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박물관 ③국립김해박물관

잃어버린 왕국 '가야'로 통하는 시간의 문

▲ 국립김해박물관에 전시된 옛 시대의 크고 작은 항아리들

국립김해박물관은 역사 속의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만나는 공간이다. 가야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 삼국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고대 왕국 가운데 하나다. 새해를 맞이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가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 1998년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 전경

1998년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건국신화를 품은 구지봉 기슭에 자리한다. 김해 구지봉(사적 429호)에는 가야 왕국 시조인 수로왕을 비롯해 다섯 왕이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이때 백성들이 불렀다는 고대가요 ‘구지가’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 가야, 부산·경남 지역의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 국립김해박물관 전시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뿐만 아니라 부산·경남 지역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다. 변한은 가야가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된 부족국가다. 가야는 문헌 기록이 많지 않아 유물이나 유적 발굴을 통해 옛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고고학을 중심으로 풀어간 것이 특징이다.

철의 왕국

창원 다호리에서 발굴된 통나무관과 국내 최대 신석기시대 공동묘지로 추정되는 부산 가덕도 유적의 유물도 전시한다.

▲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관람객

1층 전시실은 낙동강 하류에 형성된 선사 문화부터 가야가 태동하고 발전한 시기를 보여준다. 낙동강 유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과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발견된 국내 가장 오래된 통나무배가 복원·  전시된다. 무료로 진행되는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가야 왕국 건국부터 소멸에 이르는 변천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 삼한 시대 장신구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수정 목걸이

가야는 금은이 귀한 대신 ‘철의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철기 문화가 발달했다. 전시실에는 금궤처럼 귀하게 취급된 덩이쇠, 금관을 대신한 부산 복천동 출토 금동관(보물 1922호)이 있다. 삼한시대 장신구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수정 목걸이도 귀한 전시품이다.

▲ 옛사람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우는 인터랙티브 전시

2층 전시실은 가야 문화를 좀 더 깊게 살펴보는 공간이다. 당시 가야인의 생활 풍습을 집 모양 토기와 여러 가지 유물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토기, 녹슬었어도 형상이 고스란히 남은 갑옷과 투구가 번성했던 가야를 짐작케 한다.

옛사람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우는 인터랙티브 전시도 눈길을 끈다. 전시실 한쪽에서는 유물 발굴과 복원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꾸민 웹툰을 상영한다.

▲ 국립김해박물관에 있는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 외관

아이와 여행한다면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도 잊지 말고 들러보자. 가야누리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 코너가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체험실은 놀이와 배움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공간이다. 체험지에 가야 무사 캐릭터를 골라 색칠한 뒤 스캔하면 전면 스크린에 자신이 그린 주인공이 나타난다.

가야 건국신화 품은 구지봉 기슭에 자리
문헌 기록 많지 않아 고고학으로 풀어내

일정 시간 동안 다른 무사들과 함께 적군을 무찌르는 내용을 담았는데, 실제 공을 던져서 맞혀야 하므로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 가야누리에서 체험 활동을 하는 어린이

마음에 드는 문화재를 선택해 그대로 따라 그려보는 ‘가야 톡톡’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본관 전시실에서 그림 속 문화재를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직접 문화재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다. 이외에 가야 문화재 책갈피 만들기나 가야 토기 조립하기 등 어린아이도 하기 쉬운 체험 활동이 많다.


국립김해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주말·공휴일 오후 7시), 휴관일은 월요일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 가야 왕국의 시조 수로왕을 모신 김해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김해 ‘수로왕릉’(사적 73호)이 있다. 가야 왕국 시조인 수로왕 무덤으로, 봉황대 동북쪽 평지에 조성된 봉분 높이가 약 5m에 달한다. 경내에 위패를 모신 숭선전과 신어 문양이 새겨진 납릉정문 등 여러 전각이 있으며, 해마다 춘추 제례를 지낸다.

▲ 드라마 〈김수로〉 촬영 세트장을 활용한 김해가야테마파크의 태극전

‘김해가야테마파크’는 김해의 랜드마크이자 인기 관광지다. 흥미로운 전시와 공연, 체험 시설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야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꾸몄다. 가야 왕궁을 재현한 전시관은 2010년 방영한 드라마 〈김수로〉 촬영 세트장을 활용했다.

왕궁에는 가야 역사를 담은 태극전, 수로왕 스토리관인 가락정전, 허왕후 스토리관인 왕후전 등이 있다. 입체적인 AR 체험을 제공하는 태극전은 반드시 관람해야 한다. 가야 건국신화부터 바다 건너 이어진 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까지 역사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

수로왕 탄생 설화와 허왕후의 사랑 이야기를 화려한 색채와 음악, 입체 영상으로 표현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도 시간 맞춰 챙겨 보자. 해가 진 뒤에는 3D 미디어 쇼가 볼만하다. 이 밖에 가야 무사의 기상을 배우는 가야무사어드벤처,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과 익사이팅 타워, 눈썰매장 등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멀지 않아 한나절 코스로 짜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1층 전시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은 전국 최초로 조성한 분청사기 박물관이다. 김해는 분청사기 유물이 많이 출토된 유서 깊은 곳이며, 지금도 지역 작가들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박물관 규모는 작지만 분청사기 변천사와 제작 과정, 여러 가지 기법 등을 알차게 소개한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

1층 전시실을 관람한 뒤 2층 도자판매장에 들러보자. 김해도예협회 회원들의 작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도자체험장인 ‘세라믹스튜디오’에서 아이와 함께 물레를 돌리고 도자기 모빌을 만들어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김해박물관→김해 수로왕릉→김해가야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김해박물관→김해 수로왕릉→김해가야테마파크
둘째 날: 김해분청도자박물관→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김해 관광 포털 http://tour.gimhae.go.kr
- 국립김해박물관 https://gimhae.museum.go.kr
- 김해가야테마파크 www.gaya-park.com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http://doja.gimhae.go.kr

문의 전화
- 김해시청 관광과 055)330-4445
- 국립김해박물관 055)320-6800
- 감해 수로왕릉 055)332-1094
- 김해가야테마파크 055)340-7900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055)345-6037


대중교통
- 비행기: 서울-김해, 김포국제공항에서 10~60분 간격(07:00~ 21:30) 운항, 약 1시간 소요. 김해국제공항 공항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이용, 박물관역 하차, 2번 출구에서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김포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po/main.do 김해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hae/main.do 부산김해경전철 055)310-9800, www.bglrt.com
- 버스: 서울-김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회(06:30~다음 날 00:20) 운행, 약 4시간40분 소요. 김해여객터미널 정류장에서 140번 지선버스 이용, 구산백조아파트 정류장 하차,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8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김해여객터미널 1688- 0117
- 기차: 서울역-구포역, KTX 하루 6~8회 (09:45~21:35)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구포역에서 부산지하철 3호선 이용, 대저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환승, 박물관역 하차, 2번 출구에서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부산김해경전철 055)310-9800, www.bglrt.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삼랑진 IC→삼랑진IC삼거리에서 김해 방면 좌회전→송지사거리에서 김해 방면 우회전, 979m 이동→김해 방면 우측 도로→연지1교사거리에서 대성동·김해교육지원청 방면 좌회전, 118m 이동→우회전, 가야의길 325m 이동→국립김해박물관

숙박 정보
- 호텔파인그로브: 김해시 번화1로67번길, 055)310-1100, www.pinegrove.co.kr
- 아이스퀘어호텔: 김해시 김해대로, 055)344-5000, www.isquare-hotel.com
- 김해한옥체험관: 김해시 가락로93번길, 055)322-4735, www.ghhanok.or.kr 

식당 정보
- 내가조선의짱어다 내동점(바다장어구이): 김해시 경원로73번길, 055)337-1230
- 개나리주택(순살치킨카레탕): 김해시 김해대로2273번안길, 055)339-7727, http://instagram.com/gaenari.house
- 향교밀밭(향교9빵·향교하늘커피): 김해시 구지로177번길, 055)905-0434, www.instagram.com/wheat_garden

주변 볼거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김해천문대, 김해시기후변화홍보체험관, 봉하마을, 김해민속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화포천습지생태공원, 가야랜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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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노소영이 지핀 노태우 비자금 수사 키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 등이 노태우 일가 세무조사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메모 사건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고발한 5·18기념재단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세기의 이혼 흑역사 불러 재단이 지난 10월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조세범 처벌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에 본격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노태우 일가를 둘러싼 부정 은닉재산 의혹 등 실체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약 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2628억원에 그친다. 재단 측은 지난 10월14일 대검찰청에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김 여사의 ‘선경 300억’ 관련 메모에 기재된 전체 금액이 904억원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이 127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원장을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은 고발 당시 “올바른 정의와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하게 됐다. 피의 대가로 권력을 장악해 부정부패를 통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습해 자식들에게 넘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국가에 환수당하지 않으려 과세 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상속세도 포탈했다”며 “상속세 포탈 금액이 연간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단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유산이 연희동 자택이 유일하다고 하는 등 추징 이후 부정 축재한 은닉재산이 없는 듯이 가장해 왔으나 재판 과정서 904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차명으로 보관하거나 대여금 및 투자금 형식의 채권, 금고 등에 은닉해 왔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은닉재산에 대해 최근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과정서 피고발인인 김 여사가 2000~2001년까지 약 21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차명으로 불법 보관하다가 다시 한번 보험금으로 납입해 자금을 세탁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비자금 4600억” 정재계 증언 이어져 5·18 관계자 고발로 부인·남매 소환 재단 측은 추징금 완납 이후에도 비자금 관련 뇌물죄 수사 및 추징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용해 그동안 은닉했던 불법 비자금 총 152억원을 피고발인 노 원장 명의로 공익법인에 기부해(동아시아문화센터 147억원, 노태우 재단 5억원) 다시 한번 자금을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1991년 메모와 약속어음을 근거로 비자금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김 여사의 메모에 ‘선경 300억’이라고 적혀 있었고,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증거로 내세웠다. 이후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자금이 당시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2심 재판 과정서 과다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회장 측도 지난 8월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여러 오류를 문제 삼았다. 노태우정부 시절 경제수석, 민주자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매체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 기업에 통치 자금 이야기를 해 (선경서 노태우 측에)꾸준히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이냐 이런 부분에 대한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로서 일단 뭘 좀 주라고 해서 어음 자체를 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씨는 5·6공 시절 ‘금융계의 황제’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모아 전달한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준 돈? 받은 돈! 실제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로 알려졌다. 선경건설이 당시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실물 4장은 1995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와 재판에선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번 이혼소송 과정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나 ‘비자금’이 SK의 성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크다고 보고, 최 회장이 1조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판결에 즉각 반발했고, 최근 상고심 시작에 앞서 500여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다양한 쟁점 가운데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및 후광 등은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오히려 손해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SK 2인자’ 손길승 명예회장은 반박했다. 그는 진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선경건설의 약속어음은 태평양증권 인수와는 무관하고,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은 ‘주겠다’는 의미의 약속어음이라며 노 관장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과도 일치된다. 손 명예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확인된 김 여사의 비자금 메모, 지난 2007~2008년 적발했지만 덮은 214억원+α, 지난 2016~2021년까지 동생 노재헌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로 기부된 147억, 2023년 노태우센터로 출연된 5억 등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증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경위 등을 확인하는 한편 조사 내용을 토대로 노 관장 등 노태우 일가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심우정 검찰총장이 국회 국정감사서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 은닉 관련 직접 수사 의지를 피력한 만큼 실체 규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후 자금 시드머니 정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서도 더 이상 늦어지면 안 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수사가 한 달이 지나도 진척이 없자 환수위는 지난 22일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수사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환수위는 노 전 대통령 가족들이 진행 중인 ‘노태우 위인화 사업’에 “적게는 수억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수위 역시 노 관장 등을 범죄수익은닉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가족공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환수위는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가 해외서 굴리는 자금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추가 고발도 예고했다. 또 환수위는 지난달 25일 열린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출판기념회에 사용된 비용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서도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이 있다고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노 관장을 직접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은 불법 비자금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도 국정감사에 불참하는 등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사에는 참석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해 떳떳하다면 직접 설명하고, 조사에도 철저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300억 메모’꺼낸 노 관장 자충수 “네오트라이톤 뒤져야” 의혹 제기 정치권서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8일, 노태우 일가의 은닉 자금은 김옥숙 여사의 904억원을 비롯해 차명으로 보관한 210억원 규모의 보험금, 동아시아문화센터 기부금 147억원 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달 24일 “노재헌 원장 측근의 명의로 설립된 네오트라이톤이 부동산 분양 및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가 운영되는 데 있어 비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8일 법무부 국정감사서 ‘6공화국 비자금’과 관련해 “(전체 비자금 추정 규모 대비)일부만 환수되고 1400억원이 붕 뜬 상태였는데, 최근 소송서 밝혀진 904억 메모, 152억 기부금 등 비자금 은닉 정황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며 “불법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방안을 마련해 종합감사까지 보고할 것”을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노태우 일가 관련 자금 흐름을 국세청 홈택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살펴보는 과정서 노태우 일가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발견했다. 노 원장의 최측근 명의로 설립된 부동산 임대·매매업을 영위하는 ㈜네오트라이톤이라는 회사를 파악하게 됐다. 노 원장은 네오트라이톤의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오트라이톤에는 최초 설립 이사부터 전·현직 임원 등에 노 원장의 측근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언론을 통해 노재헌 원장과 홍콩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받는 김정환씨, 그리고 비자금 세탁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노 원장의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의 과거 이사장인 채현종씨도 포함돼있다.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개정 전 마지막으로 공시된 ‘네오트라이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노 원장을 포함한 총 2~3인의 주주단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이자·무담보 형식으로 회사에 대여해 줬다. 네오트라이톤은 현재 자본금이 1660만원에 불과한데 주주와 은행의 차입금으로 토지 구매, 건물 건설, 분양 및 임대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다. 불똥 튄 남동생 김 의원은 “노태우 일가는 비자금 일부만 추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납부 여력이 없다며 사돈과 친척을 통해 추징금을 대납시켰다고 하는데, 이후 어머니 김옥숙씨는 아들 공익법인에 147억을 출연했다”며 “노태우 일가의 자금 출처와 흐름이 비정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재헌 원장은 지난달 16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서 공익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고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