과 오층석탑

서동요테마파크에서 나와 부여의 대표 사찰인 무량사로 간다. 만수산이 너른 품을 벌려 안아주고, 그 안에 무량사가 깃들었다. 2층 불전으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극락전(보물 356호)과 고려 전기의 탑인 오층석탑(보물 185호)이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극락전 위쪽에 자리한 영정각에는 김시습 초상이 걸렸다. 세상을 떠돌며 시를 남긴 매월당 김시습은 무량사에서 말년을 보내다 영면했다.

▲ 저물 무렵 부여 가림성의 사랑나무 실루엣

무량사

부여의 마지막 여행지는 사랑나무로 유명한 부여 가림성(성흥산성, 사적 4호)이 제격이다. 일출과 일몰 풍경이 뛰어나지만, 일몰 때가 더욱 좋다. 주차장에서 10분쯤 걸으면 사랑나무 앞에 닿는다. 시나브로 해가 저물자 사랑나무 앞에서 젊은 친구 여럿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어주고 함께 깔깔거리며 부여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부여 궁남지→부여 정림사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여 궁남지→부여 정림사지
둘째 날: 서동요테마파크→무량사→부여 가림성(성흥산성)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여군 문화관광 http://tour.buyeo.go.kr
- 무량사 www.muryangsa.net

문의 전화
-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041)830-2219
- 부여 궁남지 041)830-2330
- 부여 정림사지 041)832-2721
- 서동요테마파크 041)832-9913
- 무량사 041)836-5066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9:10~17:30) 운행, 2시간25분~2시간50분 소요.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궁남지까지 도보 약 12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부여시외버스터미널 1666-3597


자가운전
서천공주고속도로 부여 IC→내리교차로→부여교차로→부여 궁남지

숙박 정보
- 롯데리조트 부여: 규암면 백제문로, 041)939-1000, www.lotteresort.com
- 부여기와마을: 부여읍 월함로, 041)834-8253, www.xn--ok0bx3tt1coplbmal4c.kr 
- 부여정: 부여읍 월함로71번길, 010-9343-0134, www.instagram.com/buyeojung

식당 정보
- 솔내음(백련정식·연정식): 부여읍 나루터로, 041)836-0116
- 두루애 궁남지점(연잎밥정식):  부여읍 궁남로, 041)832-5388 
- 서동한우 본점(한우구이·서동탕): 부여읍 성왕로, 041)835-7585, www.seodong.kr 
- 장원막국수(메밀막국수): 부여읍 나루터로62번길, 041)835-6561

주변 볼거리
백제왕릉원, 백제문화단지, 신동엽문학관, 부소산 낙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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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