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추천 명소 ①서산 웅도

바다 위를 걷다

▲ 웅도어촌체험마을에서 어르신과 게 잡기에 나선 아이

여행 경험이 쌓이다 보면 발길은 자연스레 섬으로 향한다. 번잡한 육지에서 발을 떼고 드넓은 바다 너머로 향하는 길, 떠나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설렘이고 희열이다. 게다가 험한 뱃길 대신 신비의 바닷길 건너라면 더욱 반갑다. 수도권에서 넉넉잡아 두 시간 남짓. 부담스런 거리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그리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산 웅도가 있다.

▲ 웅도 여행의 중심이 되는 웅도어촌체험마을

이름에서 짐작하듯 웅도는 곰을 닮은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곰이 웅크리고 앉은 모양이라는데, 지도로 찾아보니 강아지 꼬리처럼 조도를 달고 있어 꽤 앙증맞다. 그런데 웅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독특한 표현이 보인다. ‘웅도 바다 갈라짐’. 그 유명한 진도와 무창포처럼 이곳 웅도 역시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바닷길 시간 때문에 가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바다 갈라짐 체험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바닷길 너머 섬이지만 웅도와 육지의 거리는 불과 700m. 수심이 얕은 편이라 만조 때도 징검다리를 놓아 건넜다고 한다. 지금은 다리가 연결돼 바닷물에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한다.

▲ 서해 생태계의 보고, 가로림만

웅도어촌체험마을

바닷길이 열리면 웅도 주변으로 거대한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해에서도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되는 가로림만이다. 풍요로운 가로림만에 둘러싸인 웅도는 예부터 바지락과 굴, 낙지가 마를 날이 없었다. 금세 자루를 가득 채운 바지락을 마을까지 옮기느라 소달구지가 늘어선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소달구지로 바지락을 옮겼다는 마을 어르신은 달구지 나무 바퀴가 갯벌에 빠지거나 염분에 쉽게 부식되지 않아 유용한 운송 수단이었다고 전한다. 게다가 웅도는 섬이지만 곳곳에 논과 밭이 흔하다. 갯벌이 없으면 전형적인 농촌이라고 해도 믿을 풍경이다.


집집마다 일꾼 대신 소를 키웠고, 웅도의 소는 자연스레 땅과 바다를 오갔다.

▲ 갯벌이 없으면 전형적인 농촌이라고 해도 믿을 웅도의 황금 들녘 ▲ 갯벌을 가득 메운 고둥

웅도 여행의 중심지는 웅도어촌체험마을이다. 전국 1위 어업 공동체답게 마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웅도의 특산물인 바지락 캐기를 비롯해 낙지잡이와 망둑어 낚시, 족대 체험이 가능하다. 가족 단위 여행객도 전화로 예약하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아이가 낙지잡이에 관심을 보이자, 이장님이 또 다른 바닷길 너머 조도로 안내했다. 발을 떼기 조심스러울 만큼 굴과 고둥이 지천이다. 아이 눈엔 돌을 들 때마다 후다닥 달아나는 게도 신기하다.

▲ 낙지잡이에 신이 난 아이

트럭에서 삽을 가져온 이장님이 갯벌 구석구석 매의 눈으로 살핀다. 이내 낙지 구멍을 발견한 듯, 부지런히 삽질한 끝에 제법 실한 낙지 한 마리를 손에 넣었다. 아이는 섬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질렀다. 그 뒤로 한참 낙지잡이에 열중했지만, 더 잡지는 못했다.

예전에는 한나절이면 낙지 수십 마리를 잡아 올릴 만큼 갯벌이 넉넉했지만, 간척 사업 영향으로 지금은 한 마리도 귀한 대접을 받는단다.

▲ 사륜 바이크에 드럼통을 줄줄이 연결한 깡통열차

이번에는 깡통열차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사람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한 드럼통을 사륜바이크에 기차처럼 줄줄이 연결했는데,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색다른 체험이다. 운전하는 어르신이 해설사 역할도 겸한다.

곰이 웅크리고 앉은 모양의 섬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곳 


주민 사랑방인 마을 회관과 1952년에 세운 웅도분교, 400년 넘게 제자리를 지키는 소나무까지 마을의 소박한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공간이 깡통열차 곁으로 지난다. 아담한 건물 사이로 황금빛 논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매섬이 보이는 선착장까지 섬 구석구석을 달린다.

▲ 데크로 이어진 웅도 해안 산책로

여유가 있으면 웅도어촌체험마을 사무실 옆으로 난 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어도 좋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빛 바다와 광활한 갯벌, 오붓한 마을과 가을에 물든 논밭이 눈과 마음을 한 템포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갯벌에 기대 살아가는 칠면초의 자줏빛은 이국적인 정취마저 느끼게 한다. 바닷물이 빠진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배도 훌륭한 피사체가 된다.

▲ 대로리에서 바라본 웅도

웅도는 밖에서 바라봐도 아름답다. 웅도를 마주 보는 대로리에는 카페와 캠핑장이 자리해 느긋하게 전망을 즐기거나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기 좋다. 해질 무렵에는 웅도를 배경으로 붉게 여문 가을 저녁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한 카페 앞마당에는 아이들을 위한 모래 놀이터와 미끄럼틀이 있어 가족 여행객이 머물기 좋다. 바로 옆 캠핑장은 언덕 아래 갯벌이 이어져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 지곡면 안견기념관에 있는 ‘몽유도원도’ 모사본

웅도가 속한 대산읍과 이웃한 지곡면에는 안견기념관이 있다. 안견이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꿈을 소재로 그린 ‘몽유도원도’는 당대 최고 산수화로 평가된다. 안평대군의 발문에 김종서와 신숙주, 정인지, 박팽년, 성삼문 등 내로라하는 사대부 20여명이 칭찬하는 글을 친필로 덧붙여 그 가치는 단순한 예술 작품을 뛰어넘는다.

안타깝게도 몽유도원도 원본이 일본에 있어 기념관에는 모사본과 안견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을 전시한다. 

▲ 후대 화원을 평가하면서 안견을 언급한 <조선왕조실록>

안견에 대해 언급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도 있다. 화원 출신은 최고 관직이 종5품인데, 세종이 안견을 아껴 정4품까지 파격적으로 승진시켰다고 한다. 후대 화원을 평가할 때도 안견의 그림을 기준으로 삼았다니 그 실력이 얼마나 출중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 다양한 장르 작품을 전시하는 서산창작예술촌

안견기념관에서 자동차로 10여분 달리면 안견의 후예라 할 만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폐교한 중왕분교를 리모델링한 서산창작예술촌이다. 

▲ 아이들도 쉽게 완성하는 도자기 만들기 체험

안견기념관

현대 서예가 황석봉 관장이 운영하는 이곳은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열리고, 서예아카데미에서 수준 높은 수업을 진행한다. 전화로 예약하면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접시에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 굽는 비교적 간단한 과정이라, 아이들도 완성하기 쉽다. 도자기가 완성되는 동안 아이들은 예술촌 앞마당에서 뛰어논다. 낡은 배 한 척이 신나는 놀이터가 되고, 뱃머리에서 바라보는 서산 앞바다는 어떤 그림보다 아름답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웅도→안견기념관→서산창작예술촌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웅도→안견기념관→서산창작예술촌
둘째 날: 서산 해미읍성→개심사→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웅도어촌체험마을 www.웅도어촌체험마을.kr
- 서산 문화관광 www.seosan.go.kr/tour/index.do
- 국립해양조사원 바다 갈라짐 체험 시간 www.khoa.go.kr/khoa/lifeforecast/sub4.do
- 서산창작예술촌 https://blog.naver.com/jisun2214  

문의 전화
- 웅도어촌체험마을 041)666-0997(사무장 010-7185-5799)
- 서산시청 관광산업과 041)660-2499
- 안견기념관 041)660-2536
- 서산창작예술촌 041)660-3378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서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5~ 21:5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7:20~18:10) 운행, 약 2시간 소요. 서산공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0번 버스 이용, 대산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46번 버스 환승, 약 1시간40분 소요. 웅도어촌체험마을까지 도보 15~20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산공용버스터미널 1688-4813

자가운전
서서해안고속도로 송악 IC→고대·부곡·산업단지 방면 좌회전→현대제철교차로에서 대산·석문 방면 왼쪽 지하차도 진입→동곡교차로에서 대산·석문 방면 왼쪽 지하차도 진입→가곡교차로에서 대산·석문 방면 왼쪽 지하차도 진입→오지리·웅도리 방면으로 우회전→웅도

숙박 정보
- 베니키아호텔 서산: 서산시 안견로, 041)666-8114, www.benikeahotelseosan.com
- 서산수골프앤리조트: 대산읍 삼길포7로, 041)689-7777, www.seosansoo.com 
- 키토산민박: 대산읍 웅도1길, 010-6435-8916 
- 다온캠핑장: 대산읍 광암4길, 010-4507-8339, www.daon365.net 


식당 정보
- 웅도식당(박속낙지탕): 대산읍 탑골1길, 041)663-8497
- 천미백숙(오리주물럭): 대산읍 가로림로, 041)681-9290, https://chunmi.modoo.at
- 품다(커피·당근케이크): 대산읍 광암4길, 010-5557-7512, www.instagram.com/pumda_cafe

주변 볼거리
간월암, 서산버드랜드,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 서산유기방가옥, 아라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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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