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 북한 공개처형 실상

가족이 보는 앞서 ‘탕!’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북한정권은 마치 수수께끼 같다. 공산 진영 체제를 고수했던 소비에트가 몰락했고, 중국·베트남은 자본주의 국가로 길을 틀었다. 북한만 3대 째 세습·독재정치를 이어오며 완벽하게 당과 군부대를 장악하고 있다. 불가사의한 정권이 계속 유지 가능한 동력은 무엇일까. 북한 정권의 극악무도한 공개처형을 <일요시사>가 분석했다.
 

▲ 전환기정의워킹그룹

공개처형은 북한의 정권 유지 방법 중 하나다. 총살과 교수형 등 정권에 의해 살해된 시체는 토막난 채 소각되거나 암매장 된다. 가족들이 고인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조차 불가한 ‘개죽음’이다. 잔혹함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개처형될 사람의 가족들은 처형에 참관하게 돼있다. 자신의 핏줄이 죽어가는 공간을 망연히 바라봐야 했던 주민들은 그렇게 죽지 못해 살고 있다.

공포정치

2014년에 북한 최고재판소의 박수종 원로참사는 <민족통신>과의 인터뷰서 ‘공개처형 제도가 있냐’는 질문에 “공개처형은 극히 드물지만, 피고인이 아주 악질적인 사람으로, 주변 인민들이 청원하면 심사해 집행한다”며 주민의 뜻에 따라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5월에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서 북한대표단은 “극히 드문 경우에 피해자들과 주민들이 공개 사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 그들의 의사를 신중히 고려해 공개 사형하는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일까.

전환기정의워킹그룹(Transitional Justice Working Group, 이하 워킹그룹)서 발표한 <살해 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경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주장과 달리 공개처형의 원인은 다양했다.


4년 동안 탈북민 610명을 인터뷰한 결과 강도, 남한 영상물을 시청·성매매 알선·음란 영상물 시청 등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죄부터 국경을 넘다 잡힌 불법 월경 반국가 활동· 살인· 국가재산 횡령 같은 중범죄까지 모두 포함됐다. 연구에 참여한 탈북민들은 피고인들이 심각하게 다쳤거나, 입에 재갈이 물려 있었고 반죽음 상태로 끌려 나오면서 종종 눈가리개가 씌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인륜적인 공개처형의 과정은 불공평했다. 워킹그룹의 보고서는 상당수 탈북민들이 피고인의 출신성분이나 사회적 계층 위치가 처벌 수위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하층민으로 분류된 피고인은 경미한 혐의라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안전원과 보위원들은 승진을 위해 낮은 성분에 속한 주민들에게 더 중한 혐의를 씌웠고 수사성과를 부풀리는 데 이용했다.

인류가 그토록 쟁취하고자 투쟁했던 ‘생명권’은 북에서 권력을 위해 소비되고 있었다.

워킹그룹은 북한의 공개처형 장소는 323건으로 강가와 강변·공터와 밭·시장 언덕·산비탈서 이뤄지는 것으로 발표했다. 공개처형을 참관하는 사람들의 규모는 수백명 정도서 수천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공개처형을 목격한 가장 어린 나이는 7세였다. 어린 자녀들을 포함, 주민들은 가족의 처형장면을 강제로 참관해야 했다.

성매매 해도 남한 영상물 봐도 처형
총살, 교수형…시체는 소각·암매장

설문 응답자의 83%가 북한서 살던 중 공개처형을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고, 53%는 북한당국의 강제로 한 번 이상 보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사형 집행의 재판은 대개 이뤄지지 않으며, 사형은 자의적으로 집행된다. 이 모든 것이 국제인권규범에 위반한 사항이다.

북한 정권의 독재와 무능은 공포정치로 이어졌다. 정권에 의한 살해로 주민을 통제하고 행동을 억압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지금까지 북한에 사형 적용 통계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사형 현황을 밝히는 것을 줄곧 거부해왔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공개처형 참관자들의 몸을 수색하고 처형 장면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전화기를 탐지해 임시 압수했다는 진술이 워킹그룹의 보고서에 수록 됐다.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로 압박하는 데 북한 정권이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킹 그룹 이영환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북한이 인권문제에 특히 더 예민한 이유는 “개방적이고 개선가능성이 있는 매력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어필하고 정상 국가 흉내를 내보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실상이 알려지면 기대만큼 비판도 높아지므로 차단하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월 말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된 워킹그룹의 보고서는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는 계기가 됐다.

<VOA>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국 국무부는 워킹그룹의 최근 보고서와 관련해 북한 정권이 저지르는 심각한 인권 위반과 유린을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과 별도로 북한에 인권 개선을 계속 촉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서 계속 벌어지는 인권 위반과 유린 행위를 조명하고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실제 미국은 지난해 12월,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의 공개적인 비판에 지난 17일,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참혹한 인권 말살국, 인권 범죄국은 미국”이라며 겨냥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2005년 일본 언론이 북한 공개 처형 영상을 보도한 이후 북한의 공개 처형이 위축된 걸로 보인다"며 "국제적 감시와 압력이 김정일 정권에 미친 영향일 수 있는데, 김정일에 비해 김정은 시대에 더 줄었는지 늘었는지 변함없는지 비교하려면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 처형의 증감 비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김이 두려운 것은
정권 따라가는 인권

국제 사회의 관심에도 문재인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5월, 외신기자 대상 회견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인권 문제를 올려놓는 것이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 협상을 위해서는 북한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북한 인권 자료집 발간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 2016년 박근혜정부 때 출범한 통일부 소속기관인 ‘북한인권기록센터’는 1주년이 되던 시기에 간략한 업무 계획만을 내놓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향후 계획에는 ‘2018년부터 북한인권 실태보고서를 영어 등 국제기구 공용어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금까지 어떤 보고서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7일 ‘통일연구원’서 매해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2019>는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후 다시 내려가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발생했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내용이 잘못 올라가서 다시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다시 올라갈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연구원이 내린 <북한인권백서2019>는 통일연구원 홈페이지서만 내려갔을 뿐 ‘국가정책연구포털’ 사이트에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서 노골적으로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쉬쉬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문정권의 ‘북한 눈치 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압박 효과는?


지난 5월, 미국 워싱턴DC서 열린 북한인권토론회서 북한자유연합의 수잰 숄티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 있듯이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이라며 “고통 받는 북한 주민을 가장 열심히 보살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한국 대통령”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살해 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보고서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 홈페이지(http://www.tjwg.org)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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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