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법적 족쇄’ 풀린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5년의 기록

망자는 말이 없다 검찰도 말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막을 내리게 됐다. 그는 2015년 ‘성완종 게이트’로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7년 대법원서 무죄를 최종 선고받았다. <일요시사>는 유력한 ‘충청도 잠룡’으로 꼽혔던 그의 지난 5년 간의 몰락과 기사회생을 조명해봤다.
 

▲ 이완구 전 국무총리 ⓒ나경식 기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서 무죄가 확정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형사보상금 600여만원을 받게 됐다. 지난 5일 서울고법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최종 선고받은 이 전 총리에게 형사보상금 619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1심 유죄
대법 무죄

형사보상제도란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형사재판 당사자가 쓴 재판 비용을 국가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4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읍에 있는 자신의 사무소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에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번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5년에 걸친 이 전 총리의 재판 대장정은 매듭을 짓게 됐다.

2015년 4월15일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과의 생전 마지막 전화 인터뷰 전문을 전격 보도했다. 성 전 회장이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 정부 실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충격적인 보도였다. 해당 인터뷰서 성 전 회장은 “이완구도 지난번에 보궐선거 했잖습니까. 선거사무소에 가서 내가 한나절 정도 있으면서 한 3000만원 주고”라고 발언해 정치권에 논란이 크게 일었다.

성 전 회장은 당시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던 중이었지만 인터뷰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후 성 전 회장 상의 주머니에는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유정복 3억, 부산시장 서병수 2억, 김기춘 10만달러 2006년 9월26일, 이병기, 이완구’라는 내용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거물급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가 발견되자,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서게 된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 전 총리는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성 전 회장과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완강히 결백을 주장했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정자법 위반 혐의
총리직 64일 만에 사임…역대 최단 불명예

하지만 2013년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실 독대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오고,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과 수백차례에 걸쳐 통화한 기록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은 더 거세졌다. 이 전 총리의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말 의혹이 더해지면서 그의 정치적 도덕성에는 크게 흠집이 났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전 총리는 공식 취임 후 64일 만에 국무총리 사임의 뜻을 전격 발표하기에 이른다. 당시 이임식서 이 전 총리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당시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무척 아쉽게 생각하며, 해야 할 일들을 여러분께 남겨두고 가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로써 그는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이후 검찰은 이 전 총리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확인됐다며 같은 해 7월 이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2016년 1월, 1심서 이 전 총리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성완종이 피고인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인터뷰 내용과 정황 증거, 관련자 진술이 부합한다”며 이 전 총리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해 법정서 직접 진술하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전화 인터뷰 내용을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간주했다. 성 전 회장의 진술 내용을 녹취하는 과정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구체적 외부 정황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막 내린
충청 잠룡

재판부는 “성완종이 피고인에 대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으로 모함하고자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하기도 하지만, 기자로부터 정권 창출 과정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금품 공여 사례를 거론한 문답 경위가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지목한 금품 공여 시점에 관해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의 진술이 모두 일치하고 평소 재무본부장이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금품을 포장한 방식, 사건 당일 오전 비서진이 성 전 회장 지시로 재무본부장에게 쇼핑백을 받아 차에 실었다는 진술 등이 모두 성 전 회장 진술과 딱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이 진실이 드러나면 위증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서 부담감을 이겨내고 허위진술을 할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비서진들의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최종 결론지었다.

이 전 총리는 1심 재판이 끝난 뒤에도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항소심서 다투겠다. 재판부가 검찰 주장을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다 받아들였지만 나는 결백하다”며 “이 모든 수사 상황을 백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1심서 유죄를 선고 받은 이 전 총리는 같은 해 2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2015년 12월, 항소심을 준비하며 과거에 앓았던 혈액암이 재발하게 된다. 앞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아 출마를 포기한 뒤 투병생활을 했던 바 있다. 이후 지속적으로 정기검사를 받던 도중 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서 항소심 재판 기일이 연기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에 선고된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이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녹음 파일과 메모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성 전 회장의 대화내용 녹음파일 사본 및 녹취서,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 사본 등에 대해 “이 전 총리가 이를 증거로 동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래 진술자인 성 전 회장도 숨져 진정 성립 여부를 진술할 수도 없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신 상태’가 증명돼야 한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쪽지 메모
증거능력 없다

특신 상태는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로, 진술해야 하는 당사자가 사망했거나 질병·외국 거주·소재불명 등 이유로 진술이 불가능할 때는 특신 상태가 인정된 진술·문건 등에 한해서만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대화내용 녹음파일 등에서 나온 진술 중 이 전 총리와 관련된 진술 부분은 허위 개입의 여지가 없거나 진술 내용의 신빙성·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다른 사람들의 경우 이름과 함께 금액이 기재돼있고, 날짜 등이 적혀있기도 하지만, 이 전 총리에 대해서는 오로지 이름만이 적혀 있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경남기업 수사를 받고 있던 성 전 회장이 당시 이 전 총리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감정을 갖고 있었던 만큼 이 전 총리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이 전 총리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 마음이 많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린다. 재판부 결정에 경의의 말씀드리고 진실을 밝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3심이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2017년 12월, 대법원은 이 전 총리에게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가 인정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형사재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의 인터뷰 진술과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전에 진술하거나 작성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서 이뤄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서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 후 혈액암 재발
'정치 야인’의 길로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기사회생하면서 명예 회복 차원서 정치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됐다. 21대 총선서 대전, 세종, 충남 지역구 중 가장 파급력이 강한 곳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의 예상을 깨고 이 전 총리는 지난 1월 입장문을 통해 불출마 및 정치 일선서 물러날 것임을 발표했다. 그는 “오는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정치일선서 물러나 세대교체와 함께 인재충원의 기회를 활짝 열어주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20대 초반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한 공직은 3선 국회의원, 민선 도지사, 원내대표, 국무총리에 이르기까지 45여년의 긴 세월이었다”고 지나온 길을 되짚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상생과 협치의 가치구현을 통해 국민통합에 매진해주고, 야권도 타협과 똘레랑스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며 상생과 통합을 호소했다.
 

이 전 총리는 입장문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3년여 동안 고통 속에서 지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이 서둘러 이뤄지길 고대한다”며 “모쪼록 자유우파가 대통합을 통해 분구필합의 진면목을 보여주길 염원한다”고 보수대통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행정과 치안서 두루 공직경험을 쌓았다. 제15대 국회에 입성해 16대 재선에도 성공했다. 이 총리는 3선에 나서지 않고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충남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한 데 반발해 지사직을 전격 사퇴한다. 이후 이 총리는 2013년 4·24 재보선서 정계 복귀에 성공하며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올랐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얼어붙은 여야 대치정국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사회생
정치 재개?

정치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던 그는 보수 진영 내의 충청도 ‘정치 거물’로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성완종 게이트’ 이후 엄청난 후폭풍을 겪으며 정치 야인의 길을 걷게 됐고, 21대 총선 불출마로 정치인으로서 막을 내리게 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