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박물관 ③국립김해박물관

잃어버린 왕국 '가야'로 통하는 시간의 문

▲ 국립김해박물관에 전시된 옛 시대의 크고 작은 항아리들

국립김해박물관은 역사 속의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만나는 공간이다. 가야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 삼국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고대 왕국 가운데 하나다. 새해를 맞이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가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 1998년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 전경

1998년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건국신화를 품은 구지봉 기슭에 자리한다. 김해 구지봉(사적 429호)에는 가야 왕국 시조인 수로왕을 비롯해 다섯 왕이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이때 백성들이 불렀다는 고대가요 ‘구지가’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 가야, 부산·경남 지역의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 국립김해박물관 전시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뿐만 아니라 부산·경남 지역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다. 변한은 가야가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된 부족국가다. 가야는 문헌 기록이 많지 않아 유물이나 유적 발굴을 통해 옛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고고학을 중심으로 풀어간 것이 특징이다.

철의 왕국

창원 다호리에서 발굴된 통나무관과 국내 최대 신석기시대 공동묘지로 추정되는 부산 가덕도 유적의 유물도 전시한다.

▲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관람객

1층 전시실은 낙동강 하류에 형성된 선사 문화부터 가야가 태동하고 발전한 시기를 보여준다. 낙동강 유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과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발견된 국내 가장 오래된 통나무배가 복원·  전시된다. 무료로 진행되는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가야 왕국 건국부터 소멸에 이르는 변천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 삼한 시대 장신구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수정 목걸이

가야는 금은이 귀한 대신 ‘철의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철기 문화가 발달했다. 전시실에는 금궤처럼 귀하게 취급된 덩이쇠, 금관을 대신한 부산 복천동 출토 금동관(보물 1922호)이 있다. 삼한시대 장신구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수정 목걸이도 귀한 전시품이다.

▲ 옛사람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우는 인터랙티브 전시

2층 전시실은 가야 문화를 좀 더 깊게 살펴보는 공간이다. 당시 가야인의 생활 풍습을 집 모양 토기와 여러 가지 유물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토기, 녹슬었어도 형상이 고스란히 남은 갑옷과 투구가 번성했던 가야를 짐작케 한다.

옛사람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우는 인터랙티브 전시도 눈길을 끈다. 전시실 한쪽에서는 유물 발굴과 복원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꾸민 웹툰을 상영한다.

▲ 국립김해박물관에 있는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 외관

아이와 여행한다면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도 잊지 말고 들러보자. 가야누리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 코너가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체험실은 놀이와 배움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공간이다. 체험지에 가야 무사 캐릭터를 골라 색칠한 뒤 스캔하면 전면 스크린에 자신이 그린 주인공이 나타난다.

가야 건국신화 품은 구지봉 기슭에 자리
문헌 기록 많지 않아 고고학으로 풀어내

일정 시간 동안 다른 무사들과 함께 적군을 무찌르는 내용을 담았는데, 실제 공을 던져서 맞혀야 하므로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 가야누리에서 체험 활동을 하는 어린이

마음에 드는 문화재를 선택해 그대로 따라 그려보는 ‘가야 톡톡’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본관 전시실에서 그림 속 문화재를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직접 문화재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다. 이외에 가야 문화재 책갈피 만들기나 가야 토기 조립하기 등 어린아이도 하기 쉬운 체험 활동이 많다.


국립김해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주말·공휴일 오후 7시), 휴관일은 월요일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 가야 왕국의 시조 수로왕을 모신 김해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김해 ‘수로왕릉’(사적 73호)이 있다. 가야 왕국 시조인 수로왕 무덤으로, 봉황대 동북쪽 평지에 조성된 봉분 높이가 약 5m에 달한다. 경내에 위패를 모신 숭선전과 신어 문양이 새겨진 납릉정문 등 여러 전각이 있으며, 해마다 춘추 제례를 지낸다.

▲ 드라마 〈김수로〉 촬영 세트장을 활용한 김해가야테마파크의 태극전

‘김해가야테마파크’는 김해의 랜드마크이자 인기 관광지다. 흥미로운 전시와 공연, 체험 시설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야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꾸몄다. 가야 왕궁을 재현한 전시관은 2010년 방영한 드라마 〈김수로〉 촬영 세트장을 활용했다.

왕궁에는 가야 역사를 담은 태극전, 수로왕 스토리관인 가락정전, 허왕후 스토리관인 왕후전 등이 있다. 입체적인 AR 체험을 제공하는 태극전은 반드시 관람해야 한다. 가야 건국신화부터 바다 건너 이어진 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까지 역사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

수로왕 탄생 설화와 허왕후의 사랑 이야기를 화려한 색채와 음악, 입체 영상으로 표현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도 시간 맞춰 챙겨 보자. 해가 진 뒤에는 3D 미디어 쇼가 볼만하다. 이 밖에 가야 무사의 기상을 배우는 가야무사어드벤처,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과 익사이팅 타워, 눈썰매장 등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멀지 않아 한나절 코스로 짜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1층 전시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은 전국 최초로 조성한 분청사기 박물관이다. 김해는 분청사기 유물이 많이 출토된 유서 깊은 곳이며, 지금도 지역 작가들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박물관 규모는 작지만 분청사기 변천사와 제작 과정, 여러 가지 기법 등을 알차게 소개한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

1층 전시실을 관람한 뒤 2층 도자판매장에 들러보자. 김해도예협회 회원들의 작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도자체험장인 ‘세라믹스튜디오’에서 아이와 함께 물레를 돌리고 도자기 모빌을 만들어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김해박물관→김해 수로왕릉→김해가야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김해박물관→김해 수로왕릉→김해가야테마파크
둘째 날: 김해분청도자박물관→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김해 관광 포털 http://tour.gimhae.go.kr
- 국립김해박물관 https://gimhae.museum.go.kr
- 김해가야테마파크 www.gaya-park.com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http://doja.gimhae.go.kr

문의 전화
- 김해시청 관광과 055)330-4445
- 국립김해박물관 055)320-6800
- 감해 수로왕릉 055)332-1094
- 김해가야테마파크 055)340-7900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055)345-6037


대중교통
- 비행기: 서울-김해, 김포국제공항에서 10~60분 간격(07:00~ 21:30) 운항, 약 1시간 소요. 김해국제공항 공항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이용, 박물관역 하차, 2번 출구에서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김포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po/main.do 김해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hae/main.do 부산김해경전철 055)310-9800, www.bglrt.com
- 버스: 서울-김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회(06:30~다음 날 00:20) 운행, 약 4시간40분 소요. 김해여객터미널 정류장에서 140번 지선버스 이용, 구산백조아파트 정류장 하차,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8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김해여객터미널 1688- 0117
- 기차: 서울역-구포역, KTX 하루 6~8회 (09:45~21:35)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구포역에서 부산지하철 3호선 이용, 대저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환승, 박물관역 하차, 2번 출구에서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부산김해경전철 055)310-9800, www.bglrt.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삼랑진 IC→삼랑진IC삼거리에서 김해 방면 좌회전→송지사거리에서 김해 방면 우회전, 979m 이동→김해 방면 우측 도로→연지1교사거리에서 대성동·김해교육지원청 방면 좌회전, 118m 이동→우회전, 가야의길 325m 이동→국립김해박물관

숙박 정보
- 호텔파인그로브: 김해시 번화1로67번길, 055)310-1100, www.pinegrove.co.kr
- 아이스퀘어호텔: 김해시 김해대로, 055)344-5000, www.isquare-hotel.com
- 김해한옥체험관: 김해시 가락로93번길, 055)322-4735, www.ghhanok.or.kr 

식당 정보
- 내가조선의짱어다 내동점(바다장어구이): 김해시 경원로73번길, 055)337-1230
- 개나리주택(순살치킨카레탕): 김해시 김해대로2273번안길, 055)339-7727, http://instagram.com/gaenari.house
- 향교밀밭(향교9빵·향교하늘커피): 김해시 구지로177번길, 055)905-0434, www.instagram.com/wheat_garden

주변 볼거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김해천문대, 김해시기후변화홍보체험관, 봉하마을, 김해민속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화포천습지생태공원, 가야랜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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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