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 ④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

뜨끈한 생선살이 입에서 ‘사르르’

▲ 거제 외포항에서 대구를 말리는 풍경

담백한 생선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 ‘뜨끈한 탕’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 겨울 별미다. 남쪽 겨울 바다를 주름잡는 대구와 물메기는 12월부터 식탁에 올라 이듬해 2월까지 미식가를 유혹한다.

▲ 커다란 대구 조형물이 포구의 세월과 위용을 자랑한다.

덩치로 치면 거제 대구가 형님뻘이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 거제 외포항으로 향한다. 철이 되면 외딴 포구가 온종일 외지인으로 들썩거린다. 대구는 산란을 위해 겨울철 냉수층을 따라 거제 북쪽 진해만까지 찾아든다.

담백하고 고소

외포항은 한때 전국 대구 출하량 30%를 차지할 정도로 ‘대구의 아지트’였다. 포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대구 조형물이 포구의 세월과 위용을 자랑한다.

▲ ‘대구의 아지트’, 외포항 전경

주말이면 외포항을 찾는 차량으로 진입로가 막힐 정도다. 겨울 대구는 인기 높다. 포구 곳곳에 생선을 판매하는 좌판이 늘어서 있다.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이른 오전에는 포구에서 대구 경매가 열리기도 한다. 긴 아래턱, 부리부리한 눈에 70cm를 넘나드는 대구는 3만~4만원 선에 팔린다.

▲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매콤한 대구찜도 맛볼 수 있다.

포구 한쪽에 대구로 만든 음식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튀김, 대구찜, 대구탕이 2만5000원에 코스로 나온다. 대구회와 대구전, 대구초밥을 파는 곳도 있다. 통통하고 부드러운 살이 사르르 녹는 대구탕(1만5000원)은 맛만 봐도 겨울 향미가 입 안 가득 전해진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며 고소하다.

▲ 통통하고 부드러운 살이 사르르 녹는 대구탕

다양한 대구 요리로 배를 채운 뒤 포구를 거닐어보자. 고깃배 너머 대구를 손질하는 아낙네 손길이 바쁘다. 말린 대구와 대구 알젓, 대구 아가미젓 등을 파는 진열대도 보인다. 포구 옆 외포초등학교를 지나 외포리 골목 산책에 나서면, 마당 가득 대구를 말리는 어촌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외포항에서는 매년 12월 말 ‘거제대구수산물축제’가 열린다. 대구 요리는 2월 중순까지 제철이다. 생대구로 만든 음식은 말린 대구로 끓인 탕이나 찜과는 또 다른 품격이 있다.

▲ 대구를 손질하는 아낙네 ▲ 서호시장에서 만난 물메기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체급은 작아도 애주가들 사이에서 물메기가 ‘해장에는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메기는 동해안 일대에서 곰치라는 이름으로 친숙하다.

▲ 통영항여객터미널과 가까운 서호시장

이른 오전에 통영여객터미널과 가까운 ‘서호시장’에 가면 팔딱거리며 살아있는 물메기를 볼 있다. 못생긴 외모로 한때는 그물에 걸리면 버렸다는 물메기. 최근에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서호시장 좌판의 한 상인은 “요즘 통영에서 물메기는 ‘금메기’로 불린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예전에 통영 겨울 별미 하면 굴과 물메기가 꼽혔다. 남해안 수온이 올라가면서 작년부터 물메기 어획량이 많이 줄었단다. 어른 팔뚝 만한 물메기가 서호시장에서 4만원 선에 거래된다.

▲ 해장에 좋은 물메기탕

관광객이 편리하게 물메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강구안 옆 ‘중앙시장’ 일대다. 시장 안 횟집과 해물탕집에서는 겨울이면 물메기탕을 낸다. 한 그릇에 1만5000원 선. 예전보다 값이 오르고 양은 줄었지만, 맑은 국물과 어우러진 겨울 물메기의 담백한 맛을 못 잊는 단골들이 식당 문을 두드린다.

남쪽 겨울 바다 주름잡는 겨울 별미
12월부터 2월까지 미식가들 유혹


팔팔 끓인 무와 어우러진 물메기탕은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숙취 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메기탕은 2월을 넘어서며 도다리국에 배턴을 넘기고 식탁과 작별을 고한다. ‘거제 대구, 통영 물메기’라는 공식이 굳어졌지만 거제에서 물메기탕을 맛보고 통영에서 대구탕을 즐길 수도 있다.

▲ 겨울 바다의 고요한 휴식을 음미하기 좋은 두모몽돌해변

거제 외포항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푸른 해변 따라 포구 마을이 이어진다. 거가대교 가는 길에 만나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이다. 거제 남쪽에 ‘여차몽돌해변’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등 유명한 몽돌 해변이 있지만 두모몽돌해변은 겨울 바다의 고요한 휴식을 음미하기 좋다.

번잡한 상가 대신 바람과 몽돌 소리가 함께 한다. 포구 방파제 너머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다.

▲ 가조도 ‘노을이물드는언덕’에서 본 풍경

거제 서북쪽 가조도는 노을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가조연륙교 너머 ‘수협효시공원’은 지난 2018년 말 문을 열었다. 공원 전망대와 카페가 섬 조망과 노을 감상 포인트로 입소문이 났다. 수협효시공원은 가조도에서 수산업협동조합 모태가 시작된 것을 기념해 설립됐다. 가조도 창호리의 ‘노을이물드는언덕’ 또한 바다와 인근 섬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 봉평동 봉수골의 랜드마크 ‘봄날의책방’과 전혁림미술관

통영에서는 봉평동 봉수골 골목을 거닐어도 좋다. 통영 미륵산 봉수대(경남기념물 201호)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봉수골은 ‘추상미술의 대가’ 전혁림 화백의 미술관과 문화 사랑방 ‘봄날의책방’을 랜드마크로 카페, 게스트하우스, 베이커리 등 30여개 아담한 공간이 들어서며 산책 명소로 정착했다. 옛 목욕탕, 찻집도 고스란히 남아 운치를 더한다.

▲ 미래사 편백 숲길

봄날의책방

산양읍에서는 겨울 편백 숲길로 아름다운 ‘미래사’가 있다. 부처의 진신사리 3과가 봉안된 미래사는 봉수골에서 용화사를 거쳐 한 시간쯤 걷거나 통영케이블카로 미륵산 정상에 오른 뒤 내려오는 길에 들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외포항→두모몽돌해변→서호시장→봉평동 봉수골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외포항→두모몽돌해변→가조도→바람의언덕 
둘째 날: 서호시장→봉평동 봉수골→미래사→서피랑→중앙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거제관광문화 http://tour.geoje.go.kr
- 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

문의 전화
- 거제관광안내소 055)639-4178
- 통영관광안내소 055)650-0580
- 서호시장 055)645-3024
- 전혁림미술관 055)645-7349
- 미래사 055)645-5324

대중교통
- 외포항 [버스]  서울-거제(고현),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고현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2번·34번 버스 이용, 외포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외포항까지 도보 28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 서호시장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7회(06:20~다음 날 00:35)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5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통영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41번·531번·670번 버스 등 이용, 서호시장 정류장 하차, 약 25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 외포항: 통영대전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외포교차로→외포항
- 서호시장: 통영대전고속도로→통영 IC→통영해안로→중앙로→서호시장 

숙박 정보
- 소낭구 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거제시 일운면 마전1길 83, 055)682-2141, www.sonanggu.com
- 옛마실 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거제시 일운면 마전1길 65, 055)682-2141
- 라이트하우스호텔: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2
- 도야가족호텔: 거제시 일운면 거제대로, 055)681-5877, www.doyahotel.co.kr 
-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 통영시 큰발개1길, 055)643-8000, www.kumhoresort.co.kr/condo 
- 통영갤러리관광호텔: 통영시 도남로, 055)645-3773

식당 정보
- 효진수산횟집(대구탕): 거제시 장목면 외포5길, 055)636-9006
- 국자횟집(대구찜): 거제시 장목면 외포5길, 055)636-6023
- 원조밀물식당(물메기탕): 통영시 중앙시장1길, 055)643-2777
- 분소식당(물메기탕):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4-0495
- 풍화김밥(충무김밥):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4-1990

주변 볼거리
거제: 내도, 공곶이, 지심도
통영: 통영수산과학관, 한산도, 달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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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