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의 재탄생 ①전북 고창 책마을해리

누구나 작가가 되는 마법 같은 공가

▲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책마을해리

문 닫은 학교는 나날이 쇠락해 갔다. 아이들이 떠난 운동장엔 잡초가 무성하고, 도축장이 들어설 거라는 흉흉한 소문도 있었다. 그런데 폐교되고 5년이나 버려진 곳에 2006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출판 기획 일을 하던 설립자의 후손이 폐교를 사들여 새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

2012년에는 가족이 모두 내려와 정착하고, 운동장과 교실 구석구석을 손보고 단장했다. 외관은 그대로 둔 채 교실을 터서 도서관을 만들고, 공방을 꾸미고, 숙박 공간과 카페 시설도 갖췄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 바닷가 근처에 자리한 해리초등학교 나성분교 이야기다.

▲ 책마을해리를 일군 이대건 대표와 이영남 관장

책마을해리는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처럼 이곳에 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책 읽기에서 더 나아가, 읽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펴내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 책마을해리 출판 브랜드로 출간한 책이 100여 권에 달한다.

복합 문화공간

시인학교, 만화학교, 출판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책이 100여권에 달한다. 동네 아짐과 할매부터 각급 학교 학생과 교사까지 작가층도 다양하다. 지난해 봄에는 지역 출판의 미래를 모색하는 ‘2019 고창한국지역도서전’이 전북 지역을 대표해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작가와의 대화,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축제처럼 치러냈다.

▲ 느티나무 위에 지은 ‘동학평화도서관’

책마을해리는 동학평화도서관, 책숲시간의숲, 바람언덕, 버들눈도서관, 책감옥 등 여러 공간으로 구성된다. 기증 받은 책 20만권을 곳곳에 비치해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것은 입구 오른쪽 느티나무 위에 지은 ‘동학평화도서관’이다.


금방이라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뛰어 내려올 것 같은 집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나무 위 아담한 집에서 책을 읽노라면 어릴 적 로망이 실현되는 느낌이다.

▲ 입구 왼쪽에 자리한 북카페 ‘책방해리’

입구 왼쪽에 북카페 ‘책방해리’가 눈에 띈다. 책마을해리에서 출간한 책을 구경하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 이곳에서 책 한 권 구입하는 센스, 잊지 말자.

▲ 캠프, 강연, 심포지엄, 포럼 같은 행사가 열리는 ‘책숲시간의숲’

교실 두 칸을 합쳐 만든 ‘책숲시간의숲’에서는 캠프, 강연, 심포지엄, 포럼 같은 행사가 열린다. 천장을 뜯어내면서 드러난 트러스를 그대로 둬 공간감을 살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3만권이 넘는 책을 꽂았다. 올 초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팀이 다녀간 흔적을 찾아봐도 재미있다. 옆 교실은 고창 한지 체험 공간인 ‘한지활자출판공방’, 지난해 열린 ‘고창한국지역도서전기념관’으로 활용 중이다.

▲ 바닷바람이 곧장 불어오는 야외 공연장 ‘바람언덕’

교사(校舍) 뒤쪽에는 ‘바람언덕’이 있다. 이곳에서 소규모 공연과 영화제가 열린다.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 사이에 만든 객석이 아담하다. 무대 뒤 벽면에는 알록달록 예쁜 그림도 그렸다.

▲ 책마을해리의 중심 공간 ‘버들눈도서관’

그림책과 어린이·청소년 책 전문 ‘버들눈도서관’은 책마을해리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여러 시설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으니 이곳 역사가 시작된 장소나 다름없다. 교실과 복도를 터서 구분을 없앤 공간, 네 벽면에 빈틈없이 꽂힌 책, 앉거나 기대기 좋게 군데군데 놓아둔 의자와 쿠션까지, 편하게 뒹굴며 책에 빠져들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나올 수 있는 ‘책감옥’

가장 흥미로운 곳은 ‘책감옥’이다. 일단 들어가면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나올 수 있지만, 누구나 기꺼이 갇히고 싶어 한다. 집기는 앉은뱅이책상 하나, 침대 하나, 책장 두어 개가 전부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
책·출판에 대한 다양한 체험 


문은 바깥에서 걸어 잠그게 돼 있고, 식사를 넣어주는 배식 구멍도 있다. 지금 책마을해리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책 중심의 대안학교도 운영할 계획이다.

▲ 평화롭고 목가적인 상하농원 풍경

책마을해리와 함께 상하농원, 선운사, 고창읍성도 둘러보자. 고창군과 매일유업이 조성한 상하농원은 유럽 농가를 연상시키는 목가적이고 이국적인 풍경이 일품이다. 드넓은 목장에 젖소와 양, 염소가 뛰놀고, 햇살과 바람 아래 로즈메리, 라벤더, 페퍼민트 등 각종 허브가 싱그럽다.

빵 공방과 햄 공방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고, 파머스마켓에 진열된 치즈와 요구르트, 달걀, 소시지를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갑이 열린다. 쿠키 만들기, 소시지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 상하농원에서 생산한 재료로 근사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파머스테이블

헛간을 모티프로 한 숙박 시설 파머스빌리지에서는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파머스빌리지 1층 파머스테이블은 농원에서 생산한 재료로 근사한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숙박하지 않아도 예약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식대에 농원 입장료가 포함돼 일석이조다.

▲ 선운산 북쪽 기슭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한 선운사

고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천년 고찰 선운사도 빼놓을 수 없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선운산 북쪽 기슭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한다. 오랜 역사와 수려한 자연경관, 귀중한 불교 문화재 덕분에 참배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잦다.

한겨울 붉은 꽃송이를 피우는 선운사 동백은 수많은 시인 묵객이 예찬했다. 여름에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꽃무릇이 가득하니 언제 찾아도 좋다. 템플스테이도 활발하다.

▲ 매년 음력 9월 9일 전후로 고창모양성제가 열리는 고창읍성

천년고찰 선운사

고창읍성(사적 145호)은 1453년(단종 1)에 왜적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전해진다. 자연석 성곽으로 모양성이라고도 한다. 30~40분이면 성벽을 끼고 성곽 바깥 길을 걷거나 성곽 위로 한 바퀴 돌 수 있다. 성곽을 따라 거닐며 내려다보는 들판과 읍내 풍경이 시원하다.

성안에 복원된 동헌과 객사가 있고, 대나무의 일종인 맹종죽 숲도 장관이다. 매년 음력 9월9일 전후로 고창을 대표하는 고창모양성제가 열린다. 한옥 일곱 채로 된 숙박 공간 고창읍성한옥마을도 가까이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책마을해리→상하농원→고창읍성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책마을해리→상하농원→구시포해수욕장 
둘째 날: 선운사→고창 죽림리 지석묘군→고창읍성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창군 문화관광 www.gochang.go.kr/tour/index.gochang
- 책마을해리 https://blog.naver.com/pbvillage
- 상하농원 www.sanghafarm.co.kr
- 선운사 www.seonunsa.org


문의 전화
- 책마을해리 070-4175-0914
- 상하농원고객센터 1522-3698
- 선운사 063)561-1422
- 고창읍성관광안내소 063)560-8055

대중교통
[버스] 서울-고창,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회(07:05~19: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고창문화터미널 정류장에서 고창터미널-해리 농어촌버스 이용, 해리공용터미널에서 해리-라성 농어촌버스 환승, 월봉·성산 정류장 하차, 약 1시간20분 소요. 책마을해리까지 도보 5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고창공용버스터미널 063)563-3388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IC에서 흥덕·선운사 방면→석교교차로에서 법성포·상하·심원 방면 좌회전→봉수로 방면 좌회전→월봉성산길 방면 좌회전→책마을해리 

숙박 정보
- 고창읍성한옥마을(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고창읍 동리로, 063)563-9977, www.고창읍성한옥마을.kr
- 보그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흥덕면 부안로, 063)774-7997
-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 상하면 상하농원길, 063)563-6611, www.sanghafarm.co.kr/hotel/index.jsp
- 메르팡펜션: 해리면 명사십리로, 063) 564-8424, www.merpang.co.kr
- 별그리는펜션: 해리면 명사십리로, 010-5664-5457, www.별그리는펜션.com
- 별바다펜션: 해리면 명사십리로, 010-5333-7760, www.starsea.inbiz.kr

식당 정보
- 서해바다(백합칼국수·조개구이): 상하면 구시포해변길, 063) 563-9202
- 인천가든(새우탕·메기탕): 아산면 원평길, 063)564- 8643 
- 연기식당(장어구이): 아산면 선운대로, 063)561-3815

주변 볼거리
서해안바람공원, 운곡람사르습지, 동호해수욕장, 석정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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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