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아베의 노림수

다같이 죽자고? ‘막장 가미카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국과 일본은 오월동주(舟) 관계다. 양국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 상대를 겨눈 칼의 끝은 필연적으로 본인을 향한다. 그럼에도 최근 양국 간 갈등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에도 하루아침에 파국을 맞는 경우는 흔했지만 이번 갈등은 과거와 달리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정부는 왜 툭하면 한국을 때릴까.
 

▲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아베 일본 총리

지난 1일 일본은 ‘한-일 신뢰관계 손상'을 명분으로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국가)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이 되는 시점으로, 일본 최대 공영방송사인 NHK는 이 발표의 배경을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도했다.

반한 감정↑
보수 결집?

하지만 이번 수출규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터질 게 터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본은 손바닥 뒤집 듯 한국의 수출규제 이유를 바꿨다. 처음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 했다. 이에 정치적 동기에서 빚어진 '경제 보복'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일자,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전략 물자를 밀반입한다는 이유로 안보상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일본이 북한에 밀반출한 전략물자 목록을 밝히자, 일본은 수출규제가 아닌 수출관리 운용을 재검토하는 차원이라며 다시 말을 바꿨다.


일본 측 주장의 논리가 빈약하다는 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본은 배제 이유로 한국의 캐치올(Catch-all) 규제가 미흡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캐치올이란 수출 ‘통제 리스트’에 속하는 전략물자 품목은 아니지만, 최종 사용자와 용도를 파악해 무기 제작 개발에 전용될 것으로 확인되거나 우려되는 경우에 이뤄지는 수출 통제 제도다. 하지만 국가별 적용은 오히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통제 대상 품목 역시 일본과 유사하다. 캐치올 규제가 없는 국가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대상에 있는 것으로 볼 때 일본이 한국에만 차별적 규제 강화를 강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에선 양국의 상호의존도가 높아, 일본의 수출규제가 강화되면 양국 모두 손실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일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승자가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아 양국 모두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단 것이다.

만약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전략물자는 무기로 쓰일 수 있는 품목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민간 물자엔 캐치올 규제가 적용된다. 캐치올 규제의 경우 품목에 제한이 없다 보니 일본 정부가 임의로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 툭하면 한국 때리나
한일 갈등 진짜 이유는?

일본의 경우는 향후에 수출규제를 철회한다고 해도 비즈니스 신뢰 관계 회복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본은 정치적 사안을 경제 문제로 치환시켰고, 이번 경제규제는 일본 외교의 불안 요인을 분명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지난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로 인한 보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사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한일 분쟁의 뿌리는 1965년 6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1개의 한일기본조약과 4개의 한일청구권협정에 서명해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이뤘다.
 

▲ 문재인 대통령

한일기본조약 제2조에는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명시했다. 을사조약과 ‘경술국치’로 불리는 병합조약을 포함, 한일 간 체결한 모든 조약을 무효화함으로써 강제징용과 군 위안부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청산하고자 한 일본의 속내였다.

여기서 ‘이미’라는 부사어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라는 부사어를 통해 과거엔 ‘합법·유효’했지만, 일본의 전쟁 항복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1965년 현재는 무효가 됐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는 “무효임을 선언한다”는 구절을 통해 여러 조약들은 체결 당시부터 ‘불법·무효’였다는 한국의 입장과 대척점에 있다. 조약의 열린 해석으로 인해 과거사 책임에서 벗어난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현재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의 정당성 판단을 유보한 대가로 박 전 대통령은 3억달러의 무상 자금과 2억달러의 차관을 일본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이 돈의 대부분은 국가사업에 쓰였고, 군 위안부와 같은 역사의 피해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이후 대한민국은 한일협정이 잉태한 불안 위에서 고도 성장국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005년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 등은 한일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기존 견해를 수정했다.

두려운 건
재팬 패싱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더 나아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고, 전범기업 미쓰비시 측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과정서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청구권협정에 이를 포함시키겠다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한일협정으로 지급한 정치적 ‘보상’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된다’는 한일협정 제2조를 근거로 한국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베정부도 한일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도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인 자리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일본은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어도 ‘외교적 보호권’은 상실했다는 논리로 맞섰다.

개인에게 소송할 자유가 있어도 그 권리를 정부가 외교적으로 보호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을 찬성해 온 일본 변호사 자이마 히데카즈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개인 청구권이 있는 사람이 민간 기업을 상대로 제기를 했을 때 이에 대해서 국가 간 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으니 개인이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이어 "개인 청구권이 존재하고 그 권리가 있다면 법원에선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권리를 법원이 인정해서 진행을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문제가 없는 것인데 국제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희로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측에게 위자료 지급을 선고해 일제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정조준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판결은 폭거이며 국제법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하게 반발, 강제징용 문제 중재위 설치를 요구했다.

손바닥 뒤집듯
이랬다 저랬다

한국정부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점을 들어서 일본 쪽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의 내부 분열로 2012년 중의원 선거서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아베총리는 지금까지 총재직을 연임하고 있다. 1955년 보수정당인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여 만들어진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일본 정치사서 안정적인 집권을 해왔다. 아베 총리는 일본 내 온건 보수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가진 우익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며 역사 수정주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적 정체성 강화는 자민당의 집권 열쇠인데, 과거사에 대한 한국의 압박은 일본이 근간을 다시 바로 잡아야하는 과정으로 아베 세력을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최고의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시는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으로 미국의 강요로 만들어진 평화헌법 개정에 강한 염원을 보였다. 평화헌법 9조는 국가 간의 분쟁 해결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베 총리는 이 조항의 개헌을 정치 인생의 숙명적 과제로 꼽았다.

일부 언론은 이번 수출규제를 참의원 선거를 위한 보수 결집 수단으로 분석했다. 지난 22일에 있었던 참의원 선거는 평화헌법 개정 발의에 가능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선거였다. 비록 개헌 추진에 필요한 3분의 2(164석)에 못 미치는 160석에 그쳐 개헌 행보에는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과반을 확보했다.
 

▲ 아베 일본 총리

강제징용 판결로 인해 반한 감정이 악화된 상태서 보수 세력을 결집시켜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개헌 의석 확보를 위한 정치적 동력으로 ‘한국 때리기’ 카드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일각에선 수출규제는 애초부터 선거용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안정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특히 20대 유권자들 중 70%가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수출규제라는 자기 파괴적 보복 카드를 꺼낼 만큼 아베가 궁지에 몰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의원 선거가 끝난 당일 아베 총리는 “청구권협정 위반 상황에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며 단편적인 선거용 꼼수가 아님을 시사했다.

잘못 끼워진 첫단추
승자 없는 치킨게임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을 경제 분야서 굴복시킴으로서 '재팬 패싱'을 극복하려는 외교용이라는 분석을 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시행령 개정 계획은 지난 G20 직후 남·북·미 판문점 3자 회동이 있고 난 이틀 후에 발표됐다. 아베정권의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미·일 공조하에서 한국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따로 발휘하며 동북아서 패권을 쥐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가 평화 기조로 들어서면서 비핵화 문제서 일본만이 철저하게 배제됐고, 아베정권은 이에 계속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그밖에도 일본이 반도체 산업서 한국을 강력히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동아시아 기술 경쟁서 한국에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본의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산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며 “우리의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의도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보수층 결집용으로 강한 카드를 꺼냈지만, 일본 내부서도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갈등의 장기화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복합적 요인이 얽힌 한일 갈등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우선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수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22일에 열렸던 ‘한일관계 악화,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서 박인환 변호사는 “지금 문제시 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문제는 정치적, 외교적 해결 방안으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해 절차를 시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와 관련해 국가 상호 간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상대방 국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적, 중립적 재판기구에 의한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타 오사무 도시샤대 교수는 “한일협정 2조는 일본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개정이 어려운 문제”라며 양국 간의 역사인식을 좁히기 위한 양국 사회의 노력이 필요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어 이번 분쟁을 통해 국산화의 필요성이 더욱 제기된 만큼 이를 계기로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해 기술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탈피해 한국이 일본 경제를 뛰어넘자는 것이다.

양국 관계
돌이킬 수 없나

무엇보다 한일 무역 전쟁은 양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분쟁으로, 이를 끝내기 위해선 평화 파트너십을 구축해 양국의 입장차를 좁히려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반대하고 철회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과 같이 반일감정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백색국가리스트 조정 최종 각의결정’을 연기하도록 일본에 제안하고 양국 간 공식 논의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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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