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이란 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4:32:25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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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현실로? 김정은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 이로써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전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국과 이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공습해 살해한 계기로 이란이 미국 상대로 보복을 선언했다. 이 말은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공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괜찮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국영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타고 있던 차량이 이라크 바그다드서 미군의 공습을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도 “명예로운 최고사령관 솔레이마니가 순교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해 해외 주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방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전역서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며 “그와 그의 군은 수백명의 미군·연합군 사망 및 수천명의 부상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세계 어디서든 자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발표는 없었으나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8일 오전 트위터에 ‘괜찮다(All is well)!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기지 2곳에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고 썼다. 이어 ‘사상자와 피해에 대한 평가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전 세계 그 어디서도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습 이후 무력충돌 긴장 고조
러·중 “미 견제하고 이란 지지”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인 레자에이는 지난 5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어떤 반격을 한다면 이스라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썼다. 하이파는 무역·휴양·상공업 중심지인 이스라엘의 3대 도시이고 텔아비브는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수도이자 2대 도시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은 어떨까.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중동 내 입지를 키우기 위해 이란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이란과 러시아, 프랑스의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하고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서 “미군의 위험한 작전은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 왕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서도 “군사 모험주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현 중동 정세를 놓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러시아는 중국과 같은 입장”이라며 “미국의 행동은 불법이며,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바바라 슬라빈 이란 미래연구소장은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서 “미국과 이란 간 사이가 더욱 틀어지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중동 내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며 “이번 공습 사태의 승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말했다. 

미 1위
이 14위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장관은 지난 7일, 이라크가 원한다면 현지 주둔중인 영국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리스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중동 지역 정세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후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라크에는 400명의 영국군과 5200명의 미군이 훈련지도,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잔당 격퇴 등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

월리스 장관은 “우리(영국군)가 계속 주둔하는 것이 이라크에 최선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의 주권을 존중한다. 그들이 우리가 떠나기를 원한다면, 이는 그들의 권리이며 우리는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견 없이 지지할 경우, 영국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월리스 장관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지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기준 미국 방위비 6488억달러(약 756조원)을 기록해 전 세계 군사비의 36%를 차지했다. 세계 1위인 미국은 2위인 중국에 비해 무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128만1900명, 예비역 81만1000명, 동원 가능 인구는 7300만명이다.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의 2018년 세계 군사력 순위에 따르면, 미국은 파워 지수가 0.0818로 전 세계 1위다. 파워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높은 형태다. 육군은 128만명에 전차 5884대, 공군은 전투기 1962대에 폭격기 2840대, 해군은 구축함 75척, 항공모함이 무려 11척이다.

걸프전 
재현되나

반면 이란은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분석 결과 총 병력 52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정규군이 35만명, 정예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최소 15만명 이상이다. 중동권에선 최강의 국방력을 자랑하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14위 정도다. 

특히 미사일 전력은 중동 지역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전서 군사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미사일이다.
 

미국 국방성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이란 군사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란은 국경서 2000km 떨어진 지점까지 타격 가능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근거리(C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상당량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은 물론, 유럽 남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범위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IRGC 해군도 2만명 정도며 무장 초계선을 운용하고 있다. 이란 해군은 요노급 잠수함 14대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9부터 10년간 이란의 국방 분야 수입은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수입액의 3.5%에 불과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교해 공군력이 크게 떨어지지만,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최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중·단거리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중동 지역서 최대 규모라는 게 미국의 분석이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지난 2015년 핵 협상 이후 정체돼있으나 현재 수준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또 이란은 제재 속에서 드론 공격 능력도 키웠다. 지난 2016년 이라크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전쟁 당시 이란의 드론이 투입됐다. 또 이란은 이스라엘 영공에도 무장한 드론을 침투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사우디의 석유 시설 2곳이 드론 공격을 당하자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 전 세계 군사비 36% 차지···
이, 중동권 최강이지만 전력상 약해


같은 중동 국가인 이라크는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이란보다 군사력이 4~5배 강했다. 정규군 54만명, 예비군 30만명 등 병력이 100만여명에 달했지만, 미군 43만여명, 세계 34개국서 파병된 다국적군 70만명에 버티지 못하고 45일 만에 미국에 백기를 들었다. 

1·2차 걸프전서 미군과 다국적군의 사망자는 300여명에 그쳤지만, 이라크군은 5만여명이 사망했다.

중동 국가들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이는 종교적으로 분열된 지역 특성 탓에 섣불리 이란을 자극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이란은 시리아와 가자 지구의 무장 세력,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중동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우려가 있다. 중국 전문가들도 전쟁 가능성을 염두하면서 이란의 보복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중동연구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화리밍 전 UAE 중국대사는 “현재 상황서 미국이 이란의 보복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양측의 군사적 행동이 통제불능 상황이 되면 전쟁의 위험이 커져 전 세계에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의회와 여론, 다가오는 선거가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반드시 이란에 추가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핵심은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보복할 것인지, 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전
가능성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전면전을 해서 미국에 이길 수가 없다. 현실적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서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해서 적지 않은 사망자 수가 나왔다. 그럼 미국은 당연히 이에 대해 공격을 하게 되고 이란이 다시 대응공격을 하면서 전면전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희생자가 나왔는지 밝혀지겠지만 만약에 나왔다면 미국이 공습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확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2차 세계대전은?

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4년여 동안 진행됐다.

1914년 6월28일 보스니아 사라예보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그의 부인 조피 폰 초테크가 세르비아 민족주의 청년들로부터 암살당한 사건이 실마리다.

이때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세르비아에 대한 전쟁 선포를 시작으로, 연합국(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이탈리아 등) 대 동맹국(독일, 오스만제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등)의 구도 하에 30여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을 전장으로 삼아 진행됐다. 결과는 연합국의 승리였다. 

2차 세계대전 시기는 1931년(만주사변), 1937년(중일전쟁), 1939년(독일의 폴란드 침공) 등을 시작으로 1945년 일본의 항복까지, 10년 안팎으로 본다.

연합국 대 추축국(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대결이었는데, 참가국은 40여개국. 전장은 1차 세계대전으로 확장됐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와 미국(일본이 공격한 하와이 진주만)으로까지였으며 이번에도 결과는 연합국의 승리였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미국이 참가한 연합국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사실 1차 세계대전의 주역은 유럽 국가들이고 미국은 엄연히 조연이었다. 전쟁이 끝나기 1년 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급격히 커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은 전쟁 도중 참여했다.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해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다.

다만 미국의 참전 후 전쟁 양상이 반전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일본에 2차례 핵폭탄을 투하하며 전쟁을 끝낸 활약만 보면 미국은 주역과 조연의 구분을 넘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극작술서 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해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였다고도 할 수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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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