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이란 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4:32:25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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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현실로? 김정은에 달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했다. 이로써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전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국과 이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공습해 살해한 계기로 이란이 미국 상대로 보복을 선언했다. 이 말은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공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괜찮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국영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타고 있던 차량이 이라크 바그다드서 미군의 공습을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고, 이란 혁명수비대도 “명예로운 최고사령관 솔레이마니가 순교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해 해외 주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방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전역서 미국 외교관과 군인들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며 “그와 그의 군은 수백명의 미군·연합군 사망 및 수천명의 부상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의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세계 어디서든 자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발표는 없었으나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8일 오전 트위터에 ‘괜찮다(All is well)!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기지 2곳에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고 썼다. 이어 ‘사상자와 피해에 대한 평가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전 세계 그 어디서도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공습 이후 무력충돌 긴장 고조
러·중 “미 견제하고 이란 지지”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이자 헌법기관인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인 레자에이는 지난 5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어떤 반격을 한다면 이스라엘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썼다. 하이파는 무역·휴양·상공업 중심지인 이스라엘의 3대 도시이고 텔아비브는 국제법상 이스라엘의 수도이자 2대 도시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은 어떨까.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 중동 내 입지를 키우기 위해 이란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이란과 러시아, 프랑스의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하고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서 “미군의 위험한 작전은 국제관계의 기본 규범을 위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 왕 부장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서도 “군사 모험주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현 중동 정세를 놓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러시아는 중국과 같은 입장”이라며 “미국의 행동은 불법이며,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바바라 슬라빈 이란 미래연구소장은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서 “미국과 이란 간 사이가 더욱 틀어지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중동 내 영향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며 “이번 공습 사태의 승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말했다. 

미 1위
이 14위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장관은 지난 7일, 이라크가 원한다면 현지 주둔중인 영국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리스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중동 지역 정세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후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라크에는 400명의 영국군과 5200명의 미군이 훈련지도,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잔당 격퇴 등을 위해 주둔하고 있다.

월리스 장관은 “우리(영국군)가 계속 주둔하는 것이 이라크에 최선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의 주권을 존중한다. 그들이 우리가 떠나기를 원한다면, 이는 그들의 권리이며 우리는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견 없이 지지할 경우, 영국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월리스 장관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지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기준 미국 방위비 6488억달러(약 756조원)을 기록해 전 세계 군사비의 36%를 차지했다. 세계 1위인 미국은 2위인 중국에 비해 무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128만1900명, 예비역 81만1000명, 동원 가능 인구는 7300만명이다.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의 2018년 세계 군사력 순위에 따르면, 미국은 파워 지수가 0.0818로 전 세계 1위다. 파워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높은 형태다. 육군은 128만명에 전차 5884대, 공군은 전투기 1962대에 폭격기 2840대, 해군은 구축함 75척, 항공모함이 무려 11척이다.

걸프전 
재현되나

반면 이란은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분석 결과 총 병력 52만3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정규군이 35만명, 정예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최소 15만명 이상이다. 중동권에선 최강의 국방력을 자랑하지만 전 세계 기준으로 보면 14위 정도다. 

특히 미사일 전력은 중동 지역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전서 군사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미사일이다.
 

미국 국방성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이란 군사력’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란은 국경서 2000km 떨어진 지점까지 타격 가능한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근거리(CR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상당량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은 물론, 유럽 남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범위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IRGC 해군도 2만명 정도며 무장 초계선을 운용하고 있다. 이란 해군은 요노급 잠수함 14대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9부터 10년간 이란의 국방 분야 수입은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수입액의 3.5%에 불과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교해 공군력이 크게 떨어지지만,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최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중·단거리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이란의 미사일 능력은 중동 지역서 최대 규모라는 게 미국의 분석이다.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지난 2015년 핵 협상 이후 정체돼있으나 현재 수준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또 이란은 제재 속에서 드론 공격 능력도 키웠다. 지난 2016년 이라크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전쟁 당시 이란의 드론이 투입됐다. 또 이란은 이스라엘 영공에도 무장한 드론을 침투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사우디의 석유 시설 2곳이 드론 공격을 당하자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미, 전 세계 군사비 36% 차지···
이, 중동권 최강이지만 전력상 약해


같은 중동 국가인 이라크는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이란보다 군사력이 4~5배 강했다. 정규군 54만명, 예비군 30만명 등 병력이 100만여명에 달했지만, 미군 43만여명, 세계 34개국서 파병된 다국적군 70만명에 버티지 못하고 45일 만에 미국에 백기를 들었다. 

1·2차 걸프전서 미군과 다국적군의 사망자는 300여명에 그쳤지만, 이라크군은 5만여명이 사망했다.

중동 국가들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이는 종교적으로 분열된 지역 특성 탓에 섣불리 이란을 자극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이란은 시리아와 가자 지구의 무장 세력,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국가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중동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우려가 있다. 중국 전문가들도 전쟁 가능성을 염두하면서 이란의 보복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내 중동연구소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화리밍 전 UAE 중국대사는 “현재 상황서 미국이 이란의 보복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양측의 군사적 행동이 통제불능 상황이 되면 전쟁의 위험이 커져 전 세계에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의회와 여론, 다가오는 선거가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반드시 이란에 추가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며 “핵심은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보복할 것인지, 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전
가능성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전면전을 해서 미국에 이길 수가 없다. 현실적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서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해서 적지 않은 사망자 수가 나왔다. 그럼 미국은 당연히 이에 대해 공격을 하게 되고 이란이 다시 대응공격을 하면서 전면전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 가지, 희생자가 나왔는지 밝혀지겠지만 만약에 나왔다면 미국이 공습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확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2차 세계대전은?

1차 세계대전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4년여 동안 진행됐다.

1914년 6월28일 보스니아 사라예보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그의 부인 조피 폰 초테크가 세르비아 민족주의 청년들로부터 암살당한 사건이 실마리다.

이때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세르비아에 대한 전쟁 선포를 시작으로, 연합국(영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이탈리아 등) 대 동맹국(독일, 오스만제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등)의 구도 하에 30여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을 전장으로 삼아 진행됐다. 결과는 연합국의 승리였다. 

2차 세계대전 시기는 1931년(만주사변), 1937년(중일전쟁), 1939년(독일의 폴란드 침공) 등을 시작으로 1945년 일본의 항복까지, 10년 안팎으로 본다.

연합국 대 추축국(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대결이었는데, 참가국은 40여개국. 전장은 1차 세계대전으로 확장됐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 아시아와 미국(일본이 공격한 하와이 진주만)으로까지였으며 이번에도 결과는 연합국의 승리였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미국이 참가한 연합국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사실 1차 세계대전의 주역은 유럽 국가들이고 미국은 엄연히 조연이었다. 전쟁이 끝나기 1년 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급격히 커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은 전쟁 도중 참여했다.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해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다.

다만 미국의 참전 후 전쟁 양상이 반전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일본에 2차례 핵폭탄을 투하하며 전쟁을 끝낸 활약만 보면 미국은 주역과 조연의 구분을 넘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극작술서 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해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였다고도 할 수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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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