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이란 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4:32:25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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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현실로? 김정은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 이로써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전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국과 이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공습해 살해한 계기로 이란이 미국 상대로 보복을 선언했다. 이 말은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공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괜찮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국영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타고 있던 차량이 이라크 바그다드서 미군의 공습을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도 “명예로운 최고사령관 솔레이마니가 순교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해 해외 주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방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전역서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며 “그와 그의 군은 수백명의 미군·연합군 사망 및 수천명의 부상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세계 어디서든 자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발표는 없었으나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8일 오전 트위터에 ‘괜찮다(All is well)!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기지 2곳에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고 썼다. 이어 ‘사상자와 피해에 대한 평가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전 세계 그 어디서도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습 이후 무력충돌 긴장 고조
러·중 “미 견제하고 이란 지지”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인 레자에이는 지난 5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어떤 반격을 한다면 이스라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썼다. 하이파는 무역·휴양·상공업 중심지인 이스라엘의 3대 도시이고 텔아비브는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수도이자 2대 도시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은 어떨까.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중동 내 입지를 키우기 위해 이란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이란과 러시아, 프랑스의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하고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서 “미군의 위험한 작전은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 왕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서도 “군사 모험주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현 중동 정세를 놓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러시아는 중국과 같은 입장”이라며 “미국의 행동은 불법이며,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바바라 슬라빈 이란 미래연구소장은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서 “미국과 이란 간 사이가 더욱 틀어지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중동 내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며 “이번 공습 사태의 승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말했다. 

미 1위
이 14위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장관은 지난 7일, 이라크가 원한다면 현지 주둔중인 영국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리스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중동 지역 정세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후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라크에는 400명의 영국군과 5200명의 미군이 훈련지도,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잔당 격퇴 등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

월리스 장관은 “우리(영국군)가 계속 주둔하는 것이 이라크에 최선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의 주권을 존중한다. 그들이 우리가 떠나기를 원한다면, 이는 그들의 권리이며 우리는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견 없이 지지할 경우, 영국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월리스 장관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지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기준 미국 방위비 6488억달러(약 756조원)을 기록해 전 세계 군사비의 36%를 차지했다. 세계 1위인 미국은 2위인 중국에 비해 무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128만1900명, 예비역 81만1000명, 동원 가능 인구는 7300만명이다.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의 2018년 세계 군사력 순위에 따르면, 미국은 파워 지수가 0.0818로 전 세계 1위다. 파워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높은 형태다. 육군은 128만명에 전차 5884대, 공군은 전투기 1962대에 폭격기 2840대, 해군은 구축함 75척, 항공모함이 무려 11척이다.

걸프전 
재현되나

반면 이란은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분석 결과 총 병력 52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정규군이 35만명, 정예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최소 15만명 이상이다. 중동권에선 최강의 국방력을 자랑하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14위 정도다. 

특히 미사일 전력은 중동 지역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전서 군사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미사일이다.
 

미국 국방성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이란 군사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란은 국경서 2000km 떨어진 지점까지 타격 가능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근거리(C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상당량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은 물론, 유럽 남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범위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IRGC 해군도 2만명 정도며 무장 초계선을 운용하고 있다. 이란 해군은 요노급 잠수함 14대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9부터 10년간 이란의 국방 분야 수입은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수입액의 3.5%에 불과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교해 공군력이 크게 떨어지지만,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최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중·단거리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중동 지역서 최대 규모라는 게 미국의 분석이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지난 2015년 핵 협상 이후 정체돼있으나 현재 수준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또 이란은 제재 속에서 드론 공격 능력도 키웠다. 지난 2016년 이라크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전쟁 당시 이란의 드론이 투입됐다. 또 이란은 이스라엘 영공에도 무장한 드론을 침투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사우디의 석유 시설 2곳이 드론 공격을 당하자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 전 세계 군사비 36% 차지···
이, 중동권 최강이지만 전력상 약해

같은 중동 국가인 이라크는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이란보다 군사력이 4~5배 강했다. 정규군 54만명, 예비군 30만명 등 병력이 100만여명에 달했지만, 미군 43만여명, 세계 34개국서 파병된 다국적군 70만명에 버티지 못하고 45일 만에 미국에 백기를 들었다. 

1·2차 걸프전서 미군과 다국적군의 사망자는 300여명에 그쳤지만, 이라크군은 5만여명이 사망했다.

중동 국가들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이는 종교적으로 분열된 지역 특성 탓에 섣불리 이란을 자극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이란은 시리아와 가자 지구의 무장 세력,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중동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우려가 있다. 중국 전문가들도 전쟁 가능성을 염두하면서 이란의 보복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중동연구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화리밍 전 UAE 중국대사는 “현재 상황서 미국이 이란의 보복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양측의 군사적 행동이 통제불능 상황이 되면 전쟁의 위험이 커져 전 세계에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의회와 여론, 다가오는 선거가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반드시 이란에 추가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핵심은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보복할 것인지, 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전
가능성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전면전을 해서 미국에 이길 수가 없다. 현실적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서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해서 적지 않은 사망자 수가 나왔다. 그럼 미국은 당연히 이에 대해 공격을 하게 되고 이란이 다시 대응공격을 하면서 전면전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희생자가 나왔는지 밝혀지겠지만 만약에 나왔다면 미국이 공습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확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2차 세계대전은?

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4년여 동안 진행됐다.

1914년 6월28일 보스니아 사라예보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그의 부인 조피 폰 초테크가 세르비아 민족주의 청년들로부터 암살당한 사건이 실마리다.

이때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세르비아에 대한 전쟁 선포를 시작으로, 연합국(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이탈리아 등) 대 동맹국(독일, 오스만제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등)의 구도 하에 30여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을 전장으로 삼아 진행됐다. 결과는 연합국의 승리였다. 

2차 세계대전 시기는 1931년(만주사변), 1937년(중일전쟁), 1939년(독일의 폴란드 침공) 등을 시작으로 1945년 일본의 항복까지, 10년 안팎으로 본다.

연합국 대 추축국(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대결이었는데, 참가국은 40여개국. 전장은 1차 세계대전으로 확장됐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와 미국(일본이 공격한 하와이 진주만)으로까지였으며 이번에도 결과는 연합국의 승리였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미국이 참가한 연합국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사실 1차 세계대전의 주역은 유럽 국가들이고 미국은 엄연히 조연이었다. 전쟁이 끝나기 1년 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급격히 커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은 전쟁 도중 참여했다.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해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다.

다만 미국의 참전 후 전쟁 양상이 반전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일본에 2차례 핵폭탄을 투하하며 전쟁을 끝낸 활약만 보면 미국은 주역과 조연의 구분을 넘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극작술서 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해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였다고도 할 수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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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